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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름으로 선정된 5개 영화사 중 3곳이 홍보·마케팅사다. 제작사나 투자사, 배급사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고 자유롭기 때문인지 홍보·마케팅사 중에는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특이한 명칭이 많았다. 누구나 한번쯤 궁금증을 가졌을 법한 래핑보아는 영어 표기를 보지 않으면 은근 헷갈릴 이름. 랩하는 가수 보아도, 랩하는 보아뱀도 아닌 웃는 보아뱀(Laughing Boa)이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어린 왕자>에 나오는 보아뱀의 유머 버전을 연상하면 제일 적당할 듯. 의외로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나온 이름”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반면 유쾌한 확성기는 회사의 특성을 잘 살린 명칭이다. 공동대표인 류순미 실장이 싸이더스에 있을 때 속해 있던 팀의 별명이 확성기였다는 점에 착인했다. 입에 확성기를 대고 외치듯 정보를 퍼뜨린다는 의미다. “일 역시 웃고 떠들며 즐겁게 하는 사람들임을 강조”하기 위해 “유쾌한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였다”고 장보경 대표는 설명했다. 오락실은
[충무로 작명소] 독특한 영화사 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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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서 태어난 유래명시형
어쩌면 가장 평범한 형태의 명칭일 듯. 모기업 등 영화사의 모태가 되는 명칭을 그대로 반영한 형태를 말한다. CJ엔터테인먼트, CGV, 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시네마 등이 대표적인 예. 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시네마는 말할 것도 없이 롯데그룹의 일부임을 명시한 명칭인 반면, CJ엔터테인먼트는 CJ그룹의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제일제당(Cheil Jedang)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그렇다면 CGV는 어떻게 만들어진 이름일까. 한국의 제일제당(CJ), 홍콩의 골든하베스트(Golden Harvest), 호주의 빌리지로드쇼(Village Roadshow), 3사가 합작한 형태로 탄생한 CGV는 씨제이 골든빌리지의 이니셜을 의미한다. 1999년 제일빌리지라는 명칭으로 설립돼 투자사와 주주가 변경되는 등 변화를 겪으면서 1999년 씨제이빌리지, 2001년 CGV로 바뀌었다가 2002년 CJ CGV로 굳어진다. MK픽처스 또한 영화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이름이다. 2
[충무로 작명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보는 영화사 작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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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분야의 창조성 때문일까. 충무로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이름들이 많다. 청어람, 백두대간, 신씨네, 필름있수다, 오락실, 래핑보아, 유쾌한 확성기, 올댓시네마, 스폰지 등. 어떤 명칭은 금방 알 것 같지만 어떤 명칭은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긴 그 의미를 알아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가벼운 외양과 달리 제법 진중한 풀이를 새긴 것도, 큰 포부를 담았으리라 짐작했건만 의외로 소박한 것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름이든 고심해서 고른 것인 만큼 지향하는 영화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보여주지 않을까. 가치관이라는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면, 적어도 영화사를 세우며 마음에 품었던 소박한 바람이나 취향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영화사 명칭을 충무로의 지형도를 가늠할 지표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 해도 우스울 것이 없다. 게다가 단어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충무로 브랜드네이밍도 꽤 근사한 목록을 갖췄다. 너무 유명해 익숙한 이름부터, 귀에도 입에도 낯선 생소한 이름,
[충무로 작명소] 충무로 간판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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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피범벅
<도살자> The Butcher/ 김진원/ 한국/ 2007년/ 76분/ 금지구역
<도살자>를 본 관객은 배우들의 신변과 영화를 만든 데빌그루브픽쳐스가 도대체 어떤 일당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던 한 부부가 어느 도살장에 끌려온다. 이곳에는 돼지머리를 가진 괴물을 주인공으로 스너프영화를 찍는 도살업자가 있다. 그는 괴물의 희생양이 될 사람들의 머리 위에 카메라를 매달아놓고 그들의 사지를 절단하며 영화를 찍는다. 끌려온 사람들의 머리에 4대, 도살장에 1대, 도살업자의 목에 1대씩 달려 있는 총 6대의 카메라는 <도살자>의 공포감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몸에 달린 카메라는 고통과 함께 흔들리고, 거친 사운드는 대사보다 비명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작정한 고어영화인 <도살자>는 공포감 조성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잔혹함까지 놓치지 않는다. 톱에 갈리며 죽어가는 사람의 비명이 귀청을
