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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영화제를 꼽으라면 런던 국제영화제,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와 리즈영화제 세개를 꼽을 수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열리는 에든버러영화제가 지난 8월12일부터 26일까지 2주 동안의 일정을 시작했다.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는 중세를 비롯한 역사적인 유적을 많이 갖고 있는 작고 아담한 도시. 그러나 이 작은 도시는, 8월 한달 동안, 어떤 큰 도시에서도 보기 힘든, 온갖 크고 작은 공연들의 열기로 가득 찬다. 재즈 페스티벌, 프린지 페스티벌,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 등등의 이름 아래, 클래식, 오페라, 재즈, 코미디, 연극, 댄스 등의 공연이 도시의 크고 작은 공연장에 쉼없이 올려진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다시 에든버러 국제영화제가 있어, 가뜩이나 볼 게 많아 뭘 봐야할지 고민해야 하는 관객의 마음을 어지럽힌다.올해 프랑스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를 개막작으로 문을 연 제55회 에든버러영화제의 상영작은 모두 161편. 그중 16편
에딘버러 국제영화제 개막, <거기에 없던 남자> <서약>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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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이 베이징의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가운데 중국영화들은 주춤한 상태다. 반면 홍콩은 올 여름의 마지막 블록버스터영화인 서극의 <촉산전>(蜀山傳)이 8월9일을 시작으로 기대했던 대로 순조로운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다.서극 감독은 1983년 SF 무협영화 <촉산>(新蜀山劍俠傳)을 찍었고 당시의 영화 기술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많은 얘기들을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19년 만에 그동안 무궁히 발전한 새로운 기술들을 바탕으로 <촉산전>을 새롭게 완성했다. 실질적인 촬영은 지난해 6월에 끝났지만 까다롭기로 소문난 서극은 자신의 머리 속에 그려진 화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후반작업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총 1600여개에 이르는 컷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이 영화는 중국에서도 정이건, 장백지, 장쯔이 등의 화려한 캐스팅과 할리우드의 컴퓨터그래픽 기술 도입 등 개봉 전부터 많은 관객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러나
흥행 호조 보이는 서극의 <촉산전>, 개봉 전 정품 VCD 판매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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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1일부터 삼성동 코엑스와 정동 A&C,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01’이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SICAF는 95년 처음 개최된 이래 국내 최대규모의 만화·애니메이션 축제로 자리매김해온 행사.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의 규모를 대폭 늘리고, 애니메이션 신작기획공모전과 투자설명회의 장으로 프리마켓 SPP를 신설하는 등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이했다.우선 올해도 출판만화 관련 전시와 이벤트 공간,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상품판매 부스가 동시에 들어찬 코엑스의 행사장 구성은 관람객들의 불만을 샀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의 행렬로 행사기간 내내 붐볐다.올해 전시 중에서는 프라모델과 인형 등 각종 게임·애니메이션 관련 모형을 모은 캐릭터 모형전이 많은 눈길을 끌었다. 임창의 ‘땡이’부터 ‘꺼벙이’, ‘둘리’, 플래시애니메이션 캐릭터 마시마로까지 명랑만화의 4세대를 보여주는 올해의 주제전 ‘명랑만화전’은 규
[기획리포트] SICAF 2001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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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치고 빠지는` 주기가 2001년 여름 들어서 극단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할리우드영화의 ‘일생’에서 개봉 첫 주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블록버스터가 영화산업의 주도권을 잡은 1970년대 중반부터 상승일로를 걸어왔으나, 2001년 여름시장에서는 주 단위가 아닌 일 단위로 흥행 성패가 갈릴 만큼 `단기전`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8월13일치 <뉴욕타임스>는 1990년대 초만 해도 20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둘째 주 이후 티켓 판매 감소율이 30% 선을 넘나들었던 여름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이제 3천개를 훨씬 웃도는 스크린에서 기록적 오프닝 성적을 올린 뒤 둘째 주부터 빠르게 박스오피스 톱10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미이라2> <진주만> <혹성탈출> <러시아워2>는 모두 3100 내지 3400개 극장에서 개봉해 2주차에 50%가 넘는 수익 하락을 경험한 올 여름 블록버스터들. <혹성탈출>의 경
기록적 오프닝 뒤 흥행성적 급격히 하락하는 블록버스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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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해킹 비상이 걸렸다. 최근 워너브러더스의 개봉 대기작 <오션스 일레븐>과 이연걸 주연의 콜럼비아사 영화 <더 원>의 러프컷이 불법 유출돼 인터넷상에 배포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제작노트가 일일 뉴스 형식으로 온라인에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해커들의 침공’이라는 제목으로, 할리우드 해킹의 심각성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최신 개봉작의 풀 버전, 촬영중인 작품의 러프컷, 제작노트와 계약 문건, 각종 통계자료, 대본 전문 등 해커들이 노리는 품목도 다양하다고. TV도 영화도 가리지 않는다. 해커들이 이런 일급 기밀에 속하는 고급 자료들을 입수할 수 있는 이유는 대개의 중요 자료들이 컴퓨터를 통해 전송되거나 저장되기 때문. 컴퓨터에 담겨 있는 자료는 무엇이든 해킹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해커들은 중소 프로덕션, 현상소,
