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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아시아영화의 한 부분일 뿐이다"
-홍콩에서 한국 스타들을 좋아하는 것과 한국영화를 관객이 보는 것, 이 두 가지가 같은 것이라고 보나.
=물론 배우가 매력적이어서 영화를 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 사람들은 스토리, 영화 자체로 한국영화를 좋아하고 보는 것 같다. <살인의 추억>을 봤는데, 정말 좋았다. 스토리가 정말 흥미로웠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아주 독창적이었다. 홍콩에서 수많은 외화들이 개봉하지만 한국영화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독창적인 것 같다. 물론 홍콩에서는 한국영화 중에서도 주로 좋은 영화들만 보게 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으로선 좋은 한국영화들이 아주 많다.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저작권이 잘 팔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과거엔 홍콩영화가 아시아 영화계의 중심에 있었다. 그 시절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지금 한국영화가 대체했다고 보는가.
=지금 한국영화가 아주 좋은 상황을 맞고 있는 건 사실이다. 홍콩뿐 아니
한류열풍 진단 [7] - 홍콩의 제작자가 본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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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으로 확산 중인 한류, 이제는 영화로
어느 ‘한류’(韓流)족의 하루- 한국산 휴대폰으로 친구의 전화를 받고 한국영화의 포스터로 도배된 버스 정류장의 광고판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한다. 창 너머로 보이는 각종 건물 위로는 요즘 잘 나가는 한국 모델들이 제각기 자신의 이미지를 선전하며 눈길을 당긴다. 친구와 만나 한국 음식점에서 ‘조선랭면’ 한 그릇씩 해치우고, 한국 물건이 많다는 쇼핑몰로 발길을 돌린다. 한국 상표 혹은 한국 상표를 가장한 옷이며, 신발이며, 장신구들이 눈을 현혹한다. 장내에 한국 가요가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잡지에서 본 최신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나왔는지 확인하러 음반점에 들어선다. 한국과 동시 출시된 한국영화 DVD 몇장을 구입하고, 친구가 열광하는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것인가, 이곳에서 캠코더판 DVD로 구입할 것인가로 망설이다가 그 한국 배우가 영화관으로 온다는 친구의 말에 귀가 솔깃해 영화관으로 향한다. 중국어로 더빙
한류열풍 진단 [6] - 중국 내 한류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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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사들의 구매 증가는 위험 신호
얼마 전 TV도쿄에선 ‘한류를 시작한 인물’이란 제목으로 이봉우 시네콰논 사장의 특집 다큐를 방영했다. 시네콰논은 최근 도쿄 유락초에 직영 극장을 추가시키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 등 주목되는 작품개봉을 앞두며 새로운 일본영화의 전진기지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쉬리> 때는 무모하다는 말도 많았다던데, 어느 정도가 ‘무모’한 건가.
=130만달러에 사서 프린트 마케팅(P&A)에 3억5천만엔 들었다. 94년 <서편제>를 나름대로 성공시켰다는 자신감이 배경이었다. <서편제> 때 집착한 건 긴자에서 상영하는 것이었다. 긴자는 흥행의 중심가이면서 좋은 영화의 상징이다. <쉬리> 때 생각한 건 한국영화가 마이너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메이저로 보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가장 큰 극장 상영을 고집했다. 당시 가장 큰 게 1200석의 시부야 판테온과 1250석의 신주
한류열풍 진단 [5] - 이봉우 시네콰논 사장 인터뷰 + ‘서촌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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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되는 한국영화 30편 넘어
그렇다면 영화는? 올해 일본에서 개봉되는 한국영화는 30편을 훌쩍 넘는다. 몇주씩 상영이 보장되는 블록부킹시스템을 감안하면 하루도 한국영화가 걸려 있지 않은 날이 없는 셈이다. 같은 날 두편 개봉도 드문 일이 아니다. <스캔들…>과 <조폭마누라>, <실미도>와 〈4인용 식탁>, <태극기 휘날리며>와 <고양이를 부탁해>가 같은 날 극장에 걸렸다. 콧대 센 도호를 제외하곤 3대 메이저인 도에이, 쇼치쿠도 움직이고 있다.
지금의 한국영화 ‘개봉 붐’ 앞에는 몇편의 영화가 있다. 2000년 <쉬리>가 대중적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면 그 전해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일본 영화계에 한국영화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도쿄국제영화제의 아시아부문 디렉터 데루오카 소조는 “한국영화를 색다른 게 아니라 ‘공통의 문화’로 수용하는 데는 <쉬리>보다 〈8월의…>
한류열풍 진단 [4] - 일본 내 한류의 오늘과 내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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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감’넘어 창조적인 도발로 나아갈 때
지난 6월26일 일본 32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틀 흥행성적 규모 1억9천만엔으로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이날의 주역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전체 스크린의 1/3인 820개관에서 개봉해 단 이틀 만에 18억7천만엔(146만9천명)을 벌어들이고, <투모로우> <트로이> <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 다른 히트작들이 즐비한 상황을 감안하면 분투한 셈이다. 지난주까지 3주간 5위에 올랐던 <실미도>는 최종수익 4억엔 정도로 예상된 반면, 5주 동안 8위권에 머물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117개에 불과한 스크린 수에도 최종 수익예상이 8억∼10억엔으로 나와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국영화는 일단 한류의 붐을 타고 일본시장의 정착 길목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직은 갈림길이다.
