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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울 준비가 된 당신을 위해, 여기 일본 눈물 영화의 간략한 계보를 소개한다. 한국에 소개된 순서대로, 한국을 울린 순서대로, 손수건 없이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러브레터>로 시작, <도쿄맑음>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를 틀기 전에 손수건을 준비하시길.
한류도 눈물이요, 일류도 눈물이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가 본격화된 뒤 실제로 양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들은 특히 그렇다. 배용준과 최지우를 한류스타의 최정점에 올려놓은 <겨울연가>와 일본영화가 수입되기 이전 불법복제 비디오를 통해 대학가에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던 <러브레터> 모두 순정적인 로맨스를 기반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다. 한국에서 흥행 신기록을 기록했던 <괴물>이나 일본에서 스펙터클로 인기를 얻고 흥행에 성공한 <일본침몰>이 오히려 조용한 성적을 거두었다(<일본침몰>은 한국 개봉 첫주 성적은
[일본 멜로영화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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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_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
취재기간_ 3월6일~4월18일
현장_ 동국대학교, 영화사 아침 감독 방, 충무로, 압구정 헤어숍, 신사동 서울현상소, 홍대 브라운사운드스튜디오, 안산의 실용음악학원 등
취재 중에 만난 사람_ 이준익 감독,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장근석, 고아성, 키노포스트의 김봉수 대표, 영화사 아침 정승혜 대표, 음악감독 이병훈·방준석 등
새끼는 어미를 닮게 마련이다. 그 영화가 그 감독을 빼다박는 게 이준익 감독뿐이랴. <왕의 남자>에서 장생(감우성)의 마지막 대사는 이 감독과 어울린 술자리에서 듣는 환청 같았다. “징한 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고 가면 그뿐.”
어떨 땐 말투까지 닮았다. “광대가 천출이면 어떻고, 정승이면 뭐할 거야. 배부르게 먹으면 그만이지. 배고파 디지는 줄 알았네.”
<황산벌>에서 처자식부터 죽이고 전장에 나가겠다는 계백(박중훈)의 결기를 향해 아내(김선아)가 비수처럼 찌르던
[이성욱의 현장기행] 이준익의 음악 3부작 2부는 이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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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가족,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심슨가족-더 무비> The Simpsons Movie
감독 데이비드 실버맨 목소리 출연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카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미니 드라이버, 앨버트 브룩스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개봉예정 8월9일
2003년 <BBC>에서 ‘위대한 미국인’을 뽑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결과는 2위 에이브러햄 링컨, 1위 호머 심슨. 영국인들이 주축으로 뽑은 설문이라 더 흥미로운 결과다. 이를 두고 <심슨가족>의 오랜 시나리오작가 알 진은 “호머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인이라면 이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표상”이라며 “호머에게 한표를 던지는 것은 ‘미국 꺼져’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간에 스프링필드의 노란 가족들이 전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결과이리라. 1989년부터 방영된 <심슨가족>은 실제로 폭스의 효자 프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더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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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들이여 바다로 가라
<서핑업> Surf’s Up
감독 애시 브래넌, 크리스 벅 목소리 출연 시아 라뵈프, 제프 브리지스, 제임스 우즈, 존 헤더, 주이 디샤넬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개봉예정 8월9일
남극 쉬버풀이란 마을에 키 작은 락호퍼종 펭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그중 우리가 주목할 주인공, 코디 매버릭(시아 라뵈프)이 있다. 그는 서핑에 일가견이 있는 펭귄으로, 승리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그런 코디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햇볕 좋고 물 좋은 펭구섬에서 열릴 메모리얼 서핑대회. 코디는 서핑계의 영웅, 빅 지(제프 브리지스)의 전설을 마음에 품은 채 펭구섬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 여행길에서 서핑광 치킨 조(존 헤더), 서핑 프로모터 레지 벨라폰테(제임스 우즈) 등 여러 친구들을 만난 코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우상 빅 지를 만나는데, 그는 “1등하는 게 삶의 전부가 아니”란 말을 해준다. 그때부터 승리만 꿈꿔온 열혈청년 코디의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서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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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시궁창 쥐라도!
