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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전만 해도 졸린 듯 부스스했던 신은경이 갑자기 또박또박해졌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가 약간 긴장감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흥분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외국영화 보고선 그런 얘기 안 하잖아요. 그런데 왜 한국영화는 이해해주지 않는 거예요?” 연기경력 20년을 향해 달음질치고 있는 신은경은 틈도 주지 않은 채 야무진 이유를 갖다붙인다. “언제부턴지 한번 꼬이지 않고선 사람들하고 대화하는 일이 불가능해졌어요. 감독님도 아마 그게 슬펐던 것 같아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첫눈에 다가온 사랑을 그리는 게 재미없어요? 난 관객이 그런 영화를 많이 봐줬으면 하는데….” 지난해만 해도 양손에 가위를 들고 전국을 휩쓸었던 ‘조폭 마누라’ 신은경. 그녀가 “맞아, 딱 내 얘기네”라고 탄성을 지르며 선택한 이 분홍빛 로맨스는 그처럼 느낌대로 밀고나가는 꾸밈없는 여자의 영화다. 집에 있을 때면 3박4일 세수도 하지 않는다는 신은경처럼, 화장발을 세우지 않는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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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두사부일체> 촬영현장에서 만난 정준호는 “이번만큼은…” 하며 다짐하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느끼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겠다고, 참 길게도 말했었다. 두편의 영화를 마치고 다른 한편의 영화도 크랭크업을 눈앞에 둔 지금, 그는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로맨틱코미디에 딱 어울리는 표정으로 나타난 그는 언제 그런 말을 했었느냐는 표정으로 “올해 개봉할 영화 세편을 줄줄이 보면 저 사람한테 저렇게 다른 모습이 있었는지 놀랄 거예요”라며 자신이 넘친다. 공포영화 <하얀방>의 자유분방한 형사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완벽하고 마음 착한 프로그래머, 코미디 <가문의 영광>의 겁많고 소심한 엘리트까지, 남들보다 세배 빠른 호흡으로 뛰어왔는데도 숨가쁜 기색조차 없다.
어쩌면 그건 정준호가 지난 30년을 유독 느리게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훨씬 늦은 20대 중반에, 연극 포스터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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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엽기적인 생각일진 모르겠지만, 천정명의 몸과 얼굴을 따로 떼어놓고 조각 맞추기를 한다면 좀처럼 제 짝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동글동글 귀엽고 순한 얼굴에 근육형 팔뚝은 잘 연결이 안 되는 조합인데다 ‘배시시’하는 웃음에 조곤조곤한 말투까지 듣고 있다보면 농구, 축구, 테니스, 골프까지 섭렵한 ‘만능 스포츠맨’이란 말은 거짓말처럼 들릴 정도다. 영화 데뷔작인 <아 유 레디?> 역시 처음엔 ‘좋은 몸’ 때문인지 터프한 고등학생 현우 역으로 캐스팅되었다. 하지만 그를 지켜본 제작자는 “정명이 성격은 오히려 준구에 가깝다”고 판단, 결국 교복을 단정히 입은 모범생의 모습으로 처음 스크린에 담길 수 있었다.
<아 유 레디?>에서는 고등학생을 연기했지만 천정명은 올해 대학 4학년인 80년생이다. “낯가림도 많고 친구들과 운동만 하던 학생”이었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길에서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데뷔했다. 처음 찍은 ‘호빵CF’는 “거금 100만원”의 용돈을
헬스 하는 것처럼 연기하기, <아 유 레디?>의 천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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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크로가 2000년 10월에 피운 단 한 개비의 담배로 인해 법정 공방에 연루돼 화제다. 크로는 2년 전 이라는 호주의 한 방송프로그램의 인터뷰 도중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담뱃갑과 함께 손에 감싸 들었는데, 이것이 방송프로그램의 담배 홍보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방송사 <더 나인 네트워크>는 시드니 연방법원을 상대로 이의소송을 제기하고 법정싸움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크로는, 담배회사의 중역이 <CBS>의 시사고발프로 의 인터뷰에 출연해 담배회사의 음모를 고발하는 내용의 영화 <인사이더>에서 내부고발자를 연기한 바 있어 더욱 흥미롭다.
