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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대가의 실패작이다. 데이비드 린치는 기괴한 신체적 편린과 공포스러운 분열의 기억을 섬광에 찔린 듯한 표정에 연결시키는데, 그것을 대개 역순으로 배열하거나 뒤섞는 방법으로 플롯화시킨다. 관객은 표정을 먼저 보고 그 이면을 나중에 알게 되는 식이다. 그렇게 하여 미국의 삶 이면에 존재하는 도착을 도착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린치 영화의 핵심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절망과 공포는 표정과 분위기에만 머무른다.그렇다 해도 이 영화는 매혹적이다. 데이비드 린치가 주목하는 것은 이제 매혹의 매카니즘 자체인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그가 거의 도착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50년대’이다. 린치에게 50년대는 가짜 매혹의 시스템이 완결된 시대이다. 그는 이 가짜를 숭배한다. 이 가짜는 가장 미국적인 것이고 린치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50년대가 파멸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 린치는 그것을 알고 있으며, 표현해내려 한다. 50년대식 TV쇼가 펼쳐지는 오디션 장면에서 흐르는 &l
<멀홀랜드 드라이브>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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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준비단계부터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만화잡지 <웁스>가 지난 2월10일 창간호인 3월호를 발매했다. 만화잡지가 호황이던 때가 언제였는지 이제 그 좋았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기도 힘든 오늘, <웁스>는 ‘스무살 만화세대’를 향해 “만화문화의 중심으로 돌아”오라고 주문한다. 박성식 편집장은 <로보트 태권V>를 볼 때 느꼈던 뜨거운 열기, <철완 아톰>과 <비트> <슬램덩크>에서 보여준 고난에 굴하지 않는 도전과 감동적인 승리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만화 트렌드를 개발하는 데 게으르지 않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웁스>는 새로운 잡지다. 여기서 새롭다는 의미는 기존 잡지가 아닌 새로운 잡지라는 당연한 의미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잡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후자에 주목한다. 만약 후자의 의미가 아니었다면 <웁스>의 창간에 대해 ‘희망’이라는 엄중한 단어를
새 만화월간지 <웁스>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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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웃고만 살 수 없는 걸 보니, 부유하던 몸 이윽고 현실에 착륙하려나 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씁쓸한 걸까. 작은 회사가 몇년에 걸쳐 공들여온 프로젝트를, 큰 회사가 ‘꿀꺽’하는 작태가 애니메이션계에서도 답습되고 있어서?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해서? 아니면 권력과 이해관계가 뒤엉킨 온갖 상황 때문에? 아아, 진짜 모르겠다. 복잡한 고민 따위 뻥 차버리고, 천방지축 신나게 막 살아도 좋은 이상한 세계로 떠나기로 한다.진작부터 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다른 신문에 먼저 소개되어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1999년부터 지켜본 작품이 드디어 방영을 하는데 그만둘 수야 없지. <아치와 씨팍>의 조범진 감독이 그 이름도 아득한 ‘프로덕션 조범진팀’ 시절 기획했던 <스페이스 힙합덕>은 올 하반기 KBS를 통해 방영될 52부작 TV시리즈다. 한 에피소드 당 상영시간은 11분으로, 에피소드 두개가 함께 묶여 소개될 계획이라고. 앞서 말한 ‘꿀꺽’의 경우가 아니
머나먼 우주, 심부름센터에서 생긴 일 <스페이스 힙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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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그림자를 향해 펀치를 날리다<나쁜 남자>와 베를린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일 합작영화 <KT>는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얼굴> <신 인의없는 전쟁> 등으로 명성을 날려온 일본의 사카모토 준지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은 영화에 별 관심을 두지 않은 이들의 귀마저 달싹하게 했다. 대부분의 작업이 일본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73년 일어난 김대중 납치사건을 그린다는 사실 외엔 그동안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이 영화가 마침내 베를린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계자들에게 첫선을 보였다.나카조노 에이스케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탓에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경계없이 섞여 있는 이 영화는 `자위대의 군사력 강화`를 주장하는 자위대 장교 도미타(사토 고이치)와 일본에서 정치활동을 벌이던 김대중을 제거하려는 중앙정보부 요원 김창원(김갑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3류 신문에서 일하는 좌파 학생운동가
