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두(조인성)가 밥상머리에서 부하들에게 묻고 답한다. “식구가 뭐여?” “같이 밥먹는 입구멍이여.” 병두는 두 종류의 입구멍에서 밥숟가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피땀 흘린다. 달리고 또 달리며, 죽이고 또 죽인다. 병두는 로타리파라는 조폭 조직의 2인자이지만 동시에 여섯명의 새끼 조폭을 자기 식구처럼 거느리고 있다. 그는 식구, 곧 가족이라는 조직 원칙을 부하들에게 무척 강조한다. 유사가족을 먹여살리는 일도 보통이 아니지만 진짜 피를 나눈 식구의 보스 노릇도 만만치 않다. 남편없는 어머니는 병환에 시달리고, 남동생은 건달 동네를 기웃거리며, 여동생은 노심초사해야 할 만큼 어여쁘고 여리다. 철거 위기에 처한 집도 시급히 구해내야 한다. 중간 보스라는 지위와 온몸을 휘감은 용 문신의 품위에도 불구하고 떼인 돈 받아내는 주요 임무를 성심성의껏 치러내는 건 이 많은 식구들 때문이다. 그렇지만 채무 해결의 떡고물로 위신과 생계를 동시에 꾸리기엔 곤란함이 크다. 초등학교 첫사랑 현주(이보영)를 아주
<말죽거리 잔혹사>의 액션 확장판, <비열한 거리>
-
돌연변이는 진화의 더딘 과정에 이따금 찾아오는 비약, 이라고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는 <엑스맨>(2000) 도입부에 정의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과 <엑스맨2>(2003)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영화의 소사(小史)에서 수행한 역할도 비슷했다. <엑스맨>이 없었다면 <스파이더 맨> 시리즈, <헐크> <배트맨 비긴즈> 그리고 <슈퍼맨 리턴즈>의 기획안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엑스맨>의 ‘X’는 게이, 10대, 유색인, 여성 등 어떤 이유에서든 사회의 소수자라고 느끼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유혹적인 미지수다.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달리 <엑스맨>의 돌연변이들에게는 초인이라는 사실이 절체절명의 기밀이 아니다. <엑스맨> 시리즈는 파워를 이미 거기 있는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니라, 해석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한다(<스파이더 맨>
숨가쁜 액션블록버스터, <엑스맨: 최후의 전쟁>
-
신인감독들의 작품을 시상하는 로카르노영화제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도 스위스와 영화를 결합시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시네필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난감한 사항이다. 로카르노영화제를 제외하고 스위스가 영화와 관련되어 언급되는 경우란, 고다르가 80년대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비디오 매체를 통해 영화적 실험을 진행했던 시기를 ‘스위스 시절’이라 약칭할 때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실제로 스위스영화는 영화 연구에서도 변방에 위치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꽤 꼼꼼한 기술을 자랑하는 영화사 저서에서도 스위스영화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면에서 ‘필름 포럼’과 ‘시네마테크 서울’이 공동 주최하는 ‘미지의 영화대국 스위스’는 한국의 시네필들에게 영화 보기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6월15일(목)부터 23일(금)까지 열리는 ‘미지의 영화대국 스위스’는 1960년대 후반의 ‘뉴 스위스 시네마’의 영화에서부터 2000년대 발표된 영
다채로운 영화체험, 스위스영화의 발견, 스위스 영화제
-
자크 타티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 <나의 삼촌>은 그에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안겨다줬다. 그 바람에 그는 아카데미쪽으로부터 특별한 ‘향응’을 제공받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타티가 요구한 것은 스탠 로렐, 맥 세넷, 버스터 키튼을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그는 현재 자기가 속한 세계를 자신보다 앞서 풍요롭게 만들어준 대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소문에 따르면, 타티와 만난 키튼은 그에게 그의 영화들은 유성영화로 무성코미디영화의 진정한 전통을 이어가는 것들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렇듯 막스 랭데에게서 혹은 맥 세넷에게서 발원지를 찾을 수 있는 영토 안에서 활동하고 그러면서 그 앞선 세대의 것과는 다른 그만의 세계를 축조해낸 이가 바로 타티였다.