담배로 법정 공방에 연루된 러셀 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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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뜨거운 커플 안젤리나 졸리·빌리 밥 손튼 부부가 냉각기류를 타고 있다. “최소한 한달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요.” 최근 안젤리나 졸리(27)는 빌리 밥 손튼(46)과의 결혼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유에스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문제의 근원은 관심사의 차이. 자신은 아기에게 생활의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빌리 밥 손튼은 음악에만 빠져 산다고 그녀는 말했다. 현재 졸리는 11개월 된 아기와 함께 호텔에서 지내고 있는 상태. 아직 빌리 밥 손튼의 이름 문신을 지우지 않은 졸리는 “그래도 이혼한 건 아니에요”라는 말과 함께 화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안젤리나 졸리,빌리 밥 손튼 부부 한달간의 침묵 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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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 워쇼스키, 휴스, 그리고 팡….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영화를 만드는 ‘브러더스’라는 데 있다. <디 아이>로 주목받고 있는 홍콩 출신의 팡 브러더스는 최근 아시아 각국을 순회하며 섬뜩하고 차가운 공포의 기운을 전파하는 중인데, 이번에 한국이, 부천이 딱 걸렸다. 시력이 없던 한 소녀가 각막이식수술을 받은 다음부터 귀신을 본다는 내용의 <디 아이>는 부천에서 상영 때마다 매진돼 대기자 리스트가 나돌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다.이들은 15분 간격으로 세상에 나온 쌍둥이로, ‘뿔테 안경’이 형 옥사이드고, ‘금테 안경’이 동생 대니다. 외모는 특별한 표식이 없으면 알아보기 힘들 만큼 흡사하지만, 무뚝뚝한 형 대신 이야기는 동생이 도맡아 하는 식으로, 성격과 분위기는 판이하다. CF감독으로, TV프로듀서로 따로 활동해온 그들은 옥사이드의 영화데뷔작 <Who Is Running>에 대니가 편집을 맡으면서부터 의기투합하게 됐다. 연출자로 함께 크레딧을 올
<디 아이>로 주목받고 있는 팡 브라더스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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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로 땋아내린 블론드 머리, 탱크톱 위에 앞자락을 묶은 블라우스와 주름치마. 소녀적이면서도 어딘지 도발적인 차림으로 경쾌한 춤과 함께 <Oops!… I Did It Again>을 부르는 아이돌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눈썹도 더 짙고, 턱선도 좀더 두터워 보이는 그녀, 아니 그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닮은꼴 선발대회에서 많은 소녀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로버트 스티븐스. 우승하면 브리트니의 콘서트에 초대되어 그녀와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조건에 끌려 대회에 참가한 그는 기대에 부풀지만, 그런 일은 모른다는 홍보 담당자에게 공연장에서 쫓겨난다. 브리트니는커녕 공연도 못 본 채 문전박대를 당한 기억은 “지금껏 당한 것 중 가장 심한 일”이지만,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사건이기도 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된 <브리트니 베이비, 원 모어 타임>은 바로 그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브리트니…>
<브리트니 베이비,원 모어 타임>의 배우 로버트 스티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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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취임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이주성(42) 대표는 여러 면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헷갈리게만든다. 워낙 젊어 보이는 탓에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 경영인일 거라 착각하게 되고, 홍보 행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기 때문에 언론과 극장등을 상대하는 실무자로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그는 93년 이십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뒤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한우물만 팠던마케팅 전문가다. 대홍기획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그는 마케팅을 더 깊이 배우기 위해 떠났던 일본 유학 시절 “일본어를 익혀야겠는데, 돈이없어서 영화 대신 비디오만 보다가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선 스와치 마케팅을 욕심내기도 했지만 일이 무산될 무렵, 신문에난 폭스의 직원모집 광고가 다시 한 번 마음을 움직였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스 에이지> 등 막강한 블록버스터를가졌으면서도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주성 대표. 그는 “처음 하는 영화마케팅도 어려울
공세적 마케팅 주도하는 20세기폭스코리아 대표 이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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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룸살롱을 개업했다? 그동안 영화의 조폭들이 학교로, 산사로, 열차로 휘젓고 다니는 동안, 최근 영화의 우리 검찰은 근사한 룸살롱을 개업했다. 영화 <보스상륙작전>은 조폭 일당을 소탕하기 위해 검찰이 룸살롱을 위장개업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영화로, 검사가 웨이터, 여경이 룸살롱 아가씨로 위장근무하는 국립 룸살롱이 등장한다.6월말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이루어진 ‘국립’ 룸살롱 촬영현장.이지현, 안문숙, 성현아 등 이른바 ‘나가요’ 언니로 분한 출연배우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나가요 언니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안문숙은 춤뿐만 아니라 노래까지 한 곡조 뽑는다. 물론 위장근무중인 경찰 역. 여기에 두 늘씬한 미인 이지현과 성현아는 국립 룸살롱에 스카우트된 전문 나가요 언니들. 무용가 박진수의 지도에 힘입어 일사천리로 NG없이 깔끔하게 촬영을 끝냈다. 과연 국립 룸살롱은 수지맞는 장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TV시트콤 <남자셋
