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과 기술의 경계는 모호하다. 기술이 승하면 예술이 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없이 예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이 예술을 하고 싶을 때 내세우는 논리가 바로 아마추어리즘이다. 기술력이 승승장구해서 예술이 되고, 대중 앞에 나서는 예술이 되는 순간 타협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본질을 추구하면서 아마추어 정신을 유지하겠다는 아마추어리즘, 이것은 독립영화의 근저에 깔린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독립영화관(KBS2TV, 7월19일, 밤 12시50분)에서 방영할 <Too Happy to Die>(감독 최진영/16mm/컬러/14분/2002년)는 바로 이런 아마추어리즘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5점을 받아오자 엄마는 “차라리 빵점을 받아라”고 말한다. 이후 주인공은 빵점을 받아온다. 농구공이 발밑에 굴러오자 엉뚱한 곳으로 던져버리고, 술자리에서 친구들의 사소한 농담에 병을 깨고 덤빈다. 운명적으로 사랑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면서 그가 씹던 껌을 씹
독립·단편영화 :,<휴가>
-
Mujer Mas Fea Del Mundo 1999년, 감독 미구엘 바르뎀 출연 엘리아 가레라 SBS 7월21일(일) 밤 11시50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 수상작.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단서라곤 현장에 남은 밀랍과 감시카메라에 잡힌 수녀 복장뿐이다. 사건을 조사하던 아리바는 학계에서 추방당한 베르너 박사를 만난다. 아리바는 감시카메라에 잡힌 인물이 베르너 박사의 환자임을 밝힌다. 문제의 인물은 박사의 수술로 최악의 추녀에서 미녀로 변신한 롤라였다. 이로써 롤라의 슬픈 과거가 밝혀진다. 여성의 외모에 관한 농담을 곁들인 스릴러영화.
어글리 우먼
-
Indiana Jones & Last Crusade 1989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해리슨 포드 MBC 7월20일(토) 밤 11시30분
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작. 어린 시절 인디는 도굴꾼이 코로나도 십자가를 훔치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부친이 도와주질 않자 실패한다. 대신 아버지 헨리 박사에게서 채찍을 얻는다. 세월이 흐르고 성인이 된 인디는 십자가를 되찾아 연구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버지의 일기장을 토대로 성배를 찾아나설 것을 결심한다. 그는 홀연히 중동으로 날아간다. 전형적인 액션모험영화로 해리슨 포드, 숀 코너리, 리버 피닉스 등이 출연한다.
인디아나 존스3: 최후의 성전
-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 1978년, 감독 필립 카우프만 출연 도널드 서덜런드 EBS 7월20일(토) 밤 10시차도에 사람이 뛰어든다. “그들이 오고 있어, 그들이!”라고 소리친다. 운전하던 이는 놀라 차를 멈춘다. 소리를 지르던 사람은 어디론가 달려가고 일군의 군중이 뒤를 따른다. 그들은 마네킹처럼 묵묵히 걸어간다. 잠시 뒤, 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고 역시 군중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처참한 시체, 무표정한 사람들. <외계의 침입자>의 이 장면은 일상적 공포의 서늘함을 들춰 보인다. 도시는 회색빛이고 군중은 타인에게 무관심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들’의 존재가 낯선 외계에서 온 것이라는 점.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접하는 현실의 풍경이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겹쳐진다.<외계의 침입자>는 원작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외계에서 날아온 씨앗이 도심 상공에 떨어진 뒤 이상한 꽃이 핀다. 생물학자 엘리자베스는 꽃을 집으로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외계의 침입자>
-
-
“축구영화라고? 여자애가 축구를 한다고? 그것도 인도 여자애가?” 인도계 영국 소녀가 축구선수의꿈을 키우는 <슈팅 라이크 베컴>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투자자들은 모두 도리질을 쳤고, 프로젝트가 성사될 가능성도 옅어만 갔다. 그런데기획부터 완성까지 5년의 세월을 건너, 드디어 올 4월 첫선을 보인 이 영화가 개봉 주말 스코어 200만파운드로, 영국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다.“그러게 앞이 막히면 돌아가야 한다니까. 베컴의 킥처럼.” 영국에서 활동중인 유일한 아시아 여성감독, 그리고 최근 도처에서 뜨거운 러브콜을받고 있는 스타감독 거린다 차다 감독의 말이다.올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다 차다(Gurinder Chadha)감독은 이전에는 <해변의 바지> <왓츠 쿠킹> 같은 아트하우스 계열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도계 영국 여성’이라는그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세대와 인종과 문화와
