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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배우의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변함없으나, 60∼70년대 영화배우들은 적어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은 덜했을것이다. 전문 목소리 연기자인 ‘성우’가 신성일이든, 신영균이든 남궁원이든 그저 같은 목소리로 대변해주었기 때문이다. 여배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목소리만 듣고 있자면 주인공이 엄앵란인지 윤정희인지 구분이 안 갔다. 배우 출연료보다 성우에게 들이는 비용이 더 클 때였다. 현재 TV드라마<전원일기>에서 인자한 할머니로 나오는 정애란과 <하녀의 고백>(1963)을 찍을 때였다. <하녀의 고?gt;에서는배우 전원이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연기를 했다. 성우가 목소리를 대신해주던 것에 익숙해 있던 배우들은 본인이 직접 녹음해야 한다는 방침에 적잖은부담감을 표시했다. 정애란 역시도 본인 녹음이라는 말에 결정을 망설이는 눈치더니 막상 시나리오를 받아들자 얼굴이 환해진다. 그녀의 역은 다름아닌 벙어리 처녀. 대본에 나와 있는 대사란
‘홀쭉이 뚱뚱이’여, 다시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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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38회 대종상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종상 문제를 다룬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끝부분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우리집 텔레비전 수상기는 사랑받아 마땅한 우리의 대종상이 신구세대의 갈등에 희생이 되고 말았다고 단정하고 있었다. 세대간의 화합을 강권하고 있었다.정말 대종상은 세대갈등에 상처입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보면 대종상의 역사는 온갖 로비설과 음모설이 서식해온 어두운 터널이었다. 오죽하면 당대의 활동성 높은 영화인들이 대종상을 거부하자는 집단적 움직임을 두어번씩 되풀이했을까. 불공정심사 의혹으로 상처입고, 운영비조차 마련 못해 해걸이를 하는 수모까지 당한 상. 철지난 냉전논리로 냉전이데올로기에 찌든 당국의 검열을 통과한 영화조차 빨간 딱지를 붙여 시상대 진출을 막던 상. 빛나는 영화의 싹을 발견할 힘을 잃은(아니면 시력이 애초부터 없었던) 노안을 과시하던 상. 빈사 상태의 대종상을 새숨을 불어넣어 긴급구조해온 건 언제나 영화였다. 대종상은
다시 대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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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1902∼75)은 나운규(1901∼37)의 동향친구로서 그와 더불어 한국영화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걸출한 영화배우이자 명감독이다.과묵과 절제로 표상되는 개성있는 연기와 통렬한 민족주의적 주제의식으로 유명한 그를 한국영화사는 ‘지사감독’이라 일컫는다. 윤봉춘은 36살이되던 해에 아들을 얻는데 그가 바로 충무로작가의 대명사 윤삼육이다. 윤삼육의 가계(家系)는 화려하다. 그의 여동생은 저명한 연극배우인 윤소정이며,그의 두딸 역시 영화에 뜻을 두고 현재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덕분에 그의 집안은 충무로에서 가장 뼈대있고 유서깊은 영화명문가로 꼽힌다.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를 마친 그가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가로 충무로에 뛰어든 것은 서른살 무렵. 초기작 중 관객과 평단의 격찬을 받은 <소문난잔치>는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가난한 집 아들을 위하여 마을사람들이 모두 신분을 감추고 연극을 한다는 내용으로서, 저 유명한 프랭크 카프라의<하룻동안의 숙녀>를
액션과 시대물의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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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영화 <와니와 준하>의 첫 촬영이 지난 5월23일 목동의 한 할인매장에서 진행되었다. 오랜 공백 뒤 한층 깊어진 분위기를 풍기는 김희선과 더욱 담백해진 주진모. 두 배우는 한장면 촬영이 끝나기 무섭게 모니터로 달려들었다.
