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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는 스포일러 지뢰밭이니까 영화 결말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적당히 건너뛰길. <디 아더스>뿐만 아니라 이에 비교할 만한 다른 영화들의 결말까지 밝힐 테니 그것도 알아두시고….)
세상 어딜 가도 유령 이야기는 있다. 유령들의 어쩔 수 없는 초자연성과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심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무서운 이야기’는 유령 이야기다. 여기서 돌연변이 괴물과 미치광이 살인마가 나오는 현대 공포물로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그만큼 유령 이야기들은 보편적일 수밖에 없다. 유령이 스코틀랜드의 고성에 나오건 한국의 초가삼간에 나오건 그들이 하는 일과 원하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장화와 홍련이 자길 죽인 원수를 찾아달라고 새로 부임한 사또에게 나타날 때, 스코틀랜드에서는 살해당한 잉글랜드 장교의 유령이 살인자를 잡아달라고 양치기 앞에 나타나는 식이다.
하지만 서구 예술에서 ‘귀신들린 집’은 다른 문화권보다 은근히 강한 힘을 과시한다. 왜일까
<디 아더스>, 아는 만큼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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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있을 때 난 방 안에 갇혀 아바 음악을 몇 시간 동안 듣곤 했어. 너와 함께 떠난 뒤로, 내 삶은 멋지게 변했어. 노래 뒤 <댄싱 퀸>처럼 말이야.” <뮤리엘의 웨딩> 영화의 주인공은 뮤리엘이라는 뚱뚱하며 개성이라곤 눈씻고 찾기 힘든 여성. 뮤리엘의 방은 온통 아바의 사진으로 도배되었고 그녀는 노래 <댄싱 퀸>을 흥얼거리곤 한다. 어떤 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뮤리엘의 웨딩>에서 영화음악은 백조임을 자각하지 못한 여성을 위한 씩씩한 ‘응원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심심하고 우울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친구와 소원해졌을 때, 뮤리엘을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건 아바의 평온하면서 유치하고, 언제나 경쾌한 음악이다. 아바의 노래가사는 영화 대사로 부분적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니 <뮤리엘의 웨딩>이 1970년대, 80년대의 인기 그룹 아바를 재발굴하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한 셈이다.뮤리엘은 가정에서, 집 밖에서 무시당하기 일쑤
[TV영화] 뮤리엘의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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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당시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이벤트가 있었다. 같은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 두편 나란히 공개된 것이다. 주연으론 당대 최고 스타인 김지미와 최은희, 두 사람이 각기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이다. 당시 관객은 <성춘향>의 손을 들어줬는데 여기엔 여러 원인이 있을 터다. 첫째는 신상옥 감독의 영화가 시각적으로 무척 화려하다는 점. 당시는 컬러영화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무렵이었는데 신상옥 감독은 일본에서 영화 현상을 하는 등 색채와 기술적인 부문에 남다르게 신경썼다.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이 의상은 화려한데 비해 전체적으로 영화가 어둡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 <성춘향>은 밝고 화사한 톤을 고수한다. <성춘향>이 담고 있는 현대적인 각색의 묘미도 적지 않은 원인이 되었을 법하다. 각색에 관한 연출자의 재기는 이도령과 방자의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이도령이 “춘
[TV영화] 성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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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시작된다. 밀러 대위는 많은 부하들을 잃으면서 상륙에 성공한다. 의외의 명령이 밀러 대위에게 떨어진다. 행방조차 알 수 없는 라이언 일병을 찾아내 미국으로 귀환시키라는 것. 라이언의 형들이 모두 전사하자 그의 어머니를 위해 라이언만이라도 귀향시키기로 상부에서 결정한 것이다. 과연 이 엉뚱한 명령이 자신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일까? 주저하고 욕하면서 밀러와 부하들은 라이언 일병과 함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영화의 수작이 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초반부 전쟁신, 상륙보트에서 내린 미군이 독일군의 기관총 세례를 받고 떼죽임을 당하는 장면은 기가 막힌다. 창자가 쏟아지고 팔과 다리가 절단되며 머리가 부서져나가는 등 압도적인 장면이 20여분 동안 이어진다. 얼핏 냉정하게 촬영한 다큐멘터리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여느 전쟁영화 걸작에 비해 확연히 구분되는 건, 시점
[TV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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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코 늦는 법이 없어. 내가 늦었을 때는 이미 죽은 거야.” <엔트랩먼트>는 숀 코너리를 위한 영화다. 제작과 배우를 겸한 영화에서 숀 코너리는 스스로를 우상화하는 만용을 부린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액션 연기는 물론이며, 나이가 절반밖에 되지 않은 여배우와 달콤한 로맨스까지 나눈다. 그런데 <엔트랩먼트>를 보면 그의 캐릭터가 과장되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여전히 근사하고, 쿨하게 신사적이므로. 숀 코너리의 파트너로는 캐서린 제타 존스가 출연하고 있는데 그녀 또한 평범하진 않다. 몸에 딱 달라붙는 복장으로 도둑질 연습에 골몰하는 그녀는, 숀 코너리는 물론이고 관객마저 순식간에 홀린다. 두 남녀는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면서 한편으로 열렬한 감정적 끌림을 느낀다. 둘의 치밀한 두뇌게임은 영화 끝까지 이어지는데 결말은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다. 어이없이 모든 극적 장치가 허물어지면서 얼결에 낭만적인 결합으로 결판나는 것. 심지어 신파스런 대목도 있다니!&
[TV영화] 엔트랩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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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과 연출을 겸한 이정향 감독의 장편 데뷔작. 휴가를 나온 철수는 애인을 찾지만 애인이 살던 곳엔 춘희라는 여자가 살고 있다. 철수는 당황해하고 춘희는 다짜고짜 애인을 찾는 그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춘희 방에 짐은 푼 철수는 살림은 물론이고 외모에 관심없는 춘희를 한심스럽게 여긴다. 춘희의 사생활, 일까지 간섭하는 철수는 차츰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춘희 역을 연기한 심은하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대중영화. 별로 현실감이 돋보이는 편은 아니지만 새롭게 사랑에 빠져드는 연인들의 심정을 절절하게 전한다.
