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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통재라! 이번 여름도 결국 방콕으로 피서하였구나. 더위에 쫓겨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행렬을 보며 집 나서면 고생이다, 라고 마음을 다지고 또 다졌건만. 전리품처럼 새카맣게 태운 검은 피부를 자랑하며 활보하는 이들을 보니 뒤늦게 후회막심이라. 도시에서 더위와 씨름한 이들이라면, 한번쯤 이런 마음 먹지 않았을까. 여기, 올해로 7회를 맞은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첫 행사를 치른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관한 짧은 휴양기를 내놓는다. 지칠 대로 지친 심신, 달랠 기회 놓치신 분들, 자포자기 마시고 일찌감치 내년 여름을 예약하라. 벌써부터 정동진의 해돋이를 보며, 제천 청풍호의 공기를 마시며, 영화를 즐기는 자신이 떠오르지 않나. 그 옆에 누군가 동행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별이 뜨면, 영화도 뜬다네
야외상영의 즐거움 빛나는 정동진독립영화제
삼루타를 쳐놓고 미안해하는 공격팀, 저 멀리 사라진 공이 돌아오려면 아직도 멀었건만 “자자, 삼루로 정리합시다!”라며 진루 여부를 협상하는 수
여름 영화제를 가다 [1] - 정동진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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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토) 05:00 p.m.
<폐허속의 수업> Lesson from Bam/ 알리레자 가니/ 23분/ 오스트리아, 이란, 호주/ 2004년/ 방송 오후 5시
“2003년 12월26일 금요일 아침 5시17분 이란 남동부에 위치한 비옥한 사막도시 밤 지역에 진도 6.8의 강진이 12초간 엄습해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 이 말이 끝나면, 누군가 외친다. “신이시여 우리 애들이 무슨 죄가 있나요?”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다. 배워야 한다. <폐허속의 수업>은 그 지진의 땅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교실풍경을 담는다.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있는 배움터가 이 영화의 전부인 셈이다. 스무명 남짓한 학생들은 지진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글로 써서 발표한다. 그러나 유독 어린 소녀 하나만 읽으려 하지 않는다. 신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그것을 수업이 끝나서야 선생님에게만 조용히 들려준다. 감독 알리레자 가니는 다큐멘터리 양식을 극영화에 차용한 이란영화의 전통을 다시 돌려 세운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5 [3] - 9월3일~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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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시각은 TV방영시각이며, 상영시각은 EBS 스페이스에서 상영하는 시각을 말합니다.
8/29(월) 10:00 a.m.
<형제> Compadre/ 미카엘 비스트룀/ 86분/ 스웨덴/ 2004년/ 방송 오전 10시(상영 밤 9시30분)
30년 전 페루를 여행하던 감독은 동년배의 인디오 청년 다니엘을 만나고, 서로를 ‘형제’라 부르는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다니엘은 나이가 들고 손자가 생겼지만, 평생 가난을 극복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불만과 피로가 쌓였다. 아무리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 자식들에게 대물림된 가난을 비추는 카메라 앞에서 그는 분노를 터뜨리며 촬영 거부를 선언한다. 다니엘의 가족, 그리고 그와의 특별한 우정을 기록하던 감독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불평등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우리가 함께 갈 수 있을까.” 형제에 대한 책임감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감독의 시선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8/29(월) 11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5 [2] - 8월29일~9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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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다큐멘터리의 최전선, TV로 오다
바야흐로 다큐멘터리 전성시대다. 마이클 무어가 부시를 정면으로 공격한 다큐멘터리 <화씨 9/11>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따낸 것을 신호탄으로, 전세계적으로 극영화보다 재밌고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들이 개봉되고 관객몰이에도 성공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이즈음의 다큐멘터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B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을 열어 최근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경향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8월29일부터 9월4일까지 EBS는 유아와 어린이 정규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시간대를 할애해 ‘다큐 주간’을 꾸린다. 30여개국 94편, 하루 15시간씩 총 111시간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이다. 일부 작품은 도곡동 EBS에 위치한 전용관 SPACE의 스크린에서 필름과 디지털의 질감 그대로 감상할 수도 있다.
올해 다큐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생명과 평화의 아시아’라는 주제로 묶일 수 있다.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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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영화의 주제는 뚜렷해야 한다
-초기작들에 비해 <고령가…>부터 <하나 그리고 둘>에 이르기까지 뒤로 갈수록 캐릭터나 내러티브가 훨씬 친절하고 선명해진다.
=결국 또다시 주제와의 연관이다. 어떤 작품을 구상할 때 소재와 여건의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런 것이 내가 찍고자 하는 것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그때그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직구를 잘 던지는 투수가 늘 직구만 던질 수는 없지 않은가. 변화구도 던져야지. 초기작들이 모던한 스타일이라고 해서 계속 그렇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 현대영화는 이야기 중심의 서사와 더욱 친해져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크고 작은 불가해한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현실처럼 영화도 추상화에 좀더 힘을 기울여야 하나.
