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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상식적이게도 만화는 드로잉, 연출, 이야기로 구성된다. 만화는 이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을 통해 완성도를 올린다. 삼각뿔의 완벽한 황금분할처럼, 만화(만화가)는 정점에 이르기 위해 노력한다. 자칫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만화는 급속히 균형을 잃고 방황하기 때문이다. 대가의 작품에서는 완성된 삼각뿔의 균형감이 느껴지지만, 신인 만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불안하다.<취중진담>의 송채성은 자기복제가 만연한 신인들의 만화와 다른 역동성을 보여준다. 만화의 화면과 칸에서 살아 움직이는 역동성은 삼각뿔의 세면을 꼭지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작가의 노력이 작품에 녹아들고, 그 노력이 독자들에게 읽히는 일은 작가와 독자의 행복한 커뮤니케이션이다. 2년 전인 2000년, <나인>에 발표했던 단편들에서 시작된 그의 만화는 같은 제목의 연작으로 그려진 새로운 원고로 제작된 단행본으로 이어지며 역경을 정면돌파한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연재 원고료 수입에 기대지 않으면
송채성의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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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인간의 집요하고도 야비한 행동을 꾸짖는 것일 텐데, 정말 문자 그대로 벼룩의 간을 빼먹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경탄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생각해보라. 날뛰는 벼룩을 포획하는 것도 쉽지 않고, 배를 째기 위해 고정시켜놓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벼룩의 여섯 다리를 바닥에 붙여놓고 핀셋으로 간을 꺼내다보면, 이 하찮은 생물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는지 또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이제는 벼룩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 때다.‘벼룩 만화 총서’라는 희한한 제목의 만화가 찾아왔다. 불과 200여쪽의 만화책도 무겁다고 낑낑대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이 벼룩들은 불과 10여쪽의 작은 손바닥 정도 크기로, 선풍기를 심하게 틀면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러나 그 작은 몸집과 변변찮은 물리적 무게 때문에 이 만화들을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된다. 그 내면의 무게는 수백쪽의 만화도 너끈히 맞설 수 있을 정도다
사르동의 <죽음> 등 `벼룩 만화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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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본격 노인개그만화인 윤태호의 <로망스>(애니북스)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나왔다. 공무원 정년퇴임 뒤 무미건조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김이용 노인, 소문난 구라쟁이로 저승사자도 돌려보내는 파랑새 노인 등의 주인공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년의 모습들. 만화가인 윤태호은 모두가 쉽게 지나쳐버리는 그들의 모습을 날카로운 눈으로 포착해 피시식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유머로 표현하고 있다. 스포츠 신문에 연재된 때문인지 섹스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적지 않은데, 노인들의 적나라한 성생활은 기성의 관념으로 굳어버린 독자들의 머리를 산뜻하게 깨어버린다.우수만화 제작지원사업문화콘텐츠진흥원은 2002년 우수만화 제작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지원작을 접수받는다. 국내 출판만화산업의 질적 향상과 우수만화 제작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되는 이 행사는 국내의 창작만화나 만화 관련 도서의 총제작비 50% 범위 내에 1천만원 내외로 총 20여작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접수기
윤태호의 <로망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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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개봉 10일 만에 전국 56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비록 약 1년 정도의 터울이 있긴 하지만 최근작데다가 전용 홈페이지 제작 등의 유례없는 홍보 마케팅비 투입, 세계 3대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영화제에서의 그랑프리 수상이라는 실시간으로 벌어진 화제성 등으로 인해 디즈니풍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일반 관객층까지 흡수하며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흥행작 부재라는 딜레마를 말끔히 해소해냈다.하지만 아쉬운 일은 이 노감독의 새로운 장편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이다. 1995년작 <귀를 기울이면>의 감독을 맡으며 미야자키·다카하타 2인 체제로 흘러가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후계자로 낙점받았던 곤도 요시후미가 1998년 1월 갑작스레 사망하자 어쩔 수 없이 제작 일선으로 다시 복귀한 미야자키 감독은 차기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작하게 되었지만 최근 인터뷰 석상에
