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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96분짜리 감독편집판으로 22년 만에 다시 선보인 <지옥의 묵시록-리덕스>(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8월 2일부터 서울 신문로 씨네큐브에서 매일 첫회에 특별상영된다. 씨네큐브는 베르너 헤르초크 감독의 <아귀레, 신의 분노>를 개봉하면서 `걸작 대 걸작'이라는 이름으로 <지옥의 묵시록> 을 동반상영, 인간 내면의 광기를 담은 영화 두 편을 비교해볼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아귀레, 신의 분노>는 <지옥의 묵시록>의 원형이 된 영화로 꼽히고 있으며 <지옥의 묵시록> 원작소설인 조셉 콘라드의 <암흑의 심장>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씨네큐브는 현장에서 <지옥의 묵시록> DVD를 할인판매하는 동시에 소설 <암흑의 심장>도 선사한다.
(서울=연합뉴스)
씨네큐브에서 <지옥의 묵시록>, <아귀레, 신의 분노> 동반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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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sh Realm 무비플러스(재방송 준비중)<매트릭스>라는 영화가 등장한 이후, 사이버펑크-SF영화는 좀더 대중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공각기동대>에 이르기까지, 기억과 전자두뇌라는 개념은 ‘마니아’라는 암묵 안에서 유명한 개념이었다. <매트릭스>의 업적은 분명히 여기서 출발한다. 기억과 정체성, 전뇌와 사이버세계- 이것을 시각적이고 구체적으로 형상화해서 대중을 향해 신천지의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누구나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는 개념으로.의 제작자 크리스 카터의 1013프로덕션이 1999년 야심차게 시작했던 TV시리즈 <하쉬렐름>은 <매트릭스>의 붕어빵이었다. 그리고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이 대중한테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한 드라마였다. 미군이 핵전쟁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놓은 프로그램 ‘하쉬렐름’이 어딘가 틀어지고, 유능한 군인들은 하나둘씩 이유도 모른 채
게임 속 가상현실 다룬 사이버펑크 시리즈 <하쉬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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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이 결정된 영화 <죽어도 좋아>가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제작사 메이필름의 서영희 팀장은 "박진표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와 상의한 결과 다음주께 연출 의도를 담은 사유서 등을 첨부해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박진표 감독과 메이필름 관계자들은 "영등위에서 문제삼은 구강성교 등의 장면이 영화 전개상 꼭 필요한 대목인데다가 <죽어도 좋아>의 러닝타임도 67분에 불과해 필름 삭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현행 영화진흥법과 영등위 규정에 따르면 등급분류에 불복할 경우 30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서가 접수된 후 15일 이내에 등급위원(15명) 전체회의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만일 필름 일부를 잘라내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면 다른 영화로 간주하기 때문에 30일 제한 규정은 불필요하다.<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영화계
<죽어도 좋아> 등급분류 재심 신청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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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끝나면서 일일드라마가 황금시간대로 복귀했다. MBC는 <매일 그대와>가 준비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5월29일 갑작스런 작별을 고한 한달 뒤인 6월24일 <인어 아가씨>(극본 임성한, 연출 이주환)가 시작했다. 같은 날 KBS도 <사랑은 이런거야>를 끝내고 새로운 일일연속극 <당신 옆이 좋아>(극본 정성희, 연출 이성주)를 선보였다. 3주가 지난 7월15일(월) 일일시청률에 4위는 <당신 옆이 좋아>(18.2%), 5위는 <인어 아가씨>(18%)가 나란히 점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서울 일일시청률은 <인어 아가씨>(18.6%) 4위, <당신 옆이 좋아>(16.9%) 5위로 역전된다는 것. 7월8일에서 14일 전국시청률은 13위 <당신 옆이 좋아>(17.9%), 18위 <인어 아가씨>(16.1%), 서울시청률은 15위 <인어 아가씨>(16.6%), 19위 <