이 프랑스 코미디영화의 대가는 우선 윌로씨(Monsieur Hulot)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레인코트를 입고 파이프를 물었으며 구부정하게 걷는 이 키 크고 마른 남자는
새로운 영화 우주를 창조한 시네아스트, 자크 타티 회고전
-
-
관객과의 대화에서 박찬욱 감독이 김기영 감독에 대해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만약 김기영 감독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오늘날 영화계에서 세계적인 대가로 인정받았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김 감독은 1960∼70년대에 영화감독으로 작업하는 데 있어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검열, 물적 자원의 부족, 지지를 보내지 않는 관객 등 너무 많았다. 그렇지만 박 감독이 언급했던 것이 이런 실질적인 곤경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녀>나 <이어도> 같은 영화들은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여 영화 매체를 대담하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세계 영화계는 결코 알아채지 못했다. 김기영 감독은 작은 나라에 갇혀 있었고, 그는 영원히 세계적인 감독이 아닌 한국 감독으로 머물러 있다. 현대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이라는 책에서 체코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에 대해 유사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20세기의 가장 혁
[외신기자클럽] 작은 맥락과 큰 맥락 (+영어원문)
-
지금 미국은 슈퍼맨의 성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이같은 논쟁이 수면에 드러난 것은 미국 게이잡지 <어드보킷>이 ‘슈퍼맨은 얼마나 게이인가’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내면서부터. 기사에 따르자면 슈퍼맨은 이보다 더 게이일 수 없다.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을 즐기고, 사회로부터 조금 소외되어 있는 존재이며,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슈퍼맨 리턴즈>의 감독이 <엑스맨>을 연출한 동성애자 브라이언 싱어라는 사실 또한 <어드보킷>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제는 슈퍼맨의 성 정체성 논란이 흥행에 끼칠 영향력이다. <LA타임스>의 조사에 응한 홍보 전문가들은 이같은 논쟁이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지역의 십대들은 게이 관객의 지지를 받는 작품의 관람을 꺼릴 것이며, 3억달러짜리 블록버스터 이미지가 게이 논쟁으로 인해 지나치게 말랑말랑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명백한 동성애 코
[What's Up] 슈퍼맨이 게이?
-
제59회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빈치 코드>가 이탈리아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상업성과 결탁한 영화제인가?’, ‘예술성은 사라지는가?’라는 제목을 단 언론들은 <다빈치 코드>의 화려한 등장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보았다. 법적으로 가톨릭 국가라는 명시는 없지만, 국민 90% 이상이 태어나자마자 세례를 받고 바티칸 시국의 영향 아래 있는 이탈리아인들은, <다빈치 코드>가 ‘예수를 팔아먹은 영화’라며 분개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돈 빈첸소 피라르바 신부는 시민들이 모인 광장에서 <다빈치 코드> 서적을 불태워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빈치 코드>는 3주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거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상업성과 결탁했다고 비판하던 언론들도 이탈리아영화를 4편 초청한 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관심을 지켜본 피렌체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을 세울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로마] 칸, <리베로도 괜찮아> 주목
-
중국의 감독 겸 배우 장원(姜文)이 <귀신이 온다> 이후 6년 만에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신작을 발표한다. 차라리 부족할망정 아무 작품이나 찍을 수는 없다는 의지를 줄곧 내비쳐온 장원 감독이 선보이는 세 번째 작품은 헤밍웨이의 동명소설에 대한 헌사로 알려진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이다. 전작들처럼 소설을 각색한 이번 작품의 원작은 중국 여류작가 예미의 단편 <벨벳>. 문화혁명기간 중 농촌으로 하방된 화교 탕위린 부부와 마을의 나이 어린 생산대(사회의 전 분야를 통합, 운영하는 말단의 농촌 조직) 대장 리동팡 사이에 얽힌 치정을 다루고 있다. 부인과 리동팡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음을 눈치챈 탕위린은 부인이 무심코 던진 “어떤 사람이 말하길 내 피부가 ‘벨벳’ 같다더라”는 말에 분노하게 되고, 리동팡을 죽일 작정으로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지만, 농촌에서 자란 리동팡은 ‘벨벳’이라는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헤밍웨이가 동명소설에서 보여준 전후 ‘잃
[베이징]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중국식 리얼리즘
-
지난 5월 아시아영화 수입 전문 레이블 ‘드래곤 다이너스티’ 런칭을 발표한 웨인스타인 형제가 아시아영화를 향한 본격적인 구애를 시작했다. 6월6일자 <스크린 데일리>에 따르면 웨인스타인 형제는 장쯔이와 함께 세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교섭 중이다. 세편의 영화는 <뮬란> <7인의 사무라이> 리메이크작, 그리고 현재 시나리오 집필 중인 미지의 프로젝트. 웨인스타인 형제는 2004년 <영웅>을 세계 배급하면서 장쯔이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바 있는 <뮬란>은 남장을 하고 전쟁터에 나간 소녀가 주인공인 중국 고대 전설을 소재로 한 것으로 왕휘링(<와호장룡> <적벽대전>)이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배우인 양자경과 제작자 테렌스 창 등이 함께 참여할 인물로 거론 중이다. <7인의 사무라이>는 웨인스타인 형제가 미라맥스에 있을 당시 리메이크 판권을 획득한 뒤 더 웨인스타인
