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MCA야구단>때는 일본의 식민통치가 기정사실로 굳어져가던 1905년, 암행어사가 꿈이었던 서당 훈장의 둘째아들 호창은 과거가 폐지되자 하릴없는 청춘을 보내다 야구를 하는 미국 선교사들을 보게 된다. 선교사와 함께 일하는 민정림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한 호창은 조선 최초의 야구팀 YMCA야구단의 4번타자가 되고 YMCA야구단은 승승장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군대가 야구 운동장을 점령하고 YMCA야구단은 일본 군대의 야구팀인 성남구락부와 시합을 갖게 된다. 김현석 감독, 송강호, 김혜수, 김주혁, 신구 출연, CJ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 104분김봉석 농담은 안타, 드라마는 삼진 ★★★☆박평식 북한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심영섭 스트라이크 하나, 볼 셋 ★★☆홍성남 전체적으로 선전했지만 고비고비 적시타가 아쉬운 경우 ★★★■ <트리플 X>스포츠카, 오토바이, 패러글라이딩을 비롯한 익스트림 스포츠의 달인 젠더 케이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누
YMCA 야구단/트리플 X/K - 19
-
기억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수년 동안 타지 않던 자전거 안장 위에 앉았을 때 머리 속에서 자전거 타기에 관한 매뉴얼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두발은 익숙하게 자전거 바퀴를 굴린다. 아마도 근육이 자전거를 기억하고 있나보다. 술 취해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도 집을 찾아가는 건 뭘까. 공식적으로 그건 무의식의 작용이고 무의식의 소속은 머리로 분류되겠지만 자신이 돌아갈 곳을 아는 건 아무래도 가슴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악기를 다루는 사람에게 멜로디를 기억하는 건 뭘까. 그건 손가락이다.아코디언을 치기 시작한 것도 이제 2년이 넘었는데, 음악이론 공부 없이 노래책들을 집에 쌓아놓고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쳐보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식한 연습도 어느 정도 쌓이니 언제부턴가 간혹 어떤 멜로디가 나오면 거기에 맞는 화성을 손가락이 찾아냈다. 머리가 교본을 읽고 화성을 학습하기 전에 손가락이 먼저 그 공식을 알아낸 것이다. 모든 말초신경, 중추신경이 다 뇌로 연결되거나 말거나 여하
그거 이제 알았어?
-
남편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나의 ‘내인생의 영화’가 <엑스맨>이라고 한다. 왜? 별로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는데? 알고보니, 영화관에 들어가기만 하면 지루한 장면에서 졸기 시작해 좀처럼 깨어날 줄 모르는 내 상태를 너무도 잘 알고 한 말이었다. 영화일로 밥벌이하고 사는 주제에,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무지 고생한 스탭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매너없이 꿈나라로 빠져드는 자신이 한심하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재미없는 건 도저히 못 참아!
강남역 근처 모극장에서 <엑스맨>을 보는 동안은 희한하게도 전혀 잠들지 않았는데, 영화가 재미있었다기보다 결혼 전 남편과 데이트하는 설렘과 강남역의 젊은 기운이 뭉쳐져 생성된 에너지가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도 있었지. 몇년 전 기억인데도 70살 넘은 노파 같은 상념에 빠져든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나의 ‘첫’ 미팅. 하필이면 첫 타석에서부터 완벽한 킹카가 나올 게 뭐람. 어쨌든 그날
첫 미팅 설렘이여, 안녕! <언터쳐블>
-
<도니 브래스코>를 쓰기로 맘먹고 비디오를 빌려다 틀기 시작한 순간 경악했다. 극장에서 봤을 때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 극장 화장실에서 질질 짜기조차했던 나였다. 아직도 알 파치노가 죽으러 가기 직전 시계며 금붙이 따위를 서랍에 챙겨두던 모습이 선하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알 파치노가 도니 브래스코인 걸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니 브래스코를 연기했던 주인공 조니 뎁은 출연했던 사실조차 까먹고 있었다(어디 가서 이 영화이야기 꺼내지 않았길 다행이지, “<도니 브래스코>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도니 역의 알 파치노 연기는 정말 끝내주지 않아요?”라고 나불댔다면 얼마나 개망신이었겠는가).맞다. 나는 순전히 알 파치노 때문에 이 영화를 감동적으로 본 것이다. 알 파치노에 대한 감동이 지나쳐 제목이 곧 그이라고 믿어버리게 된 것이다. 알 파치노야 마피아의 보스에서 길거리 생양아치까지 색색깔의 깡패 연기를 다했지만 나에게는 <도니 브래스코>에서 래