<보스상륙작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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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영화촬영스튜디오가 부산에 생긴다.23일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특수촬영장치와 동시녹음시설 등 영화촬영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규모의 실내 스튜디오가 부산 해운대 수영만요트 경기장안에 들어선다. 지난해 11월 825㎡(250평) 규모의 A스튜디오를 개관해 운영해 온 부산영상위원회는 영화세트 대형화 추세에 맞춰 당초 2개(150, 350평)로 계획했던 스튜디오를 1천650㎡(500평) 규모의 1개 스튜디오로 만들기로 했다. 이는 경기도 양수리 종합촬영소(400평)보다 큰 국내 최대 규모인데 내부에는 블루 스크린 및 와이어 액션에 쓰이는 크레인 시설 등의 특수촬영장치도 갖추게 된다. 부산영상위원회는 현재 특별교부세 30억원을 확보한 상태기 때문에 앞으로 3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친 뒤 오는 9월 공사에 들어가 내년 초 스튜디오를 완공할 예정이다.한편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는 올 1월 <예스터데이>의 촬영을 시작으로 <H>, <오
국내 최대 영화촬영스튜디오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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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분명히 어제 숙제했었습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그리고 이건 다시 한 겁니다. 거짓말이라고 한 거 취소해주십시오.” 안성기의 격앙됐지만 왠지 코믹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감독의 “컷”이라는 사인과 함께 스탭들의 입에서 일제히 웃음이 터져나온다.지난 7월15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이곳은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꼽히는 대통령 딸의 담임교사를 맡은 은수(최지우)와 대통령 민욱(안성기) 사이에서 펼쳐지는 로맨틱한 사랑을 주된 소재로 삼는 정통 코미디영화답게 감독부터 배우까지 연신 입에 미소를 머금은 채 진행되는 듯했다.이날 촬영은 은수와 민욱이 청와대 오찬실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 딸 영희가 수업을 빠진 벌로 <황조가>를 한문으로 100번 쓰는 숙제를 했던 민욱이 실수로 숙제를 적은 종이를 한강에 빠뜨린 뒤, 다시 숙제를 해 은수에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민배우’ 안성기라
<피아노 치는 대통령>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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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더위와의 전쟁, 밤이 되면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과 극성맞은 모기와의 전쟁. 김기덕 감독의 8번째 영화 <해안선>이 촬영의 막바지를 향하는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서 전 스탭들은 그 전쟁에 점차 익숙해져가고 있다. 밀물과 썰물의 때를 맞춰야 하고 밤 촬영을 위해 산에 쳐놓은 철조망을 따라 조명팀은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을 오르내렸다. 배우들의 검게 탄 구릿빛 피부와 “∼다!”로 끝나는 말투와 집이 그립다는 배우들, NG가 나면 자동으로 이어지는 얼차려를 통해 그들 또한 실제 군인들처럼 되어간다. 강 상병이 되어 있는 장동건은 “지금 네온사인이 무척 그립다. 그렇지만 감독님을 보고서 출연을 결정했기에 후회는 없다”며 감독을 추어올린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동건씨를 캐스팅해서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해안선이 곧 우리의 현실이고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철조망으로 갈라지고 뛰어넘기 힘든 이미지를 이 영화를 통해 해소해보고 싶다”는 설명을 잊지
<해안선>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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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감독의 장편 디지털 영화 「죽어도 좋아」가 북한영화 「동물의 쌍붙기(원제 동물의 번식)」에 이어 `제한상영가' 등급을받음으로써 제한상영관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가 23일 오후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위원장 유수열)를 열어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한 것은 7분간의 롱테이크 섹스 신 가운데 구강 성교 대목과 성기 노출 장면 등이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SBS 다큐멘터리 PD 출신인 박감독이 실제 부부인 박치규(73) 할아버지와 이순예(71) 할머니를 내세워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죽어도 좋아」는 전주국제영화제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 영화진흥위원회도 자막 번역 및 프린트 제작비 지원 대상작과 디지털 장편 영화 배급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했다.이에 대해 제작사인 메이필름의 관계자는 "국내외 평론가들과 영화전문기자, 그리고 영화정책기관까지 인정한 작품을 낡은 통념과 기계적인 기준에
잇따른 ‘제한상영가’ 결정으로 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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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 부부의 사랑과 성생활을 담은 박진표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는 23일 오후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위원장 유수열)를 열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했다. 9명의 위원 중 8명이 출석해 표결 결과 `제한상영가`와 `18세 이상 관람가`가 4대 4로 동수를 이뤘으나 위원장이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렸다. 영등위 관계자는 "7분간의 롱테이크 섹스 신 가운데 구강 성교 대목과 성기 노출 장면 등이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영등위가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 1월 26일 개정 영화진흥법이 발효된 이래 5월 21일 북한영화 <동물의 쌍붙기(원제 동물의 번식)>에 이어 두번째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제한상영관이 들어서지 않은 상태여서 <죽어도 좋아>의 극장 개봉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제작사인 메이필름의 서영희 팀장은
영화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가 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