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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서울 독립공원 내 위치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빨간 벽돌의 교도소 건물 안에 파란 죄수복의 죄수들이 보따리 하나씩을 품고 늘어서 있다. 간수의 입방 구호를 큰 소리로 복창하고 감방에 들어가는 죄수들의 표정이 싸늘하다. 서대문형무소 내 실재 감방을 배경으로 촬영이 진행 중인 이곳은 세계에서 제일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했다는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씨의 삶을 그린 홍기선 감독의 영화 <선택>(공동제작 영필름, 신씨네)의 제작현장이다.<선택>은 의용군으로 자원입대했다 51년 유엔군 포로가 돼 수감된 뒤 전향서 쓰기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95년 45년만에 자유의 몸이 된 김선명씨의 일생을 다룬 영화다. 김선명역은 <둘 하나 섹스>의 남자주인공 김중기씨가 맡았으며 그에게 끊임없이 전향을 강요하는 교도관 오태식 역에는 <공공의 적>, <아 유 레디?>의 안석환이 출연한다.지난 10월3일 크랭크인해 현재 40%정도 진행 중
비전향장기수의 이야기, <선택> 촬영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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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선택>(제작 영필름)은 92년 작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이후 10년만에 만들어지는 홍기선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96년부터 취재를 하기 시작했으니 영화를 구상한 지 6년만에 촬영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동안 제작비 문제로 영화를 ‘엎은’지도 서너 차례. 비전향장기수를 사실적으로 그린 이 영화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영화화할 수 있게 된 것은 10억 원의 제작비중 3억7천여 만 원의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을 제외한 부분을 신씨네가 전액투자하기로 한 덕분이다. 영화의 주인공 김선명씨는 한 장의 전향서 쓰기를 거부하고 45년을 감옥에서, 그중 21년을 0.5평의 독방에서 지냈다. 김씨까지는 안되겠지만 홍감독의 고집도 보통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글쎄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80년대 말 신문에 장기수 문제가 나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저도 관심을 갖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의 홍기선 감독, 10년만에 <선택>으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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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및 이벤트 기획사인 미 KP프로덕션(대표 제이 박)이 뉴욕ㆍ뉴저지 지역 한인 1.5세, 2세들의 일상과 한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메시지를 담은 인터넷 영화를 제작해 화제다.총 제작을 맡은 KP프로덕션은 영화 <잃어버린 길(The Lost Way)>이 오는 12월 25일 인터넷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개봉된다고 자회사인 아이코낫 닷컴(www.ikonat.com)을 통해 밝혔다. 지난 25일(현지시간)부터 뉴욕 일원에서 촬영에 들어간 이 영화는 아이코낫 닷컴 운영자이며 롱아일랜드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인 류재광씨가 감독을, 헌터칼리지 2학년인 차미미(21) 양이 주연을 각각 맡았다. 제이 박씨는 “재미동포 한인 청소년들이 함께 참여해 그들의 생각과 일상을 표현할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고 싶었다”며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통해 한인 청소년들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98년 설립된 KP프로덕션은 롱아일랜드 흑인음악 전문
美한인2세들, ‘정체성 찾기’ 인터넷영화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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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의 털털한 ‘경희’가 남겨준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이은주(22)씨는 차분하면서도 용감한 ‘수진’으로 돌아왔다. 지난 25일 개막한 광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공포영화 <하얀 방>(극장개봉 11월8일)에서다. 낙태수술 사이트에 접속한 여성들이 연속으로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건에 휘말리는 방송국 피디를 맡았다. 독립영화계에서 꾸준한 실험영화 작업을 해온 임창재 감독의 데뷔작답게 시각·청각효과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메시지가 너무 좋아 두 말 않고 선택했어요.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1년 동안 쉬다가 처음 택한 영화예요. 개봉은 <연애소설>보다 늦어졌지만.”