쿨한 그 여자,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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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fish제작조엘 실버, 조너선 D. 크레인 감독 도미니크 세나 각본 스킵 우즈 촬영 폴카메론편집 스티븐 E. 리프킨 음악 크리스토퍼 영 프로덕션디자인제프 만 출연 존 트래볼타,휴 잭맨, 할 베리, 돈 치들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개봉예정 8월중 스피디한 액션과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대형 폭발은 여름 극장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진주만>의 폭격이나게임 출신 여전사의 액션, 미라의 부활이 한 차례 지나간 뒤 극장가에 접속할 <스워드피시>는 첨단 컴퓨터시스템과 속도로 무장한 액션블록버스터.<식스티 세컨즈>의 감독 도미니크 세나가 제리 브룩하이머에 이어 또 하나의 액션블록버스터 제작자 조엘 실버와 손잡고 만든 두 번째영화다.60초 안에 모든 종류의 차를 훔치는 <식스티 세컨즈>를 잇는 신작 <스워드피시>의 과제 역시 60초 안에 일을 해치우는것이다. 스탠리 잡슨은 FBI의 컴퓨터시스템에 침투한 뒤로 전자제품 가게
제한시간 60초, 시스템에 접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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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장난하나? 기자가 촬영현장에 도착해 받은 첫 느낌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애(?)들이 영화를 찍고 있었다. 게다가 촬영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비나 스탭들도 없다.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든 감독과 영화 스틸기사, 배우 2명이 전부다.“호준아, 성운아, 다시 한번 가자.”“누나, 이 금붕어는 정말 징그러워서 못 만지겠어요.”“뭐가 징그러워? 눈 딱 감고 한번만 더 찍자.”고2짜리 감독과 초등학교 4학년짜리 배우 둘이서 아웅다웅하며 찍고 있는 영화는 디지털 영화전문 사이트인 씨네포엠(www.cine4m.com)에서제작중인 디지털영화 <미리 쓰는 방학일기>(가제).초등학생이 방학숙제로 써야 되는 일기를 방학 전에 미리 써놓고 방학 때 그 일기대로 행동한다는 내용이다. 감독은 지난 1998년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유소라(18)양. 그때의 중학생은 이제 현재 영파여고 2학년에 재학중이다. 이날 촬영장면은 두 주인공 호준이와 성원이 일
“눈 딱 감고 한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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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초청작은 2000년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상영했던 프랑스 단편 6편과 완성도 높은 실험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블랙마리아영화제화제작 16편을 상영한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 상영작들은 프랑스 단편의 오늘을 알려주는 개성있는 작품들. 블랙마리아영화제 화제작들은 강렬한이미지의 실험이 돋보인다.클레르몽 페랑, 프랑스 단편은 지금점토애니메이션 <새장 속의 새> (Caged Birds Cannot Fly, LuisEmilio Briceno, 프랑스, 2000년, 애니메이션, 35mm, 3분) (사진 오른쪽)는 새장 속에 갇힌 두 마리 새의 지루한 시간을 보여준다. 들리는건 규칙적으로 똑딱거리는 시계초침 소리뿐. 새장 안에 가득 찬 새들이 시계초침 소리에 맞춰 눈을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이 재미있다. <킬러의월요병> (에릭 발레트, 프랑스, 2000년, 극영화, 35mm, 14분)은 올 칸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한 작품이다. 장은 지루한일상을 살고 있
인디포럼 | 특별상영작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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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게임>
이경순·최하동하| 6mm| 90분| 컬러
“아, 씨발…. 도대체 이 나라가 해준 게 뭐야?” 낮술로 얼굴이 불콰해진 한 노숙자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그래, 맞아. 정말 해준
게 뭐지”라고 맞장구쳤다간, 조국과 민족 앞에 이 ‘한몸’ 바치겠다는 맹신도들에게 두들겨맞기 십상이다. <애국자 게임>은 누구에게
질세라 자신의 애국심을 뽐내는 이들을 한명씩 ‘링’ 위에 등장시킨다. 박정희의 생가를 들여다보며 그래도 70년대가 좋았다는 이들이나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수구언론의 논설위원에게 ‘애국’은 절체절명의 보루다. 서로 다른 종교 때문에 반목하기 일쑤인 이들도 ‘애국’하자고
하면 어깨를 건다. ‘애국’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이 땅의 뿌리깊은 레드콤플렉스와 만나 수십년 동안 파시즘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 주범이었음을 고발하는
작품. 지난 99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투쟁을 절절히 기록한 다큐멘터리 &l
인디포럼 | 다큐멘터리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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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아마존에서 버나드 허먼이 직접 지휘한 <유령과 뮤어 부인>의 CD가 도착했습니다.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엘머 번스타인의 녹음보다는 음질이 떨어지지만(어쩔 수 있나요. 60년 전 영화인 걸요) 그래도 오리지널의 향취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이 글을 치면서 듣고 있는데, 허먼 특유의 물결치는 로맨티시즘이 오른쪽 귀로 들어가 왼쪽 귀에서 파도처럼 빠져나가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자니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어떤 영화를 좋아하게 되는 데에는 다양한 경로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배우 때문일 수도 있고, 원작소설 때문일 수도 있으며, 감독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유령과 뮤어 부인>의 경우, 이 다소 감상적인 할리우드 판타지로 저를 인도한 것은 버나드 허먼의 음악이었습니다. 대학로의 모 음반가게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석에 박혀 있던 CD를 발견하고 좋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군요. 그동안 몇몇 허먼 팬들로부터 허먼의 최고 걸작이라는 소리를
추억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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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육지라면>
연출 김지현·김나영| DV6mm| 41분|
컬러
대표적인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에 대한 각양각색의 조리법을 TV요리쇼 형식으로 보여주는 영화. 가장 손쉬운 요리인 라면에서 사람들의 개성과 가치관을
읽어내는 아이러니를, 참신한 화법으로 풀어간다. 문화예술계 인사들로 보이는 일곱명의 사람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와
무관하지 않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라면을 끓여보이며 라면의 유래나 특성, 라면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계룡산에서 터득했다는 ‘수행정진’
방법으로서의 라면 끓이기, 화학 조미료의 맛과 향을 배가시키는 방법, 라면에 자연재료를 가미해 자연식품화하는 방법, 양 많은 라면을 골라 대충
끓여 먹기, 라면의 사각 모양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방법 등이 소개된다. 공동 연출자인 김지현 감독은 이번 인디포럼에 리얼리티와 말맛을 살린
또 한편의 극영화 <연애에 관하여>를 출품했다. 인디포럼 개막작.
