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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치고 ‘블리자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워크래프트>와 <디아블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회사지만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뛰어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회사지만, 영혼을 담은 걸작을 만들 수는 없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억지로 갖다붙이자면,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회사지 스탠리 큐브릭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에 나온 <워크래프트3> 역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의견이 달랐다. 요즘 패키지 게임업계는 게임산업이 형성된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지경이다.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대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패키지 게임 유통망은 오랜만에 자금이 순환될 것을 기다리며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스타크래프트> 중계가 슬슬 시들해지기 시작한 게임방송들 역시 <워크래프트3>의 성공을 바라는
블록버스터에 도전한다,<워크래프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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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9998-6644. 경고, 장난전화라도 걸어볼 생각은 하지 말 것. 만약 통화를 시도한 뒤 발생하는 상황은 책임지지 않습니다.이 번호는 영화 <폰>에서 죽음을 부르는 매개체로 사용되었다. 늘 가까이에 있는 일상적인 사물이 공포의 대상이 될 때 그 공포의 효과는 배가된다. 데뷔작 <가위>로 2년 전 여름의 온도를 낮추는 데 한몫했던 안병기 감독의 두 번째 공포영화다. 음향을 잘 활용하여 관객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가위>처럼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소리가 분위기를 제압했다. 낮게 깔리면서도 날카로운 피아노 선율은 음산한 기운을 풍기고 누군가가 쓰러져 엘리베이터에 낀 팔을 보여주는 동시에 울리는 전화벨소리는 섬뜩하다. 멀티미디어 코너에 가면 트레일러와 주연배우들의 인터뷰 클립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친한 친구에게 무서운 얘기를 들려주듯 조곤조곤 말하는 하지원의 인터뷰를 보고 있으면 친근하게 느껴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금방이라도 ‘내가 아직도 배우
<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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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화를 보면서 일종의 ‘숨은그림찾기’ 같은 놀이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주연배우급은 아니지만 얼굴이 상당히 낯익은 조연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를 항상 같이 보는 아내와 함께 그 배우가 출연했던 영화를 먼저 생각해내는 게임을 하는 것. 물론 가끔은 영화가 종영될 때까지 생각이 나지 않아 영화 보기를 망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두 사람 중 하나는 곧바로 그 배우의 대표적인 출연작이나 최근작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조연배우들의 출연작들을 역추적하다보면 전혀 예상치 않았던 결과물을 얻게 된다는 것.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 등장한 두쿠 백작의 경우가, 그런 예상치 않은 결과를 얻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두쿠 백작은 다스 시디어스에 하수인으로 무역연합 등을 규합해 모종의 계략을 꾸미는 역할로 등장하는 인물. 요다를 사사한 제다이 출신으로 콰이곤 진을 파다완으로 두었을 정도로 제다이계에서는 중요한 인물이었으나, 제다이 원탁회의가 부패한 공화국을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서 두쿠 백작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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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빤지 위에 벽돌을 세운다. 그리고 조금씩 판자를 들어올린다. 점점 경사가 가팔라지고, 어느 순간 벽돌이 미끄러져 내린다. 중력과 마찰력, 마찰 계수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초보적 실험이다. 그런데 미끄러지던 벽돌이 갑자기 정지한다. 판자를 더 높이 들어올려봐도 꼼짝하지 않던 벽돌은 급기야 부들부들 떨더니 경사를 거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물리 법칙을 뛰어넘는 이 힘은 물론 마법이다.아주 먼 옛날, 아니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마법은 널리 신봉되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마법은 굉장히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중력과 마찰력 같은 개념에 마법이 끼어들면 곤욕스럽다.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 못하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인정해서 복잡하고 귀찮아지느니 그냥 무시해버리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현대사회에서 마법은 봉인되었다. 비과학적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로 학문 저편으로 영원히 추방되었다.‘스팀 펑크’는 SF의 하위장르 중 하나다. 스팀 펑크 세계는 기본