한국 붐, 홍콩·인도의 경우와 달라
한류열풍 진단 [3] - 일본 내 한류의 오늘과 내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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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디어 통해 범아시아적인 드라마 소비
사태의 전모는 1990년대 초 일본과 비교해보면 선명히 드러난다. 1990년대 일본 대중문화는 동아시아에서 갑작스런 붐을 일으켰다. 트렌디드라마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고 일본 가수의 공연은 열광적 반응을 얻었다. 이와부치 고이치가 쓴 <아시아를 잇는 대중문화>(또 하나의 문화 펴냄)는 당시 일본 대중문화의 성공 요인을 아시아의 근대화 과정과 관련해 연구한 중요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만에서 일본 드라마가 성공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일본 트렌디드라마의 대표작인 <도쿄 러브스토리>는 대만에서 1992년 <스타TV>로 방영한 뒤 지상파를 포함, 총 6회 이상 방영됐다. 이후 일본 트렌디드라마는 대만 방송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외국 프로그램이 됐다. 이전까지 일본인들은 자국 드라마가 아시아에서 이처럼 인기를 끌 것으로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여기서 일본 드라마의
한류열풍 진단 [2] - 지금 한류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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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 한류가 뜬다, 이런 얘기 이젠 지겹다. 최근 몇년간 한류에 관한 뉴스는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다. 그 수많은 한류에 관한 말 가운데 정작 한류가 무엇인가에 관한 진지한 질문은 좀처럼 없다. 한류는 그저 신기한 현상이나 문화상품의 부가가치 창출, 또는 한국 스타의 발견이나 연관 관광상품 개발 등으로 이해되고 있다. 오해 또는 몰이해가 팽배한 지금, <씨네21>은 한류의 현재를 바로 보자는 제안과 일본, 중국, 홍콩 등 동아시아 여러나라에서 살펴본 한류의 현실을 전달한다. 그리고 한류의 문화사적 의미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자본 구성에 관한 논의는 또 다른 측면에서 한류를 보는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편집자
아시아 대중문화의 큰 강물 속에서 흐르는 한류지난 6월23일부터 28일까지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서는 ‘한·일 우정주간 인 제주’라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관광공사와 제주도가 일본의 한국전문 케이블채널 KNTV와 공동으로
한류열풍 진단 [1] - 지금 한류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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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홍콩의 무협과 멜로를 추억하기
<대자객><철수무정!><스잔나>(위부터)
호금전, 장철 회고전에 이어 올해 부천에선 다시 쇼브러더스 특별전과 만난다. 쇼브러더스는 60년대 호금전, 장철의 무협영화로 유명하지만 뮤지컬과 멜로드라마로도 성공한 영화사였다.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영화는 모두 6편. 이중 <대자객>, <철수무정>, <자마> 등 3편은 장철의 영화로 지난해 상영하지 못한 작품이다. 왕우가 주연한 <대자객>(The Assassin/ 장철/ 홍콩/ 82분/ 1967년)은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가족에 대한 애정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 <대자객>은 1967년 영국에서 독립하자는 기치로 일어난 구룡 폭동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영화평론가 웡아린링은 후일 장철 감독이 <대자객>에 대해 “이 영화는 폭동 기간에 제작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8] - 쇼 브라더스 회고전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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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의 기적>
The Miracle of Bern l 쇤케 보르트만 l 독일 l 118분 l 2003년 l 패밀리 섹션
로카르노영화제 관객상과 바바리안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1954년 7월4일 ‘베른의 기적’으로 불렸던 베른월드컵에서의 실제 우승 과정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가족드라마이자 한 소년의 성장드라마이다. 서독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축구에 대한 소년의 열정과 전쟁 이후 귀환한 아버지와 가족들간의 갈등이 독일 축구팀의 극적인 우승 과정과 함께 펼쳐진다. 독일 축구팀이 승리하기까지의 과정은 아버지와 아들이 화해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맞물리면서 공동체의 평화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환경, 엄격한 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없는 소년의 꿈을 다룬다는 점에서 독일판 <빌리 엘리어트>라고 할 만하다.