인디포럼 | 극실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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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밀리>에 탤런트 황신혜가 캐스팅됐다.
<패밀리>는 인천의 토착 세력을 `평정한' 목포 출신의 엘리트 깡패와 룸살롱 마담과의 대결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로, <사의 찬미><애니깽>의 조감독 출신인 이정욱 감독의 데뷔작이다.
<주노명 베이커리> 이후 1년 6개월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황신혜는 당찬 성격의 룸살롱 `패밀리아`의 마담 오해숙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펼친다.
㈜시네마서비스가 제작하고 <넘버3>의 제작자인 김인수 프로듀서가 제작ㆍ책임을 맡은 이 작품은 캐스팅이 완료되는 대로 오는 7월에 촬영을 시작해 11월에 개봉한다.
영화 <패밀리>에 황신혜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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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여느 영화광처럼 <데르수 우잘라>(Dersu Uzala), <아군 오인 사격>(Friendly Fire), <로사>(Rosa), <알제리의 전투> <초분> 등 고상한 작품을 생각했다. 그런데 미출시! 다음으로 <지옥의 묵시록>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계엄> <휴전> <허공에의 질주> <프라하의 봄> <파업전야> <낮은 목소리>를 놓고 머리를 쥐어짜며 고심했다. <지옥의 묵시록>을 구하러 비디오가게 네 군데를 전전하다가 실패할 때까지 말이다. 써야 할 글이 ‘영화평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야 내 홈페이지에 정리해놓은 추천영화 400선을 옆으로 밀어냈다.
내 삶의 영화? ‘입문’하던 시절에 아프게 다가온 <사격장의 아이들>, 사춘기의 나처럼 청소년 연애금지문화에 도전한 <
인생을 낭비한 죄, <빠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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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ence]이명하| 5분40초| Beta| 컬러개와 고양이의 재미있고도 쓸쓸한 이야기. 어딘가 난해한 구석이 있는 작품들 가운데서 유독 돋보이는 쉽고도 감동적인 작품이다. 비오는 어느 날밤 개는 바에서 홀로 술을 마시며 울고 있는 고양이를 만난다. “집에서 쫓겨났단 말이야”라며 괴로워하는 고양이. 개는 고양이를 위로한다. 좋게생각하라고, 여행도 갈 수 있고 이제 주인 잔소리 안 들어도 되지 않냐고. 동물소리로 나누는 이들의 대화내용은 자막으로 나타난다. 절로 웃음이나면서도 가슴 한구석 찡해오는 이 이야기는 이 개와 고양이가 훗날 어떤 노년을 보냈는지에 관한 에필로그까지 들려준다. 그림은 동화책의 삽화같은 느낌. 지난해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인디애니부문 최우수상, 히로시마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신인상 수상작으로 2001인디포럼 국내초청작 5편중 1편이다.[Falling]전영찬| 4분| 35mm| 컬러고층빌딩 옥상에 아슬아슬 발을 걸치고 선 소년. 자살을 결심한 듯 소년은 지상으로
인디포럼 | 애니메이션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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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흥미로운 사이트 하나를 발견했다. ‘아이디어회관 SF 직지 프로젝트 1999.’ 사이트 소개를 보니 “한국의 SF 고서를 모아 CD-ROM으로 만드는 작업인 ‘직지 프로젝트’는 1999년 3월20일 시작되었습니다. ‘직지 프로젝트’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모여 다음 세대에게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꿈을 물려주는 작업입니다. ‘직지 프로젝트’는 1년 동안 많은 분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 진행되었으며, 2000년 5월5일 어린이날 성공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라고 되어 있었다.제목처럼 이 사이트는 70년대 ‘아이디어회관’이란 출판사에서 아동용으로 나왔던 60권짜리 SF전집을 중심으로 복각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사이트를 발견하고 ‘작품 읽기’로 들어가 화면에 죽 뜨는 책표지들을 보자, 즐거워졌다. <백설의 공포> <초인부대> <시간초특급> <동위원소인간> 등 지금도 기억에 선연한 제목의 SF
진정한 마니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