사카모토 준지의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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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새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바다의 전설 장보고>를 둘러싼 방영시간대 변경 서명운동이 인터넷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세 사람의 네티즌이 주축이 되어 ‘잃어버린 시간’(http://www.lost-time.ce.ro)이란 이름의 사이트를 열고, 지난 2월1일부터 매주 금요일 KBS2TV에서 방영되는 <바다의 전설 장보고>를 오후 5시30분이라는 시간대에 배치한 방송 편성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그들 중 하나로 만화 이야기터 ‘만화인’(http://www.manhwain.com) 지기로 조인스닷컴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만화 관련 기고를 해온 서찬휘씨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장보고> 시간대 변경 서명운동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작품들이 보여질 수 있는 안정적인 시간대를 확보”하는 게 이들의 바람. “12살 이상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기획 의도가 무색한 시간대인 5∼6시를 배정받고, 결국 그
<바다의 전설 장보고> 방영시간대 변경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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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카니스탄에서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또다른 암흑의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어쩌면 기우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지난해 말 ‘깡패국가’(Rogue states)라는 망언을 일삼으며 확전의 가능성을 내비치더니, 얼마 전에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싸잡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불러젖히는 미국 정부를 보면 그런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명백한 주권국가로 유엔 회원국이기까지 한 국가들을, 자국의 이익에 배치된다고 해서 ‘깡패’나 ‘악’이라고 부르는 미국의 만용은, 세계사의 정치적인 암흑시대를 이끌었던 과거 로마제국이나 대영제국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정도이다.이렇게 묘한 시점에 개봉된 <블랙 호크 다운>은 그런 의미에서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 특히 ‘내용상의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현대 시가전의 참혹함을 독특한 스타일로 그려낸 거장의 작품’과 같은 뻔한 평까지 읽고 나면 그 아쉬움은 더해진다. 미국식 무한 정의를 위해서라
<블랙 호크 다운>의 무대, 소말리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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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생에 관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홈페이지는 검정색과 푸른색으로 차분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여러 가지 수학기호와 입체도형으로 표현한 메뉴 아이콘이 색다르다. 그러나 현란한 디자인보다 어떤 영화인지 정보를 제공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 ‘천재’의 개념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 Genius 코너와 노벨상 홈페이지에 링크된 내시의 전기문은 한번쯤 볼 만하다. 특히 view 코너에는 트레일러와 함께 주요 배우인 러셀 크로, 제니퍼 코넬리, 에드 해리스, 폴 베타니 등 4명의 인터뷰, TV클립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기다리고 있다. 여러 메뉴를 다 둘러보았다면 마지막으로 약간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을 즐겨보자. 2월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은 꼭 한번 들러보시길. http://www.cjent.co.kr/beautifulmind/
<뷰티풀 마인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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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은 적이 있다. 손가락만한 강아지들이 하루하루 변해가는 모습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걷기는커녕 기지도 못하는 녀석들이 온몸을 버둥거리면서 젖꼭지로 필사적으로 나아갔다. 배가 부르면 짧은 네 다리를 하늘로 하고 터질 것 같은 핑크색 배를 벌렁 드러내고 씩씩거리며 자다가 가끔 이빨도 없는 조그만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곤 했다.그러다 젖을 떼자 어미는 강아지들을 나 몰라라 팽개치고 따뜻한 히터 앞을 떠나지 않았다. 바들바들 떠는 강아지를 데려다가 베개 위에 올려놓고 이불을 덮어씌워 재웠다.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녀석을 혹시 깔아뭉개기라도 할까봐 걱정스러웠지만 그 어린 것을 혼자 재우기엔 집이 너무 추웠다. 아침이 오면 녀석은 바늘 끝 같은 조그만 이빨로 내 귀를 잘근잘근 깨물었고, 덕분에 매일 늦게 일어날 걱정은 없었다. <주 타이쿤>은 <레일로드 타이쿤>이나 <롤러코스터 타이쿤> 등 다른 ‘타이쿤’자가 붙은 게임들과
재규어 키우는 재미 아슈? <주 타이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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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을 만든 유위강 감독작. 불운한 운명을 타고난 영웅이 난세를 구하는 줄거리의 인기 만화를 영화화했다. 영웅은 집안의 원수를 갚고 미국행을 결심한다. 채석장의 노동자로 일하던 그는 수배범이 되면서 가족들을 멀리한 채 잠적한다. 그는 시간이 흐른 뒤 완벽한 고수의 모습으로 나타나 일본 무사들과 대적한다. 그리고 일본 자객 중에서 수라는 이름의 여성과 안타까운 사랑을 나눈다. 정이건과 서기가 주연했다.