웨인스타인 형제, 아시아영화 제작 가시화
-
“할리우드의 독재를 막겠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할리우드영화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는 6월3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영화 스튜디오 ‘필름 빌라 파운데이션’의 오픈 행사에서 총 11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자해 자국의 영화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세워진 스튜디오는 일종의 ‘영화종합타운’. 영화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그는 이번 스튜디오 건립과 관련해 “이는 베네수엘라의 문화적 기반을 지키기 위한 무기다. 미국의 문화적 독점을 막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스튜디오에서 제작될 첫 번째 프로젝트는 베네수엘라의 국가적인 영웅 프란시스코 드 미란다를 소재로 한 영화. 그는 19세기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웠던 인물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할리우드식 영웅인 슈퍼맨은 거절하겠다. 우리의 영웅을 스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필름 빌라 파운데이션은 할리우드영화 속에 보이는 라틴아메리카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반감에
베네수엘라, 할리우드영화와 전면전 선포
-
영화사들은 앞으로 등급 분류 관련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영등위는 6월1일부터 심의필증 등 수입추천 및 등급분류 관련 증명서들을 온라인에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5월1일 이후 심의를 신청한 영화, 비디오, 광고물 등이 대상이며, 발급시스템(http://icert.kmrb.or.kr)에 접속한 뒤 회원가입을 하면 증명서 인터넷 발급이 가능하다. 이경숙 영등위 위원장은 “좀더 일찍 도입하고 싶었는데 예산 등의 문제로 추진이 미뤄졌다”면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분리, 독립하는 10월 이후면 인력 등의 여력이 생겨 좀더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류 한장 받기 위해 발품 팔아 영등위를 찾아야 했던 영화인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는데 요즘은 서류가 미비하면 미리 연락을 주기도 한다”면서 “작은 개선이지만 관행을 바꾸겠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고
[충무로는 통화중] 영등위 서비스 좋아지나
-
제2회 KBS프리미어페스티벌이 6월15일부터 열린다. 국내 미개봉 해외신작을 TV로 접할 수 있다는 기획에서 출발한 KBS프리미어는 지난해 6편에 이어 올해는 <갱스터 초치> <오르페브르 36번가> <늑대의 제국> <화이트 마사이> 등 4편의 국내 미개봉 해외신작을 마련했다. 행사 첫해였던 지난해와 올해가 다른 점은 TV와 극장 동시 개봉이 아닌 극장-TV순으로 순차 개봉을 한다는 점이다. 제2회 KBS프리미어페스티벌은 롯데시네마 체인 2곳에서 우선적으로 열린다. 서울 영등포 롯데시네마에서는 6월15∼21일 1주간, 부평 롯데시네마에서는 6월15∼29일 2주간 계속될 예정이다. KBS쪽은 영화제 기간 중의 관객 반응 및 홈페이지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해 TV방영 스케줄을 짤 계획이다.
<갱스터 초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의 합작영화. 깡패두목 초치가 소속집단의 룰을 깨고 인간적인 삶을 꿈꾸다 맞는 비극을 다루고 있다. 올
미개봉 해외신작, 극장 찍고 TV로
-
디즈니-픽사의 <카>가 주말 흥행에서 6천280만달러로 1위에 올랐다. 9일~11일까지 잠정 집계된 북미 박스오피스 결과에 따르면 <카>의 흥행질주는 디즈니와 픽사가 1995년에 <토이 스토리>로 파트너십을 시작한 이후로 제작한 7편의 애니메이션이 모두 개봉 주말 1위로 등극하는 연속 1위 행진을 완성했다. <카> 개봉 이전까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6편은 전세계에서 총 3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또한 <카>의 주말 수입은 역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개봉 성적 3위로 1위는 <인크레더블>, 2위는 <니모를 찾아서>로 두 편 모두 7천만 달러에 가까운 개봉 수입을 올린 바 있다.
오웬 윌슨, 폴 뉴먼, 헬렌 헌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목소리 출연한 <카>는 유능한 레이싱 카 ‘라이트닝 맥퀸’이 한적한 마을에 불시착하면서 느리게 사는 삶의 가치를 알아간다는 이야기로 <토이스토리2>의
디즈니-픽사의 <카> 주말 레이스 1위
-
뽀빠이 DVD로 만난다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솟는 근육질 항해사를 둘러싼 DVD 판권 분쟁이 드디어 해결됐다. <로이터 통신>은 1933년부터 1987년까지 제작 및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뽀빠이>의 극장판과 TV판을 포함하여 <뽀빠이의 끝없는 모험> <뽀빠이와 그의 아들> 등 스핀오프 프로그램까지 총 773개의 에피소드에 대한 판권을 ‘워너홈비디오’가 소유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로써 <뽀빠이>는 내년에 DVD로 출시되게 되었으며 ‘워너홈비디오’는 즉시 복원 및 보존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엑스맨>의 울버린, 최고의 영화 캐릭터로 등극
미국의 연예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뽑은 최고의 할리우드 영화 캐릭터에서 <엑스맨>의 늑대인간 울버린이 1등을 했다. 총 10개의 영화 캐릭터 중에서 투표를 하여 순위를 정했는데 울버린의 인기는 해리 포터와 스파이더맨을 누를 정도였다고. 울버린
[해외단신] 뽀빠이 DVD로 만난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