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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복판, 휴가를 떠나는 이들과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들로 분주한 서울역 광장과 역사에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관과 남양주 양수리세트장을 돌아온 <흑수선>팀이 서울역에 잠시 여장을 풀었기 때문이다. 서울역 촬영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으로, 스케일과 의미가 특히 큰 부분. 배창호 감독의 노련한 진두지휘와 스탭들의 기민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역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잠복하고 있던 암초들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내가 이 나라 대통령인데, 왜 나한테 허락도 안 받고 이런 걸 찍냐”고 항의를 하거나, 주연배우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취객과 행려들이 보이는 돌출행동 때문이었다. 급기야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는 안전하고 원활한 촬영을 위해 예닐곱명의 보디가드를 고용해 현장 정리를 의뢰했다. 수난을 겪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구역에 출입과 통행을 제한당하자, “너네가 경찰이냐 뭐냐, 신분증 보여달라”고 항의하며 몸싸
연쇄살인사건, 그 마지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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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벨루치(32)와 브루스 윌리스(45)가 한 작품에 출연한다. 내년 1월 크랭크인 하는 레볼루션 스튜디오의 드라마 <맨 오브 워>로, 감독은 미정이다. <맨 오브 워>는 아프리카에 봉사하러 갔다가 전쟁의 위험에 말려든 한 여의사를 구출하고자 특수임무 부대가 출동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부대가 당도했을 때, 의사는 자기 혼자 구조되기를 거부하고 마을 사람들 40명과 함께 가겠다고 고집한다. 모니카 벨루치가 아름답고 정의감 있는 주인공 여의사 역을 맡는다.
청진기를 든 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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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밥 손튼이 손수 지은, 아내 안젤리나 졸리에 관한 노래들을 데뷔앨범에 수록할 예정으로 알려져 화제다. <영원히>라는 노래는 빌리 밥 손튼이 졸리의 속옷을 즐겨 입는 자신의 취향을 묘사한 곡. <안젤리나>는 손튼과 졸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되새기는 곡이다. 그런가 하면 <너의 푸른 그림자>는 그들이 영화 일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었던 시간들에 부치는 노래. 이 곡들은 모두 손튼의 첫 앨범 <프라이빗 라디오>에 실리게 된다. 올 크리스마스에 발매된다고.
빌리 밥 손튼, 아내 안젤리나 졸리에 관한 노래 데뷔앨범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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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조니 뎁이 있다면 우리에겐 이원 맥그리거가 있다.” 이원 맥그리거가 영국에서 제일 ‘샤프’한 남자로 뽑혔다. <에스콰이어> 영국판이 독자들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맥그리거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캄을 물리치고 1위에 올랐다. 3위는 <리플리>에서 멋진 모습을 과시한 주드 로. <아메리칸 뷰티>의 감독 샘 멘데스, <혹성탈출>의 팀 로스도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 투표의 선정기준은 재능, 성공 정도, 유머, 그리고 동료로부터 존경을 받는 정도였다.
미국에 조니 뎁이 있다면 우리에겐 이원 맥그리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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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팀 버튼한테 아무 감정 없는데?” 케빈 스미스가 항간에 돌고 있는 팀 버튼과의 ‘불화설’을 웃음으로 넘겼다. 스미스는 일전에 팀 버튼의 <혹성탈출> 엔딩 부분이 자신의 만화책 <제이 앤 사일런트 밥>에서 아이디어를 훔친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도로 물리는 제스처를 한 것이다. “난 <혹성탈출>의 엔딩이 도둑질한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누군가를 법정으로 불러낼 생각도 없다”고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이 싱거운 일은, 스미스가 <혹성탈출>을 보고서 <뉴욕포스트>의 한 기자에게 즉석 코멘트를 하며 시작됐다. 자기 만화와 엔딩장면이 똑같다며, “그 장면을 보다가 놀라서 턱이 빠질 뻔했다. 고소를 해야 할지 여부를 변호사와 얘기해 봐야겠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곧 기사화됐고, 이를 본 팀 버튼은 “난 그런 만화를 전혀 본 적이 없다”고, 그리고 심지어는 “케빈 스미스가 만든 그 어떤 것도 본 적이 없다
우리 안 싸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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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의 한니발 렉터 박사가 영화사에 빛나는 ‘최고의 악인’ 1위에 올랐다. 미국의 영화사이트 ‘온니무비즈 닷컴’이 웹상에서 벌인 투표에서 앤서니 홉킨스가 연기한 렉터 박사는 무려 1만7천명 이상의 영화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사이트의 대변인은 “사람들이 한니발의 재담을 사랑하고 있다”는 자체평가를 내렸다. 렉터의 뒤를 잇는 인기 악역캐릭터 2위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 데이비드 프로우스가 맡은 이 배역의 목소리는 흑인배우 제임스 얼 존스가 녹음했다. 3위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 노먼 베이츠에게 돌아갔다. 앤서니 퍼킨스가 연기한 노먼 베이츠는 마더 콤플렉스에 빠진 사이코 청년. 베이츠를 잇는 4위는 앨런 릭먼이 연기한 <로빈 후드>의 노팅검 주장관, 5위는 캐시 베이츠가 연기한 <미저리>의 애니 윌키스가 차지했다.
