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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1일>, 11명의 감독, 11배의 기쁨올해는 베니스영화제가 알베르토 바르베라 전임 위원장이 도입한 경쟁부문 이원화 체제를 운영한 두 번째 해. 대안영화 섹션으로 정체성을 명료하게 한다는 모리츠 데 하델른의 의도 아래 '현재의 영화'를 개명한 '업스트림' 섹션에서는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티안주앙주앙 감독의 <작은 마을의 봄>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단아한 미장센을 앞세워 작품상에 해당하는 산 마르코 상을, 자살을 만류한 자원봉사자를 겨냥한 스토킹을 소재로 극단적인 관음주의 판타지를 펼친 쓰카모토 신야의 이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동북아시아 영화에 트로피를 보탰다. 수상권에는 들지 못했으나 전형적인 프랑스식 심리묘사를 교통체증의 밀봉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새롭게 그려 세련된 여성적 에로티시즘을 보여준 클레어 드니의 <금요일 저녁>, 북구의 신성 루카스 무디손이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전작들의 기분좋은 휴머니즘을
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결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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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돌 맞는 영화제, 이제 어디로 갈까1932년 엑첼시오르 호텔 테라스에서 출범해 햇수로 70년, 횟수로 59회를 맞은 베니스영화제는 흔히 "주름살 제거수술이 필요한 연로한 숙녀"에 비유된다. 프랑코 베르나베 비엔나레 위원장에 의해 전격 초빙된 모리츠 데 하델른 신임 집행위원장이 강조하는 입장도 '대대적 수술'의 메스를 쥐지 못하는 한 소방수 노릇을 하기 위해 베니스에 머무를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스타와 마켓의 존재가 국제영화제의 영향력과 위상에서 가장 긴요하다고 믿는 데 하델른의 신념은 올해 베니스영화제에도 미약하게나마 반영됐다. 마켓의 전초 형태로 신설된 베니스 스크리닝에는 1693명의 영화산업 관계자가 등록했지만 이탈리아영화에 치우친 프로그램과 일반 관객이 오가는 시네마 가든에 설치된 부적절한 부스 위치로 인해 큰 성과는 보지 못했다. 모리츠 데 하델른은 "이탈리아에서는 어디서 방탄 조끼를 살 수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다"라는 농담으로 자신의 좁은 입지를 암시하면서 영화제의 체
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결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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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연기상, 비공식 상인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과 세계 가톨릭 언론 연맹상까지 품에 안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장르 연구와 숙련된 스타일을 재확인시키는 수작들 틈에 마음을 흔드는 에너지를 지닌 작품이 희귀했던 올해 베니스영화제 후반의 샘물이었다. 영화제 막바지인 9월6일, 팔라 갈릴레오 극장에서 베네치아59 경쟁작 중 끝에서 두 번째로 공개된 <오아시스>의 언론 시사회 첫 40분은 출감 뒤의 '두부 먹기' 관습 등 한국적 정황을 온전히 이해 못하는 외국 관객에게 부담스러운 듯했다. 그러나 홍종두와 한공주의 만남 이후로는 자연스러운 몰입의 공기가 형성됐고, 종두가 어머니 생일잔치의 가족사진에 공주가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하는 장면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기자 시사 뒤 엑첼시오르 호텔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에 참석한 영화제 관계자와 현지 언론인들은,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게로>의 파비오 페르제티 기
<오아시스> 현지 반응과 외지에 실린 비평모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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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일 <라 레푸블리카> 클라우디아 모르골리오네환상이 제거된 강렬한 사실주의이창동의 <오아시스>는 이번 영화제에서 스캔들을 일으킬 작품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영화관계자를 위한 첫 시사 뒤 일부는 실망했고 일부는 감동했다. 실망한 이유는 영화 속에 두번 등장하는 에로틱한 장면이 포르노 장르의 그것과 달라서다. 감동한 이유는 그 장면에 등장한 여성이 장애자였기 때문이다. 도입부에서 강간의 희생자가 된 이 여성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완벽한 관계를 이끄는 주인공이 된다. 그러니까 관객에게 쇼크를 준 것은 "우리와 다른" 사람의 성적 삶을 억제없이 강렬한 사실주의로 그렸다는 것이다(실제로 많은 관객이 큰 박수로 환호했다). 영화사에서 이런 유형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을 발견하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특히 육체적 정열까지 묘사한 경우를 찾기란 아주 어렵다. 예컨대 <나의 왼발>의 주인공도 <오아시스>의 주인공과 비슷한 병을 앓지만 두 영화
