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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발레교습소> 지금 이 시간에도 쓴 소주를 폼재며 삼키고 있을 수많은 열아홉 청춘들을 위한, 착한 인생찬가
<까불지마> 코믹 연기의 노대가들이 펼치는 불꽃 튀는 진검승부. 메가폰은 오 박사의 것.
<노맨스 랜드> 웃음으로 반전과 비폭력의 구호를 외친다.
<마이 제너레이션> 2004년 한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쥘 앤 짐>의 ‘더이상 칙칙할 수 없다’ 버전.
<영 아담> 비트 제네레이션 문학의 침대에서 벌이는 이완 맥그리거와 틸다 스윈튼의 파격적인 정사.
12월 8일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의 미다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손수 선보이는 뮤지컬영화의 결정판.
12월 10일
<6월의 뱀> 익명의 목소리가 미지의 관능을 깨우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 사랑은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깨달음에 다다르기 위한 한바탕 난리 블루스!
<러브 인 아
겨울영화 다이어리 : 개봉영화 완벽 가이드 [2] -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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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인가.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없는 겨울이다. 겨울이라 해서 언제나 화제의 시리즈들이 있어왔던 건 아니지만, 추위로 곱은 발걸음을 극장까지 옮겨놨던 든든한 견인차 두대가 명을 다했으니 올 겨울에는 무엇을 기다리면 좋지, 하는 바보 같은 궁금증이 일 만도 하다. 우문현답이라고? 답은 준비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답은, 매머드급 명성을 업은 해외 애니메이션 신작들이다. 픽사는 <인크레더블>을, 로버트 저메키스와 톰 행크스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드림웍스는 <샤크>를,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올 겨울 선보인다. 올리버 스톤의 <알렉산더>,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트웰브>, 마이크 니콜스의 <클로저> 등은 미개봉인 미국 내에서도 주목받는 할리우드발(發) 기대작들이며, <엘프> <서바이빙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건너
겨울영화 다이어리 : 개봉영화 완벽 가이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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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 · 체중+프로레슬링 vs 설경구
“가라! 누구든 씹어먹을 것 같으니까…”
전설의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몸을 만드는 것은, <공공의 적>에서처럼 나태한 생활과 과식을 비결로 뒤룩뒤룩 살을 찌우면 되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거대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만들기 위해 한시라도 근력운동을 쉴 수가 없었고, 보라매공원을 홀로 달리며 일면식도 없는 사자(使者)와 싸워나가야 했다. “뭐 로봇도 아니고 하루종일 운동만 하지는 않았어요. 놀고 싶으면 놀고 어떤 날은 하루종일 탁구만 치기도 했다니까. 사람들한테, 사실 이거 탁구영화야, 하면서.” (웃음) 하지만 본격적으로 레슬링 훈련에 들어가자 낙법에 누르기에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어이, 나 죽겠네”라는 말이 입에 붙어서 어느 누가 말을 걸어와도 일단 “어이… 나 죽겠네”부터 시작했다. <오아시스>에서 설경구는 “재수없을 만큼” 삐쩍 마르게 만들어버렸던 이창동 감독이 태산만한 덩치로 바뀐 설경구를 보고
설경구는 어떻게 역도산이 되었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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力道山. 한 고개라면 넘겠다. 둘이라도 넘어볼 만하다. 하지만 이 산으로 가는 길은 한두 고개를 넘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역도산. 조선이름 김신락, 17살에 현해탄을 건너와 ‘조센진’이라는 과거를 지우고 일본 최고의 프로레슬러이자 전후 일본의 영웅이 되었던 사나이. 100kg에 가까운 거대한 몸 만들기, 카메라 트릭이 허용되지 않는 프로레슬링 훈련, 영화 전체에 깔리는 일본어 대사 소화, 그리고 실존 인물이라는 부담감까지. 산 넘고, 물 건너서, 바다 건너서, 이 험난한 지옥의 라운드를 거쳐 설경구는 어떻게 역도산이 되었나. 아니 역도산은 어떻게 이 괴물 같은 배우의 몸을 통해 부활했나.
