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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세계로<프로젝트 A> <쾌찬차> <용형호제> 등 할리우드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한 대작을 만들던 성룡의 최종목표는 세계 진출, 할리우드 진출이었다. <프로젝트 A> 이후 성룡의 영화는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홍콩관객을 위한 영화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영화가 나뉘는 것이다. <미라클> <쌍룡회> 같은 영화는 영락없는 중국인의 구정용 영화다. 반면 <폴리스 스토리>는 세계 무대를 향한 시발점이다. 인종과 국가를 막론하고 경찰의 활약을 그린 영화는 가장 보편적이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점차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액션의 강도를 높이는 점도 그렇다.성룡은 지금도 동일한 전략을 고수한다. 할리우드에서 일급 스타 대우를 받으면서도, 홍콩에서 <성룡의 빅 타임> 같은 명절영화를 만든다. 아시아 관객만을 위한 액션영화 <나이스 가이> <엑시덴탈 스파이> 등을 만드는 것도 같
난 당신이 좋다, 그 `순수한 육체`의 향연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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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 나오는 중·고등학교 단체관람. 그 시절 단체관람의 레퍼토리에 가장 빈번하게 들어갔던 영화는, 시리즈와 함께 성룡의 쿵후영화였다. <사형도수>나 <취권> <소권괴초> 같은. 낡은 극장 1, 2층을 가득 메운 까까머리의 학생들에게 시리즈는 대단한 이상향이었다. 마침 로저 무어가 수영복으로 몸매를 과시하는 대규모 본드걸을 이끌고 나오던, 에이즈의 위협이 전혀 없던 시기였다. 섹시한 본드걸이 등장하면 환호성을 지르고, 제임스 본드가 그녀를 안으면 침이 꼴깍 넘어가고, 그것도 수백명이 한꺼번에.하지만 성룡의 영화는 이상했다. 왕우의 <유성호접검>처럼 기상천외한 액션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성룡에게 이소룡 같은 카리스마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직 강호의 의리가 땅에 떨어지기 전이었으니, 공명정대한 ‘무협’에 싫증났을 리도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 유치해 보이는 성룡의 영화는 당대의 남학생들은 물론, 남녀노소 가릴 것 없
난 당신이 좋다, 그 `순수한 육체`의 향연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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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만난 지 얼마 안 돼 막 호감이 커질 때, 여자가 먼저 마음을 드러낸다. 급속하게 가까워지고 여자가 한없이 좋아져 가족에게 소개하고 싶다. 그때 여자가 주춤한다. 전과 달리 거리를 두려 하고, 급기야 한달 동안 보지 말자고 한다. 한달의 의미가 뭘까. 파악이 잘 안되고 보고 싶은 마음에 한달이 너무 길다. 일방적인 통고에 화도 난다. 무리를 해가며 여자를 찾아간다. 여자는 화를 낸다. 그러기를 몇 차례, 한달이 가기 전에 여자는 `헤어지자'고 말한다. 아무런 준비가 안 됐지만, 다른 여지가 봉쇄됐다. 자신도 헤어지자고 말하고 돌아온 뒤 일상에 두서가 안 잡히고 자기 방의 공기가 답답하다.정말 내가 싫은 건가, 다투면서도 애정을 보일 때가 있었는데. 머리에 앞서 몸이, 마음이 여자를 부른다. 1할의 희망과, 9할의 망가지는 심정으로 여자를 찾아가서는 다른 남자와 만나는 걸 본다. 객기를 부리다 창피를 당한다. 혼자서 오열한다. 사랑이 지나갔음을 받아들이고 그 사랑의 기억과
<봄날은 간다> 사랑은... 머물지않고 흘러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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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캐릭터에 대해 이영애씨와 얘기를 많이 했다. 한번 이혼해서 평생 함께 한다는 생각이 두렵고 자기 방어를 하고, 어쩌면 상우에게 주는 상처를 이전에 은수가 받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은수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도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영화 주인공으로는 드물지만 실제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여자가 아닐까.”