일일극 <인어 아가씨>에서 채널을 돌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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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영화배우 박중훈씨와 전화 통화할 일이 생겼다. 목소리가 갈라졌기에 물었더니, 어제 “승우씨 나오는 <라이터를 켜라> 시사회 보고 기분 좋아서 승우씨 등과 술을 마셔서 그랬다”고 한다. 이제껏 김승우가 출연한 모든 영화의 흥행성적을 합한 만큼 들 것 같다고도 했다. 나는 안 봐서 모르겠다고 했던가? 아무튼.그날 오후에 그 말이 진짜인지 궁금해져서 부랴부랴 도심의 한 극장으로 달려가 오후 표를 끊었다. 표를 끊고 주차를 위해 명동 한복판으로 차를 끌고 갔다가 휴일을 즐기는 청춘남녀의 인파에 꼼짝달싹 못하다가 겨우 차를 대고, 달려갔으나 이미 영화는 15분이 흘렀다.꽉 찬 좌석 사이를 뚫고, 비집고 앞에서 두 번째에 앉아 목을 빼고 보았다. 15분을 놓쳐서 허봉구의 머리 힘이 왜 세졌는지, 우동 그릇이 어떻게 박살났는지를 보지 못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면서, “300원짜리 1회용 가스 라이터”를 다시 손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가, 어느 순간 자신의 머리통이 세
일단 한번 믿어보시라니깐요 / 심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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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잔인한 여름이다. 광장과 거리로 뛰어나온 월드컵의 붉은 열기를 한 발자국 뒤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정치적, 그리고 정신적 허탈감에 널브러진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는 더욱더 여름이 잔인하게 다가온다. 새로운 세대의 문화 표현 방식이 만들어졌다는 발빠른 ‘문화평론가’의 언급에 쉽게 동의할 수도 없다. 과거의 경험과 현실을 견주어 다소 무기력해진 자신을 다시 세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켄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
1996년 봄. 그 시기는 ‘연극과 사진’이라는 시리즈를 시작해 연극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에 몰두하던 시기다. 내가 주로 활동하던 공간은 대학로에 있었다. 희곡과 함께 연극을 기록한 몇권의 사진책이 출간되면서 연극계에서 지명도 있는 배우나 연출가 등과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을 때다. 연극 <북어대가리>의 사진작업을 하면서 알게 된 희곡 작가 이강백 선생을, 다른 다큐멘터리 작가와
광주에의 귀환, <랜드 앤 프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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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만화보기를 꽤나 좋아했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로 가는 길목에 ‘푸른집’이라는 만화방이 있었는데 돈만 생기면 그곳에 가서 만화를 보곤 했다. ‘돈만 생기면’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돈이라는 게 생길 턱이 없는데도 어째 그리 그 만화방엘 자주 들락거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만화만 있으면 코를 빠뜨리고 보고 있느라 어머니한테 혼이 나가게 야단을 듣기도 했다. 아궁이 앞에서 만화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아궁이 불이 바깥으로 새나오는 통에 머리카락이 타버린 적도 있었다.만화책에서 정을 끊을 일은 뜻밖에 일찍 찾아왔다. 한번은 푸른집에서 만화를 빌려다 보다가 어머니한테 들켰는데 어머니가 만화책을 불싸질러버리겠다고 했다. 일찍이 어머니는 기타에 빠져 있던 둘째오빠가 공부는 안 하고 밤이나 낮이나 기타만 친다고 기타를 아작아작 부숴서 진짜로 불을 때버린 적이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얼른 옆마당의 감나무 속에(오래된 나무는 등허리가 오목 패 있어 어린애 하나쯤은