할리우드 개봉대기작 러프컷 유출, 해킹 피해 연간 25억달러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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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잘 날이 없는 영화진흥위원회에 새로운 불똥이 떨어졌다. 16일부터 심사에 들어간 극영화제작지원사업의 심사위원 선정이 유길촌 위원장의 독단으로 이뤄졌기 때문. 유 위원장은 지난 15일 그동안 위원, 사무국과의 협의를 통해 심사위원을 선정하던 전례를 깨고 본인 혼자만의 판단으로 7명의 심사위원을 선발, 다음날부터 심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유 위원장은 9명의 심사위원을 추천했던 영화진흥위원들은 물론이고 사무국의 실무자까지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독단적인 심사위원 선발 조짐은 8월14일 급작스럽게 주무부서인 국내진흥부장의 인사 발령을 내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전에 사무국장이나 노조와 협의를 갖는 관례를 따르지 않은 이 인사 발령 직후, 유 위원장은 실무자를 배제한 채 심사위원을 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이같은 결정에 영진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 위원장과 조희문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위원은 “현재 위원장은 자신이 (합의기구의) 위원장이 아니라 사장이라고 생각하
[충무로는 통화중] 또 불똥 튀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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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마지막으로 중단될 것으로 알려졌던 국내 국제영화제에 대한 국고지원이 일단 내년까지는 이뤄지게 됐다. 문화관광부는 8월17일 기획예산처가 내년 예산안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여성영화제에 전년과 동일한 예산을 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각 영화제는 내년에도 애초 신청했던 대로 국고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내년 각 영화제가 확보한 국고지원금은 부산영화제가 10억원, 부천과 전주영화제가 각각 5억원, 여성영화제가 3억원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가 각 지방단체에서 주최하는 영화제가 많아지다보니 모두 지원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특성이 확실히 있고 내용이 알차다고 판단되는 영화제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지원한다는 것이 문화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한때 가슴을 졸였던 각 영화제쪽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취약하고 기업 등의 후원을 얻기가
국제영화제, 내년까지는 안심,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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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세계적인 카레이싱대회 C.A.R.T.(Championship Auto Racing Teams)는 전세계 도시를 돌며 20번의 시합을 열고, 최종기록으로 단 하나의 챔피언을 뽑는다.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신인 레이서 지미(킵 파듀)는 전년도 챔피언인 보(틸 슈바이거)의 자리를 위협한다. 집중력이 흔들리며 3연패를 당한 보는 연인 소피아(에스텔라 워런)를 내쳐버리고 다시 우승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리며 사고를 당한 지미는 실연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소피아와 가까워진다. 레이싱팀의 코치인 칼(버트 레이놀즈)은 신인의 티를 벗지 못하고 기복이 심한 지미를 위해 과거의 스타였던 조(실베스터 스탤론)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지미는 소피아를 둘러싸고 보와 대립하면서 더욱 슬럼프에 빠지고, 한때 조의 동료였다가 지금은 지미를 뒷받침하는 레이서 메모는 타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Review 과거의 액션영화 팬이라면 결코 <클리프 행어>의 레니 할린과 실베스터 스
시사실/드리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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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한 개에서 네개까지 모두 가능만약 평론가의 리뷰와 별점이 독자들에게 이 영화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정보로 작용한다면, <리틀 청>은 별 한개에서 네개 사이라고 적겠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술수’를 부리는 이유는 이렇다. 별 많이 달린 영화가 대체로 지루하다는 것, 평론가들이 적당한 험담과 함께 별을 두개에서 두개 반쯤 주었을 때 오락성이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관객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제작자들은 두개 반 정도의 별점을 받으면 시장성이 크다는 판정으로 받아들여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네개에 육박하면 불안감에 떤다. 영화에 대한 간편하고 실용적인 평가방식으로 정착된 별점 제도가 평론가와 대다수 관객 사이에 이질성을 심화하면서 도리어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리틀 청>은 시장성면에서 별 한개짜리다. 이 영화에 대한 권유를 유익하다고 받아들일 만한 사람은 열명 중에 한두명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주제의