<오아시스> 현지 반응과 외지에 실린 비평모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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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실은 게이야." 이 고백은 <제리 스프링거 쇼>의 헤드라인이 아니다. <세이프> <벨벳 골드마인>으로 뉴 퀴어 시네마의 꽃을 피운 토드 헤인즈의 신작 <파 프롬 헤븐>이 재현한 티끌 한점 없이 청결한 1950년대 코네티컷 상류층의 세계, 40, 50년대 할리우드를 풍미한 멜로드라마의 무대에 첫 번째 균열이 날카롭게 그어지는 소리다.울긋불긋한 가을나무 밑으로 파란 자동차가 미끄러져 들어오면 허리를 졸라맨 완벽한 차림의 단정한 주부가 내린다. 캐시 휘태커(줄리언 무어)는 코네티컷 하트포드 일대에서 칭송받는 모범 주부. 그녀와 성공한 남편(데니스 퀘이드), 사랑스런 두 아이의 가족사진은 너무나 완벽한 나머지, 지방 신문기자가 취재를 올 지경이다. 정원사와 대화하는 캐시를 본 기자는 놓칠세라 펜을 달린다. "휘태커 부인은 (심지어)'니그로'에게도 친절하다." 그러나 캐시의 퍼펙트 월드는, 남편의 야근이 실은 다른 남자와의 데이트였다는
이 영화가 궁금하다1 -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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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가 기타노 다케시에게 새로운 취미는 아니다. <소나티네>와 <기쿠지로의 여름>의 물가에서 우리는, 부하들을 종이 스모 선수, 복어, 외계인 인형으로 둔갑시켜 즐겁게 노는 그의 모습을 구경한 적이 있다. 스스로 최초의 본격 애정영화로 예고한 <인형들>에서 기타노 다케시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처럼 인형극 무대와 객석에서 서막을 올리는 <인형들>(ド-ルズ)은 언제나 죽음으로 종결되는 비극적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본 전통인형극 분라쿠를,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을 빌려 필름에 옮긴 영화다.'일본인의 사랑'이라는 부제를 달아도 좋을 <인형들>을 구성하는 세 가지 러브스토리는 인공적 비장미로 빚어진 절애, 절대사랑의 사연들이다. 마츠모토는 부모님의 강권으로 언약식까지 치른 오랜 애인 사와코를 등지고 사장 딸과 결혼하기로 한다. 그러나 결혼식 직전 사와코의 자살 기도 소식을 접한 마츠모토는, 목숨
이 영화가 궁금하다2 - 기타노 다케시의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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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게이.레즈비언 영화제가 열린다.
태국 게이그룹인 ‘방콕 자존심연합’은 태국에서는 처음으로 게이.레즈비언 영화및 비디오 페스티벌을 오는 11월16일 방콕의 괴테 인스티투트에서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영화제에는 지난 5년 사이 세계의 게이 및 리즈비언들에 의해 제작된 기록영화, 단편영화, 만화영화 15편이 출품된다. 방콕 자존심연합측은 이 영화제는 일반인들에게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출품작 대부분은 동성애자들의 섹스문제보다 일상생활에대한 주제를 다루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영화에서는 섹스 신이 등장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동성애자들이 성관계에 집착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이 단체는 강조했다.
태국에서는 과거 출라롱콘 대학 대중예술연구소가 게이.레즈비언 영화제 개최를 시도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실현되지 못했다.
방콕서 게이·레즈비언 영화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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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 1984년, 감독 배창호 출연 안성기/ MBC 9월21일(토) 새벽 1시25분배창호 감독을 1980년대의 확실한 흥행감독 자리에 오르게 한 작품. 최인호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로드무비다. 대학생 병태는 도사라고 자처하는 민우를 만난다. 둘은 포주에게 시달림을 받는 벙어리 여인을 만난다. 이름이 춘자다. 민우와 병태는 이 여인을 포주로부터 구해내고 고향에 데려다줄 것을 다짐한다. 차를 타고 도망치는 세 사람의 뒤를 폭력배들이 뒤쫓고 민우는 그때마다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서 벗어난다. 춘자의 고향은, 세 사람에겐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안성기, 이미숙, 김수철이 출연하고 있다.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Star Wars: Episode I Phantom Menace 1999년, 감독 조지 루카스 출연 내털리 포트먼 / MBC 9월22일(일) 밤 10시40분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제1탄. 다스베이더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친구,글래디에이터,신라의 달밤 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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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Sixth Sense)1999년, 감독 M. 나이트 샤마란 출연 브루스 윌리스 / KBS1 9월20일(금) 밤 11시10분
어린 소년인 콜은 어둠의 영혼들에게 시달린다. 아이가 유일하게 의지할수 있는 사람은 말콤 크로라는 의사뿐이다. 말콤 크로는 어느 환자가 권총을 들이댄 이후 환자에 대한 치료에 대해 더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는 콜과의 상담을 통해 알 수 없는 경험에 더 가까이 근접한다. 이에 반해 아이는 스스로의 상황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영혼들과 교감하는 방법을 체득한다. 반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영화로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가 압권이다. 감독은 최근 <싸인>을 만든 M. 나이트 사먈란으로 그는 영화에 이따금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A Life Less Ordinary)1997년, 감독 대니 보일 출연 이완 맥그리거 / KBS1 9월22일(일) 밤 11시20분
<트레인스포팅>을 만든 대니 보일 감독작.