허진호(38) 감독이 은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윤곽이 잡힌 건 첫 장면을 촬영하면서였다. “찍으면서도 어떤 여잔지 잘 몰랐다. 찍으면서 만들어갔다. 디테일은 주변에서 관찰한 것도 있고 이영애씨가 보여준 것들을 가지고 엮어갔다. 이씨의 연기를 보는 게 재밌다. 이씨는 자기가 연기한 걸 모를 때가 있다. 제가 그랬어요? 하는 식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많은 게 나오는 배우다.” 허 감독은 남들에게서 연애담도 채집했다. “특히 여자들의 연애담, 남자가 힘들어질 때가 언제냐, 집착을 보일 때다 등등의 얘기….”
몇차례 있은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관객들이
허진호 감독, “이영애씨 은수캐릭터 잘 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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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320호는 지면개편호다.김지운 감독과 문화평론가 정윤수씨, 김봉석 기자가 각각 ‘고별사’를 발표했기 때문에 뭔가 바뀌는가보다, 짐작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칼럼 ‘숏컷’을 끝내고, 김봉석 기자는 소설가 김영하씨와 격주로 ‘이창’을 통해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된다. 민동현 감독과 제도교육의 틀을 스스로 깨고 나와 이제는 영화학도가 된 김현진씨의 발랄한 비디오체험기를 부활한 ‘오! 컬트’에서 들려준다. 영화의 뿌리를 비춰보는 자리를, 흔한 말로 급격한 매체환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 조금 넓혔다. 촬영감독열전이 그것이다. 영화를 영화이게 만드는 첫번째 기본요소 영상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역할을 우리는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하고 반성했다.세기의 카메라 그 첫번째로 코폴라와 베르톨루치, 사우라의 세계를 함께 축조해온 비토리오 스토라로로 이 순례의 문을 연다. 영화읽기의 새연재 ‘거장 예감 신세기 시네아스트’는 미래를 향해 낸 창이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란다. 시대정
숫자에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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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신은경)은 여자지만 싸움을 무척 잘하는, 조직폭력배의 중간 보스다. 가위를 분해해 쌍칼로 사용한다. 성질이 불같지만 암에 걸린 언니 앞에서 만큼은 얌전한 체 한다.곧 죽을 언니가 은진이 시집가는 걸 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하자 은진은 부하들을 시켜 결혼작전을 짠다. 조폭이라는 걸 속이고 순한 말단공무원 수일(박상면)과 결혼하지만, 사랑이나 섹스 같은 건 안전에 없다. 조금만 있다가 이혼하려 하는데, 언니가 이번에는 조카를 보고 싶다고 한다. 그 와중에 다른 조직폭력배가 구역을 침범해 들어온다.<조폭 마누라>(조진규 감독)는 `깡패영화'라는 장르를 코미디나 로맨스 쪽으로 변주해 낼 것 같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못하다. 잔인한 결투 장면과 `썰렁 개그'가 병렬돼 있을 뿐이어서 장르 변주라고 부르기가 쑥쓰럽다.이야기는 결투와 개그를 이어가는 수단에 불과하다. 말이 잘 안되고, 영화 만드는 쪽에서도 그리 중요하게 여긴 것 같지 않다. 여자를 조폭 보스로 내세운 대목에
이유없는 잔인함은 왜일까? <조폭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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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슨 웰스>위대성을 재론한다는 게 진부한 거장이 있다면 그건 오슨 웰스다. 그러나 그는 과연 우리에게 온전한 모습으로 알려져 있는 걸까. 한나래에서 펴낸 <오슨 웰스>는 영화사를 뒤흔든 데뷔작 <시민 케인>의 감독, 혹은 <제3의 사나이>의 매혹적인 미지의 사내로 남아 있는 오슨 웰스의 풍요로운 작품세계를 개괄하려는 기획이다. 물론 <시민 케인>은 불멸의 걸작임이 분명하지만, 이상하게도 널리 보여지지 않는 <심야의 종소리> <위대한 앰버슨가> <악의 손길> 등 그의 다른 작품들도 <시민 케인> 못지않은 중대한 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여섯 필자의 논문을 모아놓은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오슨 웰스 영화세상의 전모를 아는 데는 꽤 유용한 길잡이가 될 만하다<소품으로 본 한국영화사-근대의 풍경>차순하 외 지음/ 소도 펴냄/ 3만원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진 못하겠지만, 귀한
