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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습니다. 며칠 만에 간판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를 만드는라 함께 애쓴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비로소 얼굴을 들게 됐네요.' 9월 19일 개봉 예정인 영화 「둘 하나 섹스」(제작 인디스토리)의 이지상(46) 감독은 마침내 큰 짐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9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영화는 이탈리아 페사로영화제와 스웨덴 괴테보르영화제에 초청받았으나 99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등급보류 위헌결정을 이끌어냈다.'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등급보류 취소판결을 받아내 일반 상영의 길이 열렸지만 영화등급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와 개봉을 미뤘지요. 당장 마케팅 비용도 없었고요.' 이감독은 지난 6월이 돼서야 「둘 하나 섹스」의 필름을 다시 편집기에 걸어놓고 두 달간 재편집과 재녹음에 매달렸다. 이 과정에서 83분의
<둘 하나 섹스> 감독 이지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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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에선 보기 드문 현란하고 힘찬 액션장면과 감독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가 디브이디 타이틀로 출시되었다. 프랑스어로 ‘검다’라는 뜻의 ‘누아르’를 표방한 영화답게 <피도 눈물도 없이>는 상당 부분이 어두운 실내 공간이나 밤 거리에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이번에 출시된 디브이디는 무엇보다 그런 특징을 뛰어난 화질을 통해 충실하게 되살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디브이디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류승완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특색 있는 부록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는 것도 이 타이틀의 눈에 띄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역시 감독의 입담을 통해 영화의 뒷이야기를 맛볼 수 있는 ‘오디오 코멘터리’ 코너. 재미있는 것은 감독은 물론이거니와 음악, 조명, 액션, 미술, 프로듀서 등 주요 제작진이 총출동해 한꺼번에 오디오 코멘터리를 녹음했다는 사실이다
어둠의 질감 고화질로 재생 <피도 눈물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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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섹스 코미디 <피너츠 송>(원제 The sweetest thing)은 카메론 디아즈라는 배우의 매력에 철저하게 기댄 영화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정액을 머리에 바른 채 순진하게 웃던 그가, 이번에는 “‘지금’을 함께 할 남자를 찾아라”며 하룻밤에 한 남자씩 차버리는 크리스티나로 돌아왔다. 실연당한 친구를 위로한다고 데려간 나이트클럽에서 크리스티나는 ‘뭔가 특별한 것’이 느껴지는 피터를 만난다. 맥없이 돌아서 후회하는 그를 보고 절친한 친구 제인은 피터 형의 결혼식장을 찾아 함께 나선다. 갖은 고생 끝에 찾은 결혼식장에서 그들이 본 것은 뜻밖의 장면! <피너츠 송>은 남자화장실에서 볼일보다 물벼락을 맞는 등 시종 이 여자들의 좌충우돌 ‘당당한’ 푼수연기에서 웃음을 찾는다. 하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을 만나 180도 인생관을 바꿔버린다는 설정은 여성 코미디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꺾어 버린다. 그럼에도 편한 친구같은 매력의 카메론
캐머런 디아즈의 좌충우돌 푼수짓 <피너츠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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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찬반 논쟁은 아니더라도, 관점을 달리하는 여러 시선에 의해 호오의 미세한 차이가 드러날 것 같았다. 몇곳에 청탁한 결과, 유보 내지 비판적 시선을 가진 극소수는 나름의 몇몇 이유를 들어 사양했다. 다음에 지면에 불러오자고 미루고보니, <오아시스> 예찬론 모음이 됐다.전과자와 장애인이, 사회의 편견과 냉대를 딛고 사랑에 다가가는 <오아시스>의 이야기는 자칫 설교가 되거나, 아니면 신파적으로 사람을 울려 두 주인공과 사회 사이의 긴장을 해소시켜버릴 위험이 다분했다. 그걸 어떻게 극복했기에, 까다로운 비평가들로부터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는 걸까.김소희씨는 이창동 감독이 외부적 요인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동력으로 진화해왔다는 점에서, 김봉석씨는 사회의 시선 밖에 존재하는 타자들을 대하는 이 감독의 태도에서 답을 찾아본다. 유운성씨는 리얼리즘을 미학이 아니라, 도덕으로 인정해버린 이 감독의 솔직함을, 심영섭씨는 판타지를 끌어와서
4인의 평론가들이 <오아시스>를 지지하는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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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두의 형은 일장연설을 한다. 너도 이제 어른이 돼야지. 자기 행동에 책임도 지고, 남들이 널 어떻게 보는지도 좀 생각해 보고. 맞다. 어른은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간다. 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따져본다. 체면이나 과시욕 같은 것들도,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생겨난다. 종두는 그런 ‘시선’ 같은 것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내키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냥 질주한다. 원인도, 결과도 없다. 무작정 가고, 사고를 치고, 모른 척한다. 종두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그런데 <오아시스>를 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도 든다. 혹시 종두는 인간이 아닌 게 아닐까? 저걸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종두의 가족은 과연 그를 동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공주는 장애인이다. 중증 뇌성마비로 말을 하기도 힘들다. 공주의 가족은 그녀를 동정하고 보살핀다. 직접 하지는 않고 옆집에 20만원을 주고 맡긴다. 그래도 생일이 되면 케이크를 들고 오고