공존 불가한 두 세계의 동거,<아케이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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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착하고 순수해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오아시스>가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석달 전부터 설경구, 문소리 두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인상적인 포스터로 잔뜩 기대를 품게 하더니 이제 거의 제모습이 갖춰진 공식 홈페이지가 웹상에 자리를 잡았다. 수채화 같은 포스터 이미지를 그대로 끌어와서 차분한 느낌이다. 영화보다 먼저 선보인 이루마의 피아노곡도 분위기를 한층 더 고즈넉하게 해준다. 시놉시스, 감독, 캐스팅, 갤러리, 제작진 등 영화에 관한 정보가 손바닥만한 2개의 네모상자 안에 하얀 명조체로 나타난다. 너무나 정적이어서 마치 정갈한 인쇄물을 보는 듯하다. ‘오아시스 커뮤니티’ 코너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로 안내한다. 감독과 두 배우의 팬사이트부터 <박하사탕>을 사랑하는 모임과 이루마 팬사이트까지 충실히 링크되어 있다. 아직은 메이킹필름도, 예고편도 없지만 이 미완의 상태만으로도 강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이유는 벌써부터 게시판
<오아시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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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들 중에서, <스타워즈>의 영향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아마도 끝까지 살아남아 있는 몇몇 노장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스타워즈>의 세례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77년 개봉 이후 블록버스터 시대를 정착시키면서 세계 영화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음은 물론, 혁명적인 테크놀로지의 사용을 통한 영화의 표현한계를 극복하게 만들었고, 극대화된 상상력이 있다면 영화가 미래의 역사까지 창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스타워즈>와의 절연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이 개봉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워즈 에피소드2>를 보며 영화인으로서의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중일 것임이 분명하다.그중에서도 미래의 조지 루카스를 꿈꾸며 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선택한 이들
<스타워즈>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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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작품이든 ‘김원우’라는 이름 앞에 ‘별종’이라는 접두어를 붙이게 된 것이 어언 문단 주변에 자연스러워진 듯하다. 문장은 물론 일류고 작품 짜임새 탄탄하고 예술성이 무지근하지만 아무래도 문학과 시대의 흐름에 비해 별스럽고, ‘종’을 ‘쫑’으로 된소리 발음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소 이를 악물면서 (지칭자든 대상자든) 모종의 억하심정도 씹게 마련인 ‘별종’까지도 얼핏 어울린다는 투가 그의 평가에 늘 묻어나는 듯.하지만 그가 ‘별종’이라니 당치 않다. 사실 김원우는 누구보다 정신 말짱하고 누구보다 정상적인 작가다. 어려우면 돌아가라는 격언은 소설 (줄거리의) 미학에서 이론의 여지없는 전락의 덫에 불과하다. 생애의 의미(의 아름다움)를 줄거리화하는 어려운 과정을 어려울 때마다 돌아간다면 ‘전설의 고향 이야기’ 모음집과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 소설에서야말로, 돌아가는 길은 길이 아니다.정상적인 소설가라면 어려운 길을 곧장 갈 것이고 훌륭한 소설가가 난해를 통과할 때 문체는 당연히 삶의
김원우 소설집 <객수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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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워즈>의 메인 테마는 헐리우드영화 사상 가장 힘있고 희망찬 테마음악의 하나다. 근음과 5도 음을 과감하게 먼저 짚은 뒤 기운차게 근음의 옥타브 위로 뛰었다가 다시 5도 음으로 내려오길 반복하고 2도의 메이저 화음을 거치며 이국적이면서도 희망차게 맺어지는 이 테마는 언제 들어도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테마는 매우 미국적이다. 어떻게 돌아갈지 불확실하지만 과감하게 도약하는 남성적인 매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테마 하나로 존 윌리엄스는 영화사에 획을 그었고 길이 남는다.‘별들의 전쟁’을 국가 기간 사업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순진한 전쟁놀이인 이 영화가 나라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암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사람들은 우주 개발을 두 차원에서 생각한다. 하나는 지구의 전쟁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기지’의 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 식민지 개발의 연장선상에 있는 우주 개발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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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한국에 오다니, 늦은 감이 있으나 기대된다. 두 밴드 모두 미국 서부쪽, 특히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다. 그쪽의 문화적 분위기를 잘 머금고 있는 밴드들인데, 뭐냐면 한마디로 ‘잡탕’들이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상대적으로 훨씬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들의 음악도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베이시스트 플리(Flea)의 뚜렷한 주관과 죽이는 베이스 플레이를 가운데다 놓고 있는 이 밴드의 음악은 ‘훵크’(funk)적인 요소와 ‘펑크’(punk)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특징지워진다. 호주에서 이민온 플리는 기본적으로 변두리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라면서 조지 클린턴의 팔리아먼트와 펑커델릭, 그리고 섹스 피스톨스와 클래시를 같이 들었다. 그게 섞이면서 레드 핫 특유의 혼합적인 그루브가 탄생한다. 이들이 90년대 초반에 발표한 <피, 설탕, 섹스, 마술> 앨범은 확실히 명반이다. 