<라따뚜이> Ratatouille
감독 브래드 버드 목소리 출연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브래드 가렛, 자닌 가로팔로, 피터 오툴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개봉예정 7월26일
난해한 제목 ‘라따뚜이’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자. ‘라따뚜이’는 ‘쥐’(rat)와 ‘휘젓다’(touille)의 합성어이자, 프랑스식 잡탕 요리를 가리키는 말. 이쯤에서 눈치챘겠지만, <라따뚜이>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쥐다. 그것도 귀여운 생쥐가 아니라, 하수구에 사는 혐오스러운 쥐. 픽사의 눈부신 기술이 시궁쥐의 털 한 오라기까지 묘사할 것을 상상하면, 경계심이 발동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의 고향, 픽사의 신작이라는 점에 조금 안도감이 생긴다. <라따뚜이>는 3D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 스튜디오의 8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자, 픽사가 디즈니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2007 여름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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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돌아온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 슈퍼히어로들만 바쁜 게 아니다. 잠자던 캐릭터를 깨우고, 막바지 옷을 입히느라 애니메이터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졌다. 그 첫 주자는 예비 아빠가 된 녹색괴물, 슈렉의 세 번째 모험담 <슈렉3>. 이번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라푼젤 등 동화 속 손님들이 대거 등장해 겁나먼 왕국 수호에 앞장선다. 그 뒤를 이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성대한 프랑스 만찬을 선보이며, <서핑업>은 신나게 파도를 가르는 펭귄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다. 마지막으로 <심슨가족: 더 무비>가 호머 심슨의 멍청한 지구 수호기를 와이드스크린에 담게 된다. 소심하고 마음씨 고운 슈렉에서 스프링필드의 최고 말썽꾼 호머 심슨에 이르기까지, 올 여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미리 만나본다.
책임감을 등에 짊어진 슈렉?
<슈렉3> Shrek the Third
감독 크리스 밀러, 라만 후이 목소리 출연 마이크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슈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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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진짜 싸움 상대는 비평가도 아니고 자본가도 아니고 관객의 무관심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작가라는 것 자체는 좋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한 작가인가. -앙드레 바쟁
감독과 평론가. 어쩌면 숙명적인 견원지간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영화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한 고향 친구들인 셈이다. 때때로 서로가 헤게모니를 쥐려고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영화는 감독의 것도, 평론가의 것도 아닌 영화 그 자체가 주인인 것이다. 영화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그 자신이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간다. 그 탄생이 열광적인 박수 속의 축복이든, 만인의 손가락질과 저주이든 분명한 건 영화는 감독과 평론가가 사라진 다음에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계속 볼 것이고, 새롭게 발굴될 것이고, 되살아날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영화에 대한 식견으로, 평생을 영화 속에 파묻혀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전업 평론가들에게 과연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정윤철 감독, 평론가에게 묻다] 일일편집장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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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를 인터뷰 한다니까 몇몇 감독들이 내 등을 두드리며 오사마 빈 라덴 같은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다. 테러하러가는 게 아니라니까... 게다가 그녀는 지금 임신 8개월째라구! 적지 않은 감독들에게 강호의 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요주의 인물로 찍힌 문제적 평론가를 만난다는 건 다소의 전운이 감도는 사건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나의 영화 <좋지아니한가>를 보고 씨네21 100자평에서 (감독 입장에선) 오독과 편견의 여지가 다분한 평을 써갈겼기에 더더욱 벼르던 참이었다. 임신 막바지라 거동이 불편한 그녀의 사정으로 인터뷰는 얼떨결에 황진미 평론가의 집에서 하게 되었다.
정윤철: (결혼사진을 가리키며) 못 알아보겠다.(웃음)
황진미: 결혼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정말 이상하더라. 이미 스토리는 다 만들어진 채로 사람만 가져다 박은 거다.
정윤철: 저런게 드라마다.
황진미: 사진 찍으시는 분이 생각하는 가부장적이고 19세기적인 구도속에다 사람만 박아넣은 것 아닌가.
[정윤철 감독, 평론가에게 묻다] 황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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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난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90년 초 잠시 만났던 적이 있다. 영화공간 1895라는 단체였는데 영화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영화도 보고 세미나도 하고 라면도 끓여 먹고 그랬었다. 당시 대학 시험에 막 붙은 나는 어디서 신문광고 같은 걸 보고 그 단체에 불쑥 들어갔다. 어렴풋한 기억에, 영국 유학에서 막 돌아온 전양준(현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이 넘버1이었고 대학 졸업반 김영진은 넘버2나 3쯤 되었던 것 같다. 그는 가끔 나와서 목소리를 깔며 회원들 세미나를 시켜주곤 했었다. 경계심이 드는 인물이라 그 후로 연락은 안 했다. 얼마 후 그는 평론가가 되어 있었고, 내가 영화를 계속 하면서 가끔 보게 되었다.
인터뷰는 광화문 ‘미로스페이스’ 극장과 그 안에 있는 호화로운 바에서 이루어졌다. 동석한 정재혁 기자가 옆에서 실시간으로 타이핑한, 경어와 막말이 뒤섞인 현장의 기록이 왠지 생생한 것 같아 그 분위기 그대로 그냥 구술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김영진 평론가와 독
[정윤철 감독, 평론가에게 묻다]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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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 당신이 자주 인용하는 발터 벤야민의 말이 생각난다. 정치적인 것을 미학적으로 다루는 것은 파시즘이고 미학적인 것을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은 자본주의라고.
정성일: 그 문장을 김우창 번역으로 스무살에 읽었다. 이후 모든 판단에서 하나의 좌표가 되었던 말 중의 하나다.
정윤철: 영화 자체의 미학과 영화가 갖는 정치성은 늘 대립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가.