<오! 수정>과 <번지점프…>에 잇달아 출연하며 실제보다 나이들어 보이고 차가운 이미지로 굳어지진 않을까 염려했을 법하건만, 이씨는 똑부러지게 말했다. 물론 장르로선 그 동안 멜로가 가미된 영화만 해온 그에겐 파격적이다. 필름이 들지 않은 영사기가 돌아
영화 <하얀방> 여주인공 이은주, “으스스한 뒷얘기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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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 열심히 극장을 찾아다니다 보면,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나라의 영화 배급 리듬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된다. 가령, 프랑스의 경우 여름에는 ‘괜찮은’ 신작들이 종적을 감추는 반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9월과 10월에는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거나 까다로운 비평가들의 안목을 만족시킨 영화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5월 칸 영화제에 출품됐던 영화 7편이 현재 상영중이며 그 외에도 볼 만한 영화들이 줄지어 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이런 영화들의 상영 기간이 줄어들어, 개봉하자마자 열 일을 제쳐 두고 보지 않으면 쾨쾨한 냄새가 나는 작은 극장에서 시야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 2시간 내내 허리를 꼿꼿이 펴고 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르 몽드>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요즘 영화들의 극장 상영 기간은 평균 2주 정도다. 이처럼 상영 기간이 짧아진 데는 꼬리를 무는 일련의 이유들이 존재하나, 무엇보다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들이 현격히
점점 늘어나는 개봉극장수 그리고 점점 짧아지는 극장상영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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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 황산면, 너른 갈대밭에서 80여명의 경찰이 성인의 키를 훌쩍 덮는 갈대를 헤치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크레인 위 카메라가 서서히 움직이며 찍고 있는 이 풍경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이다. 25일 언론에 처음 공개된 촬영현장은 갈대밭에 버려진 여성 실종자의 사체를 발견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자못 긴장된 촬영 현장 옆에서 박두만 형사를 연기하는 송강호씨는 조용구 형사 역의 김뢰하씨와 실뜨기를 하고 있다. 서울서 온 서태윤 형사(김상경)가 전경들과 함께 실종자의 사체를 수색하는 동안, 두 형사는 실뜨기로 하릴없는 시간을 달래며 실종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면을 찍기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삼엄한 사체 수색과 실뜨기 놀이라니. 부조화해 보이는 두 그림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영화화한 <살인의 추억>의 독특한 분위기를 집약해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이 고민 끝에 이 영화를 ‘농촌 스릴러’라 분류했다. “‘농촌’과 ‘
1980년대 분위기 찾아 유랑극단처럼 전국일주하는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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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4일 시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 예매시작 2분4초만에 매진, 영화제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29일 오전 9시30분부터 개.폐막작 예매를 실시한 결과 개막작 <해안선>(김기덕)은 2분4초만에,폐막작 <돌스>(키타노 타케시)는 5분6초만에 각각 매진됐다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 개.폐막식은 영화상영 분위기와 날씨 등을 고려해 야외 극장이나 벡스코 전시장이 아닌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리는데 이 때문에 입장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조직위는 그러나 부산극장 상영관을 추가로 마련,개막작을 상영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4천여명의 네티즌이 인터넷에 동시 접속하면서개.폐막작이 모두 팔린데 이어 같은 시간 부산극장에서 상영되는 개막작도 14분만에 매진됐다.
일반 상영작은 다음달 4일부터 23일까지 예매를 실시하는데 이 기간에는 아직 판매하지 않은 부산극장에서 상영하는 개.폐막작 입장권도 판매한다.
(부산/연합뉴스)
부산영화제 개막작 2분4초만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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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이 가장 다시 보고 싶어하는 추억의 만화영화는 <빨강머리 앤>인 것으로 나타났다.㈜엠튜브(대표 노수용)가 11월 1∼10일 지하철에서 펼칠 ‘추억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앞두고 인터넷 홈페이지(www.mtube.com)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빨강머리 앤>은 전체 응답자 2천332명 가운데 23%로부터 클릭을 받아 22% 득표에 그친 <캔디>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그 다음으로도 <미래소년 코난>(19%), <개구쟁이 스머프>(17%), <은하철도 999>(16%) 등이 뒤를 이어 주응답층인 20∼30대가 즐겨보던 70∼80년대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20대는 <빨강머리 앤> <캔디> <개구쟁이 스머프> <미래소년 코난> 순으로 응답한 데 비해 30대에서는 <캔디> <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 &
가장 다시 보고 싶은 만화영화는 <빨강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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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스파이더맨>이 침체된 비디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비디오점 체인 영화마을이 21∼27일 비디오 대여횟수를 집계한 결과 <스파이더맨>은 지난주 1위에서 2위로 밀려난 <라이터를 켜라>보다 갑절에 가까운 회전율을 기록하며 단숨에 정상에 올랐다. 신은경-정준호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5위에서 두 계단 올라섰고 태국의 공포영화 <디 아이>가 4위의 호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스파이더맨>과 함께 새로 선보인 비디오 가운데서는 각각 8위와 11위에 랭크된 <임포스터>와 <보스상륙작전> 정도가 눈에 띈다.
(서울=연합뉴스)
비디오 출시, <스파이더맨> 인기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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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체인 CGV(대표 박동호)가 지난 19일 연간 관객 1천500만명을 돌파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은 관객이 찾는 영화관의 영예를 차지했다고 29일 CGV가 밝혔다.
1일 평균 5만명, 약 2초당 1명 입장이라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연말까지 관객 수는 1천8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한 98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관객 수가 4천380만명을 헤아리고 있어 연말이면 4천700만명을 돌파, 대한민국 국민이 평균 한차례꼴로 CGV를 찾는 대기록이 수립된다. 98년 첫해 230만명으로 출발한 CGV의 연간 관객은 99년 350만명, 2000년 900만명으로 불어났으며 지난해에는 1천400만명을 기록했다.