<오아시스> 4인4색-김봉석이 본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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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때문에 불면이다. 졸음이 쏟아져야 마땅한 형편 속에서 시사회에 갔는데 감정을 온통 집중한 나머지 돌아오는 밤길에 무척 힘들었다. 하루를 지내고 난 지금, 또 고스란히 날이 밝았다. 소란스러운 능변 대신 이 영화에 대해서 차근차근 잘 말하고 싶다는 갈망이 무거운 걸음걸이로 덤벼드는 졸음보다 힘이 센 모양이다.난 <박하사탕>이 싫었다. 내 가슴 한복판을 뜨거운 것이 꿰뚫고 지나가긴 했지만, 유능하게 조합된 관념적인 역사의식의 차가움이 함께 흘렀기 때문이다. 불타올랐지만 얼어붙게 만들었고 유능하고 싶었지만 무능했던 것은 386세대인 내가 80년대에 대해 느끼는 통한이다. 하물며 <초록물고기>는 평범했다.이제 세편의 영화를 죽 돌이켜보니 이창동이 진화하고 있음을 알겠다. 지금 나는 진화라는 용어를 특별한 마음으로 쓴다. 진화는 전적으로 자신의 현 존재로부터 출발한다. <오아시스>는 이창동이 사회적으로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에 관해 진지
<오아시스> 4인4색-김소희가 본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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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가 우리 영화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으며, ‘이창동 감독은 한국의 에밀 쿠스투리차’라고 주장한 고종석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오아시스>에서 현실과 판타지는 변증법적 통합을 위한 대립물로서 서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조금도 다치게 함이 없이 온전히 자신들의 특성을 유지하며 서로를 강화한다. 영화 속에 마르케스를 불러들이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일 테지만, 빈곤하고 누추한 공간에서 이루어진 빈곤하고 누추한 상상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마르케스의 단편 <사랑 저편의 변함없는 죽음>의 한 부분, “상원의원은 지껄이면서 석판화 캘린더를 한장 비틀어 뜯어서는 나비를 접었다. 슬쩍 선풍기 바람에 태우자 나비는 방 안을 훨훨 날아다니다가 절반쯤 열린 문으로 슬쩍 빠져나갔다.… 석판화의 거대한 나비는 두세번 방 안을 날아다닌 뒤, 벽에 부딪히더니 원래대로 한장의 종이로 돌아가서 그대로 붙어버
<오아시스> 4인4색-유운성이 본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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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모두가 겨울옷을 입고 있는 엄동설한에도 반팔 차림으로 콧물을 흘리고, 여자는 휠체어에 의지해 손바닥만한 하늘을 처음 대하는 사람처럼 바라본다. 오아시스의 홍종두와 한공주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었다. 감독은 수선스런 시장통에, 나사가 널브러진 카센터에, 김칫국물이 누렇게 밴 아파트 벽에 주인공들을 숨겨놓고 ‘젊은이의 양지’로 박제돼버린 대한민국의 멜로에 일침을 가한다. 홍종두와 한공주, 그렇게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게 사랑의 문제라면, 사랑이 ‘함께’ 자장면을 좋아하게 되고 콩밥을 싫어하게 되는 단순하고 연약한 것이라면, 그런데도 당신, 왜 아직 사랑다운 사랑을 해보지 못했는가.<오아시스>는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초록물고기> <박하사탕>처럼 <오아시스>의 사랑은 대한민국에서는 부재하는 어떤 것으로서의 사랑이다. 거시적 이야기의 구조를 지녔던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이 산산이 부서진 가족과 근대화
<오아시스> 4인4색-심영섭이 본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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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국제영화가 출현할 전망이다.23일 광주시에 따르면 민주.인권도시인 광주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14억원을 들여 5.18 제23 주기인 내년에 프레 국제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을, 25주기인 2005년에는 제1회 본 공모전을 개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시는 공모전 초기에는 시나리오 소재를 5.18과 6.29선언, 문민정부 및 국민의 정부 탄생 등으로 국한하되 본 공모전 때부터는 인권운동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권. 민중운동 경력이 있는 저명작가를 위원장으로 하고 희곡, 시나리오, 영화 분야 작가 및 감독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공모전의 효과 및 활용방안을 제시할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특히 국내외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집필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5.18 관련 각종 정보와 자료를 국문 및 영문으로 집대성하는 한편 기존 영상자료들도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다. 또 외국
광주시, 5.18 소재 국제영화 시나리오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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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로 개관 2주년을 맞이하는 하이퍼텍 나다가 지난 1년 간 상영된 영화 중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13편을 선정, 오는 26일부터 5일 간 ‘2002하이퍼텍 나다 베스트 콜렉션’ 영화제를 개최한다.상영작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코엔형제), <나의 즐거운 일기>(난니 모레티), <리틀 청>(프루트 챈), <마리포사>(호세 루이스 꾸에르다), <미리언달러 호텔>(빔 벤더스), <아들의 방>(난니 모레티), <칸다하르>(모흐센 마흐말바프), <판타스틱 소녀백서>(테리 즈위고프), (프랑수아 트뤼포), <훔친 키스>(프랑수아 트뤼포), <키즈리턴>(기타노 다케시), <하나 그리고 둘>(에드워드 양)이다.또, 하이퍼텍 나다는 인도 발리우드영화의 대표주자 마니 라트남 감독의 대표작 다섯 편을 소개하는 ‘발리우드 영화제’를 9월
개관 2주년 하이퍼텍 나다 ‘베스트 콜렉션’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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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이 9월 19일 스페인에서 개막될 산세바스찬영화제의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산세바스찬영화제는 세계영화제작자연맹이 공인하는 A급영화제로 신인감독상 수상자에게 세계영화제 가운데 가장 많은 15만 유로(한화 약 1억7천400만원)의 상금을 주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집으로…>는 세계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을 소개하는 자발테기(Zabaltegi) 부문에 초청받았으며 공식 경쟁부문을 포함한 각 섹션의 신인감독 작품 20편과 경합을 벌인다.