정성일: 아니, 그 반대다.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것을 누군가는 미학적으로 이해하고 누군가는 정치적으로 이해하는 거다. 나는 그것을 전적으로 미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타락하고, 정치적으로만 본다면 프로파간다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것이 예술이라는 사실을 놓치면 안 된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창조를 다루고 있다. 창조를 다룰 때는 미학과 정치, 혹은 삶과 사회, 혹은 과거와 미래 말하자면 지나간 시간과 도래해야하는 시간, 그 둘 사이의 중재의 문제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
[정윤철 감독, 평론가에게 묻다] 정성일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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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스타일리쉬하다. 수많은 인용, 괄호치고 설명하기, 문장의 도치, 접속사 없애기, 단문의 연속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인용은 영화의 플래시백에, 괄호치기는 나레이션에, 접속사 없애기와 도치 및 단문은 빠른 편집과 점프컷 등에 해당된다. 이런 영화의 대가는 왕가위다. 그리고 그는 왕가위를 굉장히 좋아한다. 초현실주의 작가 마그리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시립미술관에서 그를 만난다.
정윤철: 일단 트뤼포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겠다. 그는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고, 마지막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도 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인터넷 별점을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씨네21> 기사를 보는 것이고, 마지막은 정성일의 글을 읽는 것이다(웃음). 이번에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당신의 글을 많이 뒤적거려봤다. 그런데 굉장히 옛날에 썼던 글이 있더라
[정윤철 감독, 평론가에게 묻다] 정성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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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좋지 아니한가>가 1주일 만에 극장에서 교차상영되는 걸 보면서 분노하고 있을 때, <씨네21> 남동철 편집장으로부터 창간특집호의 일일편집장을 L감독님과 함께 맡아 달라는 전갈이 왔다. 옳거니 울고 싶은 놈 따귀 때려주는구나, 이번에 뼈저리게 느낀 극장의 교차상영(하루에 1, 2회만 상영하면서 스크린쿼터 하루를 채운 척하는 불법 행위) 실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특집 기사라도 만들어야겠다 싶어 일단 오케이를 했다. 내가 끼어들어서인지, 빠져나갈 기회라 생각했는지 L감독님은 어느 결에 사라졌고 결국 나만 덜렁 남게 됐다.
감독들에겐 숙원 사업이 하나 있다. 언젠가 감독들이 잡지를 만들어 평론가들 평론도 씹고, 별점도 매기고, 섬업·다운도 해보자는…. 그거 재밌겠는걸? 자극적인 뭔가를 찾던 남 편집장은 영화사 사장 같은 표정이 되더니 몇몇 평론가들 전화번호를 당장 내주었다. 우려와는 달리 당사자들이 흔쾌히 승낙을 했고, 결국 이런 뜻밖의 인터뷰가 실현
[정윤철 감독, 평론가에게 묻다] 일일편집장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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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주연급 배우의 탄생
지금은 조연급이지만 주연으로 성장할 배우
주연 가능성이 점쳐지는 배우들의 순위에서는 스타성보다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높게 반영됐다. 1위로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인지도를 높였고 <시간> <숨> 등의 화제작에서 출중한 연기를 보여준 하정우가 선정됐다. “나이에 비해 깊은 맛이 나는 배우”, “다소 신경질적이면서도 댄디하고 퇴폐적으로 보이는 다양한 느낌의 소유자” 등 그의 장래를 촉망하는 의견들이 많았으며, “급성장할 수 있는 흥행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2위는 최근 <케세라세라>를 통해 방송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정유미가 뽑혔다. “발음과 발성을 좀더 다듬어야 한다”는 충고도 있지만, 기존의 여배우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후한 점수를 얻었다. 영화 <타짜>의 아귀 역으로 주연인 조승우 못지않은 잔상을 남긴 김윤석은 3위에 올랐다. “캐릭터로 완전히 변신하는 소름끼치는 동화력”을 가진
[2007 한국 영화산업 파워50] 한국 영화계가 주목하는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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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몰고다니는 스타는 누구
티켓 파워가 가장 강한 배우
배우로서 이보다 더한 기쁨이 있을까. 송강호가 흥행력과 연기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붙들었다. “송강호식의 연기는 매번 봐도 질리지 않는다. 영화 관계자와 대중의 욕구를 동시에 채워주는 국내 유일의 이름값 하는 배우”라는 평가나 “시나리오를 고르는 직관력이 뛰어나고 영화를 흥행으로 연결시키는 힘이 있다”는 평가는 ‘최고의 배우’라는 찬사에 다름 아니다. “송강호라서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큰일났을 뻔한 영화들이 있다”며 흥행력에 관해 다소 냉정한(?) 시각도 있지만, “친근함과 서민적인 이미지, 연기파 명품배우의 이미지를 모두 갖춰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김지운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그를 주인공으로 2편 이상씩 영화를 만들었다”는 분석은 그가 당분간 한국 영화계의 ‘원톱’으로 군림할 것임을 보여준다.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2007 한국 영화산업 파워50]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배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