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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미래는 어디 있는가?
40여편의 한국 독립영화가 일본 관객을 만났다. 3월5일에서 11일까지 도쿄 이미지포럼에서 ‘한국 독립영화 2005 뉴시네마 리로디드’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영화제를 통해서였다. 길이와 장르를 불문한 이들 상영작들은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들. 그간 드라마와 상업영화를 통해 이루어졌던 한·일 문화교류의 깊이를 더해준 이번 행사는, 새로운 한국영화를 만나고 싶어하는 일본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편 12명의 감독들이 자신의 최근작을 낯선 관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독립영화를, 주류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 자신이 옳다고 믿는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오랜 기간 최선을 다해온 주인공들이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독립영화판(?)에서 확고한 작업세계를 구축하여 안정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여섯명의 감독들을 만났다. 황철민, 이송희일, 채기
일본에서 만난 한국 독립영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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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에이리언>의 한강수 타령쯤 되려나”
-웨타와는 일이 잘 진행됐다고 들었다.
=그렇다. 사실, 이 영화에 관해 고민할 때 한국영화의 예산 수준에서 이런 완성도 있는 3D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컸는데 일단 한고비를 넘긴 셈이다. 경험이 풍부한 그들로부터 내 스스로 자신이 없었던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듣고 나니 한시름 놓인다.
-그쪽에선 어떻게 받아들이던가.
=처음에 접촉할 때는 한국에서 SF 스타일의 영화를 만든다니까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이번에 만났을 때, 웨타의 창립자이자 수장인 리처드 테일러는 우리가 시각효과 예산을 안 밝히니까 초조해하더라, 아주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를까봐. 멀리서 왔는데 거절하기도 힘든 것 아니겠나. 어쨌건 우리가 300만달러 수준이라고 하니까, “영화 전체 예산이?”라고 황급히 묻더라. 그래서 다시 “아니, 시각효과 예산만”이라고 했더니 너무 기뻐하면서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더라. 그때
봉준호 감독의 <괴물> 프리프로덕션 [4] -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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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프리프로덕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영화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참조한다는 점이다. <살인의 추억> 당시에도 신디 셔먼 등의 사진이 작업실 곳곳에 붙어 있던 것처럼 이번에도 여러 종류의 사진이 그의 책상 주변 벽을 메우고 있다. 이런 이미지들이 영화 속에 똑같은 구도와 앵글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준 영감이 영화 속으로 투영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그가 생각하는 이미지 컨셉은 “분쟁과 재앙, 상처받은 아이들과 고전 장르 이런 게 한데 뒤섞이는 것”이다.
①~③은 사진작가 찰리 화이트 사진집 <Charlie White: Photographs>에 담긴 작품들로, 봉 감독이 웨타에서 받아온 것. 봉 감독이 일상적인 시공간 속에 낯선 괴물이 출현한다는 기본적인 구상을 설명했더니 리처드 테일러가 대뜸 이 책을 줬다. LA의 과장됐다 싶을 정도로 일상적인 풍경 속에 괴생명체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④~
봉준호 감독의 <괴물> 프리프로덕션 [3] - 괴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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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부터 괴물 디자인 시작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등 각종 SF영화의 DVD 서플먼트와 서적을 통해 비주얼디자인이 선결돼야 함을 알게 된 봉 감독은 2003년 12월 시나리오 작업을 본격화함과 동시에 hellnaut(그는 현재 한 게임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탓에 이름을 밝힐 수 없다)를 현실 속 동물과 상상력을 결합해 괴물의 외양을 창조하는 ‘크리처 디자이너’로 기용해 괴물 디자인에 돌입했다. 이후 또 다른 게임업체의 디자이너가 합류해 각기 다른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 성과물은 2004년 1월 웨타와의 첫 접촉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때는 시나리오가 준비되지 않았고, 웨타 또한 <킹콩>의 제작 일정이 명확하지 않아 생산적인 대화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뒤인 올해 1월 봉 감독팀은 시나리오 초고와 수백장의 디자인, 동영상 콘티인 애니매틱스 등을 들고 다시 웨타를 찾았다. 꼼꼼한 준비 덕분에 이야기는 예상
봉준호 감독의 <괴물> 프리프로덕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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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까지는 1년하고도 5, 6개월이 남았고, 아직 촬영에도 들어가지 않은 태아 상태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관심을 잡아끄는 프로젝트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가제)이 그것. 지난해 부산영화제 PPP에서 소개돼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 영화가 다시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특수효과를 담당해 시각효과 분야에서 세계적 맹주로 부상한 뉴질랜드의 웨타 디지털과 함께 작업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물론, <괴물>을 주목하는 이유가 봉준호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과 웨타의 기술력이 결합돼 한국 영화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플란다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을 통해 장르영화를 자신의 방식대로 경쾌하게 변주한 봉준호 감독의 호러 또는 괴수 장르영화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이나 특이한 방식으로 정치·사회적 어젠다(agenda)를 제시한다는 차원에서도 이 영화는 주목할 가
봉준호 감독의 <괴물> 프리프로덕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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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두일/ 이두일
두일은 마흔살의 낙오자다. <두근두근 체인지>의 주인공 모두의 남성판이다. 요즘엔 “곰 푸우의 환생”이라며 팬들의 귀여움을 받지만, 사실 냉정한 기준으로 보면 외모나 경제력이나 사람들이 꺼리는 조건들만 갖췄다. 두일은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른 인물처럼 나서서 웃음을 주는 게 아니라 남들의 코미디를 받쳐주는 그는 극중 배역도 희생적이다. 시청자들에게 부각되기는 힘드나 사랑받아야만 하는 극의 심장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사랑스런 파자마를 주로 입는다. 이두일 형은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극중 인물과 가장 닮지 않은 배우다. 보고 있으면 대학 시절 열혈 운동권 복학생 선배가 생각난다. 실제로 옳고 그름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과묵한 중에 힘이 느껴진다. 어디선가 상처받은 소년 같다. <앞집 여자>에서도 동네 아줌마와 수다 떠는 남자 역을 했지만 무서울 만큼 강인하고 따뜻한 분이다. 원
<안녕, 프란체스카> [3] - 캐릭터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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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시트콤? 불법체류 콩가루 극빈 가족 시트콤!