[제11회 부천영화제 가이드] <도살자> <바람 속의 질주> 外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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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다 무서운 인간이 여기 있다
<다이어리> Diary/ 옥사이드 팡/ 홍콩/ 2006년/ 86분/ 부천 초이스
타이의 옥사이드 팡이 호러물의 재주꾼임을 보여주는 소품이다. 그닥 새롭지 않은 소재로 출발선을 잡고서, 게다가 적당한 복선과 관습적인 카메라워크를 지극히 제한된 공간 안에서 펼치는 것만으로 기승전결의 맥을 만들어낸다. 귀신은 없으나 귀신보다 무서운 인간이 있다. 선천적 악마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후천적으로 앓은 사랑의 후유증이 위니의 몸뚱이를 감싸고 있다. 그녀가 기괴한 기운을 내뿜으며 불길해 보이는 목각 인형을 만들어내는 건 저주의 영혼을 불어넣겠다, 는 의지가 아니라 그나마 스스로를 위로하는 소일거리다. 그녀의 본업은 예쁜 뷰티숍의 점원이다. 그곳에서 나와 상당량의 생선과 고기를 사고, 그 생선과 고기를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칼로 다지며 요리를 만드는 건 저주의 카니발 의식이 아니다. 사랑하는 남자 세스를 위한 애정 행위다. 문제는 그 세스가 떠나버렸다는
[제11회 부천영화제 가이드] <다이어리> <미러마스크> 外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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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장르의 기막힌 혼합
<클라우드> The Cloud/ 그레고르 슈니츨러/ 독일/ 2006년/ 105분/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두세 가지 장르를 배배 꼬인 전선줄처럼 뒤섞어가는 장르 혼합은 다반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장르의 흐름이 이야기의 맥락을 타며 급변하거나 리듬을 타면서 경계를 그어가는 그 자체가 재미를 주는 작품은 많지 않다. 마치 세 토막의 장르를 무처럼 동강내 시미치 뚝 떼고 딱딱 이어붙인 듯한 <클라우드>는 언뜻 매끈한 할리우드영화 같다. 거침없이 장르적인 연출이지만 언어와 건축물, 그리고 그 주인인 사람이 명백한 독일산이다. 처음은 밝고 명랑한 십대 학원물이다. 한나는 등교보다 늦잠 자는 게 좋고, 여자친구와의 수다도 좋지만 핸섬한 남자에게 눈이 돌아가는 평범한 소녀로, 부유한 집의 외아들 엘마와 가벼운 사랑의 암초를 헤치고 눈을 맞춘다. 그걸 키스로 확인하는 순간 요란한 사이렌이 울린다. 두 번째 장르, 암울한 재난영화의 시작이다
[제11회 부천영화제 가이드] <클라우드> <블랙 쉽> 外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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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기획에 참여한 기자들도 부천영화제 초청작들을 전부 다 보지는 못했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33개국 215편에 달하는 영화를 일주일 만에 보기란 도무지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어쩔 도리 없이 박스 가득한 테이프를 밤낮으로 틀어놓고 응시하던 기자-좀비들의 뺨을 열렬하고 강렬하게 작렬해버린 영화들만 딱 24편 골라냈다. 사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란 게 원래 ‘취향’만으로 똘똘 뭉친 영화의 천국과 지옥 아니었던가. 그러므로 여기 소개하는 24편의 영화들은 순전히 <씨네21> 기자들의 취향으로 골라낸 변덕스런 리스트의 일부다.
[제11회 부천영화제 가이드] 판타스틱에… 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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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감독이 궁금해지는 작품들이 있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흐름을 매만지는 손길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영화들.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상영작 중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야자키 히토시, <인 더 풀>의 미키 사토시, <신동>의 하기우다 고지가 그 주인공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일본의 세 감독을 소개한다.
여성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손길 _야자키 히토시
야자키 히토시.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건 힘이 든다. 1980년 <오후의 미풍>으로 감독 데뷔한 뒤 거의 10년마다 한편씩 만들고 있는 그는 2006년이 돼서야 네 번째 장편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를 만들었다. 1991년에 발표한 <3월의 라이온>과 2000년에 만든 <꽃을 꺾는 소녀와 벌레 죽이는 소녀>까지 포함해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단 네편의 장편과 한편의 단편이 올라 있다. 매우 과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이 감독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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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쿵하고 무겁게 떨어지는 대사, 눈시울을 천천히 적셔오는 음악, 소리 내진 않아도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게 해주는 이야기. <철큰 근크리트> <신동>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보고나면 가슴이 훈훈해지는 영화들이다. 말초적인 재미보단 진중한 울림을 주는 영화 3편을 모았다.