[TV영화] 중화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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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작은 마을의 메인 스트리트에선 30대 남자들이 활보하고 있다. 거리의 남자들은 이웃 마을의 후안에게 노처녀 이사벨을 소개하자는 계획을 꾸민다. 후안은 이미 이사벨에게 호감을 느끼는 상태여서 결국 이 게임에 동참하기로 한다. 이사벨은 곧 후안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죄책감을 느낀 후안은 그녀에게 모든 것이 일종의 유희였음을 알려준다. 스페인 출신의 후안 안토니오 바르뎀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로 안토니오 수아레스 등이 출연.
[TV영화] 사랑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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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종교전쟁 속에서 희생양이 된 마고 여왕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16세기 프랑스는 카톨릭을 신봉하는 지역과 개신교를 국교를 하는 지역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들 사이엔 전쟁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마고는 조국을 위해 나바르의 어린 왕과 정략결혼을 한다. 결혼식 후 출제 기간 동안 신교도들이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참극이 벌어진다. 주연 이자벨 아자니를 제치고 어머니 캐더린 역의 비르나 리지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TV영화] 여왕 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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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시리즈의 팀 버튼 감독이 만든 SF영화. 미국 네바다 사막에 한 무리의 화성인들이 도착한다. 처음에 평화를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던 그들은 갑자기 지구인들을 공격하고 지구인으로 위장해 백악관까지 침입한다. 화성인들은 지구 곳곳을 습격해 초토화시키고 지구인들은 하나둘씩 총을 들고 수비대를 결성하기 시작한다. 잭 니콜슨과 글렌 클로즈, 피어스 브로스넌 등의 스타배우들이 출연하지만 하나같이 좀 엉뚱한 배역들로 나온다.
[TV영화] 화성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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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Vie En Rose 1997년 감독 알랭 베를리네 출연 조르주 뒤 프레슨 <KBS1> 2월24일(일) 밤 11시25분“빈번한 공상의 삶, 도덕적 순수성, 자신이 사회 바깥에 있다고 느끼는 슬픔. 결국은 모든 걸 받아들이거나 혹은 거부하기” 를 만든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청소년기의 특징을 이렇게 열거한 적이 있다. <나의 장미빛 인생>은 이 특징을 좀더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바꿔놓으면서 한가지 장치를 첨가한다. 어린 남자아이가 스스로 ‘여성’이라고 느끼고 행동하게끔 하는 것이다. 아이는 모든 이들에게 소외당하고,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 시작한다. 벨기에 출신의 알랭 베를리네 감독은 한 아이의 험난한 정체성 찾기 여정을 아기자기한 만화적 상상력으로 치장해놓는다.루도빅은 예쁘장한 소년.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한다. 이 아이는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고 남자아이처럼 노는 것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루도빅은 제롬이라는 남자아이를 좋아하게 되는데 이를 알게
알랭 베를리네 감독의 <나의 장미빛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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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 부진 속 <나쁜 남자> 등 호평“아, 잠깐만요. 내 동료가 방금 와서 얘기해주는데 주디 덴치 당신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는군요. 축하합니다.(짝짝짝짝)”2월12일 열렸던 경쟁작 <아이리스>의 기자회견장의 작은 에피소드는 2월17일 12일간의 일정을 마감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풍경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6일 개막작 <헤븐> 상영을 시작으로 그 52번째 막을 열었던 베를린영화제는 역대 최고 수준의 관중 수 동원과 예년에 크게 떨어지지 않은 스타, 유명 감독들의 왕림 등 나름의 성과를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개를 따놓은 독일 맥주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일부 기자들은 금곰상의 새 주인보다는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중 아카데미상 후보로 뽑힌 감독과 스타들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였고, 대다수의 관객 역시 금곰상보다는 동계올림픽의 금메달을 신경쓰는 눈치였다.흥행은 청신호, 완성도는 적신호?어찌됐건 이번 베를린영화제가
제52회 베를린 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