양수리 영화촬영소에 만들어진 사각의 링으로 어슬렁어슬렁 설경구가 걸어온다. 숙련된 프로레슬링 선수들도 하루에 20분 이상 안 한다는 레슬링 경기를 3분이 넘게 몇번씩 해댔던 전날의 촬영.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겨우 소주로 달래고 잠이 들었던 참이다. 하지만 카메라 롤링이 시작되자 “아~~
설경구는 어떻게 역도산이 되었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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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신인배우들 연기 방해하기… “감독님, 나중에 두고봐요”
거의 대부분이 신인인 우리 배우들은, 자신이 보았던 다른 배우의 표정을 종종 흉내내곤 한다. 마음속에서는 캐릭터의 감정에 의해 연기를 하지만 머리에서 한번 걸러지면서 기억 속에 가장 좋았던 어떤 배우를 따라하는 것이다. 나는 때때로 잔뜩 감정에 몰입해 있는 배우들의 상태를 파괴하기 위해 애쓰곤 한다. 열심히 준비한 어떤 것들을 한순간 농담처럼 지워버리게 하고, 어리둥절한 채 다시 캐릭터에 집중하게 한다. 그런 이유로, 현장에서 배우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한 채 대사를 준비하는 준기에게 다가가 수다를 떨고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한다. 민정이는 좀 다르다. 테크닉에 익숙하고 표현력이 좋은 민정이의 경우엔 의외의 모습을 자꾸 요구하게 된다. 방법은 마찬가지다. 무척이나 상식적이고 모범생인 민정이는 무척 성숙(?)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 현장에서 민정이의 별명은
80년대 청춘과 21세기 청춘의 만남, <발레교습소> 제작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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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윤계상 캐스팅…“자존심을 걸겠습니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주인공부터 신인이 될 확률이 많다고 생각했다. 열아홉살을 연기할 남자배우를 생각해보면, 감독이 무조건 믿고 동지처럼 기댈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몇몇 배우들은 이미 열아홉의 연기를 보여주었거나 혹은 관객이 열아홉이라고 믿어주지 않을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몇년 전, 가수 윤계상의 사진을 몇장 나에게 보여주며 “한국영화에서 필요로 할 만한 얼굴이다. 뭔가 잘 풀리지 않는 소년과 긴장한 청년의 얼굴이 함께 있는, 이런 얼굴이 참 좋다”고 말하던 신혜은의 지적처럼 계상이의 얼굴에선 청년과 소년의 이미지가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오늘 그를 만났다.
처음 만난 계상이는 검은 머리에 짧은 커트를 하고 온몸을 긴장한 채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나한테 좋게 보이고 싶어 머리도 검게 염색했다고 한다. 이제 와서 말이
80년대 청춘과 21세기 청춘의 만남, <발레교습소> 제작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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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는 스무살 문턱을 힘겹게 넘는 젊은이들을 향한 응원이다. “내가 어른이 된 날이라고 동그라미 칠 수 있는 하루가 있다면, 그 특별한 하루에 관한 영화”라고 <발레교습소>를 소개했던 변 감독은 영화에서 “하기 싫은 것은 많으나 하고 싶은 것은 없는”, 그러다 세상에 린치당하고서야 삶의 길이 만만한 여정이 아님을 깨닫는 젊은이들의 긴 하루를 뒤쫓는다. 12월3일 영화 개봉에 앞서 청춘예찬으로 가득한 변 감독의 제작일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1984년 겨울, 고3 수험생이었던 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조개탄이 잔뜩 들어 있던 난로는 아직도 엄청 뜨거웠고, 학력고사(지금의 수능) 마지막 시험시간은 이제 10분을 남겨놓고 있었다. 괜히 눈물이 나왔다. 초등학교로부터 12년. 그 긴 시간들을 고작 몇장의 답안지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는 것도 불쾌했고, 환기가 안 돼 매캐한 교실의 공기도 참을 수 없었다. 수험장을 제일 먼저 빠져나온데
80년대 청춘과 21세기 청춘의 만남, <발레교습소> 제작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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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엔 아이디어가 너무 없다”
그녀는 목이 쉬어 있었다. 속삭여도 되겠냐고 부탁했다. 하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갔다. 1980년대 중국에서 넘어온 이후, 1990년대 도저히 할리우드의 사고로는 만들 수 없었다던 중국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 <조이럭 클럽>으로 이름을 알렸던 재닛 양. 질문 하나에도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화답하는 그녀에게서 저널을 상대하는 능변의 기술을 갖춘 프로듀서의 일면을 엿본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열정의 기원’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2002년, <하이 크라임> 이후 아직까지 프로듀싱한 작품이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스튜디오가 제작편수는 줄이고, 편당 제작비는 늘려서, 쉽게 흥행을 예상할 수 있는 공식을 따르는 영화들 위주로 가다보니 인디영화들은 반대로 예산이 점점 더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80년대 중국에서 할리우드로 온 이후, 처음으로 여
아메리칸필름마켓(AFM) 탐방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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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공포영화들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예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주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그러지>는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뒀고, 이 영화의 프로듀싱에 참여한 신타로 시모사와는 얼굴 한번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라디오 프로듀서도 겸하고 있다는 그는 저녁시간에만 만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출생했고, <슬래커즈>의 보조 프로듀서로서 이 일을 시작한 신타로 시모사와는, 집에 가는 길이니 태워다주겠노라고 할 만큼 친절했으며, 인터뷰 도중 샘 레이미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을 만큼 열렬한 그의 추종자이고, <주온2>의 프로듀싱 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라고 알고 있다. 이 정도 흥행을 예상했나.