<별볼일 없는 남자들>
Little Men l 나리만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7] - 추천 드라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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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현실 속의 또다른 판타스틱
<쇼와 가요 대전집>
Big Showa Song Collection l 시노하라 데쓰오 l 일본 l 112분 l 2003년 l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무라카미 류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 스기오카와 다섯 친구들은 밤마다 도쿄 교외의 한적한 부두에서 복고풍 의상을 입고 일본 쇼와 시대의 흘러간 노래들을 부르며 세월을 보낸다. 어느 날 길에서 중년 부인과 마주친 스기오카는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고, 무참하게 칼로 찌른 뒤 도망친다. 그러나 희생된 그녀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니라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는 친목모임이자 또 다른 쇼와 시대 추종집단인 40대 여성들의 비밀결사 ‘미도리 클럽’ 일원이다. 쇼와 시대란 1926년부터 시작된 시기로 일본이 세계대전과 급속하게 대외적 팽창을 거듭했던 시기. 당시 유행했던 노래를 즐기는 두 집단이 대립하는 양상이 흥미롭다. 느슨하게 진행되는 사건들, 그리고 돌발적인 폭력장면의 배치가 눈에 띄는 영화이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6] - 추천 드라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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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번뜩이는, 나를 찾아줘
젊은 감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무장한 짧지만 임팩트가 있는 단편영화들은 ‘판타스틱’영화제에 가장 어울리는 부문인지도 모르겠다. 전통적인 판타스틱영화라고 볼 수 있는 SF나 호러 같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올해 부천영화제의 단편들은 장르와 섹션을 불문하고 어느 구석엔가 빛나는 유머를 간직하고 있는 영화들이다.
부천 초이스(단편)
<전쟁포로><좁아!><당근파이 음악회>(위부터)
올해 미쟝센영화제에서도 소개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핑거프린트>(Fingerprint/ 조규옥/ 한국/ 21분20초/ 2004년)는 성장의 공포를 호러영화 속에서 표현해낸 수작이다. 수많은 복사물들을 만들어내는 ‘복사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일들은 견고한 비유로 배치되어 관객에게 성장의 의미를 묻는다. 후세인의 거처를 묻는 두 미군 병사와 이라크인 포로 사이에서 오가던 대화가 허무하지만 따뜻한 반전으로 끝맺는 <전쟁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5] -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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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롱택샘의 일생>
The Magical Life of Long Tack Sam l 앤 마리 플레밍 l 90분 l 2003년 l 월드판타스틱시네마
캐나다 여성감독이 마술사이자 기예가인 중국인 증조부, 롱택샘의 과거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타고난 재능으로 전세계를 돌며 공연했던 증조부의 화려했지만 잊혀진 삶이 감독에 의해 재탄생한다. 그 자체로 영화적인 롱택샘의 일생은 실사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재구성된다. 감독은 롱택샘의 일생을 진실 그대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발랄한 상상력을 동원하며 마술사 롱택샘의 극적인 삶을 독특한 방식으로 서사화하는 데 성공한다. 핏줄을 찾아가는 눈물겨운 감상 대신 담담하면서도 유쾌한 시선을 택한 그녀는 자신의 뿌리를 긍정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 방식은 매우 신선하다.
<가감보이>
Gagamboy l 에릭 찰스 마티 l 필리핀 l 109분 l 2003년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4] - 추천 판타지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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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상력, 뻔뻔하다
<페스티발 익스프레스>
Festival Express l 로버트 스미튼 l 영국 l 90분 l 2003년 l 월드판타스틱시네마
<페스티발 익스프레스>는 1970년 여름에 있었던 캐나다 횡단 록콘서트의 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970년은 60년대의 자유분방한 록 정신이 마지막으로 불길 속에서 산화하고 있었던 때. 지금은 전설로 남은 재니스 조플린, 그레이트풀 데드 등의 록 뮤지션들은 기차 속에서 잼세션을 벌이고, 비싼 티켓 가격에 항의하는 팬들을 위해 즉석 무료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매력적인 기록들에 들떠 있다가 극장 밖을 나서면 좀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자유와 평화와 사랑을 외쳤던 세대의 록 정신은 어느 순간 맨바닥에 엎어져버렸고, 화면 속에서 에너지를 분출하는 재니스 조플린은 젊은 나이에 약물로 요절했다. 33년 동안 창고에 박혀 있었던 이 다큐멘터리가 ‘월드판타스틱시네마’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금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3] - 추천 판타지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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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그 부트게라이트 특별전나의 사랑하는 시체들을 소개할께
<네그로맨틱><슈람><시체애호의 예술>(위부터)
부천영화제의 카탈로그에서 요르그 부트게라이트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만한 규모의 영화제에서 부트게라이트의 작품을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관람한다는 것은 드문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들은 시체애호증, 신체 훼손, 자해와 살인의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고 여전히 정상적인 경로로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국가들은 한정되어 있다. 그의 1987년 장편 데뷔작 <네크로맨틱>(Nekromantik/ 독일/ 75분/1987년)과 1991년에 제작된 속편 <네크로맨틱2>(Nekromantik2/ 독일/ 104분/1991년)는 ‘네크로필리아’(시체애호증)에 대한 영화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네크로파일(시체애호자)의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라는 것. 이 두편의 도발적인 작업물은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2] - 특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