전 국민의 문제인 외모 지상주의를 다룬 <두근두근 체인지>(이하 <두두체>)가 10대들의 시트콤으로 수용된 것이 못내 아쉬웠던 노도철 PD는 그때부터 가족 이야기를 구상했다. “나와 신정구 작가도 가족을 떠나 혼자 오래 살아왔다. 오늘날의 가족은 한달에 1시간도 마주앉아 대화하기 힘들다. 눈뜨면 같이 밥 먹고 얘기하고 다투는 장면 자체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신정구 작가도 말한다. “우리 세대나 더 어린 세대는 가족을 불편해한다. 가족들이 가족임을 느끼려면 친구를 사귀듯 노력이 필요하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당연히 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할 뿐 한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가 인간적으로 흔들리고 약한 모습을 보일 때 오히려 미움의 핑계로 삼기도 한다.” 5번째 에피소드 ‘묘하게 미끌거리고 낯선 명절’의 도입부를 보자. 짐짓 늦게 들어간다고 전화를 걸고 깜짝 귀가로 가족을 기쁘게 하는 정
<안녕, 프란체스카> [2] - 어처구니없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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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가 신명나게 작두를 타며 월요일 밤을 귀곡성 같은 웃음소리로 물들이고 있다. 물론 4회 10.9%, 5회 9.4%로 집계된 시청률(전국 닐슨 미디어 리서치 집계)은 인기 드라마들에 견줄 바가 못 되고 동시간대에 포진한 <야심만만> <폭소클럽>의 벽은 강고하다. 그러나 이 우격다짐 뱀파이어 가족에게 일단 ‘물린’ 시청자들은 서슴없이 ‘피의 아들딸’을 자칭하며 방영 5회 만에 온라인 게시판에 6천여건의 글을 올리는 열정을 발휘하고 있다. 어둠의 경로로 불리는 불법 파일 받기 사이트에서도 <안녕, 프란체스카>의 인기는 만만찮다. 사태의 주범은 지난해 <두근두근 체인지>로 시트콤계에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는 평가를 받은 노도철 PD와 신정구 작가(본지 464호 참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최고의 코미디로 꼽는 PD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는 작가가 창조한 극악무도한
<안녕, 프란체스카> [1] - 노도철 P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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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는 예뻤다… 그것뿐이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
그애 이름은 은희였다. (가명입니다) 본드 불다 한번, 말 안 듣는 학교후배 손 좀 봐준다고 두들겨팼다 두번. 부모가 이렇게 가다가는 소년원이 제격일 것 같다며, 억지로 입원을 시킨 곳이 정신과. 그런데 내가 그녀를 지금도 기억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다. 은희는 예뻤다. 처음엔 너무 소리를 질러서 독방에 있기도 했지만 곧 병실 한가운데 있는 탁구대에 나와 웃음을 흘릴 때면 탁구를 치던 남자 환자들이 그만 헛손사래를 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본인은 자기가 예쁘다는 걸 잘 모르는 듯이 행동했다는 것이다. 얼굴과는 정반대로 팔자걸음을 걷는가 하면, 면담 도중 어쩌다 ‘은희씨… 참 예뻐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펄쩍펄쩍 뛰며 ‘어휴 어휴 내가 뭐가 예뻐요. 내 눈에는 선생님이 더 예쁘다’라며 선머슴 같은 웃음을 씩 지었다. 하지만 커튼은커녕 작은 콤팩트에 있는 거울조차 다 회수한 병동에서도 (환자들이
<여자, 정혜> 3인3색 감상 [3] -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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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는 비밀을 지닌 여자들의 집합체
신경숙/ 소설가·<J이야기> <바이올렛>
무슨 맥락에서였을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느낀 첫 소감은 내 소설 <바이올렛>을 읽어준 독자들이 참 힘들었겠구나, 고맙구나, 뒤늦은 감사였다. 감독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우체국 여자 정혜 위에 나는 내 소설 <바이올렛>의 꽃집 여자 오산이를 떠올렸다. 정혜는 스물아홉 산이는 스물 셋이었으니 정혜가 언니일까? 아니 <바이올렛>이 쓰여진 때가 4년 전이니 산이도 이제 스물일곱이거나 여덟이 되었겠다. <바이올렛>을 쓸 때 내 마음과 견주어 짐작해본건대 <여자, 정혜>를 만드는 동안 감독은 아마 모든 여자들의 움직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앉아 있는 여자, 졸고 있는 여자, 거울을 보는 여자, 눈썹을 떼어내는 여자, 서 있는 여자, 음식을 먹는 여자, 응시하는 여자, 뒤돌아보는 여자, 귀기울이는 여
<여자, 정혜> 3인3색 감상 [2] -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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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정혜>가 남자 감독의 손에서 나왔다는 점은 아무래도 특별하다. 정혜의 아주 조그만 몸짓 하나, 눈빛 하나, 표정 하나가 쌓이고 쌓여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그의 삶이 놀라운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숨결은 아프고, 슬프며, 저리다. 우리는 정혜의 처연한 보호본능이 실제로 어떤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정혜라는 캐릭터가 남다르지 않을 듯 보이는 소설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전경린, 신경숙 두 작가가 흔쾌히 글을 보내주었고, 임상심리를 겸하는 영화평론가 심영섭이 영화 밖의 ‘전공’을 살려 정혜를 바라봐주었다.