부천영화제 개막작 <슈팅 라이크 베컴> 감독 거린다 차다
-
영화 <화산고>(감독 김태균)와 <고양이를 부탁해>(감독 정재은)가 오는 8월 14∼24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개최될 제56회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에든버러 국제영화제는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비경쟁영화제로 린램지의 <모번 칼라(Morvern Callar)>(영국ㆍ캐나다)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썸니아(Insomnia)>가 각각 올해의 개막식과 폐막식을 장식한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신인감독의 데뷔작이나 두번째 작품을 소개하는 `로즈버드(Rosebud)’부문에서, <화산고>는 심야상영인 '레이트 나이트 람스(Late NightRomps)' 부문에서 상영된다. (서울/연합뉴스)
<화산고> <고양이를 부탁해> 에든버러 영화제 진출
-
지난해, 만만치 않은 예산의 블록버스터 <아 유 레디?>의 주인공으로 김정학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정학이 누구야?”라고 수군거렸다. 누군가는 “드라마에서 본 것도 같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연풍연가>에 나오지 않았나?”며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올해 초 <아 유 레디?>의 촬영이 한창일 때, “그 친구 <공공의 적>에서 설경구랑 같이 나왔던 모범형사지?”라며 “이제야 누군지 알 것 같다”고 무릎을 쳤다. <아 유 레디?>가 개봉할 즈음, “김정학이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도 나온다며?”라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먼저 아는 척을 해왔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렇게 김정학은 스멀스멀 우리 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는 다만 보이지 않았던 것일 뿐, 없었던 것이 아니다. 93년 스물두살 무렵, 김정학은 <모래시계>의 최민수의 어린 시절로 캐스팅돼 몇회 분량의 촬영을 마쳤다
˝네, 이젠 준비됐습니다˝ <아 유 레디?>의 김정학
-
<스쿠비-두>는 미국 텔레비전 만화 사상 최장수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스쿠비-두 어디 있니?>(69년 9월 첫 방송)를 실사영화로 각색한 것. 프레드, 다프네, 섀기, 벨마 네 친구는 말하는 개 스쿠비-두와 함께 불가사의한 일을 해결해주는 사설 탐정회사인 ‘미스터리 주식회사’를 만든다. 성격 차이 때문에 뿔뿔이 흩어진 네 친구는 스푸키 섬이란 모험동산을 운영하는 몬다베리우스로부터 유령을 퇴치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2년 만에 이 섬으로 모여든다. 공주병 걸린 다프네와 늘 자기 함정에 빠지는 프레드, 안경 잃어버리기 일쑤인 벨마와 먹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섀기 등 네 인물의 끊임없는 과장된 행동과 키치적인 대사가 실소를 자아낸다. 알아듣기 힘든 영어를 구사하는 말하는 개 스쿠비-두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이들과 결합시켰다. 화려한 의상과 원색적 화면 등 ‘키치’로 비치도록 연출한 의도가 전편에 묻어난다.‘미스터 빈’으로 친숙한 영국배우 로완 아킨슨이 몬다베리우스
“모험동산 유령을 쫓아줘” <스쿠비 두>
-
2002년 7월3일. 톰 크루즈는 마흔살이 되었다. 나이 마흔에, 이 세계가 사랑한 ‘꽃미남’은 아랫니가 내려앉는 바람에 입을 다물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아이들처럼 교정용 ‘철도’를 깔았다. 1990년에 <탑건>으로 만났었던 미미 로저스와 한번, 2001년에 <파 앤드 어웨이> 로 만난 니콜 키드먼과 또 한번, 두번의 이혼경력을 등판에 백넘버처럼 달았다. 그리고 키드먼과의 사이에서 입양한 이사벨라와 코너라는 두 아이를 “테러와 범죄가 가득한 미국에서 키우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며 ‘극성아빠’ 티를 내고 다닌다. 그러나 불혹(不惑)의 나이 40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에 톰 크루즈는 달린다. 철도 물고 달린다. 백넘버 보이며 달린다. 아이들을 매달고 달린다.