철콘 근크리트 鐵コン筋クリ-ト
감독 마이클 앨리어스 | 목소리 출연 니노미야 가즈나리, 아오이 유우, 이세야 우스케, 구도 간쿠로, 다나카 민 | 2006년 | 110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도시, 삶은 무엇이 지탱하는가. 노숙자와 야쿠자들이 모여 사는 거리 ‘다카라쵸’에는 쿠로(黑)와 시로(白)란 이름을 가진 두명의 고아소년이 있다. 고양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다카라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결하고 다니는 아이들. 하지만 다카라쵸에는 ‘어린이 성’ 프로젝트로 떼돈을 벌어보려는 외부인과 야쿠자의 음모가 다가온다. 다카라쵸를 자신의 근거지마냥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쿠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진중한 울림의 A급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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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가서 주먹밥을 만드는 여자의 손, 현금 수송차에서 3억엔을 강탈한 여자의 마음, 남자들을 콜걸과 연결해주는 전화교환 여자의 음성. 일본영화에서 여자들은 의외의 대목에서 섬세한 울림을 준다. <카모메 식당> <첫사랑>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도 그 감정의 잔향이 진한 작품들. 비밀을 벗고 이야기를 시작한 여자들의 영화 3편을 모아보았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ストロベリ- ショットケイクス
감독 야자키 히토시 | 출연 이케와키 지즈루, 나카무라 유코, 나나난 기리코, 나카고시 노리코, 안도 마사노부 | 2006년 | 127분
“행복은 다 팔려버렸군.”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여자들은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리코(이케와키 지즈루)는 남자친구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음에도 실연했고, 아키요(나카무라 유코)는 좋아하는 대학동창 키쿠치(안도 마사노부)에게 건조한 섹스를 요청했으며, 일러스트레이터 도코(나나난 기리코)는 거식증에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섬세한 울림의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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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기보다는 기묘하다. 충돌하지만 폭발하지 않는다. <인 더 풀> <파빌리온 살라만더>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은밀하고 끈적거리며 어딘가 어긋나 있는 작품들. 무엇보다 불협화음의 포인트가 확실하다. 밖으로 내지르기보다 안으로 삭이는 인물들의 기묘한 이야기 3편을 모아보았다.
인 더 풀 イン·ザ·プ-ル
감독 미키 사토시 | 출연 오다기리 조, 마쓰오 스즈키, 이치카와 미와코, 다나베 세이이치 | 2005년 | 101분
하루 종일 지속되는 발기로 고생하는 남자(오다기리 조), 강박증에 시달려 가스 밸브를 수도 없이 확인하는 여자(이치가와 미카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수영장이 아니면 풀지 못하는 남자(다나베 세이치). <인 더 풀>의 이라부 종합병원에는 심적으로 문제가 있는 세명의 환자가 찾아온다. 현대인의 질병은 모두 마음의 병이라고 했던가. 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방식도 별스럽다. 괴짜의사로 불리는 이치로(마쓰오 스즈키)는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기묘한 불협화음의 B급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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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경기에 폭탄이 등장하고, 신성한 성당에서 발차기가 오간다. 일상을 거칠게 도발하는 영화 <웃는 대천사 미카엘>과 <키사라즈 캐츠아이> 시리즈는 현실에서 맛보지 못할 쾌감을 선사할 작품들. 이번 영화제 상영작 12편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도, 믿음도 거칠게 해야 성이 차는 인물들의 이야기 3편을 모아봤다.
<h3><키사라즈 캐츠아이 일본 시리즈> 木更津キャッツアイ 日本シリ-ズ
<키사라즈 캐츠아이 월드 시리즈> 木更津キャッツアイ ワ-ルドシリ-ズ
감독 가네코 후미노리 | 출연 오카다 준이치, 사쿠라이 쇼, 사토 류타, 쓰카모토 사토시, 오카다 요시노리, 윤손하 | 2003년, 2006년 | 131분
삶이 끝나면 다음엔 무엇이 올까. 야구부를 졸업하면 유니폼은 어떻게 될까. 드라마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의 콤비 가네코 후미노리와 구도 간쿠로가 다시 뭉친 시리즈 <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엉뚱한 쾌감의 B급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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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6월28일부터 스폰지하우스에서 총 12편 상영
이랏샤이! 2006년 여름, 일본의 작은 영화들을 소개해 좋은 평을 받았던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이 2007년 ‘어서 오세요’란 타이틀을 달고 다시 찾아온다. 6월28일부터 7월25일까지 서울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를 시작으로 진행될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은 총 12편. ‘망가, 논스톱’, ‘도쿄 팝 제너레이션’, ‘내 이름은 오다기리 조입니다’ 등 세개의 부문으로 나뉜다. 만화의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가져온 ‘망가, 논스톱’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모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여 좋은 평을 받은 <철콘 근크리트>, 우에노 주리가 출연한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 클래식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신동>, 2006년 일본 아카데미영화상을 휩쓴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일본 청춘들의 이야기를 묶은 ‘도쿄 팝 제너레이션’에는 야자키 히토
망가, 일본의 청춘들 그리고 오다기리의 영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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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아르젠토의 영화
<수정 깃털의 새> The Bird with Crystal Plumage, 1970년, 98분
올해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에서 단 한편의 영화를 보아야 한다면, 그 영화는 당연히 <수정 깃털의 새>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아르젠토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가장 완벽한 아르젠토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너무 잘 만들어서 오히려 덜 아르젠토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르젠토 영화는 적당히 어색하고 지루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수정 깃털의 새>는 날렵하고 잘 짜여졌으며 학살장면 사이의 이야기들도 꽤 재미있는 편이다. 게다가 그는 가장 훌륭한 서스펜스 장면 하나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멋지게 해치우는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당시 평론가들이 아르젠토를 ‘이탈리아의 히치콕’이라고 불렀던 것도 이해가 된다. 물론 그는 그 뒤로 별명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긴 했지만. 80년대만 해도 그 별명은 엉뚱한 병에 붙은
[2007 납량 공포 특선]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 상영작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