고양이의 은혜갚기&기브리즈 에피소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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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만화를 좋아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왜 좋아할까? 미국의 만화가이자 이론가인 스콧 맥클루드는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때, 상징화된 아이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상징화된 만화의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한다는 ‘탈바가지 이론’을 정리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면 지금 타인의 얼굴을 바라본 뒤 자신의 얼굴을 상상해보라. 타인의 얼굴은 아주 세밀하며 현실적인 ‘그 사람’이지만, 내가 상상한 나의 얼굴은 디테일보다는 상징적인 ‘많은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만화 이미지의 스펙트럼에서 어린이들이 즐기는 만화는 보통 개성적인 ‘그 사람’의 위치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위치에 존재한다. 이현세의 ‘까치’는 매우 개성적이며 독특하기 때문에 나와 동일시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길창덕의 ‘꺼벙이’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 이미지, 감동을 그림에 실어보내는 만화의 힘은 어린이를 위한 만화에 더욱 풍부하게 자리잡고
박수동의 <홍길동과 헤딩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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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깔끔한 타일과 수세식 변기가 있다면, 변소에는 똥파리와 푸세식 변기가 있다. 수세식 변기가 기세 좋게 똥을 삼킬 때, 푸세식 변기는 똥을 묵히고 또 묵힌다. 시작부터 웬 냄새나는 이야기인고 하니, 단편 <일곱 살>의 무대가 바로 ‘변소’이기 때문이다. 제15회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학생 경쟁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미운 일곱살의 반항을 변소의 공포와 함께 그려냈다.<일곱 살>에 등장하는 변소는 조금은 근대화된, 신문지 대신 휴지가 있고, 변기도 요즘 것마냥 하얀 곳이다. 유독 넓지만 지독한 냄새와 어두운 공포를 품고 있는 장소. 남동생 역성만 드는 엄마를 피해 달아날 곳은 그러나 여기밖에 없다. 어두컴컴한 변소 문 걸어 잠그고, 일곱살 소녀 유주는 벽에 낙서를 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것은 엄마와 남동생.그림으로나마 이들에게 실컷 보복을 하면서, 나오라고 애원하는 엄마를 몇번이고 통쾌하게 거부해보기도 하는 소녀. 심심하지도 않다. 이리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곳,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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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튬플레이, 흔히 코스프레라고 일본식으로 부르는 이 퍼포먼스는 사실 매우 창조적인 일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복식을 선택하고, 그대로 디자인해, 의상을 제작하고, 의상을 입은 뒤, 무대에 올라 어울리는 퍼포먼스까지를 진행하는 매우 다채로운 실력을 필요로 한다. 코스튬플레이를 시작하는 동호인들은 대부분 스스로 실패를 경험삼아 배워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지난 5월 코스튬플레이대회를 개최하기도 한 청강문화산업대학의 패션디자인과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코스튬플레이 워크숍을 개최한다. 청강 제1기 코스튬플레이 패션캠프는 20명 정도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7월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 대학 내의 기숙사에서 숙박을 함께하며 직접 의상을 제작하게 된다. 무대의상 디자이너와 패션디자인과의 교수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이번 캠프는 코스튬플레이에 관심이 많은 중고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문의: fashion@chungkang.ac.kr, 031-639-5970/2).
코스튬플레이 워크숍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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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잃어버린 부모를 되찾기 위해 몸을 던진 어느 효녀의 고행담이다. 뜻하지 않게 그 여름 밤 신들의 놀이동산을 엿보게 된 소녀의 비밀 일기다. 탈출구를 모르는 수수께끼의 세계에 갇힌 앨리스의 새로운 악몽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가뭄 동안 꼭꼭 문을 걸어두었던 미야자키의 뒷마당에 아직도 넘쳐나는 우물이 있음을 폭로한 기쁨의 고자질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그 소녀가 물 위로 떠내려보낼 뻔했던 어떤 이름에 대한 이야기다.그 옛날 아드리아 해변에서 만났던 <붉은 돼지>는 말했다. ‘날지 않는 돼지는 단지 돼지일 뿐’이라고. 그런데 오늘 나는 ‘오직 먹기만 하는 인간들 역시 단지 돼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별다른 악의도 없는 부모를 돼지우리에 처넣어버리고 시작하는 이 영화는, 10살짜리 소녀에게 무기력한 어른들을 ‘일단 포기’하라고 가르친다. 뙤약볕을 뚫고 주말의 극장을 찾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극장 입구의 놀이방에
판타지로 그려낸 소녀의 성장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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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미야자키!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있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든, 미야자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 활력의 엔터테인먼트는 한여름 밤의 축제에 달려온 온 가족을 즐겁게 해주고도 남는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종이 인형과 뒤엉켜 날아오다 불규칙적으로 펄떡거리는 용은 <스타쉽 트루퍼스>를 괴멸시켰던 거대 곤충들의 활극보다 섬뜩하다. 무너져가는 연통을 밟고 아슬아슬하게 달려가는 센의 모습은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과 <미래 소년 코난>에서부터 보아왔던 곡예 레이싱의 향수에 젖게 한다. 미야자키는 미야자키다. 그가 아니면 누가 이토록 즐거운 아름다움을, 아름다운 즐거움을 줄 수 있겠는가?이 영화는 초기 원화 공정 외에는 거의 디지털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센이 꽃밭을 헤쳐가는 장면이나 건물 안의 3D 조형물 등 몇몇 두드러진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셀과 구별할 수 없는 전통의 맛을 전해준다. 디지털의 풍성한 자유를 누리면서도 2