=추상적인 방식을 쓴다고 해도 모든 걸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프랑스에서 몬드리안 전시회를 간 적이 있는데 출구에 이런 말이 있었다. ‘추상의 의미는 모든 사물들을 사실적으로 더욱 뚜렷하
에드워드 양을 만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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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심은 주제에 있다. 주제에 따라 스타일이 나온다”
8월24일부터 9월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대만 뉴웨이브 필름 페스티벌’이 열린다.
허우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차이밍량 등 세 감독의 주요작 19편을 상영한다. 아무래도 눈이 번쩍 뜨이는 건 에드워드 양이다. <청매죽마> <공포분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독립시대> <하나 그리고 둘> 등 20년이 넘는 영화이력에서 7편에 불과한 그의 장편 중 5편을 상영한다. 에드워드 양의 작품세계를 한곳에서 편안히 앉아 차분히 볼 수 있는 건 희귀한 기회다. 무엇보다 그는 대만 뉴웨이브의 씨를 뿌린 장본인이다. 시애틀에서 컴퓨터 회사를 다니며 월급쟁이로 지내다 베르너 헤어초크의 <아귀레, 신의 분노>를 보고 다른 사람으로 변신을 시작한 때가 30살. 한때 USC에서 영화를 공부하기도 했으나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와 캐릭터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너무
에드워드 양을 만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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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영화는 67년 몬트리올 엑스포를 계기로 선보인 뒤, 70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완성된 형태를 내놓았다. 65mm 네거필름으로 촬영하여 70mm 필름에 프린트한 뒤 대형 스크린에 영사하는 이 방식은 개발 초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인간의 시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거대한 화면 및 좌석배치 등으로 이미지의 압도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고, 그래서 자연다큐멘터리와 과학영화가 주상영작이었다. 국내에서는 63빌딩의 아이맥스 영화관이 최초로 건립되어 85년 7월 <창공을 날아라>(To Fly)를 개봉한 이후 지금까지 수십편의 영화들을 상영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맥스영화는 영화문화라기보다는 놀이문화에 가까운 것이었다. 놀이동산에 놀러가야만 탈 수 있는 거대한 기구 같은 것이었다. 일반 상업영화처럼 지속적으로 극장을 찾아볼 수 있는 영화들이 아니었다. 관객 역시 주로 아이들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국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맥스영화들은 자연스럽게 하향세를
DMB vs 아이맥스 [3] - 아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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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TV”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DMB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을 간단하게 정의한다. 지금껏 내 손안엔 휴대폰이 있었는데, 이젠 TV도 있다. 물론 좀 비싼 DMB단말기나 DMB폰을 가지고 있을 때의 상황이다. 내 손안에 있는 건 TV뿐만 아니다. 내 손안엔 게임기도, 인터넷도, 카메라도, 사전도 있다. PMP(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나 PSP(휴대용 게임기)까지 장만했다면, 내 손은 참 무겁다. 덧붙여 MP3 플레이어도 걸고 있다면, 나는/그대는 ‘움직이는’ 극장이자 오디오이자, 게임센터다. DMB는 궁극적으로 ‘개인용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진화하는 모바일의 현주소이다. 날이 새기가 무섭게 등장하고, 진화하는 이 모바일의 세계에서 ‘영화 보기’는 더이상 스크린 앞에(극장이든, TV든, 컴퓨터든지 간에) 앉아 있는 두어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영화, ‘모바일영화’라는 말이 등장한 지 3년째. 2002년, SK텔레콤이 3세대 모바일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
DMB vs 아이맥스 [2] - D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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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문화의 변화를 종용한다. 기술의 덕으로 탄생하여 생존하는 영화의 경우 그 변화는 천명이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는 지금 여기, 극과 극의 ‘영화보기 문화’가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비유컨대 최소의 소형 스크린과 최대의 대형 스크린이 동시에 미래 영화의 일상적 풍경으로 떠오르고 있다. DMB와 아이맥스 시스템이 그것을 공존하도록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이라는 신기술을 따라 영화는 이제 휴대하여 이동해가면서 볼 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 TU미디어 콘텐츠팀의 이종민 과장은 “한달에 홈CGV가 제공하는 70∼80편 정도의 영화를 위성 DMB로 상영하고 있다”면서, “대형 스크린에 어울리도록 만들어진 영화의 매체 속성 때문에 처음에는 고민했는데, 인지도가 높은 영화는 콘텐츠 상영시간에 상관없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동하는 곳곳에서 우리는 DMB를
DMB vs 아이맥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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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강 감독의 <천년여우, 여우비>나 충무로 메이저 제작사의 지원을 받는 <럭키 서울>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외한다면 여기에 언급한 많은 작품들이 투자자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 영진위와 콘텐츠 진흥원의 ‘작은’ 지원을 받고 제작한 파일럿을 오래전에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던 기대작들.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천년여우, 여우비> 선우엔터테인먼트, 옐로우 필름
