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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던 시노자키 마코토 감독의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 지난 9월15일 도쿄에서 뒤늦게 개봉했다. 영사기사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1996년 <오카에리>으로 데뷔한 시노자키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이 작품은 2차대전중 태평양의 페리류섬에서 함께 전쟁한 경험이 있는 세명의 70대 남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는 영화다.미하시 다즈야, 오오키 미노루, 아오키 도미오 등 세명의 남자 배우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일본영화의 황금시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왔고, 오즈 야스지로나 나루세 미키오 등 명감독 밑에서 연기를 단련시킨 경험이 있다. 우연치않게도 모두 1923년 생. 이들은 21년생인 팔순의 여배우 가자미 아키코와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 해외에서도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낭트 3대륙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00년 밴쿠버영화제에서는 용호상을 받았다. 영화는 그밖에도 세계 여러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 뒤늦게 도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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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예고편 보기<나비> 뮤직비디오 보기신은경의 `꿇어`라는 호령 소리가 전국 극장가를 강타한 가운데 `스타`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탄탄한 연기력과 작품성을 갖춘 한국 영화들이 개봉 채비에 들어갔다.주로 상처받거나 소외받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들 영화는 `조폭영화`와 얕은 웃음에 싫증난 관객들에게 모처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13일 개봉하는 문승욱 감독의「나비」와 11월 개봉 예정인 송일곤 감독의「꽃섬」은 스타일나 내용면에서 서로 닮았다.두 감독 모두 폴란드 우츠 국립영화학교에서 수학한 절친한 선후배 사이라는 점이 작용했을까. 상처와 치유를 다룬 주제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된 로드무비 형식도 그렇다.「나비」는 잊고싶은 기억만을 잊게 해준다는 `망각 바이러스`를 찾아 한국에온 독일 교포 안나(김호정)와 납중독에다 임신까지 한 소녀 유키(강혜정), 가족을 찾아다니는 택시운전사(장현성)가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꽃섬」은 상처를 지닌 세
작품성 내세운 한국영화 잇단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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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의 오스카상은 누구의 품에 돌아갈까. 이른 감이 있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오스카상에 유럭한 작품들을 미리 점쳐보는 여론이 조심스레 일고 있다.
3년여 공사 끝에 할리우드 & 하이 콤플렉스에 새 둥지를 틀면서 일찌감치 오스카 전초전이 일고 있는 것.
때맞춰 <무비라인> 최근호는 오스카 수상이 유력한 화제작들에 대한 논평을 실었다. 이들 중 선두는 상반기에개봉해 비평과 흥행양면에서 송공을 거둔 <슈렉>과 <물랑루즈>.
개봉을 앞둔 영화 중에서 <알리>는 오스카와는 별 인연이 없는 스포츠 영화이긴 하지만 <인사이더>로 후보에 올랐던 감독 마이클 만과 작가 에릭 로스 콤비가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작품.
라스베이거스 도둑들을 다룬 <오션스11> 역시 올해 감독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 연출에, 줄리아 로버츠와맷 데이먼,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등 연기진이 돋보이는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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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열개라도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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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잘되면 우환도 끊이지 않는 걸까. 최근 한국영화가 아시아권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VCD를 비롯한 불법 유통이 현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의사과는 지난 10월4일 홍콩인 영화유통업자와 짜고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VCD로 불법 제작 및 배포하려던 제작사 필름스 코리아 유아무개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9월 초 홍콩의 유니버설 센추리사를 운영하는 홍콩인 피터 청과 만나 미화 4천만달러에 판권유효기간은 5년인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꾸미고, 국내에서 구입한 해당영화의 VCD를 복제, <맹룡회>라는 제목으로 출시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공모가 법망에 걸려든 건, 유니버설 센추리사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포함, 한국영화 25편을 VCD로 출시하겠다는 광고를 내보내면서부터다. 그러자 홍콩 내 판권을 갖고 있으면서 11월
인정사정 봐주면 안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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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스트레스가 맨해튼을 짓누른 지난 3주간, 뉴욕 영화계는 잠시 시계 바늘을 멈춰야 했다. 수없이 봐오던 영화 속 테러의 스펙터클은 극장의 어둠을 나서면 잊혀졌지만, 무역센터 테러사건이 제공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펙터클’은 빠져나올 극장문도 없었다. 아마도 한동안 뉴요커들은 영화 속에서 사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미디어가 반복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나리오며 성미 급한 대통령의 전쟁선언은 익숙한 레퍼토리라고 치자. 도시 한쪽에서는 수천구의 시신이 아직도 철근더미 속에 묻혀 있는데, 다른 거리에선 일상으로 돌아간, 혹은 돌아가게끔 내몰린 사람들로 여전히 바쁜 하루가 지나간다. 강제된 일상 속의 비일상, 9월의 맨해튼은 순간순간 섬뜩해지는 초현실적 공간이었다.9월25일, 뉴욕시가 캐널 스트리트 이남을 제외한 뉴욕시 전역에 영화촬영 허가를 내주기 시작하고, 뉴욕영화제와 IFP(인디펜던트 픽처 프로젝트) 마켓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영화계도 그러나, 어제