“우리의 일상이란, 꼭 다문 조개 같은 것”
전경린/ 소설가·<황진이>
영화를 보는 내내 바람에 먼 곳의 문이 흔들리는 듯 희미한 경첩 소리가 들려왔다. 삐걱삐걱…. 이 세상 어디선가 오래 닫혀 있던 문 하나가 열리려고 저리 앓는 것일까…. <여자, 정혜>는 특별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여자, 정혜> 3인3색 감상 [1] - 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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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엔터테인먼트 배급예정작
3월 <마파도>/ 추창민
4월 <달콤한 인생>/ 김지운
4월 <미트 페어런츠2>/ 제이 로치
6월 <링2>/ 나카타 히데오
6월 <연애의 목적>/ 한재림
7월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7월 <연애는, 미친 짓이다>/ 오석근
7월 <마다가스카>/ 에릭 다넬
8월 <가발>/ 원신연
하반기(미정) <안토니 지머>/ 제롬 살레
하반기(미정) <매치포인트>/ 우디 앨런
하반기(미정) <카미카제 걸스>/ 나카시마 데쓰야
미정 <세인트 앙쥬>/ 파스칼 로기에
미정 <레드아이>/ 웨스 크레이븐
미정 <저스트 라이크 헤븐>/ 마크 S. 워터스
미정 <마녀 김추자>/ 이현승
미정 <너는 내 운명>/ 박진표
미정 <태풍>/ 곽경택
미정 <월레스 & 그로밋>/ 닉 파크
2005 한국영화 투자·배급 지형도 [3] -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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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의 미드필더, 중견 투자·배급사의 행보는?
수직계열화의 깃발 아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메이저, 자본으로 정글을 이룬 메이저의 반대편에는 충무로에서 발로 뛰며 오랫동안 쌓은 인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중견 투자·배급사들이 있다. 그곳의 대표와 헤드급 책임자들은 하루종일 본업인 영화 투자와 제작에 대한 고민보다는 10시간 중 8시간을 투자자들을 설득하느라 정신이 없다. 초조하게 당일 개별 프로젝트의 제작비를 보내고, 로열티를 외국으로 송금하는 긴장된 일상이 계속된다. 한국 영화산업의 미드필더, 중견 투자·배급사들(이하 마이너)은 2005년 한국영화 투자·배급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대다수는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CJ의 움직임을 근거로 CJ 중심의 양강 체제가 정착될 것으로 본다. 다만, 이 추세가 계속되면 중견 투자·배급사의 입지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자연히 마이너도 생존전략을 모색할 것이고, 그것이 투자·배
2005 한국영화 투자·배급 지형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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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으로 치면 2005년은 한국영화 투자배급의 반환점이다. 결승점을 향해 숨막히는 레이스를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페이스를 조절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휴식을 취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한국영화는 서 있다. 중견 투자배급사 쇼이스트 김동주 대표의 “2005년이야말로 쇼이스트가 도약할지 물러날지 확연히 결정될 시기”라는 출사표는 충무로 전체로 소급해도 큰 무리없는 전망이다. 2000년을 기점으로 벤처캐피털 및 코스닥 시장의 활황과 <쉬리>를 필두로 한 한국영화 흥행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펀드들이 대거 만료되는 2005년은 새로운 자본의 안정적인 수급이 관건이 될 한 해일 것이다. 2000년 12월부터 2001년 말까지 1년 동안 조성된 펀드 규모는 1978억원에 달한다. 영화산업에서 역사와 구조는 반복되기 쉽다. 특히 그 무대가 충무로라면. 새로운 자본의 조달 양상과 경로에 따라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인과론은 충무로 자본, 비디오 판권으로 시작한 대기업의 충무로 러시,
2005 한국영화 투자·배급 지형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