치히로를 잊고 센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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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키팅 선생님.선생님께서 닐의 자살사건 때문에 150년 전통의 명문 웰튼고등학교에서 축출당하신 이후 선생님의 소식을 다시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잘 계시는지요. 여기는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한 한국이라는 나라입니다. 선생님의 고향 영국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이지요. 이렇게 먼 곳까지 날아온 ‘필름’을 통해서 선생님을 뵌 것이 어언 13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 열혈 20대 청년이었던 저는 미술학원에서 대학 입시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저의 제자들에게도 키팅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 원장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창 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미술학원 학생들을 이끌고 극장으로 단체 관람을 갔답니다. 새벽별보기 운동을 하던 고3 학생들이 눈물을 펑펑 쏟아내더군요. 그리고는 병든 닭 같던 아이들의 눈빛은 조금이나마 달라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 강한 에너지를 넣어주셨습니다. 그 다음주에 저는 학원에서 권고 사직을 당했습니다. 그때는 마치
김형태의 오!컬트 <죽은 시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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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중반 이후 소련의 영화가 당시 소련의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해빙’의 거센 물결 속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그 영화들이 그려낸 전쟁이 잘 확인해준다. 다소 일반화해서 말하자면, 그 이전 시기의 소련영화들, 그러니까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원칙 아래서 만들어진 소련영화들에서 전장(戰場)은 영광이 살아 숨쉬는 곳이었다. 거기서 인민들은 대의를 위해 투쟁을 벌였고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반면 ‘해빙기’의 영화들은 이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았다. 이전의 영화들이 집단을 강조했다면 해빙기의 영화들은 개인에 주목했고, 이전의 영화들이 영광의 전장을 그렸다면 해빙기의 영화들은 고통의 전장에 눈을 돌렸다. 그럼으로써 전쟁이란 개인들에게 참기 힘든 고통과 상실을 남겨주는 것이라고 해빙기의 영화들은 말했다. 미하일 칼라토조프 감독의 <학이 난다>는 그리고리 추크라이 감독의 <어느 병사의 발라드>(1959)와 함께 ‘수정주의적’인 시각으로 전쟁을
어느 전쟁의 발라드, <학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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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다지 진보적이거나 자주적인 것이 못 된다. 나는 내 유년의 배고픔과 공포의 추억 속에서만 미군을 생각할 수 있다. 나이 오십이 훨씬 넘은 지금도 나는 길에서 주한미군을 마주치면 주눅이 들어서 피해간다.아아, 미군.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미군 지프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받아먹으며 나는 자랐다. 나보다 좀더 나이 많은 소년들은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들어가 미군의 속옷을 빨고 쓰레기를 치웠는데, 그 하우스보이 자리는 미군과 특별한 은총의 관계에 있는 소년에게만 돌아가는 행운이었다. 그때의 초콜릿 맛은 천지가 개벽하고 장님이 눈을 뜨는 것과 같은 놀라움이었다. 미군에게 얻은 초콜릿을 들고 가족들이 사진관에 가서 기념촬영을 하는 집도 있었다.내 유년의 추억 속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색깔은 양담배 러키스트라이크 껍데기에 인쇄된 빨간색 동그라미였다. 그 진홍색은 내 어린 생애에서 일찍이 체험하지 못한 찬란한 광휘였다. 그 색깔의 풍요로움은 초
기브 미 초콜릿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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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그래서 나와 제작부장이 입을 다문 상태에서 촬영이 무사히 끝났어. 장비를 철수하고, 인천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붕대 감은 내 손을 본 스탭들이 하나둘 이유를 물어오니, 그제야 비로소 얘기를 꺼낼 수 있겠더라고. 당시 옆자리에 배우 황해도 타고 있었는데, 그이 성격에 대충 넘어가지 못하고 대뜸 “그걸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냐, 사람이 중하지 촬영이 중하냐” 꾸짖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전문으로 총을 쏘던 사람들도 아닌 배우들이, 가뜩이나 실탄이 든 총을 들고 연기를 하는데 얼마나 긴장이 되겠어. 그런데 누가 유탄을 맞았다는 소리가 들려봐, 배우들은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간혹 겁에 질리는 스탭들이 속출하지 않겠어?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론 촬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잖아. 그래서 조용히 하라고 시킨 거야.” 순간 사람들이 조용해지더라고. 그때 제작부장이 다가와 참 고맙다고 몇번이나 인사를 하는 통에 어찌나 쑥스럽던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로선 제작에 영
