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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거창한 외침이 들려온다. 한데 이게 웬일. 정작 지구 수호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는 주인공 병구 역의 신하균은 양봉할 때 쓰는 모자를 쓴 채 꿀병을 허공에 휘두르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꿀이 외계인의 침략을 막는 비밀병기인가 하면, 이것도 완전히 헛다리 짚는 얘기다.강원도 영월군 함백산 웃자락에 차려진 <지구를 지켜라!>의 촬영장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답게 늦여름 햇살만으론 시린 팔뚝을 가리기 어려운 곳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쳐들어온다고 믿고 있는 병구가 외계인으로 의심되는 강 사장(백윤식)을 납치한 뒤 벌이는 소동을 담는 블랙코미디. 영화의 주배경인 이곳에는 1억2천만원을 들였다는 병구네 집 세트가 지어져 있었고, 벌통 50여개도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이날 촬영분은 강 사장의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추 형사(이재용)가 병구를 의심하면서 대결을 펼치는 내용.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
콜드플레이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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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 쾌거를 이끌어낸 임권택(67) 감독과 제작사 태흥영화사의 이태원(65) 사장, 촬영감독 정일성(73) 씨가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이 수여하는 제1회 언론ㆍ문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83년 영화 <비구니>로 처음 한자리에 모인 세 사람은 <장군의 아들>, <서편제>, <태백산맥>, <축제., <창>, <춘향뎐> 등의 영화를 같이 만들며 ‘황금트리오’로 불려왔다. 시상식은 10일 오후 6시 고려대학교 국제관 214호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취화선>삼총사, 언론문화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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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은 18∼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독일 표현주의의 거장 프리츠 랑(1890∼1976)의 회고전을 마련한다. 주한독일문화원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회고전은 베를린 영화 아카이브가 지난해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기획전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1927년작 <메트로폴리스>를 비롯해 앨프리드 히치콕으로 하여금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하게 만든 <운명>(21년), 바이마르 시대의 암울한 분위기를 범죄 영화의 형식에 담아낸 <마부제 박사>(22년. 2001년 복원판), 희곡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공동작업한 <사형집행인 또한 죽는다>(43년), 미국에서 만든 필름 느와르의 걸작 <진홍의 거리>(45년) 등 13편이 낮 12시부터 하루 4차례씩 상영된다. ☎(02)595-6002
(서울=연합뉴스)
문화학교 서울, 프리츠 랑 회고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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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와 박기용 감독의 <낙타(들)>가 18∼30일 오스트리아에서 펼쳐질 비엔나 국제영화제의 메인 프로그램에 초청됐다. 비엔나 영화제는 1960년에 창설된 유서깊은 비경쟁 영화제로 자크 리베트 감독 회고전과 시시 스파섹, 위르겐 뵈처, 에드 라흐만 특별전을 마련한다.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16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영진위 시사실에서 해외 애니메이션 작가 초청 워크숍을 개최한다. 2000년 <우리 할머니는 왕의 셔츠를 다림질했다>로 아카데미 영화제 후보에 올랐던 캐나다 애니메이션작가 토릴 커브가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텔링과 스토리 보딩을 통한 2D 애니메이션 작법’을 주제로 강의하며 첫날에는 일반인도 참관할 수 있다. ☎(02)752-0746
(서울=연합뉴스)
<고양이를 부탁해> 비엔나영화제 진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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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액션배우인 재키 찬(성룡.48)이 4일 스타들의 성좌인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합류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아시아권을 넘어서 할리우드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재키 찬은 이날 500여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천205번째로 명예의 거리에 등재됐다. 명예의 거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장인 로스앤젤레스시 할리우드가 코닥 극장 바로 옆에 있다. 그는 ‘할리우드에 와서 명예의 거리의 스타를 보고 나도 그들처럼 살고 싶었다’면서 ‘더 좋은 영화로 감사에 답할 것이며 다음 목표는 아카데미상’이라고 말했다.
