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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대상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나에게로 다가온 것이라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나의 의지가 대상을 탐구하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묘한 인력이 나를 끌어당긴 거라고, 그러므로 그것과 나의 조우는 운명이었다고. <오피셜 스토리>로 잘 알려진 루이스 푸엔조의 새 영화 <고래와 창녀>는 팩션(faction) 작가 베라(아이타나 산체스 기요)가 7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흑백 사진 속의 로라(메세 로렌스)에게 그런 식의 인력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베라는 자신과 닮아 보이는 로라의 흑백 누드 사진과 그의 애인이었던 에밀리오(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가 쓴 편지와 일기를 보며, 그녀의 삶으로 빠져든다. 이후 신기하게도 로라와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둘씩 베라의 삶으로 침입한다. 출판사의 요청으로 로라와 에밀리오의 이야기를 사진집으로 펴내기로 한 그녀는 아주 파편적으로밖에 알 수 없는 로라의 삶(fact
70년의 시간여행, <고래와 창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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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먹은 말년 병장이자 박사과정 대학원생 인호(김태우)는 말년 휴가를 나왔다가 반갑지 않은 동창생의 결혼식에 끌려나간다. 3년째 돈을 안 갚고 있는 친구를 만나는데 그 친구는 돈이 없다며 5만원만 준다. 그 친구는 뒤풀이 자리에선 호기롭게 뒤풀이 비용을 낸다. 아내(백정림)의 바람기도 의심스러운 차에 인호는 한껏 짜증이 난다. 마침 결혼식에서 얼쩡대던 여인(신동미)이 인호 앞을 지나간다. 인호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몇년 전 만남을 자꾸 떠올리며 친한 척을 해본다. 전세는 역전되어, 술집에서 여인은 이렇게 끈적끈적하게 묻는다. ‘여기를 둘러싼 공기를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인호는 능청스레 대답을 한다. ‘가스요?’ 김보연의 <생각>이라는 노래가, 오래된 LP로 가득한 학사주점풍의 술집에서 흐르고 있다.
그런데 이거야말로 영화 속에 의뭉스럽게 흘러다니는 영화의 ‘가스’, 즉 분위기다. 저마다 나이가 다른 세 청춘의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던져주면서, 영화는 그 ‘가스’
단절된 우회로를 거친 하나의 이야기, <내 청춘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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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검사를 꿈꾸는 만년 고시생 심심해씨. 그녀는 2차 시험을 앞두고 최고조에 달한 긴장을 풀 겸 드라마를 볼까 했다. 그러나 삼각관계, 부잣집 도련님과의 사랑,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 알고 보니 남매, 라는 식의 한국 드라마에는 질려버렸다. 그녀는 일드광이자 주부인 친구 안심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해본다. “일드를 봐!” “일드? 일용 엄니 드레스야?” 안심심은 답답한 나머지 <춤추는 대수사선>에서부터 <노부타를 프로듀스>까지 추천 드라마 목록을 두 다스나 불러준다. 어느 것부터 봐야할지 몹시 망설여지는 심심해씨, 일단 다운부터 받고 본다. 이리 하여 일드에 빠지기 시작한 심심해씨는 밤마다 안구가 충혈되고 마는데….
“<춤추는 대수사선>이야말로 일드의 바이블!”
심심해: 명색이 장래 검사를 꿈꾸는 사람이니 만큼 아무래도 첫 일본 드라마는 역시 수사물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 오다 유지 주연의 <춤추는 대수사선>이란 영화를 본 기
장르별, 단계별로 추천하는 일본 드라마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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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군단과 원조 수퍼히어로가 지배한 국내 박스오피스에 뛰어든 해적이 승전보를 울렸다. 2003년, 전세계에서 6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 힘입어 3부작으로 돌아온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 지난 개봉일부터 나흘간 420개 스크린에서 전국 150만명(배급사 집계)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배급사는 <...망자의 함>이 8일 토요일 하루동안 46만2천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미션임파서블3>가 기록했던 단일관객동원 기록 46만명까지 갈아치웠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28년만에 귀환한 <수퍼맨 리턴즈>는 개봉 2주차 주말 전국 290개관에서 관객을 맞이했고 현재까지 172만6900명(배급사 집계)이 수퍼맨의 귀환을 목격했다.
3위부터 6위까지 박스오피스의 중간순위는 1,2위와 큰 격차를 사이에 두고 한국영화들이 자리했다. 지난 주말 개봉한 감독의 <아파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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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의 변신술과 기적적인 드리블, 좋아요, 아주 좋아요!
[후반 28분] Marvel 0:1 DC
C-3PO |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아직 새로운 골이 추가되지 않았습니다만, 마블 팀의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해졌어요.
R2-D2 | 지금 데어데블이나 로그, 스톰 등 마블의 수비수들도 공격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반면 DC의 조커나 V, 배트맨은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어요. 특히 배트맨 선수는 한밤중이 아니라서 그런가요? 최고급 장비를 갖고서도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홈 경기장이라 익숙할 텐데, 조금 분발해줬으면 좋겠네요.