<마리 이야기>의 수채화 같은 감수성으로 돌아오는 이성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열살짜리 구미호가 한 소년을 사랑하면서 겪는 모험과 갈등을 다루는 작품. 2002년부터 기획이 시작되었고, 올 7월에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돌입했다. “<마리 이야기>처럼 정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지만 매우 액티브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이라는 것이 이성강 감독의 이야기. 총제작비는 30여억원
2005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기상도 [4] - 기대작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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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10대들은 모를 수 있어도 7년 전에 10대였던 지금의 20대들은 안다.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이 만화 격주간지 <윙크>에 연재되는 동안 단행본 100만부를 팔아치우면서 누렸던 인기를 말이다. 황보래용, 류미끼, 장달봉, 국철 등 이름은 괴짜 같은 반면 얼굴은 멀쩡함을 넘어서서 아름다운 네명의 천재 음악소년들의 이야기인 <오디션>은 (지금은 그 시장이 거의 죽었지만) 당시 번성하던 만화잡지들의 주수요층인 10대들의 감성을 정확히 잡아내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만화다. 믿을 수 없는 재능을 가졌지만 세상과는 편히 어울릴 수 없었던 미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행복해지는 이야기. 방송국과 음반사를 거느리던 송송그룹의 회장은 오래전 우연히 마주쳤던 어린 그들과의 기억을 일기장에 기록해두고, 죽으면서 “이들을 꼭 찾아 오디션에 우승시켜라, 그러면 유산을 상속해주마”라고 외동딸 송명자에게 유서를 남겼다. 국철 무리와 비슷한 또래인 송명자는 아버지가 쌓아둔
2005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기상도 [3] -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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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질주하며 양‘아치와 씨팍’새가 온다. 도발적인 장편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튜브엔터테인먼트)이 오랜 산고 끝에 개봉점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씨네21>의 한국영화 제작진행표에서 개봉시기를 1년 또 1년 연장해가며 기거해왔던 장편애니메이션이 프로덕션 작업을 대부분 끝내며 마지막 광내기에 접어든 것이다. 기획이 시작된 지 7년. 인터넷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선보여 열혈 마니아층을 낳은 지 딱 5년 만의 일이다. 장편애니메이션으로서는 그리 오랜 제작기간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7년이라는 세월은 탯줄을 부여잡은 아이 하나가 인터넷 앞에서 마우스를 쥐기까지의 시간이다.
드디어 제작진행표의 저주에서 벗어나게 된 <아치와 씨팍>은 국적불명 혹은 국적불문의 ‘퐝’당한 애니메이션이다. OO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미래의 어느 미성년자 거주곤란 도시. 인간이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한 이 에너지원을 증가시키기 위해 정부는 ‘하드’(막대기 아이스케키)를 시민에게 나눠
2005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기상도 [2] - <아치와 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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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난다. <원더풀 데이즈>와 <엘리시움> 등 블록버스터급 애니메이션의 흥행 실패로 꽁꽁 얼어붙었던 장편애니메이션 시장이 움츠린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부족하나마 정부의 새로운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충무로 메이저 제작사들이 애니메이션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선 덕이다. 음지에서 투자의 광명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따스한 양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2005년 하반기의 기대작 <아치와 씨팍>과 새롭게 제작이 재개되는 <오디션>의 지난했던 프로덕션 과정을 살펴보고, 주목할 만한 차기 프로젝트들을 통해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향후 기상도를 살펴본다.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은 어디까지 왔나, 라고 물어본다면 숫자와 숫자로 만들어진 시장의 논리를 되새김질 아니할 수 없다. 어디 한번 책을 꺼내들어보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05년 애니메이션산업 백서>에 따르면 200
2005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기상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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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자동차 추격신 그리고 폭팔
결말부터 보여주며 호기심을 유발한 <범죄의 재구성>(2004)
검은 스크린 위로 무전을 닫으라고 질타하는 경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화면이 밝아지면 “oh, shit”이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차를 몰고 거리로 내달리는 주인공 최창혁(박신양)이 등장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격렬한 자동차 추격장면에 주요 인물의 그래픽과 형형색색의 크레딧이 화면을 가르며 삽입된다. 터널을 통과한 자동차는 허공을 가르고 추락하며 폭파된다. 불길에 휩싸인 차량 앞에서 뉴스를 전하는 리포터가 보인다. 추격장면에 걸맞은 강렬한 음악도 차분한 톤으로 바뀐다. 폭파된 차량을 페인트칠하듯이 뒤덮으며 제목 ‘범죄의 재구성’이 갑자기 나타난다. <범죄의 재구성>의 타이틀 시퀀스는 사건의 결말을 도발하듯 영화의 첫머리에 내세운다. 이는 ‘리얼 사기극’을 표방한 영화의 시간적 구성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숨은그림찾기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최동훈 감독은 “이것은
타이틀 시퀀스 베스트10 [5] - <범죄의 재구성> <아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