˝입체영상, 60년대 한국영화에도 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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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잡지사 기자 지원은 원조교제에 관한 기사를 썼다가 협박전화를 받는다. 친구 호정과 그녀의 남편 창훈은 지원의 딱한 사정을 듣고 집을 빌려준다. 협박전화를 피하고자 휴대폰을 바꾼 지원은 그때부터 정체불명의 괴전화에 시달린다. 호정의 어린 딸 영주는 지원의 휴대폰을 받고 나더니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안병기 감독, 하지원, 김유미, 최우제, 최지연, 은서우 출연,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투자·배급, 상영시간 100분김봉석 짜증나는 충격 효과로 일관한다 ★★☆박평식 광케이블을 탄 토종귀신의 뒤늦은 깜짝쇼 ★★★■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부모님이 외출한 사이, 플라이는 여동생 스텔라와 사촌 척을 끌고 바다낚시에 나섰다가 이상한 동굴을 발견한다. 그곳은 지구 온난화로 세상이 물에 잠길 때를 대비해 인간을 물고기로, 다시 인간으로 만드는 약을 개발중인 괴짜 맥크릴 박사의 실험실. 실수로 약을 마신 스텔라가 불가사리로 변하자, 플라이와 척은 해독제를
폰/어머!물고기가 됐어요/마이너리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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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지 말 것. 그저 바라볼 것. 제니퍼 코넬리의 얼굴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득히 기억의 강을 거슬러올라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최근 <레퀴엠>까지 그는 그저 훔쳐볼 뿐, 빼앗거나 정복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화장실 틈새 너머 자신을 엿보던 소년의 눈길을 의식하면서도 먼지보다 가볍게 아라베스크와 양트르샤를 반복하던 발레소녀였을 때나, 피를 흘릴지언정 먹히지 않는 제단 위의 양처럼 마약상의 섹스파티에 전라로 누운 뉴욕의 마약중독자일 때나, 제니퍼 코넬리는 도도하고 강하다.
21세기는 제니퍼 코넬리에게 르네상스였다. 학업으로 잠시 중단했던 연기를 다시 시작했지만 성인이 된 그에게 요구되는 연기는 <원스…>의 12살 데보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치명적인 유혹으로 남자들을 홀리는 몇몇 배역을 전전하던 그에게 <레퀴엠>은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알렸다.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이야기 방식은 마치
치명적 지성미에 중독되다, <레퀴엠>의 제니퍼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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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씨는 호탕하고 현장에서도 사람들 잘 챙기고….” 한참 모지은 감독을 칭찬하던 정준호가 미끄러지듯 신은경에 대한 찬사로 넘어가려는데, 그 호탕하다는 신은경이 갑자기 바짝 붙어 앉으며 말을 자른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어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꼭 다비드 같아.” 잠깐 멈칫. 하지만 곧 충청도 남자 특유의 느릿한 웃음으로 “그러게. 옛날 같았으면 여자 한 스무명 거느렸을 텐데”라며 넘겨보려는 정준호와 “진짜라니까. 정말 첫눈에 반할 만해”라고 끝까지 우기는 신은경, 이 닭살 남녀는 아직도 로맨틱코미디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초보 커플 같기만 하다.
정준호와 신은경을 이처럼 사탕 포장지 안에 꽁꽁 싸놓은 영화는 8월8일 개봉하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외로움에 시달리는 커플 매니저와 느닷없이 그녀 앞에 나타난 착하고 능력있고 잘생긴 고객의 사랑 이야기다. 감독이 스물여덟의 젊은 여성인 탓에 성급하게 매스컴을 탔지만, 두 주연배우는 거기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신은경 & 정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