또한 오리지널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사실 그는 두 번째 기타리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제인스 어딕션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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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라는 ‘생산연도’가 찍혀 있음에도,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이 여기 이 땅에 당당히 ‘신보’로 선전되는 건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바로 이 음반이 ‘라이선스’인 탓이다. 모던/인디 록을 주로 발매하는 알레스뮤직이, 미국 인디 레이블의 간판 중 하나인 마타도어와 계약을 맺고 최근에 국내 발매한 음반인 것이다. 이 음반의 주인공인 욜 라 텡고(Yo La Tengo)는 1984년 뉴저지에서 결성된 삼인조 베테랑 밴드로, 미국 인디 록의 대표급 선수다.<And Then…>은 1997년에 나온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과 더불어 욜 라 텡고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그래서인지 두 음반이 함께 라이선스, 그것도 보너스 음반을 포함한 딜럭스 에디션으로 나왔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성 높은 음반이기에 ‘신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돋보일 수 있을까 걱정이
욜 라 텡고, 라이선스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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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11권까지 나왔다. 경기문화재단은 내가 알기로 문화예술진흥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방재단이다. 그 초석을 놓은 것은, 다시 내가 알기로, 운동권 살림에 관한 한 ‘전설적’에 달했던 김학민(학민사 사장)이다.그는 출판은 물론 민중문화운동협의회(이하 ‘민문협’)를 주도하면서 ‘딴따라’들과 교유했던 경험을 십분 살려 상상력 풍부한 프로그램들을 입안했고 자신의 ‘예쁜 멧돼지’ 형용에 걸맞게, ‘저돌의 미학’으로 추진했다. 서울 밖 나들이를 어지간히 싫어하는 나도 한번, 아니 두번을 불려갔고, 지방자치라는 게 정말 좋다는 것을 실감했었다.‘경기도의 굿’, ‘경기문학지도’(2권), ‘경기도 5일장’, ‘경기만의 갯벌’, ‘경기실학’, ‘일제하 종교계 민족문화운동’, ‘화성성역의궤’, ‘경기 도자기 역사’ 등의 항목을 4천매가량의 원고로 세세하게 살피고 있는 <기전문화예술총서>는 기존의 관제 지지(地誌)를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압도한다.한마디로 문장이 깔끔하고(관제 지
경기문화재단이 펴낸 <기전문화예술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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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은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잠수부다. 그 점이 맘에 들고 또 맘에 걸린다. 이번 영화는 구조 자체가 끝없이 과거의 심해로 자맥질해 들어간다. 나 역시 그 일요일 낮의 기억을 영화를 통해 되살린다. 김득구가 레이 붐붐 맨시니와 혈투를 벌인 뒤 혼수상태에 빠지던 날 말이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으로 당시를 영화 속에 재현하고자 노력한다. 또 영화 속의 김득구는 끊임없이 어린 시절의 바다로 자맥질해 들어간다. 영화가 끝난 뒤 자막 올라갈 때 흐르던 음악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일동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MBC 스포츠’로 타이틀을 바꾼, 매주 일요일 밤에 하던 권투시합 때마다 나오던 음악이다. 최고의 타이틀 선곡이라고나 할까. 음악이 당당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영화를 보며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 시절을 풍미한 이 타이틀 음악을 들으며 거의 전율했던 초등학교의 기억 때문이다. 이 음악이
<챔피언>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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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부모님이 외출한 사이, 플라이는 여동생 스텔라와 사촌 척을 끌고 바다낚시에 나섰다가 이상한 동굴을 발견한다. 그곳은 지구 온난화로 세상이 물에 잠길 때를 대비해 인간을 물고기로, 다시 인간으로 만드는 약을 개발중인 괴짜 맥크릴 박사의 실험실. 실수로 약을 마신 스텔라가 불가사리로 변하자, 플라이와 척은 해독제를 먹이기 위해 날치와 해파리가 되어 그뒤를 쫓는다. 48시간 이내에 해독제를 마셔야 하는 아이들은, 우연히 약병을 수중에 넣고 똑똑해진 뒤 바다의 권력을 장악한 방어 조의 음모에 맞선다.■ Review소녀 센과 야생마 스피릿, 외계의 악동 스티치가 겨루는 여름 극장가에 합류하는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는 국내에서 드물게 보는 유럽, 그것도 덴마크산 장편애니메이션이다. 할리우드와 일본이 주류를 이루는 다수의 장편애니메이션이 부모 세대는 물론 젊은 관객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추세라면, <어머…>는 애니메이션의 부동 관객인 아
[Review]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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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잡지사 기자 지원(하지원)은 원조교제에 관한 기사를 썼다가 협박전화에 시달린다. 친구 호정(김유미)과 그녀의 남편 창훈(최우제)은 지원의 딱한 사정을 듣고 방배동에 있는 집을 빌려준다. 협박전화를 피하고자 휴대폰을 바꾸려던 지원은 어느 날 컴퓨터 화면에 뜬 011-9998-6644라는 번호로 전화번호를 바꾼다. 그때부터 걸려오는 정체불명의 전화, 지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는 괴전화에 신경이 곤두선다. 아니나다를까 우연히 호정의 어린 딸 영주(은서우)가 지원의 휴대폰을 받고나더니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귀신들린 듯한 영주의 변화를 보며 지원은 휴대폰 번호에 얽힌 곡절을 뒤쫓는다.
■ Review
밤마다 들리는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옆집에서 치는 피아노 소리라고 믿던 지원은 옆집 아이에게 묻는다. “너 피아노 잘 치더구나.” “예, 무슨 소리예요?” “밤마다 니가 피아노 치지 않았니?” “아니에요. 언니네 집에서 들리던데요.”
[Review] 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