김은형의 오!컬트 <도니 브래스코>
-
-
기억 하나. ‘진보’라는 단어를 태어나서 처음 접한 것은 이른바 ‘진보당 사건’이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조봉암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무시무시한 사건 말이다.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나이에 이런 사건을 알게 된 것은 이걸 담당한 ‘사상검사’가 우리 동네의 단골 국회의원 후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진보’라는 단어는 평생 입에 담지 말아야 할 섬뜩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한자를 공부하고 나서 진보가 ‘나아갈 진(進), 걸음 보(步)’라는 것을 알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뭐가 나쁜 걸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건 억제해야만 했다. 사회 분야에서 진보라는 것은 금단의 열매 같은 것이었다. 물론 억제할수록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고, 그런 호기심을 충족시키다가 나의 20대가 흘러갔다.기억 둘. 10대 후반 시절 즐겨보던 <월간팝송> 같은 음악 잡지에는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라는 용어가 종종 등장했다. 핑크 플로이드, 무디 블루스, 킹
진보에 관한 기억과 건망
-
이 사람의 가방을 열어보자. 붓, 핀셋, 주사기, 분무기…. 화가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다. 의사도 아니며 물론 미용실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가방의 주인은 바로 푸드스타일리스트 김경미씨. 조리부터 세팅까지 ‘음식의 각’을 잡아주는 음식디자이너다. 비록 미맹이지만 누가 봐도 침이 꼴닥 넘어가게 멋진 음식을 차려내는 <도둑맞곤 못살아>의 ‘비운의 주부’ 송선미. 그가 차린 화려한 식탁이 바로 김경미씨의 작품.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이 영화 내내 필요한 작품이었지만 딱히 참조할 만한 영화도 없고 선례들도 많지 않던 상황이어서 결국 그는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레시피로 삼았다. 그렇게 색깔과 질감이 비슷해 반건조오징어를 사용한 기상천외한 음식 ‘돼지귀 초밥’이, 구워낼 몰드가 없어서 스티로폼을 잘라서 그 위에 크림을 얹고 인공설탕가루로 마무리한 지름 50cm가 넘는 대형케이크가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10분 찍기 위해 10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촬영이나,
<도둑맞곤 못살아> 푸드스타일리스트
-
2001년 여름, KBS가 영화계의 신진 감독들을 대거 기용해 납량 시리즈를 제작한 바 있다. 방송에서 뜬 연기자들이 충무로 진출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단막극이지만, 영화감독이 방송으로 역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선한 ‘사건’이었다. <리베라 메>의 양윤호 감독, <물고기자리>의 김형태 감독, <가위>의 안병기 감독 등이 연출을 맡기로 한 납량특집 4부작 <도시괴담>이 소문의 진원지였다. 양윤호 감독은 과거 전쟁에서 패하고 생매장당한 백제 여장수의 영혼이 서린 음악실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담은 <죽은 자의 노래>를, 안병기 감독은 시체 해부실을 배경으로 원혼의 저주에 얽힌 잇단 죽음을 다룬 <비명>을, 김형태 감독은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생령>을 각각 연출하기로 했으나, 유산으로 물려받은 산장에서 발생하는 공포의 사건을 다룰, 마지막편인 <어둠의 집>은 쉽사리 감독 섭외가 되지 않았다. 귀
<가문의 영광> 조감독 이채승
-
낯선 여인이 휴대폰 화면 안에다 한 사내를 가둔다(스카이 CF). 구두닦이 소녀는 깨금발로 뮤직박스 너머의 DJ를 훔쳐보며(왁스의 <부탁해요> 뮤직비디오), 소설을 빌리러 온 아이는 책 대신 카운터에 앉은 오빠의 마음을 품고 돌아가고 싶다(<연애소설>). 그녀들의 공통점은? 갈망하는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그 끝에 이 남자, 김남진(27)이 있다는 것. “요즘 군대에서는 저렇게 비실비실하고 약한 사람도 데려가나봐.” 짝사랑 오빠의 입대가 안타깝기만 한 문근영의 한숨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큭큭 터져나왔을 만큼 한눈에도 무척 건장해 보이는 김남진은, CF와 뮤직비디오로 먼저 얼굴을 알렸으며 패션쇼 캣워크를 7년째 밟아온 모델이기도 하다.