“중년의 위기란… 적어도 나에겐 없어요. 나는 그냥 하던 대로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성장할 뿐이에요. 물론 지난해는 일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하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톰 크루즈
-
월트 디즈니가 올 여름 새로 만들어낸 캐릭터는 <릴로 & 스티치>의 두 주인공이다. 하와이 원주민 소녀인 릴로가 <포카혼타스>에서 <뮬란>으로 이어지는 이국적 캐릭터의 계보에 속한다면, 스티치는 당장 디즈니 안에서 족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변종이다. 은하계 투로행성의 괴짜 과학자 줌바는 불법 유전자 조작으로 실험 생명체 626을 만들어낸다. 626은 괴력과 슈퍼컴퓨터급 두뇌와 강력한 파괴본능이 내장된 일종의‘생물 병기’다. 우주연방 총사령관은 이 위험한 존재를 사막행성에 가두려 했으나, 626은 호송 도중 탈출해 지구의 작은 섬 하와이에 떨어진다. 사회복지사로부터 생활력을 의심받는 소녀가장인 언니 나니와 단 둘이 사는 어린 소녀 릴로는 돌고래와 엘비스 노래를 좋아하는 조금 엉뚱한 아이다. 626은 지구에 떨어진 뒤 기계적인 외모를 감추고 애완동물 입양소로 숨어들고, 릴로는 그곳에서 626을 발견해 ‘스티치’란 이름을 붙여주고 입양한다. 스티치가
우주 변종 애완동물로 입양됐다 <릴로 & 스티치>
-
<친구> 열풍 이후 80년을 전후한 복고풍 영화가 유행하자 이른바 `옥에 티' 시비가 잦아지면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구한 말 이전을 배경으로 한 사극은 역사학자 사이에서나 고증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말지만 가까운 과거를 담은 영화는 꼼꼼하고 총기 있는 관객들의 눈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단편 「81,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를 중-고교 교복제도가 없어진 84년에 맞춰 장편으로 버전 업한 <해적, 디스코왕되다>에는 큰형님 역의 이대근이 빨대를 4홉들이 서울우유 병에 들이대고 우유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서울우유의 용기는 79년에 이미 병에서 종이 팩으로 바뀌었다. 이 영화에는 요즘 유행하는 현대적 소품도 등장해 네티즌들의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주인공 해적(이정진)이나 룸살롱 야시의 웨이터들이 디스코를 연습하기 위해 녹음기에 넣는 음악 테이프는 지난해 출시된 이미연의 「연가」. 봉자(한채영)가 야시 앞에서 비를 흠뻑
복고풍 영화에 ‘옥에 티’ 를 찾아라
-
“이렇게 막 나간 건 평생에 처음”나이젤 파워스는 당신 자신의 연기에 대한 모방과 같은데, 연기하기에 어땠나.그렇다. 꽤 편한 일이었다. 나이젤은 나이 든 해리 파머인 셈인데, 내 자신이 바로 나이 든 해리 파머니까. 마이크는 오스틴 파워를 연기하면서 이미 파머를 흉내냈고, 내 역할은 나한테 배운 게 분명한 내 아들의 독특한 버릇을 다시 모방하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아주 멋진 경험이었다. 제작진들이 이미 두편을 성공적으로 함께했기 때문인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도록 내버려뒀다. 영화의 40%는 애드리브지만, 중심구조는 아주 확고했다. 건물도 기본 뼈대를 움직일 순 없지만, 외부는 어떤 색으로든 칠할 수 있는 것처럼.마이크 마이어스가 당신의 캐스팅을 적극적으로 원했다고 들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이크의 편지를 같이 받았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를 했겠지만, 그 편지에는 그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쓰여 있었다. 아마 그의 아버지가 살아 있었
<오스틴 파워3: 골드멤버> 배우 마이클 케인 인터뷰
-
“바보스러움을 사랑해요”<오스틴 파워> 시리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반영된 영화라고 들었다.그렇다. 아버지는 91년에 돌아가셨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가 남겨준 게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말 그대로 강제로 보게끔 했던 영화들, 음악, 문화적인 영향들…. <오스틴 파워>는 나에게 그런 기억을 돌아보는 여정과 같다. 이번에 마이클 케인이 오스틴의 아버지를 연기했는데, 내 아버지는 케인을 숭배하다시피했다. 영국식 코미디를 비롯해 영국적인 것은 뭐든 좋아했다. 그 모든 것에 대한 트리뷰트의 의미가 담긴 영화다. 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코미디를 좋아한다. 많은 이들이 코미디가 지겹지 않냐, 이제 드라마를 해볼 생각은 없냐고 묻곤 하는데, 나한테 코미디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좋은 시스템이다. 삶에 대한 생각, 어떤 대상이나 주제. 평가절하되기 쉽지만, 난 바보스러움(silliness)을 사랑한다. 아버지는 바보스러움이
<오스틴 파워3: 골드멤버> 배우 마이크 마이어스 인터뷰
-
저 푸른 초원■ Story산골소녀 향숙은 애물단지다. 오늘도 논두렁에서 골프연습을 하다 엄마에게 들켰다. 그 때문에 저녁식사에 끼지도 못하고 마당에서 벌을 서고 있다. 하지만 한끼 굶는 벌이야 향숙에겐 일과이고 약과다. 세계적인 골프선수가 되고 싶은 향숙, 그녀의 머릿속은 오후에 잃어버린 골프공 생각뿐이다.■ Review“이 가스나가 또 어디로 갔노. 이번에 잡히기만 해봐라” 공부는 물론이고 집안일도 뒷전인 딸 향숙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한 아낙네의 억센 목소리가 아니라면 인적이라곤 기척도 없는 산골 마을. 눈뜨자마자 잽싸게 집을 빠져나온 향숙은 ‘자신만의 필드’에서 한창 골프연습중이다. “3번 우드로 줘.” 어설프게 깎아 만든 골프채를 들고 ‘저 푸른 초원’을 향해 한껏 스윙을 하는 소녀. ‘나이스 샷’이라 외치진 못해도, 보조를 자청해서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남동생의 눈에는 이 말썽쟁이 누나가 위대해 보인다.<저 푸른 초원>의 도입은 유쾌하다. 농기구를 개조해서 만든
[단편 Review] 저 푸른 초원/Lesson/달이 지고 비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