무역센터 테러, 할리우드에 못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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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다시 열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코언 형제와 함께 감독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린치의 신작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블루 벨벳> <트윈픽스> <로스트 하이웨이>에 이어지는 환상적인 어둠을 그려내는 린치 특유의 미학이 빛나는 영화이다. 전작 <스트레이트 스토리>에서 고독하지만 강인한 한 인간의 초상을 슬프게 그려 거장의 면모를 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를 좀더 밝고 유머러스한 <로스트 하이웨이>로 만들었다. 영화는 검은 머리의 미인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낯선 빈집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금발머리 배우지망생을 만나고 둘은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나선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원래 미국 방송사 에서 미니시리즈로 제작하기로 했던 작품.린치가 만든 파일럿 프로그램을 보고 제작을 포기한 탓에 프랑스 방송사 카날플러스가 인수해 영화로 만들었다. 린치는 칸영화제 기자회견장에서 “관객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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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딤>의 배경은 서기 2050년. 지구 정복을 꿈꾸는 우주 비밀단체 네서스와 그들을 저지하려는 지구보호단체 ‘그린 프론티어’의 대결을 그린 장편 풀 3D 애니메이션이다. 2년여의 제작기간, 4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100% 디지털로 작업했다. 인물의 움직임을 입력하여 활용하는 모션 캡쳐 방식으로 기존 3D 애니메이션의 문제로 지적돼온 동작의 부자연스러움을 최대한 극복했다. 그린 프런티어 대장 강두타 목소리 연기는 <나에게 오라> <청춘>의 배우 김정현이, 그린 프런티어의 소녀 로봇 조종사 유미리는 TV탤런트 소유진이 연기했다. 두 배우는 일부 장면에서 모션 캡처도 겸했다. 모션 캡처는 동작정보를 수집할 사람의 몸 부위마다 센서를 부착하고 컴퓨터가 그 장치를 통해 각 부위의 위치변화를 파악하여 정보로 보관하는 작업. 두 배우가 모션 캡처하는 날, 제작사인 디지털 드림 스튜디오 안에 자리잡은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은 온몸에 구 모양의 적외선 센서를 부착한
100% 디지털을 완성하는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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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녹슨 기와지붕 위로 비가 내리고, 낙숫물 듣는 아래 낡은 창틀에 까만 가슴이 걸려 있다. 이 문장은 잘해 봤자 모순어법이거나 비문이다. <봄날은 간다>는 이런 식의 모순어법 혹은 비문으로 가득 찬 영화다. 물론 이미지를 먹고사는 영화에서 모순어법과 비문은 매혹인 동시에 함정이기도 하다. 이 모순어법은 연출력의 다른 말이기도 한데,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은 가히 젊은 장인에 가까울 정도다. 게다가 사랑에 지치거나 목마른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참 위로가 될 것이고, 보고 나면 눈이 퉁퉁 부을 수도 있다. 또 가슴이 쓰리고 온화해진다.녹음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는 강릉 방송국 아나운서 은수(이영애)와 만나 사랑하게 된다. 대밭을 휘감는 바람 소리와 깊은 밤 절간의 풍경 소리를 녹음하고,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구전 민요도 녹음한다. 그들은 주로 라면만 먹고 (술에 취하기는 해도) 술 먹는 모습은 보여 주지 않는다. 사랑하지만 잠자리 모습까지는 보여 주지 않고, 한쪽이 바람
<봄날은간다> 매혹적인 일상 그러나 함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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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좋아하지만 결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자 지미(크리스 오도넬)에게 앤(르네 젤위거)이 나타났다. 앤도 결혼에 특별한 관심이 없을 것 같아 사귀기 시작했다가 무척 좋아졌다. 그런데 이 여자가 은연중에 자꾸만 결혼하고 싶은 생각을 내비치더니 남의 결혼식에서 신부가 던진 부케를 받아채기까지 한다. 지미는 하는 수없이 결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그러면 청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결혼을 열렬히 바라는 절박한 말은 솔직하지도 않고, 입에서 잘 나올 것 같지도 않다. 앤을 앉혀놓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처럼 두서 없이 지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런 식이다. 나는 결혼이 별로 좋지는 않지만… 너를 사랑하고… 이 길밖에 없는 것 같고…. 마침내 나온 결론에 해당하는 말이 “네가 이겼어”이다.<청혼>은 청춘남녀의 사랑이 자꾸만 어긋나서 관객의 애를 태우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만나는 흔한 코미디성 멜로다. 줄거리는 대체로 예측가능한 방향을 좇는데, “네가 이겼어” 같은 기발하고 재치