내가 바로 천하의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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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장으로 간 로보캅? 개그맨 서동균이 <헬로 피구>에 피구 코치로 캐스팅되었다. 일본 아뮤즈가 기획, 투자하는 <헬로 피구>는 일본과 한국어린이들이 피구를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 어린이영화. 서동균이 맡은 한국인 피구 코치는 아이들에게 피구를 가르치면서 서로의 마음속의 벽을 허물고 진정한 친구가 되도록 인도하는 역할이다. <개그 콘서트>에 ‘로보캅’으로 등장해서 인기를 끌었던 서동균은 코미디언 고 서영춘씨의 아들이기도 하다. <헬로 피구>는 오는 9월 일본에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로보캅이 피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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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생을 담게 될 곽경택 감독의 신작 <챔피언>이 8월21일 제작발표회를 가지고 본격적인 시합에 들어간다. <챔피언>에는 배우 유오성, 곽경택 감독뿐 아니라 조원장 프로듀서, 황기석 촬영감독, 신경만 조명감독, 박광일 현장편집기사까지 <친구>의 작업에 함께했던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쳐 또 한번의 신화창조를 꿈꾸고 있다. 곽 감독은 제작발표회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김득구와 마지막 매치를 벌였던 레이 맨시니 역을 비롯한 미국 현지 배우캐스팅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땡’, 챔피언 결정전 제1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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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충무로로 홀연히 날아든 여인. <나비>의 김호정이 지난 8월2일부터 12일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열린 제54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에 해당하는 청동표범상을 수상했다. 해외영화제에서 한국배우가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87년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지 14년 만의 일이다. 여우주연상과 젊은비평가상을 함께 수상하는 기쁨을 누린 문승욱의 <나비>는 잊고 싶은 일들이 기억하고 싶은 것보다 많은 가까운 미래, ‘망각의 바이러스’가 출몰한다는 도시에 찾아든 인물들의 여정을 좇아가는 영화다. <나비>에서 김호정은 독일에서 거주하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버리기 위해 그 도시를 방문한 ‘안나’ 역으로 출연해 건조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다.<캣츠> <꿈꾸는 기차> <바다의 여인> <나운규> 등 다수의 연극작품으로 히서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연극
‘나비’ 바이러스, 로카르노를 전염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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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에 영화가 싹트고 있었네. 몹시 덥던 지난 8월8일 오후 5시, 더운 나라에서 온 손님을 세종호텔에서 만났다. 캄보디아 문화부 국장 솜 소쿤씨(51). 깡마른 몸에 커다란 금테안경을 걸치고 음성은 나직한 그는 관료라기보다 수도승 같았다. 문화부 장관 직속으로, 영화에 관한 실무를 총괄하는 그의 방한 목적은 두 가지. 하나는 유네스코 개최 ‘2001 한-아세안문화계인사(영화인) 교류사업’에 참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메가박스 등 씨네플렉스를 둘러보고 종합촬영소도 견학했다. 영화법, 심의방법 등을 알기 위해 문화부, 영화진흥위원회, 공연윤리위원회 사람들도 만났다.솜 소쿤 국장이 영화의 모든 것을 배워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캄보디아를 통틀어 하나밖에 없는 극장 ‘비민뜹’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극장이 생겨났으니 법도 만들어야 하고 심의도 해야 했다. 솜 소쿤씨를 이처럼 바쁘게 한 장본인은 비민뜹극장 대표
킬링필드에 영화가 살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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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몇편 정도를 제작하거나 수입·배급할 생각인가.= 수입은 재미없다. 한국영화를 하되, 1년에 최대 4개나 5개다. 아다시피 여기저기서 투자도 모아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고 캐스팅도 해야 한다. 요즘 캐스팅이 장난이 아니다. (웃음) 4개 하면 정말 정말 잘하는 것 같다. <달마야 놀자> 하고 있는 KM컬처 있지 않나. 앞으로 구본한 프로듀서하고 씨네2000의 이춘연 사장이 그리 합류할 거다. 그러면 거기서 나오는 영화의 배급라인은 아이엠을 탈 것이다. 아이엠에서 자체적으로 투자하는 영화는 물론 우리가 배급하고, 그렇게 해서 괜찮은 배급사가 될 것이다. 그전에는 조심스럽게 할 생각이다. <달마야 놀자>는 우리가 배급하지 않는다.+ 시네마서비스가 배급사인데, 또다른 배급사에 투자를 해서 그 배급사가 라인업을 갖도록 한다는 게 특이하다.= 특이한 것도 있지만 자연발생적이다. 왜냐? 시네마서비스는 워낙 인하우스 프로덕션이 많지 않았나. 좋은영화도 있고 쿠앤