(서울=연합뉴스)
<집으로…> 산세바스찬영화제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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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의 끝물을 맞은 ‘나다양’양은 며칠 전부터 친구들을 꼬셔 <워터보이즈>를 보기로 했다. 하얀 물살에 미끈한 또래 남자애들의 수중발레라니 생각만 해도 시원하지 않니 서울에서 시사회를 보고온 친구가 팜플렛을 들고 자랑까지 하는 걸 보니 너무 보고 싶더라. 학원이 끝나자마자 무거운 가방을 들고 시내로 직행한 나양. 그러나 극장에 도착해보니, 아뿔싸, 영화상영은 커녕 포스터 한장 안 보였다. 주변 극장을 찾아 방황하기 4시간. 도대체 이 영화는 어디서 한다는 거야 지방에선 비디오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거야작은 영화들 숨막힌다미로비젼이 수입한 <워터보이즈>의 홈페이지에 실린 사연이다. 지방도시의 이야기지만, 서울이라 해서 사정이 다른 건 아니다. 20일 현재 서울에 이 영화가 걸린 곳은 6개관, 지방은 23개관이다. 미로비젼쪽이 준비했던 프린트는 40벌. 한벌당 250만원씩만 잡아도 프린트 소실만 몇천만원이 나간 셈이다. 그나마 상영이 온전하게 이뤄지지도 않는다.
“영화 좀 봅시다” 다양한 영화 볼권리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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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를 배급하는 업체들에겐 자기 극장을 갖는 게 꿈일 게다. 미로비전의 채희승 대표도 올 7월 서울 인사동에 ‘미로 스페이스’라는 전용관을 개관했다. “98년 회사를 만들 때만 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동숭시네마텍이나 코아아트홀에서 단관개봉하는 예술영화들도 관객들이 많이 찾았고요. 근데 몇년새 상황이 확 바뀌더라고요.”<레퀴엠>의 개봉관을 잡지 못해 터덜터덜 인사동 길을 걷던 그의 눈에 새로 생긴 건물 지하극장에서 창극공연을 한다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들어가보니 영화극장으로도 손색 없길래 당장 담당자를 만났죠.” 현재 142석의 미로 스페이스는 낮에는 창극 공연, 오후 3시대 부터는 평균 4회의 영화상영을 한다. 개관작인 <레퀴엠>은 다른 극장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5주 상영’의 기록을 세웠다.현재 <워터보이즈>와 함께 번갈아 상영중인 <헤드윅>은 거의 전회매진이다. 경기도는 물론이고 부산에서 영화를 보러 온 사람도 있었다.
미로 스페이스 대표 채희승 “작지만 좋은영화 만나는 공간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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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동국대 소강당 안은 열기로 가득했다. 270석의 좌석은 물론 통로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는데도 입구 앞에서 자리가 없어 돌아서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동국대 학보사가 주최한 영화 <죽어도 좋아>(감독 박진표) 상영회 자리였다. 학보사 쪽은 “18살 이상 관람가가 안 된다는데 가장 어린 성인층이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떤가 생각을 나누고 싶어 영화사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4벌의 프린트는 모두 국제영화제와 영화진흥위원회 등에 들어가 있어 프로젝션을 이용해 비디오로 상영한 데다, 관객이 많아 돌아가는 냉방기가 무색할 정도로 공기가 텁텁한 열악한 상황이었다.하지만 자막이 올라갈 때 학생들의 얼굴엔 따뜻함이 퍼져 있었다. “정사장면 7분이 문제가 됐다는데 어디가 문제장면인지 솔직히 찾을 수가 없었다”는 소감도 적잖이 나왔다. 그때, 나이 마흔에 대학원 석사과정에 뒤늦게 입학했다는 늦깎이 주부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를 쥔 그는 조금씩 울음을 삼키는
관객이 판정내린 <죽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