청혼한다는 말이 “네가 이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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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수다>는 두 갈래로 나뉘고 있는 국내 코미디 영화의 흐름을 분명하게 `증언'해준다. <신라의 달밤>이나 <엽기적인 그녀>처럼 마치 속도전을 치르는 듯 코믹스런 말과 행위들을 쏟아내는 전통적인 코미디가 한쪽에 있다. 여기에선 상식의 허를 가볍게 찌르는 상황 연출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한다.다른 쪽에는 <조용한 가족>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이나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의 장진 감독이 만들어온 잔잔한 블랙코미디가 있다. 여기에도 유머어린 말과 행위가 가득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작용·반작용의 속도를 되도록이면 늦추는 느림의 방식이라는 점이 다르다. 또 상식의 전복보다는 가치의 전복에 힘을 쏟아 블랙코미디로서의 면모를 갖춘다.장진 감독은 세번째 작품 <킬러들의 수다>에서 후자의 형식미에 지나치리 만큼 `집착'한다. 이어질 대사나 액션을 곧바로 쳐주어야할 것 같은 순간을 1~2초씩 지연
얼뜬 킬러들의 죽여주는 엇박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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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 인터뷰인터넷영화 <극단적 하루>에 이어 킬러 이야기다. 왜 킬러 이야기에 집착하게 됐나.내가 해야 되는 이야기는 풍자이고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아는 가장 멋있는 블랙코미디는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현실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만약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너무 선동적일 테고 직접화법으로 얘기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킬러는 소재일 뿐이다. 우리 현실에서 아무도 총 들고 설치고 폭탄 터트리는 킬러가 있다고 여기지 않을 거다. 그런 비현실적 상황을 보면서 나도 저런 심정일 때가 있었지, 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싶었다. 킬러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킬러들의 수다>라는 제목과 달리 전작에 비해 말수가 적어진 느낌이다. 입담이 줄고 타이밍으로 승부하는 유머가 많다.대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말을 하다보면 자꾸 많아지고 말이 많으면 뭔가 웃긴 한방을 터트려야 된다는 강박이 생기는데 너무 그런
“킬러는 소재일 뿐, 부드러운 화두를 던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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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이 너무해> 속 `오만과 편견`최근의 미국영화 가운데 <금발이 너무해>만큼이나 할리우드의 ‘오만과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가 또 있을까? ‘따분하고 못생기고 심각하기만 한’- 엘르 아버지의 말- 동부의 파워 엘리트들 및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문화산업의 메카 할리우드의 우월감과 반감이 영화 한편에 모두 드러나 있으니 말이다.<금발이 너무해>에서 우리는 많은 이항대립쌍을 찾아볼 수 있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흑발여성/금발여성- 이 대립쌍은 워너에 따르면 ‘재클린 케네디/마릴린 몬로’가 될 것이다- , 이성/열정, 동부/서부, 무채색/원색, 정숙함/야하고 화려함, 사려깊음/단순성, 속물근성/솔직함, 추론/직감 등등. 결국 정치·경제적인 중심지로서의 동부에 대한 표상과 문화산업의 중심지로서의 서부에 대한 표상 사이의 단순한 대립이 <금발이 너무해>를 이끌어나가는 주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금발이 너무해>
뒤로 가는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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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흥행전선에 임하는 제작사들의 캐스팅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항간에 ‘1천개의 제작사가 4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풍부한 자본과 왕성한 기획이 충무로를 떠돌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 프로젝트의 ‘실탄’이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은 한정돼 있다는 것. 특히 투자자들이 캐스팅을 안전판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져 배우 확보는 제작사에 절체절명의 과제인 셈이다.현재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물은 한석규와 심은하. 프로젝트가 무산돼 곳곳에서 물밑 제의를 받고 있는 한석규는 형이자 매니저인 한선규씨가 대표로 있는 힘픽처스의 창립작품에 우선 출연할 것이 확실시 된다. 한편 한석규와 함께 새 영화에 출연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심은하의 행보는 오리무중 상태. 톱스타들의 차기작을 향한 움직임도 관심을 모은다.현재 스튜디오 박스의 <복수는 나의 것>에 출연중인 송강호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잇는 명필름의 기대작 과 싸이더스
충무로는 지금, 캐스팅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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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예산과 배급라인, 영화 아이디어에 대해 발전적 토론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감독들, 그리고 창작의 완전한 주도권. 영화감독에게 이보다 더 황홀한 백일몽이 있을까?네명의 감독이 그러한 꿈을 현실로 만들 벤처영화사 창립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지난 10월4일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생산적 동거를 추진하고 있는 감독들은 <트래픽>의 스티븐 소더버그와 <쎄븐>의 데이비드 핀처, <존 말코비치되기>의 스파이크 존즈와 <일렉션>의 알렉산더 페인. <버라이어티>는 네명의 감독이 완전한 창작의 자유를 구가하며 첫 5년간 각자 세편의 영화를 연출한다는 계약을 맺었으며 5년에서 7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작품의 판권을 직접 소유할 것이라고 전했다.따라서 신생 영화사는 이들이 만들 영화의 프로덕션과 배급 업무를 관리하게 된다. 감독들이 연출할 영화의 등급, 예산, 러닝타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으며 전문 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할지 여부는
`꿈의 영화사` 초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