=<인크레더블>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주(미국 시간 11월4일)에도 1700만달러 정도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첫주 4천만달러, 둘쨋주 2240만달러, 그리고 이번 주중에는
아메리칸필름마켓(AFM) 탐방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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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의 할리우드 진출 상황은? <샘의 호수> 공동투자 제작
11월4일 AFM 시작 이틀째 되던 날, LA 베벌리힐스에 자리한 매버릭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찾았다. 거기에서 <샘의 호수> 프로듀서 중 에릭 톰슨, 송유진(캐시 유), 줄리안 창 졸킨을 만났다. <샘의 호수>는 한국 제작사가 할리우드의 독립영화사와 공동투자 제작하는 영화이다. 외국영화의 수입 및 국내영화의 해외 배급, 판권 세일즈를 주로 하던 미로비젼이 할리우드 소규모 영화사 닉낵과 함께 각각 40%씩 80%의 자본을 출자 제작하고, 한편으론 미로비젼의 국제부 이사인 송유진씨가 현지 LA에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영화사 40 CALIBER와 할리우드 독립프로덕션 회사 매버릭엔터테인먼트가 현지 업무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여기 와서 미로비젼 업무도 보고, 또 40 CALIBER 회사 창업도 하면서 해외쪽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됐다. 올 2월에 열렸던 AFM에서 <큐브>
아메리칸필름마켓(AFM) 탐방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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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로 개최일정 바꾸며 역대 최대규모로 열린 아메리칸필름마켓을 가다
11월3일에서 10일까지 LA 샌타모니카에서는 세계 3대 마켓 중 하나인 아메리칸필름마켓(AFM)이 열렸다. 전세계의 영화업자들이 밀려드는 이곳에서 작은 할리우드의 모습과 집약된 세계 영화 경제의 정글을 마주하게 된다. 현지에서 본 ‘한국영화의 실적’과 ‘한국 제작사의 할리우드 진출 사례’와 ‘아시아, 또는 한국영화 리메이크 붐에 대한 반응’을 전하는 동시에 그곳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 프로듀서 2색 인터뷰를 덧붙인다.
프롤로그
25번째를 맞아 11월3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올 2월 열렸던 24회를 포함하여) AFM은 세계 3대 영화마켓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2월 말에 열렸으며, 전세계 70개국 이상에서 7천명이 넘는 영화 비즈니스맨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매년 5월 말에 칸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칸 마켓, 11월에 열리던 밀라노견본시(이하 MIFED)가 나머지 두 행사다. 그러나 AFM은 올 2월에 개최했던
아메리칸필름마켓(AFM) 탐방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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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조지 부시와 무관하다!”
오랜 영화작업과 막바지 홍보에 지친 듯, 올리버 스톤 감독은 무척이나 느긋한 분위기로 질문에 임했다. 그러나, 영화의 서구 중심적인 역사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민감하고 장황하게 반응해, 현재의 국제정세와의 예상치 않은 연관성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비교적 비판적이라고 알려진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입장이 과연 그러한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영화에 단 두번 등장하는 남녀 사이의 러브신이 모두 폭력적이다.
=알렉산더와 록산느의 경우, 그들의 관계가 그처럼 강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립스와 올림피아스의 경우는 알렉산더와 부모와의 갈등을 상징적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 장면이 필요했다. 필립왕이 올림피아스 왕비를 죽이려고 했다는 직접적인 역사적 증거는 없지만 충분히 추론할 수는 있다. 필립왕이나 올림피아스 왕비나 역사적 자료로 볼 때, 알렉산더에게는 둘 다 너무 강하고 폭력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 당시 남자들은 훨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 미리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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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판 알렉산더 세계정복사
어린 시절 웬만한 집에 한질씩 있었던 <세계위인전집>의 ‘주인공’들을 새삼스레 기억한다. 위대한 인물들은 대개 과학자이거나 이른바 전쟁 영웅들이었다(가끔씩 음악가들도 있었다). ‘세계’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9할이 서구의 백인 남자 영웅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서구의 역사는, 우리가 세계사라고 배우게 마련인, 영웅들의 끝없는 전진으로 이야기되어왔다. 25살의 나이에 그 당시 유럽인들에게 알려진 세계의 90%를 정복했다는 알렉산더야말로 그중 으뜸이다. 역사의 스펙터클과 영웅의 드라마만큼 할리우드가 사랑한 주제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40년간 알렉산더가 영화화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2004년 이 시점에 알렉산더가 스크린에 되살아온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의 인터미디어, 프랑스의 파테 등 다국적 영화사가 참여해 3년에 걸쳐 제작한 <알렉산더>의 LA 언론 시사회를 다녀왔다. <플래툰> <JF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 미리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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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신의 예전 영화들도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영화들에서 더욱더 형식을 변주하는 데 깊은 관심을 드러내는 것 같다. 어떤 평론가는 이런 변화에 대해 드 팔마는 여전히 베끼기만 하고 오리지널한 것은 없다고 불평하지만 반대편에선 당신의 영화가 형식에 집착하면서 또 다른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특히 <스네이크 아이즈> <미션 투 마스> <팜므파탈> 등 최근 영화들이 상당수 미국 평론가들로부터 외면받고 프랑스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특이한 일이다. 이런 상반된 평가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느끼나.
=그러한 반응들을 보면서 늘 당혹해 하곤 한다.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나만의 색깔을 가지려 한다. 영화의 사실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비평가들은 내 영화들을 보면서 그 흐름을 따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영화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 중에는 대부분 극장에 들어서기 전 자신이 무엇을 보게 될지 어느 정도 결정을 하고 보는
브라이언 드 팔마와 <팜므 파탈> [4] - 드 팔마 감독 인터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