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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 1999년 <편지>와 <연풍연가>가 개봉되면서 베트남 관객들은 처음으로 한국영화를 만났다. 낯선 땅에서 관객을 맞은 한국영화 두편은 개봉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아사 직전에 놓인 호치민 극장가에 일순간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광고업에 종사하다가 97년 그만두고서 베트남의 문물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찍으러 그곳에 갔던 이인식씨(45). “한국영화가 전혀 들어와 있지 않았는데, 그들의 정서가 한국인과 비슷해 한국영화를 배급하면 되겠다 싶었다.”이씨는 그뒤로 <찜> <패자부활전> <주노명 베이커리>를 베트남에 배급하다가 지난해 베트남필름페스티벌에서 팜 누에 지앙 감독의 <잃어버린 계곡>을 봤다. 후반작업을 다시해 조금만 손을 보면 해외에 배급해도 성공할 것 같았다. 팜 누에 지앙과 합의를 보고 필름을 한국으로 가져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사운드 믹싱과 현상을 다시 했다. 그 필름이 이번 전
[2002전주데일리] 피플 - 베트남영화 <잃어버린 계곡> 제작자 이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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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페르난도 솔라나스, 80년대 <오피셜 스토리>의 루이스 푸엔조를 끝으로 국내 관객의 기억 저편에 묻혀진 아르헨티나 영화에 새로운 조짐이 일고있다. 90년대 후반부터 젊은 영화학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제난으로 척박해진 제작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부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90년대 후반 부에노스아이레스 독립영화제가 탄생해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남미 독립영화인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장이 되고있다. 올해 4회 부에노스아이레스 독립영화제는 재정난으로 열리지 못할 뻔했으나, 베를린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가 재정을 지원해줌 따라 성사됐다. 한 영화제가 다른 나라의 영화제를 지원하는 이변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독립영화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올해 전주영화제는 지난해 <끽연구역>과 <자유>로 각각 장편 데뷔한 베로니카 첸(33), 리산르도 알론소(27) 등 아르헨티나의 젊은 감독 두명을 그들의 데뷔작과 함께 초청했다. 3
[2002전주데일리] 특집기획-아르헨티나독립영화 감독들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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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문신>(自由門神)이 상영된 모악당은 죽죽 긋는 비를 뚫고 온 관객들을 반갑게 맞지 않았다. 2시간27분의 러닝타임을 자발적으로(?) 분리하는 정전 사고가 일어났고, 어두운 상태에서 10분간 앉아 있어야 했다. 모더레이터의 “대만의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소개와 함께 등장한 왕통 감독이 “끝까지 관람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것은 그래서 더욱 진심이 섞인 말이었다. 왕통 감독은 100여 편의 영화의 미술감독을 했고 작년 부산영화제를 찾은 <홍시>를 비롯한 14편의 영화를 감독한 대만의 중견감독이다.철공소에 일하는 아거우와 일종의 가족사업인 장례식 밴드 ‘행복밴드’(快樂行樂團) 일원인 아휘와 다리를 저는 아밍 등 돈도 없고 대접도 받지 못하는 ‘소인물생활(小人物生活)’이 질척한 장례식 음악에 맞춰 흐른다. 우정과 가족애 그리고 전통이라는 주제는 원신원컷을 철저하게 지킨 영화의 느린 리듬으로 진중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떠나간 밴드 일원을 대신하여 어머니가
[2002전주데일리] 포럼- “젊은이에게 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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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2시30분, 한국 소리문화의전당 프레스룸에서 ‘디지털 삼인삼색’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동진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가한 일본의 스와 노부히로 감독과 한국의 문승욱 감독이 참여했다. ‘삼인삼색’의 감독 중 하나인 중국의 왕샤오솨이 감독은 신작을 촬영하느라 내한하지 못했고, 그의 아내이자 이번 프로젝트의 제작자 겸 주연배우인 타오 지가 대신 참석했다.‘디지털 삼인삼색’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명의 감독에게 디지털 영화를 제작하도록 지원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한국 배우 김호정과 함께 히로시마를 무대로 전쟁이 남긴 기억과 현재의 관계를 돌아보는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의 스와 노부히로는, “과정이 스피디하고,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생각하면서 찍을 수 있어서 색다른 체험이었다”고 첫 디지털 작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서바이벌 게임과 일상의 전쟁을 연결시킨 <서바이벌 게임>의 문승욱은 디지
[2002전주데일리] 디지털 삼인삼색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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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 | 리처드 링클레이터 | 미국 | 2001 | 101분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는 늘 말이 풍부하다. <슬랙커><비포 선라이즈> 등 어른도 아이도 아닌 20대 주변의 불투명한 꿈과 가파른 성장기, 사랑의 혼란스러운 속내를 요모조모 파헤쳐온 이 미국 독립영화계의 재담꾼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삼키고 사는지를 종종 일깨운다. 그의 첫 장편 디지털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도 마찬가지.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한 청년의 시선을 따라 일상의 무수한 표정과 대화에 귀기울인다. 공연자들에게 연주의 느낌을 설명하는 뮤지션, 자기파괴를 부르는 소외와 고독을 말하는 남자의 분신자살, 이불 속에서 죽음과 환생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연인들(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삶을 둘러싼 갖가지 대화와 독백이, 초현실주의적인 몽상처럼 일렁이는 이미지와 함께 흐른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실사영상을 한 프레임씩 채색한 영상은 묽은