“삼성 정도면 10년을 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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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기적인 그녀>가 환기시킨, 잊혀질 뻔한 이름이 있다. 첫째는 8년 만에 연출작을 내놓은 곽재용 감독이지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지 않는 곳에 또 한 사람, 최완(49)씨를 빼놓을 수 없다. 90년대 중반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영화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사업단 해체와 함께 낯선 길로 접어들었다. 99년 삼부엔터테인먼트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가 모회사가 공중분해되면서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던 최완씨는 지난해 4월 아이엠픽처스라는 배급사를 차렸다. 신씨네가 제작한 <엽기적인 그녀>는 <하면 된다>로 신고식을 치른 아이엠픽처스의 두 번째 투자작. 전국 400만명 돌파가 시간문제로 보이는 이 영화의 흥행으로 최완씨의 건재가 확인된 셈이다. 그를 만나러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아이엠픽처스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곳엔 낯익은 얼굴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과거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20년 넘게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혼자 무슨 사업을 하겠
“삼성 정도면 10년을 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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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Mommy)… 당신은 나의 마미….” 창백한 얼굴, 간절함에 빛나는 슬프고 푸른 눈동자, 세상의 걱정, 근심을 모두 떠안은 듯한 미간을 타고 내려온 작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그 여리고 낮은 음성, “마미… 마미… 마미…”.
할리 조엘 오스먼트, 그는 소리내어 웃지 않는다. 마치 웃음소리와 함께 지금의 행복이 달아나기라도 할 듯, 그저 슬픈 눈망울로 씩 미소를 지을 뿐이다. 장난감을 망가뜨리지도, 음식투정을 하지도 않는 착한 소년. 그러나 세상은 이 소년을 끊임없이 시험한다. 환희로 가득 찬 마법의 세상을 보여주던 엄마를 죽게 하고 퉁명스런 흑인이모와 살아가라고(<보거스>), 죽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슬프고 고된 운명을 이겨내라고(<식스 센스>), 돌멩이만한 주먹과 자전거 한대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라고(<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그리고 이번엔 로봇 소년의 몸으로 태어나게 한 뒤 ‘진짜 소년’이 되기 위한 2천년이 넘는 긴 여행을
슬픔으로 파닥이는, 신의 작은 새, 할리 조엘 오스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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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사람은 부지런하다고, 신은경이 스튜디오를 찾은 건 아침 9시였다. 맨얼굴이었다. 그러나 한 시간 뒤 그녀는 확연히 ‘헤어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이 보이는 펑키스타일의 머리에 음영이 강한 화장을 하고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는 버튼을 눌러 모니터를 켜듯 블라우스 단추 서너개를 간단하게 풀어버렸다. V자로 드러난, 탄탄한 그녀의 살갗에 어색함 따윈 없었다. 사실 누가 ‘형님’에게 응큼한 생각을 품겠는가. 그렇다 해도 어떻게 티를 내겠는가. 조직의 넘버2 보스인 여자조폭 역을 맡아 <조폭마누라>에 출연한 신은경은, 극중 인물 은진의 ‘권위’를 이양받은 듯 그렇게 시종일관 당당하고 씩씩했다.
“시나리오는 지도예요. 배우가 영화를 찍는다는 건 지도를 가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거죠. 열심히 하는 거요?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중요한 건 누가 얼마나 정확한 지도를 손에 넣느냐 하는 거죠. <조폭마누라>는, 제게 100점 만점의 정확한 지도였어요.” 촬영을 막 끝낸 배우
나는 날마다 새로워진다, <조폭마누라>의 신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