C-3PO | 배트맨은 할리우드 액션에도 능한 선수 아닙니까? 과도하게 폼 잡고 아픈 척을 많이 해서 홈팀 관중으로부터 비난을 받곤 했었죠. 그런데 지금 양팀 선수들을 보면 마블의 로그와 미스틱, DC의 포이즌 아이비와 리들러 선수는 상당히 흥미로운 전술을 발휘하고 있어요.
R2-D2 | 로그 선수는 밀착 수비에 강합니다. 보십시오. 지금 전후
격돌! 마블 코믹스 vs DC 코믹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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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레날린 과다 분비로 몽롱하게 살았던 지난 한달.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붉은 파워는 강호의 고수들 앞에서 무너졌지만, 진짜 명승부는 그 뒤부터 이어졌다. 올스타의 화려한 플레이, 그야말로 축구다운 축구를 보는 것. 그렇다. 월드컵의 묘미는 바로 그린 카펫에 입장한 스타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제 7월9일 3, 4위전과 7월10일 대망의 결승전만 남겨둔 상황. 하여 월드컵도 끝나가고 올 여름 극장가에는 최강의 슈퍼 히어로들이 정체를 드러낸 마당인데, 슈퍼 히어로들의 가상 월드컵을 한번 치러보자는 뜬금없는 생각에 이르렀다. 장소도, 선수 선정도, 승자도 내 맘대로! 엑스맨의 고향 마블 코믹스와 슈퍼맨을 낳은 DC 코믹스 히어로들이 펼치는 월드컵 결승전 현장으로 가본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ME방송 캐스터 C-3PO입니다. 여기는 좀 있으면 최후의 전쟁, 2006 슈퍼 히어로 월드컵 결승전이 열릴 고담 경기장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북미의 영원한 숙적,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
격돌! 마블 코믹스 vs DC 코믹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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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의 ‘입성’은 화려했다. <하늘이시여>의 후속으로 지난 8일 첫 방영된 <연개소문>은 주간시청률 23,5%를 기록, <소문난 칠공주>와 <열아홉 순정>의 뒤를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하늘이시여>의 여운이 전이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고구려가 당나라 대군의 침략에 맞서 승리를 거두는 ‘안시성 전투’ 장면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MBC의 <주몽>이 시청률 1위를 재탈환하며 인기를 굳히는 가운데, 사극연기의 마에스트로인 유동근의 연기가 어떤 힘을 발휘할지 기대된다. 여기에 2위를 차지한 <소문난 칠공주>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극중 일한과 설칠, 하남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시청자들의 호응도 더해질 전망이다.
한편,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주간시청률 집계에서 22.1%를 기록하여 예능프로그램 부동의 1위인 <상상플러스>를 제치는 이변을
<연개소문>의 화려한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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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신작 <라디오 스타>가 7월8일 3개월동안의 촬영을 모두 마쳤다. <라디오 스타>는 진즉 쇠락했지만 철지난 신세인줄 모른 채 DJ가 되는 왕년의 록스타와 그의 매니저의 이야기로, <칠수와 만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통해 찰떡 궁합임을 입증해온 안성기와 박중훈이 출연해 화제를 모아왔던 작품이다. <라디오 스타>의 마지막 촬영신은 최곤(박중훈)의 재기를 위해 떠난 박민수(안성기)가 부인과 함께 김밥을 팔고 돌아오던 버스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돌아와서 다시 자신을 비춰달라”는 최곤의 메시지를 듣게 되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촬영을 한 뒤 안성기는 스탭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아쉬움을 표했고, 이준익 감독 또한 배우들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4월19일 촬영을 시작했던 <라디오 스타>는 후반작업을 마치고 올 가을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라디오 스타> 촬영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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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기념일에 북한이 미사일 7발+∂를 쏴버렸다. 장거리 미사일도 한발 포함됐다고 한다. 알래스카까지 가는 대포동 2호인지 미국 본토까지 가는 대포동 3호인지는 불분명한데, 어쨌든 얘도 얼마 못 가 바다에 떨어졌다고 한다. ‘명백하게 도발’만 하려고 사정거리를 줄여 실험한 건지, 이틀에 한번씩 채워줘야 한다는 연료를 제대로 안 채웠거나 잘 못 채워 그랬는지도 말이 분분하다. 전자라면 조폭 앞에서 싼 술병 골라 깨는 꼴이고, 후자라면 병 깨다 주둥이만 손에 쥔 꼴이다(표현을 용서하시길. 폭력적인 얘들 얘기를 하다보니 덩달아, 좀).