[2002전주데일리] FOCUS TODAY <웨이킹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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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Bad Company
| 후루마야 도모유키 | 일본 | 2001 | 98분
일본에서 학원 폭력이 사회문제가 돼 군대식 통제 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했던 80년대 초반의 한 시골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자기 생활보고서를 쓰게 하고, 그것을 기초로 모든 학생을 모범생과 낙오자로 나눠 교실 게시판에 명패를 붙인다. ‘정직함’을 강요하며 학생들의 인격 하나하나를 통제하는 학교에서, 자기 인격과 판단을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 사다토모와 그를 따르는 친구들은 담임교사의 표적이 된다. 80년대 중반 고등학생이었던 후루마야 감독은 탁 트인 시골풍경과 억압적인 학교 환경을 대조적으로 배치하면서 성장의 그늘과 고통을 그들의 편에 서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그를 통해 전근대적 질서로 퇴행하려는 기성 사회의 욕구가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넌즈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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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FOCUS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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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마이크 피기스 | 이탈리아, 영국 | 2001 | 114분영국 언론은 <호텔>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일간지들은 별 하나부터 여섯 개까지 다양한 평점을 매겼지만, 어느 신문도 같은 감독의 영화인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 보냈던 열광을 되풀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호텔>에는 대놓고 혹평만 할 수 없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아마도 <가디언> 지의 말대로 “관객보다는 감독이나 배우에게 가치가 있었을 실험”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호텔>은 매우 혼란스러운 이야기다. 영화의 첫머리에 존 말코비치가 연기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그날 밤 창살 안에서 사람들과 식사를 한 뒤 아마도, 호텔 지하 주방으로 옮겨져 요리가 된다. 이야기는 곧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중심이 되는 무리는 존 웹스터의 후기 희곡 <멀피 공작부인>을 도그마 영화로 만들기 위해 베니스에 묵고 있는 촬영팀이다. 이들은 문제가 매우 많다. 감
[2002전주데일리]30일 추천작 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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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누에 지앙(45)은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베트남 영화를 맛보게 한 주인공이다. 후반작업 때문에 이미 한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녀는, <잃어버린 계곡>이 한국 제작자 이인식씨를 통해 후반작업을 마쳤으며 배급사가 미로비전이라는 것으로 관객과 만나기 전에 이미 한국과의 연을 쌓고있었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포럼에 초청된 바 있는 이 영화는 ‘베트남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이미 베트남영화 발전의 계기가 되고 있다.베트남 영화가 베트남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현재 어느 정도인가.베트남 영화로 대중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국내 및 해외에서 상을 타서 언론에 알려지면 조금 관심을 갖지만 아직까지는 해외의 멜로나 액션영화가 훨씬 인기가 많다.여태까지 영화속의 베트남은 미국의 시각에서 본 베트남 전쟁의 무대였던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런 영화에서 묘사되는 디테일들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베트남의 역사와 민족적 감정을 잘 이해하지
[2002전주데일리]<잃어버린 계곡>의 감독 팜 누에 지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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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영화의 대표 프로듀서 크리스틴 바숑이 29일 <고 피쉬> 상영 뒤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바숑은 “나도 오래 동안 보지 못한 영화를 볼 수 있어 기쁘다. 오늘 마지막 30분 정도를 봤는데, 언제나 그렇듯 미소를 짓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 피쉬>는 그 자신이 레즈비언이면서도 게이 영화만 제작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바숑이 최초로 제작한 레즈비언 영화. 바숑은 우연히 발견한 이 영화의 매력을 자잘한 에피소드와 함께 전달했다.발랄한 흑백영화 <고 피쉬>는 친밀하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레즈비언들의 연애 이야기다. 레즈비언인 대학 교수 키아는 한동안 애인이 없었던 룸메이트 맥스에게 일라이를 소개한다. 맥스는 일라이가 못생기고 촌스럽다며 거부하지만, 차츰 그녀에게 이끌리기 시작한다. 맥스를 가로막는 건 섹스에 열광하는 또 다른 레즈비언 다리아와 지금은 시애틀에 살고 있는 일라이의 오랜 연인 케이트. 즐겁게 카드놀이를 하거나 머리를