책... <오슨 웰스>, <소품으로 본 한국영화사-근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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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국을 돌며 <얘기노래마당> 공연을 했던 정태춘과 박은옥이 17년 만에 다시 같은 형식의 대화와 노래의 장을 마련한다. 형식적인 멘트를 노래 사이사이 넣는 게 아니라, 정말로 허심탄회하게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마당’은 가수들이 대부분 방송이나 디너쇼 등에만 출연하던 그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번 공연은 모두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는 ‘현실읽기’. 우리 현실의 어두운 부분을 풍자하며 정태춘이 <오토바이 김씨> 등을 부른다. 2부는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 주부이자 학부모이기도 한 박은옥이 정겨운 이야기와 함께 <봉숭아> <회상>을 부른다. 3부는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동방명주> 등 새 노래와 초기의 서정적 노래 <떠나가는 배> 등이 따로 또 같이 불린다.문예회관 대극장/ 9월25∼27일 8시/ 포즈댄스시어터/ 02-7665-210컨템포러리 재즈무용단 포즈댄스시어터가 뉴욕의 재즈댄스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서울&뉴욕 재즈댄스 페스티벌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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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of the Best> 퍼니 파우더난장뮤직 발매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결합하는 3인조 밴드 퍼니 파우더의 두 번째 앨범. 강력한 기타 사운드를 힙합 리듬으로 담아내는 <五俠>이나 단선적인 베이스 리듬과 모던록적인 요소를 녹인 <나이트에 가서 토끼춤을 출때> 같은 곡은 이들의 재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같은 음반사 소속인 자우림의 멤버들이 참여한 <찢어져!>는 가장 대중적 느낌이 나는 곡. 1997년 인터넷을 통해 데뷔한 ‘사이버 밴드’답게 음반 전체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누구에게나 음악을 들을 권리를 부여한다는 점이 재미있다.<Get Ready> New Order워너뮤직 발매8년 만에 돌아온 신스팝의 본가 뉴 오더의 신작. 포스트 펑크밴드 조이 디비전에서 댄스 취향의 음악으로 극적 변신했던 이들의 영향권은 상당히 넓은 편이어서 펫 숍 보이스, 데페시 모드 같은 밴드 또한 동시대에 활동했음에도 뉴 오
음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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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상념이지만, 1950년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의 전체 6곡 가운데 2번, 5번만 잠깐 녹음했을 뿐, 데뷔 이후 무려 60여년이 흐른 뒤에야 전곡 녹음을 한 로스트로포비치는 이 장강대하의 굽이굽이를 다음처럼 표현했다. “1번은 가벼움, 2번은 슬픔과 열정, 3번은 빛, 4번은 위엄과 모호함, 5번은 어둠, 6번은 햇빛” 그렇다면 5번만으로 얘기를 해보자.파블로 카잘스(EMI)의 5번은 산맥을 휘감아도는 거친 안개를 연상시킨다. 보잉은 거침없고 걸음 또한 뚜벅뚜벅, 확실하게 밀어붙인다. 이를 교본으로 한다면 폴 토르틀리에(EMI)는 위대한 스승의 길을 유명한 ‘토르틀리에 피크’, 즉 굽은 엔드핀을 사용하여 높은 포지션의 왼손에 자유를 주고 오른손의 활로 거침없이 긁어대는 방식으로 재현한다. 만약 음표 사이의 골을 정확히 짚어내며 무시무시한 악력으로 치닫는 것만으로 어떤 우열을 가늠해도 된다면 사실은 야노스 슈타커(머큐리)가 0순위. 오랫동안 그의 녹음은 카잘스의 반대편에 위치할
두 눈 부릅뜬 러시아의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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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마흔 네 번째(!)’ 앨범이 나왔다. 물론 ‘번안곡’으로 유명한 <Blowin' in the Wind(바람만이 아는 대답)>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역)> <A Hard Rain's A-Gonna Fall(소낙비)> 정도만 아는 사람들에게 이건 별다른 뉴스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새삼스럽게 왜? <롤링 스톤>에서 이 음반에 만점을 주었기 때문에? 요즘 이 잡지가 얼굴 쭈글쭈글한 록 베테랑과 살 탱탱한 소저들에게 홀딱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여기에 동참하기는 꺼림칙하다. 지난 5월 24일 환갑을 맞이하여 딜런이 대중음악에 미친 공적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르네상스에 미친 것”이라는 등의 찬사가 잇다랐지만 그것도 왠지 남의 나라 이야기같다. 사심없이 음악이나 들어보자.음악 형식으로 장르를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은 새 음반에 수록된 음악을 ‘포크’가 아니라 ‘블루스’라고 부를