식스센스,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외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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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Minutes, 2001년감독 존 허츠펠드 출연 로버트 드 니로 KBS 9월28일(토) 밤 10시10분‘드 니로가 저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은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영화다. 영화의 시작은 평범한 범죄영화로 막을 올리고 있다. 미국 땅에 발을 딛은 유럽 출신 범죄자들의 행적을 뒤쫓는다. 이후 형사 버디물로 약간 모양새를 바꾼다. 고참과 신참, 전형적인 파트너가 만나 티격태격하면서 수사를 벌인다. 특이한 설정은 아니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주연인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 마지막까지 멋진 포즈를 과시하리라, 는 예상을 깨고 은 그를 처참한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이후 영화는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 마구잡이로, 막무가내로 지그재그의 발걸음으로 달려간다. 장르적인 독창성을 발휘한 은 같은 이유로 주목할 만한 할리우드영화다.에밀과 올렉은 뉴욕으로 날아온다. 그들은 감옥에서 나온 뒤 자신들 몫을 동료로부터 챙길 목적을 지녔다. 둘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 뒤 장면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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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n Of Heaven 1997년, 감독 마지드 마지디 출연 바하레 시디키 MBC 9월22일(일) 낮 12시10분<천국의 아이들>은 놀라운 영화다. 영화는 사소한 모티브에서 출발한다. 작은 물건 하나를 분실한 뒤 어느 아이의 삶이, 생활 전체가 순식간에 붕괴할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은 어른이 된 사람이라도 가슴 뜨끔할 만한 기억을 하나쯤 품고 있게 마련이다.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뭔가 잃어버린 뒤 진땀을 흘려본 적 있거나 어른들 꾸지람을 두려워했던 기억은 흔한 것이다.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이렇듯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하얀 풍선> 등 이란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천국의 아이들>은 신선한 영화가 아닐지 모른다. 이란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이 반복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눈동자를 연신 반짝이는 아역배우들의 순진무구한 연기를 보노라면 역시 즐겁다.초등학생
천국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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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River 1948년, 감독 하워드 혹스 출연 존 웨인 EBS 9월22일(일) 낮 2시“웨스턴영화에서 가장 놀랄 만한 일은 그 영화들이 본질적으로 모두 같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역으로 영화감독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다.”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의 이야기다. 하워드 혹스의 <붉은 강>은 1940년대 서부극 영화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붉은 강>는 서부극에 곧잘 등장하는 몇개의 클리셰를 간직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총’에 관한 일화다. 존 웨인은 다른 총잡이에게 어떻게 하면 빠른 속도로 총을 쏠 수 있는지 가르친다.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한수 가르쳐주는 것이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깡통을 놓고 사격하는 총잡이들은 공중으로 솟구친 깡통을 향해 번갈아 총을 쏘면서 장난을 친다. 총으로 벌이는 놀이다. 서부극의 익숙한 클리셰인 이 장면들은 <붉은 강>에서 여러 번 반복된다.영화에서 존 웨인은 토머스 던슨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인디언의
붉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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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b Raider 2001년, 감독 사이먼 웨스트 출연 안젤리나 졸리 KBS2 9월21일(토) 밤 11시10분“기념비적으로 어리석은 영화.” <툼레이더>는 여러모로 보는 이를 실망시키는 구석이 있다. 게임 마니아는 그들 나름대로, 영화 마니아라면 또 다른 이유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툼레이더>는 최소한의 덕목을 지닌 오락영화다. 힘든 요구이긴 하지만, 머리를 싹 비우고 본다면 지루하진 않다. <콘에어>(1997)의 사이먼 웨스트 감독은 영화의 내러티브를 직조하는 것엔 거의 재주가 없지만 빼어난 시각효과를 과시하곤 한다. <툼레이더>의 주인공은 라라 크로포트. 그녀의 모험담이다. 라라 크로포트는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이상한 시계를 발견한다. 이 시계는 일명 ‘빛의 트라이앵글’을 통과하는 열쇠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다. 비밀결사조직 또한 라라가 지닌 열쇠를 빼앗으려고 한다. 트라이앵글의 힘이 모이는, 5천년 만에 돌아오는 기회를
툼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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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미국 땅에서 출구 없는 살아가는 한국인 2세들의 방황과 꿈을 그린 작품. 한국계 혼혈아인 중국집 배달원 벤과 한국인 갱단의 전설 같은 존재인 JD, 두 청년을 통해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떠돌다 꺾이고 마는 청춘의 모습을 빠르고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제목 <컷 런스 딥>은 아주 깊이 패여 피가 줄줄 흐르는 상처라는 뜻. 영화 본편 외에 제작관련 다큐멘터리와 캐스트 및 스탭소개, 프로덕션 노트와 포토 갤러리, 극장용 예고편 등을 서플로 담았다.
컷 런스 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