[TV영화] 미술관옆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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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인>의 원작자로 널리 알려진 마르그리트 뒤라스 감독작. 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30년대 인도, 프랑스 대사의 아내인 안느는 인도의 더운 날씨를 견디기 힘들다. 그녀는 더위와 답답한 생활에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인도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들까지도 경멸한다.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안느가 의지하는 것은, 새로운 사랑이다. 안느의 남편은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른 척할 따름이다.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난 <인디아송>은 인물 내레이션 위주로 진행되며 이미지와 실험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TV영화] 인디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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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가족드라마. 직장에서 퇴출당한 남성이 겪는 비애를 코믹하게 묘사하고 있다.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샐러리맨이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회사에서 모범사원으로 꼽히던 그였지만 나이가 많고 회사 형편이 어려워진 탓에 별다른 수가 없다. 샐러리맨은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혼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의 아들과 딸은 아버지 상황을 알게 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면서 위로한다. 가족들은 합심하고 집안엔 차츰 경사가 잇따른다. 아버지 역을 맡은 김승호의 연기가 걸출하다.
[TV영화] 로맨스 빠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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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각색한 영화. 고든 맥라에, 셜리 존스 등이 출연한다. 빌리는 장래성이 없는 남편감이지만 줄리는 늘 빌리 곁을 맴돈다. 줄리가 임신한 사실을 알자 빌리는 이른 시일 내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결국 모든 일에 실패한 빌리는 자살하고, 천국으로 들어가기 직전 그의 영혼은 다시 세상으로 내려갈 기회를 얻는다. 빌리는 자신의 딸에게 하늘에서 훔쳐온 별을 선물하지만 딸은 두려움을 느낀다. 고든 맥라에는 원래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서부극과 뮤지컬 등에 출연했다.
[TV영화] 회전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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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시리즈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만든, 1960년대를 무대로 하는 노스탤지어 영화. 중년 부인 페기수는 찰리와 고교 동창생으로 결혼까지 이른 사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별로 관계가 원만치 않다. 찰리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페기수는 심각하게 이혼문제를 고려하는 중이다. 어느날 동창들로부터 동창회 왕관을 받는 순간, 페기수는 다시 10대 여고생으로 돌아간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젊은 시절 모습을 만날 수 있다. 1980년대 할리우드에 만연해 있던 ‘유년으로의 회귀’라는 주제를 요약하는 작품.
[TV영화] 페기수 결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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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성기능에 대해 법정 공방전이 벌어진다는 코미디물. 추 과장에게 회사에서 대기발령이 떨어진다. 명퇴를 눈앞에 두는 것. 아내 이경자는 남편과 그동안 제대로 성생활을 하지 못했고 생과부 신세가 되었다며 소송을 건다. 변호사인 명성기는 쉽게 이길 거라 낙관하지만 원고쪽 변호사로 이기자가 가세하면서 상황은 예측불허로 치닫는다. 문성근과 심혜진, 안성기 등이 출연한다. IMF 시대를 풍자하는 코믹한 상황이 재치넘치지만 법정드라마와 코미디 사이에 적정한 균형의 추를 맞추지 못한 점이 아쉽다.
[TV영화]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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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스 패밀리>와 <맨 인 블랙>을 만든 배리 소넨필드가 연출한 영화로 전작에 비해 흥행이나 비평은 별로 좋지 않은 편. 어느날 백악관에 미국 정부를 전복하겠다는 편지가 도착한다. 제임스 웨스트와 아티머스 고든, 두 사람은 비밀요원 자격으로 악당 러브리스를 체포하기 위해 나선다. 서부를 누비며 작전을 수행하던 두 사람은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충돌한다. 사실 러브리스와 대적하는 시간보다 둘이 서로 싸우는 시간이 더 많은 편. 특수효과를 사용해 진기한 장면들을 만들어냈지만 전체적으로 다소 지리한 영화.
[TV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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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말 쓰는 놈들은 모두 죽어야 해.” <투캅스3>의 김상진 감독의 만든 막가파 코미디. 네명의 사내가 벌이는 소동극을 유쾌한 대사와 상황으로 꾸몄다. 노마크와 딴따라 등은 어느날 무턱대고 주유소를 습격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지 심심하다는 이유다. 주유소 사장은 차츰 비열한 면모를 보이고 동네 건달들과 조직폭력배, 그리고 경찰들이 한데 엮이면서 사건은 차츰 커져간다. 이제는 확실한 스타가 된 이성재, 유오성, 유지태 등이 출연한다. 이들의 몇년 전 모습을 다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TV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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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툰>과 <JFK>를 만든 올리버 스톤 감독작. 기괴한 상황에 휘말린 어느 남성의 이야기다. 바비는 빚을 갚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중이다. 갱단으로부터 빨리 돈을 갚지 않으면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을 받는 처지. 바비가 도착한 마을은 숨막힐 듯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그레이스라는 여성을 만난 바비는 달콤한 유혹을 받고 그녀 집으로 간다. 그런데 갑자기 그레이스의 남편이 나타나 주먹을 휘두른다. 제니퍼 로페즈와 닉 놀테, 빌리 밥 손튼 등의 배우들이 호연을 보인다.
[TV영화] 유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