`시의 부적절`한, 그러나 시간을 초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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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맡은 사기스 시로는 솔직히 말해 한국영화에서 그전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던 완성도를 지닌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는 알려져 있다시피 공전의 성공을 거둔 <에반게리온>의 음악을 맡았던 사람이다. 이 만화영화의 음악은 정말 훌륭했다. 만화다웠고, 때로는 그 이상이었다. 어른스러운 음악이었다. 걸작 영화음악을 만든 사람답게 사기스 시로의 음악은 <무사>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깔끔하고 탄탄하다. 그가 속해 있었던 의 퓨전재즈는 오히려 너무 깔끔해서 별게 아니었는데 <무사>의 음악은 완성도 자체가 우리에게 신선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멜로디나 리듬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닐지라도 이만하면 ‘표준’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음악이다. 일본사람들, 기본이 확실한 음악은 우리보다 월등하게 잘 만든다.우선 눈에 띄는 것은 악기나 사운드의 선택에서 군더더기가 전혀 없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브라스 사운드, 피리 소리, 팀파니 소리, 스트링 소리
<무사>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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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워낙 황당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다보니 웬만한 사건은 ‘특보’나 ‘속보’로 취급되지 않는다. 설사 ‘속보’나 ‘특보’라 하더라도,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조차 ‘삼풍백화점 붕괴’나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큰 규모가 아니면 직접적으로 와닿는 심리적 충격의 정도는 그리 크지 않게 마련이다. <CNN>과 뉴스전문채널이 생겨나면서 전쟁조차도 생중계가 되다보니 해외 긴급뉴스도 여간해선 단순한 사건뉴스 정도로밖에 비치지 않을 정도로 자극불감증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9월11일 저녁에 본 ‘미국 동시다발 테러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빌딩이자 최대의 건물 면적을 자랑하는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국방의 중추인 ‘펜타곤’ 등을 납치된 민간여객기가 들이받는 장면은, <다이 하드>나 <아마겟돈> 같은 할리우드 불록버스터의 특수효과를 방불케 했다. 문제는 이 사건이 1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난 ‘현실’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중추라 할 수 있
일본 경시청 테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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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찾아가는 세계만화의 23개 보물섬이라는 부제를 달고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가 출간되었다. 인하대 교수이며 2002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이며 미술 및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체계적으로 소개된 적이 없는 서구와 제3세계의 만화를 소개하는 저작을 발표했다.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괄에 해당하는 만화의 세계, 그리고 서구만화의 역사를 토픽을 중심으로 그림과 함께 서술한 세계만화사를 통해 책의 전체를 간단하게 발제하고, 이어 세계의 만화가라는 섹션을 통해 <엘로 키드>의 리처드 펠튼 아웃콜트에서 <애크미 노벨티 라이브러리>의 크리스 웨어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가와 작품을 개별적으로 서술한다.물론 우리가 보는 만화들이 아닌 전혀 낯선 새로운 세계의 만화이지만 최근 몇년 동안 열풍처럼 계속된 유럽만화 출판은 23명의 작가와 작품 중 낯익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놓았다. 고시니와 우데르조의 <아스테릭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