CGV는 관객 기록 수립을 기념해 30일부터 한달간 전국 11개 영화관에서 베스트 고객 1000명에게 DVD 플레이어를 선사하고 인터넷(www.cgv.co.kr) 퀴즈 이벤트를 펼쳐 1천500명에게 입장권을 제공하는 등 사은행사를 마련한다.
(서울=연합뉴스)
CGV 올해 관객 1천500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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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펜 주연의 휴먼 드라마 <아이 엠 샘>이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는 호조를 보였다.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가 26∼27일 서울 관객을 집계한 결과 <아이 엠 샘>은 36개 스크린에서 8만6천577명을 동원해 전국 누계 66만여명을 기록했다. <아이 엠 샘>의 흥행 스코어는 개봉 첫주보다 오히려 늘어나 당분간 순항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56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 이병헌-이미연 주연의 <중독>은 7만8천767명이라는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2위에 머물렀다. 지난주 2∼5위에 랭크됐던 <본 아이덴티티>(3만9천400명), (3만1천600명), <가문의 영광>(3만52명), <트리플X>(1만6천842명)은 한 계단씩 밀려났다. 올해 흥행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문의 영광>은 27일 현재 전국 누계 466만5천643명(서울 144만5천565명)을 기록해 50
[박스오피스]<아이 엠 샘> 2주째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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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장. 한 플루트 연주자가 자꾸만 틀린 음을 내지만 예민한 이가 아니면 잘 듣기 힘들다. 다른 청중은 감동한 듯 듣고 있는데, 한 중년의 신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연주자를 주시한다. 그냥 한심하다 싶은 표정처럼 보이지만, 서늘한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이어지는 장면은 그 중년 신사의 집. 신사는 오케스트라 주요 연주자들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한다. 몇 가지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차례로 식탁에 얹는다. 실수가 잦았던 플루트 연주자는 보이지 않고, 다른 연주자들은 맛있게 먹는다. 관객은 안다. 저 음식의 재료가 무엇인지를. 신사 역을 맡은 배우가 앤서니 홉킨스이기에. 음악, 요리, 인체구조, 모르는 분야가 없는 지성과 교양의 소유자이면서, 인육을 먹는 살인마. 한니발 렉터 시리즈 4편 <레드 드래곤>은 잘 차려진 저녁 풀코스 식단처럼 우아한 카니발리즘으로 막을 연다. <한니발>에서 한 남자의 신경을 국부마취한 뒤 골을 꺼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월드 프리미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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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헌터>, 16년만의 부활은 성공할까<맨 헌터>는 한니발 렉터 시리즈 가운데 가장 흥행이 저조했고 국내에는 비디오로만 출시됐다. 그래도 비교는 불가피하다. 복역 이전의 렉터 얘기와 돌로하이드의 억압받던 어린 시절이 <맨 헌터>에는 없고 <레드 드래곤>에는 있다. 차갑고 음울한 분위기로 일관하는 <맨 헌터>와 달리 <레드 드래곤>은 가끔 웃기고 놀라게 하며 마지막 대결장면도 훨씬 길다. 그래서 <레드 드래곤>이 친절하고, 오락적 배려도 많다.그러나 <맨 헌터>에 시종일관 흐르던, 살인마를 닮아갈 것 같은 자신에 대한 그레엄의 두려움을 <레드 드래곤>에선 찾기 어렵다. 복역 중인 렉터를 대면한 <맨 헌터>의 그레엄은 구토를 해대며 쓰러질 듯 뛰쳐나오는 데 반해 <레드 드래곤>의 그레엄은 다만 조금 빠른 걸음으로 나올 뿐이다. 이 때문에 렉터가 더 자주 나옴에도 불구하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월드 프리미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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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카키색 점퍼에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인터뷰장에 들어선 앤서니 홉킨스는 한니발 렉터 같지 않게,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그냥 지나칠 만큼 평범한 노인처럼 보였다. 행사 진행자들을 통해 “취지가 분명한 질문을 해달라”는 주문을 미리 해온 그였지만, 툭툭 내뱉 듯하는 말투를 빼고는 매우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영국에서 ‘경’(sir)의 칭호를 받았는데, 어떻게 불러주길 바라냐”는 질문에 “그냥 ‘토니’라고 부르든가 아니면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라”며 말문을 열었다. 한니발 렉터 역이 세 번째인데, 스스로 원했는가.아니다. 제작자들이 내가 맡길 원했다.<레드 드래곤> 출연을 요청하면서 특별한 주문이 있었는가.→없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 전보다 더 무섭고 광기어리고 더 잔인하게 보이려고 했다.그러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면. →10년 전의 한니발을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10㎏ 빼야 했다. 그게 나이가 들어서 쉽지가 않았다. 전문 트레이너의 말에 따라 하루 2시간씩, 천천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 앤서니 홉킨스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