판타지로 그려낸 소녀의 성장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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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kiki Brothers2001년, 감독 임순례 출연 이얼, 황정민, 박원상, 오지혜 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오디오 돌비 디지털 5.1출시사 CJ엔터테인먼트
음악에 대한 열정보다 오늘의 생계를 더 걱정해야 할 중년의 나이. 환갑 잔치, 지방 축제, 시골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는 삼류 밴드의 애환을 담담하게 펼쳐놓았다. 전작 <세친구>와 마찬가지로 사회와 현실에 물들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평단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서플로 메이킹 필름과 2가지의 극장용 예고편, TV광고, 뮤직비디오, 배우 및 스탭의 동영상 프로필, 포토 갤러리 등을 담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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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City Special Edition1998년,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출연 루퍼스 스웰, 키퍼 서덜런드, 제니퍼 코넬리 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오디오 돌비 디지털 5.1출시사 씨넥서스
브뤼셀 국제판타스틱페스티벌 관객상 수상작. 잃어버린 기억을 찾던 한 남자가 마지막 순간 인류 전체의 비극적 운명과 맞닥뜨린다는 암울한 내용으로 SF와 스릴러, 멜로, 누아르가 뒤섞인 기묘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특히, 독일 표현주의를 연상케 하는 세트 디자인과 기묘한 색감이 압권이다. 서플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음성해설과 감독인 알렉스 프로야스의 음성해설, 스탭 및 배우 소개, 극장용 예고편과 세트 디자인 소개, DVD로 즐길 수 있는 게임 등을 담았다.
다크시티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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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teral Damage 2002년, 감독 앤드루 데이비스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프란체스카 네리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 인도네시아어화면포맷 아나모 와이드 스크린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출시사 워너브러더스
9·11 테러와 유사한 소재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던 액션영화. 쉰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테러로 숨진 유족으로 등장한다. <콜래트럴 데미지>는 전쟁이나 테러 등 군사작전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자’라는 뜻. 서플로 극장용 예고편과 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테일한 추가장면, 감독 음성해설, 촬영현장 스케치, 제작자, 감독, 주연배우들의 인터뷰 등을 담은 한글 자막이 지원된다.
콜래트럴 데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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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eautiful Girl, Mari2002, 감독 이성강출연 이병헌, 공형진, 배종옥, 안성기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오디오 DTS & 돌비 디지털 5.0출시사 엔터원
국내 처음으로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 바닷가 소년 남우가 어느 날 등대에서 환상의 소녀 마리를 만났던 아름다운 기억을 파스텔화 같은 화면에 담았다. DTS와 돌비 디지털 5.0이 지원되는 영화음악도 남다르다. 감독과 아역배우들의 음성해설과 16분짜리 영화 제작과정, 캐스트 소개, 홍보용 동영상 클립 모음, 4분에 달하는 뮤직비디오, 10개의 플래시애니메이션 모음, 스틸 갤러리 등을 서플로 담았다.
마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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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lander: Special Collector’s Edition2001년, 감독 벤 스틸러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오디오 돌비 디지털 5.1지역코드 3출시사 파라마운트정확한 제목을 기억하지 못할 만큼, 벤 스틸러가 <VH1>과 손잡고 영화 한편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흘려들었었다. 무엇보다 <VH1>이라는 매체가 정식 영화사가 아닌 음악전문 TV채널이라는 사실 때문에, 한국에까지 출몰할 거라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런 상황이었으니 뜬금없이 ‘Zoolander’라는 영문제목만 달랑 써 있는 테스트용 샘플 DVD를 받아들었을 때, ‘동물의 왕국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물인가?’라는 진짜 어이없는 생각을 하게되었던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메뉴화면이 뜨고 벤 스틸러가 상상을 초월하는 화면분할의 향연 속에 느끼하게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진전해버렸다.‘<오스틴 파워> 이래 이렇게 충격인 영화는 처
주랜더 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