처음 <연애소설>의 오디션을 보러간 그에게 이한 감독은 시집을 한권 던져주고 낭독해보라 주문했다. 대사가 많지 않은 배역인 만큼, 연기력보다 목소리의 느낌과 이미지로 캐스팅이 된 셈이다. 책방신 하루, 머리를 빡빡 깎은 군대
세상아 덤벼라,나는 더 자라야겠다, <연애소설> 배우 김남진
-
패닉룸은 유사시를 대비해 집안에 만들어놓은 일종의 비밀 은신처를 뜻한다. 하지만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인 패닉룸이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돌변하면서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잘 짜여진 스릴러라는 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다소 싱거운 결말 탓. 화질과 음질의 손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안된 슈퍼비트 방식으로 발매되어 극장 예고편 외에 별도의 서플은 없다.
패닉룸-슈퍼비트
-
2002년, 감독 박광현, 박상원, 이현종출연 신하균, 류승범, 임원희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출시사 아이비전엔터테인먼트
<사방의 적> <내 나이키> <교회 누나>를 한데 묶은 옴니버스영화. <사방의 적>은 어느 여관에 투숙한 다양한 군상이 벌이는 황당무계한 사건을 다뤘고, <내 나이키>에서는 나이키 상표가 달린 신발을 갖고 싶어하는 고교생을 통해 추억을 회상토록 한다. 마지막 이야기 <교회 누나>는 말 그대로 교회에서 만난 누나를 사랑하는 군인의 이야기. 서플로 세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노트, 감독 및 배우 인터뷰, 메이킹 필름, 극장용 예고편 등을 담았다.
묻지마 패밀리
-
92년 개봉 뒤 지금까지 에로틱 서스펜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샤론 스톤을 90년대 최고의 섹시스타로 만든 작품이기도하다. 총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이번 타이틀은 무삭제 버전으로 국내 개봉시 볼 수 없었던 장면까지 모두 복원했다. 영화 본편과 한글자막이 지원되는 폴 버호벤 감독의 음성해설을 첫 번째 디스크에, 영화제작 다큐멘터리와 프로덕션 노트, 포토 갤러리, 스토리보드, 삭제된 장면을 감상할 수 있는 서플 등을 두 번째 디스크에 담았다.
원초적 본능 S.E
-
호주 출신의 클랜시 브라운 감독이 창조해낸 액션 컬트의 걸작. 오직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운명을 지닌 불사신에 대한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지금은 흔히 쓰이지만 당시에는 최첨단 특수효과를 모두 동원했을 만큼 인상적인 화면과 전투장면이 압권이다. 여기에 dts-ES와 돌비 디지털 6.1 EX 채널의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DVD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서플로 감독과 프로듀서의 음성해설, 극장용 예고편, 제작진 소개 등을 담았다.
하이랜더
-
Crazy Marriage 2002년, 감독 유하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지역코드 3출시사 엔터원매우 마음에 드는 제목이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만든 첫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통쾌하게 봤다’는 여성 동료들의 평가와 (영화의 내용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없이) 자기 부인에게는 ‘절대 권해줄 수 없다’는 남성 동료들의 상반된(?) 평가는 더 큰 호기심을 만들어주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발길이 극장으로 향하는 것을 막은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한줄짜리 메인 카피였다. 엄정화의 고혹적인 허벅지 라인을 한껏 강조한 포스터 사진 위에 쓰여진 그 카피는 ‘이 남자와 하고 싶다!’. 정말이지 영화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을 단번에 꺾어버릴 만큼 알맹이가 없어 보였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고, 결국 얼마 전 출시된 DVD를 통해서 이 영화의 실체를 확인해야 했다
결혼은,미친 짓이다
-
Hearts in Atlantis 2001년, 감독 스콧 힉스 출연 앤서니 홉킨스, 안톤 엘친, 호프 데이비스, 데이비드 모스 장르 드라마 (워너)
미국의 1960년대를 환상적인 수법으로 조명한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던 11살 소년 바비의 집 2층에 테드라는 노인이 세를 든다. 테드는 바비에게 매일 신문을 읽어주고, 낯선 사람들을 보면 알려달라는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시킨다. 바비는 세상의 진리를 하나둘 알려주는 테드와 가까워지면서 이상한 힘까지 얻게 된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