‘<리틀 청>에 별점 매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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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경극 배우 ‘브러더 청’을 좋아하는 할머니 덕택에 ‘리틀 청’이라는 애칭을 갖게 된 아홉살짜리 꼬마(유유에밍)는 자신이 일찌감치 세상 이치에 눈을 떴다고 자부한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심부름을 다니느라 홍콩 서민들의 거리인 몽콕지역에서 다양한 삶을 엿보게 된 덕분이다. 또래의 소녀 팡(막웨이판)이 중국에서 건너온 불법체류자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리틀 청은, 일자리를 갖고 싶어하는 팡에게 배달일을 동업하자고 제안한다. 이로써 가슴아픈 이별이 기다리는 아름다운 우정이 시작된다.■ Review TV를 통해 본 구룡반도의 화려한 대도시 이미지, 춤추는 듯 우아하게 총을 난사하는 남성영화, 그도 아니면 왕가위의 탐미적인 허무주의를 통해서 홍콩이라는 도시국가를 상상하던 우리에게, 프루트 챈 감독은 어느날 불쑥 전혀 다른 홍콩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스타일로 들려주기 시작했다. ‘홍콩 반환 3부작’이라고 이름 붙은 <메이드 인 홍콩>(Made in Hong
리틀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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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잡이? 실은 진중한 중세의 대문호 <기사 윌리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자 지적인 대사를 독차지하는 캐릭터는 폴 베타니가 연기한 유랑작가 제프리 초서. 초서가 남긴 중세유럽 이야기 문학의 기념비 <캔터베리 이야기>(1393∼1400)의 한 에피소드에 느슨하게 기초해 <기사 윌리엄>의 각본을 쓴 브라이언 헬겔런드 감독은 불경하게도 대문호를 윌리엄의 ‘바람잡이’로 캐스팅해 “내가 주의를 끌어놓았으니 나가서 관중의 마음을 뺏어봐!” 같은 대사를 하게 한다.런던 포도주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초서는 왕실에 봉사하는 청년집단에 들어가 에드워드 3세부터 헨리 4세까지 세 국왕의 신임을 받은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기사 윌리엄>의 왕자 에드워드는 에드워드 3세의 아들이자 헨리 4세의 아버지. 영화에서처럼 마상시합의 안내 역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군인, 궁정대신, 외교관, 산림관, 공사감독 등을 두루 거친 초서의 이력은 그에게 인간본성에 대한
실존인물 제프리 초서(134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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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어려서부터 기사를 동경하던 윌리엄(헤스 레저)을 지붕수리공 아버지는 액터 경에게 맡긴다. 액터가 돌연사하자 그를 수행하던 윌리엄은 투구로 얼굴을 감추고 마상창술시합에 나가 승리한다. 동료 와트와 롤랜드를 설득해 ‘가짜 기사’ 울리히 폰 리히텐슈타인으로서 각지의 무술시합을 순례하기로 한 윌리엄 일행에, 유랑하던 미래의 문호 제프리 초서(폴 베타니)도 합류해 ‘바람잡이’ 역을 맡는다. 루앙대회에 나간 윌리엄은 귀족의 딸 조슬린(섀닌 소세이먼)과 사랑에 빠지고, 연적이자 라이벌인 기사 아데마 백작(루퍼스 스웰)과 충돌한다. 승승장구하는 윌리엄의 인기와 함께 아데마의 시기심도 높아가고, 런던에서 열린 최고대회에서 윌리엄을 뒤밟아 출신의 비밀을 캐낸 아데마는 비겁한 승리를 획책한다.■ Review 14세기 유럽의 마상창술(말을 타고 나무 창으로 상대를 공격해 점수를 얻는 경기) 시합장에 입장하는 <기사 윌리엄>의 관객은, 류트나 파이프의 연주가 아니라 20세기 밴드
기사 윌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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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비디오 저널리스트인 현수(김남주)는 병원 응급실 취재중에 손목을 그어 자살한 유진(서린)과 그녀의 보호자 지후(오지호)를 만난다. 지후와 유진이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임을 기억해낸 현수는 그들의 사연을 궁금해하던 중 지후의 전화를 받게 된다. 지후는 유진이 다른 남자에 대한 사랑을 접지 못해 죽음을 택했다고 알려온다. 현수는 유진이 평생 사랑한 남자가 자신의 약혼자인 진성(이서진)임을 알게 되고, 아픈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지후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Review “당신은 내가 부러웠나요? 비웃겠지만, 난 내가 당신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비극. <아이 러브 유>는 거기서 더 나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는 나를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한다(김남주->오지호->서린->이서진->김남주). ‘서로의 등만 바라보는 비극적인 바보들’의 사랑은 영화 내내 힘겨운
시사실/ 아이러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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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은 데뷔작 <메멘토>로 로버트 로드리게즈 이래 뜸했던 꿈의 코스를 밟은 인물이 됐다. 저예산 데뷔작 한편으로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한 뒤 곧바로 메이저로 발탁된 것이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하는 범죄스릴러 <불면증>이 그의 차기작. 알 파치노, 힐러리 스왱크, 로빈 윌리엄스 등 쟁쟁한 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5천만달러짜리 영화로 현재 촬영중이며 내년 봄에 개봉한다.197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놀란은 7살 때 아버지의 슈퍼 8mm 카메라를 만지면서 영화의 감촉을 익힌 전형적인 영화광 출신. 19살 때 슈퍼 8mm로 찍은 단편 <타란텔라>는 영국 <PBS>에서 방영될 정도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놀란은 영국의 칼리지 런던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영화 만들기의 꿈을 키웠다. 1999년 60분짜리 중편 <미행>을 홍콩영화제에 출품했고, 영화제 현장에서 장편 데뷔작 <메멘토>의 제작비를 모았다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