[2002전주데일리]관객과의 대화 - <고 피쉬> 제작자 크리스틴 바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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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이것이 우리가 찾은 전주의 옥석"4월26일부터 29일까지, 전주국제영화제의 절반이 넘는 4일이 지나는 동안 관객들은 크게 홍보되지 않았던 작품들 가운데서 스스로 옥석을 찾아냈다. <란위> <인간희극> <광대, 무대에 오르다> <한스와 마리 이야기> 등이 그렇게 발견된 예상 밖의 화제작들. <란위> <광대…> 등 화제작 가운데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많은 것도 올해의 한 특징이다. <란위>는 관금붕(스탠리 콴)이라는 감독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영화의 소재나 내용에 올해 전주영화제가 내세우는 구호와 특별히 만나는 부분이 없어 사전 홍보가 미미했다. 그러나 28일 밤 첫 상영 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허리부상으로 한국에 오지 못한 관금붕을 대신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무대에 오른 프러듀서 장 용닝은 관객의 질문이 쇄도하자 눈시울을 붉혔으며, 영화의 주제가를 직접 부르기까지
[2002전주데일리]29일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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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는 거짓말장이다. 도그마를 내세우는 그의 영화가 오히려 도그마의 순결을 깨고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실험적 영화의 배급을 위해 설립했다는 그의 회사는 상업영화의 배급에 바빠 가난한 작가들의 작품을 무시하고 있다.”스무번째 도그마 공식 인증을 받은 벨기에 영화 <스트라스>의 제작자 겸 배우인 피에르 르큐는 한국 관객에게 받은 ‘당신들의 도그마 영화는 진실한가?’라는 조금은 모호한 질문에 “우리는 솔직해지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도그마 영화라고 해서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내용의 사실성 혹은 진실성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도그마의 계율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순수해야 한다. 그것은 도그마 영화가 내용이 아닌 형식의 진실에 기대는 영화이며, 또한 저예산과 자유를 담보하는 가난한 작가들의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덧붙여 도그마의 순결을 ‘더럽히는’ 몇 몇 작가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적은 돈’과 ‘그보다 많은 자유’를 위해 도그
[2002전주데일리]<스트라스> 제작자 겸 배우 피에르 르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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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는 애니메이션 저널리스트 오토 앨더의 유럽 아트애니메이션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스위스 출신인 오토 앨더는 애니메이션계의 국제적인 연대를 추구하는 온라인 사이트 애니메이션 월드 네트워크(AWN)와 국제애니메이션필름 협회(ASIFA), 그밖에 <애니메이툰> 등의 잡지를 통해 다양한 비평 활동을 펼쳐온 저널리스트. 오타와, 안시 등 세계 주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와 자문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고, 1995년에 스위스 판토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창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오토 앨더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페도르 키투르크 특별전’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페도르 키투르크>의 감독이자 유럽 아트애니메이션의 강연자로 전주를 찾았다.1시간30여분 가량 계속된 강연은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부문의 프로그래머인 전승일 감독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토 앨더는 “렌 라이, 오스카 피
[2002전주데일리]유럽아트애니메이션,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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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엔젤 역 출구 Angel Exit블라디미르 마할렉 | 체코 | 2000 | 100분야킴 토플의 소설 <엔젤>이 원작. 자신 속에 있는 무서운 과물과 싸우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마이크에게 옛친구 루카스와 크라라가 나타난다.바실 리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Story of One Crime페토르 키투르크 | 러시아 | 1962 | 19분페도르 키투르크의 데뷔작.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프레임 속의 남자 The Man i the Frame페토르 키투르크 | 러시아 | 1965 | 10분키투르크는 관료를 동물로 가장하지 않고 직접 비판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이 애니메이션.필름! 필름! 필름! Film! Film! Film!페토르 키투르크 | 러시아 | 1968 | 19분20초영화 한 편을 완성시키기 위한 야단 법석이 벌어진다. 힘들게 만들었으나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거절 당한다.섬 Island페토르 키투르크
[2002전주데일리]30일 오늘의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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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한스와 마리 이야기 The Tale of John and Mary카렐 제만 | 체코 | 1980 | 70분가난한 한스와 함께 세 명의 요정이 동행하는데, 그들은 항상 마법을 사용하거나 조언을 해서 그를 안내하고 돕지만, 헤매게 하기도 한다. 한스는 숲 속을 헤매다가 아름다운 마리를 만난다.11:00왕수선의 여름 High Sky Summer리지시안 | 중국 | 2001 | 87분마을에 영화촬영팀이 찾아오자, 소년은 주연이 되려고 애쓴다. 압바스 키라오스타미처럼 어린이를 통해 바라본 중국 시골마을의 풍경화.오타와로 가는 길 A Passage to Ottawa고라프 시스 | 캐나다 | 2001 | 90분여덟 살의 인도 소년 오미는 엄마가 병이 나는 바람에 삼촌이 사는 캐나다로 오게된다. 만화를 좋아하는 오미는 만화 속 영웅이 엄마의 병을 고칠 수 있으리라 믿고 그 영웅을 찾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세탁소 Laundry모리 준이치 | 일본 | 2001년 | 126분사고로 머
[2002전주데일리] 28일 오늘의 상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