<한겨레21> 안인용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사도마조히즘(SM)은 “지배하면서 동시에 복종하고 싶은 욕구, 학대하면서 학대받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사디스트도 상대에 따라 마조히스트로 돌변한다.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간에는 정해진 행동방식이 있다. 사디스트는 마조히스트가 고분고분하길 바라면서도 ‘게임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도전하기
[이슈] 북한의 사도마조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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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 도전장을 던진 스페인 극장 체인이 제1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했다. 디즈니는 총 박스오피스 수입에서 배급사가 취하는 요율을 낮추기로 했고, 스페인 극장 체인들은 <카>의 개봉을 허락했다. 옐모 시네플럭스, 아바코 시네박스, 시네사, 키네폴리스 등 스페인 4개 극장 체인은 지난 6월부터 디즈니 영화 상영을 거부해온 상태다. 현재 박스오피스 수익의 53∼54%에 달하는 필름 대여 수수료를 47.5%까지 낮추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였다. 그 희생양이 된 것은 <무서운 영화4>. 스페인 전체 상영관의 40%를 차지하는 4개 극장 체인이 상영을 거부한 탓에 개봉 뒤 10일 동안 고작 350만달러를 버는 데 그쳤다. <무서운 영화3>가 같은 기간 올린 수익(900만달러)의 1/3을 겨우 넘긴 액수다. <카>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개봉을 앞둔 디즈니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이 두 영화가 <무서운 영화4&
[What's Up] 스페인 극장 체인, 디즈니에 일단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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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구치 겐지가 사후 50주년을 맞은 올해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부활한다. 테이프는 오는 8월24일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 ‘미조구치 2006’이 끊는다. 8월24일은 50년 전 <적선지대> 공개 뒤 차기작 <오사카이야기>를 준비하던 미조구치가 갑자기 숨진 날이기도 하다. 이번 심포지엄엔 ‘일본에 있어서의 미조구치’, ‘여배우의 증언’, ‘조감독의 증언’ 등과 함께 ‘세계가 바라본 미조구치’라는 섹션이 마련돼 스페인의 빅토르 에리세, 중국의 지아장커 같은 감독들과 프랑스의 비평가 장 두셰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9월에는 <오하루의 일생> <무사시노의 여인>을 시작으로 매달 DVD가 발매될 예정이다. 이번 이벤트를 주도하는 가도가와 헤럴드 영화사뿐 아니라 쇼치쿠, 도호, 국제방영 등 미조구치 영화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여러 영화사들이 협력한 결과다. 몇년 전부터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기노시타 게이스케의 작품들이 대대적으로 DVD
[도쿄] 일본의 미를 그려낸 거장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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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수많은 커피 전문점에서 옆자리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프로그램이 시나리오 전문 소프트웨어(Final Draft)일 확률과 LA의 바에서 주문한 칵테일을 건네주는 바텐더가 배우 지망생이거나 배우일 확률은 매우 높다. 광범위한 온라인 정보 커뮤니티인 LA Craigslist(craigslist.org)에는 오늘도 영화의 도시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특이한 영화 관련 일감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매일 수많은 영화인 지망생들이 꿈에 부푼 채 LA에 짐을 푸는 반면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꿈에 상처받은 채 이 도시를 떠난다. 그래서인지 사회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꿈과 현실의 불협화음을 그려낸 50년대 필름누아르는 LA라는 도시와 멋들어질 만큼 잘 어울렸다. 전년에 비해 265편으로 상영작을 늘리고 올해부터 웨스트우드로 자리를 옮긴 제12회 LA영화제에는 영화 도시로서의 역사와 자의식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제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이 도시의 한 세기 동안 누적된 역사에 눈을
[LA] LA영화제, 한국계 영화인들에 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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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9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두번째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풍성한 라인업이 발표됐다. 영화와 음악의 만남을 꾀하는 ‘아시아 유일의 음악영화제’ 제천영화제는 7월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사 개요와 상영작, 부대행사 등을 공개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제천에서만 고유하게 가질 수 있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좀 더 작품수를 늘려 27개국 45편을 상영한다”고 말했다.
우선, 개막작은 브라질 브레노 실베이라 감독의 <프란시스코의 두 아들>로 선정됐다. 현재 브라질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악가인 제제와 루치아노 디 카마르고 형제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힘든 살림 속에서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들을 뛰어난 뮤지션으로 성장시킨 아버지 프란시스코에 초점을 맞춘다. 폐막작은 인도 프라딥 사카르 감독의 <파리니타>다. 인도의 대문호 사랏 찬드라 차토파다이아이의 소설을 원작 삼은 이 영화는 인도 고유의 뮤지컬 영화로, 두 연인이 나누는 불
음악과 영화의 만남, 그 두번째 막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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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극장 내 불법 캠코더 촬영 단속이 엄격해질 전망이다. 영국의 저작권침해방지연합(Federation Against Copyright Theft, 이하 FACT)이 극장조사원(Theatrical Investigator)을 각 극장에 배치, 캠코더 등 각종 디지털 장비를 이용한 영화 불법 촬영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라고 <스크린 데일리> <BBC> 등이 7월3일자를 통해 보도했다.
극장조사원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예산 투자는 영국영화배급조합이 맡을 예정이다. 마크 베이틀리 영국영화배급조합장은 “요즘만큼 영화 불법 복제가 심한 적이 없다”며 도촬 감시 인력 배치는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FACT의 책임총괄을 맡고 있는 레이먼드 라인스터 역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전세계 동시 개봉 전략으로 인해 영국 내 디지털 불법 촬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FACT에 따르면 <엑스맨: 최후의 전쟁> <해리 포터와 불의 잔&g
극장 내 캠코더 촬영, 딱 걸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