재키 찬은 그동안 홍콩 액션스타로 활약했으나 할리우드로 건너온 후 영화 <러시아워>로 입지를 다졌으며, 최근 출연한 영화 <턱시도>는 지난 주말 개봉해 현재 북미흥행 2위를 달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연합뉴스)
성룡,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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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영어권에서 발행되는 어느 영화잡지에서 편집장의 글을 읽다가 안도감을 느낀 적이 있다. 동종의 범죄자를 만났을 때 느낄 법한 그런 감정이었다. 그이는 영화비평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착잡한 심정을 털어놓고 있었다. 이들이 자신들의 조리대에 올리는 영화들은 대부분, 올리지 않은 영화들보다 못난 재료가 아니다. 요모조모 뜯어보고, 음미하고, 감탄도 하고, 흠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제 입맛에 맞지 않아 타박도 하는데, 타박하고 때로는 화를 냈더라도 그가 선택하지 않은 세상의 하고많은 영화들보다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그가 그렇게 쓰지는 않았다. 비유하자면 그런 내용이었다는 것이지).도리어 다른 영화들보다 더 ‘중요’하기에 평자의 손이 가닿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선택된 영화들이 비평의 해부를 당하고나면 결과적으로 그 자리가 좁아지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시장’이 제한된 영화들이 대상이라면 누군들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겠는가. 영화읽는 이들의 ‘과도한 의미부여
영화에 또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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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부터, 그것도 맨 처음부터. 이 단순한 이야기가 이상해지는 것은 서로 사랑한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홍종두와 한공주가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이 말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홍종두라는 인물을 거리에서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공주를 거리에서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두 사람을 만나게 해야 한다. 어떻게? 그러기 위해서 홍종두는 이 집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필요해진다. 그는 2년6개월 전에 택시운전을 하다가 밤길에 환경미화원을 치어 죽였고, 그래서 감옥에 갔다(그런데 정말 친 사람은 홍종두의 형 홍종일이다. 영화의 절반쯤 지난 93신 홍종두 모친 생일잔치를 하는 호텔 복도에서 동생 종세의 말에 의하면 홍종두는 집안의 가장인 형 대신 이미 별 둘을 달았기 때문에 스스로 대신 간 것이다). 아마도 홍종두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 환경미화원의 집에 갈 작정을 한 것 같다(18신 공주의 아파트에서 그 오빠에게 종두는 말한다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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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된 환상, 동원된 순서 편집여기서부터 그 순서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신19에서 이사가는 공주의 오빠 내외를 본 다음 신20은 공주 혼자서 놀다가 갑자기 거울을 던져 깨트린다. 그런데 깨져서 산산조각난 거울에서 반사되는 빛이 나비떼가 된다. 신20에서 아파트 문 앞까지 홍종두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다시 찾아온다. 그러나 그는 벨을 누른 다음 멀찌감치 서서 문이 열리는지를 보고 그냥 간다. 그 다음 신은 부동산중개소에 그릇을 찾으러 왔다가 손님이 부르는 노래 “모두 사랑하네” 구절을 따라 부르는 대목이다(신24). 그리고는 중국집에 돌아오니 이미 모두 퇴근하고 난 다음이라 문이 닫혀 있다. 홍종두는 그 길로 공주의 시민 아파트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간다(신27). 그때 공주는 라디오를 듣고 있다(신28). 다음 장면은(신29) 홍종두가 도로에서 영화 촬영하는 차를 따라 달리다가 엎어진다. 이 장면들이 이상한 것은 왜 신19에서 다음 날 공주의 아파트를 찾아가는 신32로 바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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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를 위한 장군만들기우리는 이 영화를 다시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아시스>는 심각한 테마를 껴안은 영화가 아니라, 그냥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잊어버린 걸 일깨워주는 계몽영화이다.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이창동 자신인 것 같다. 자꾸만 어마어마하게 질문하는 조선희씨에게 그는 인터뷰에서 말을 마치면서 대답한다. “실제로 나는 모범생 계열이에요. 나는 긍정적으로 발언해요. (중략) 내 영화의 전략이 뭐냐, 어찌 됐건 건전하게 출발한 영화인데, 진지한 영화인데 흠잡기 힘들잖아. (웃음) 농담이지만 진담이지. 나는 긍정주의자이고, 낙관주의자이고, 이상주의자이고, 인간을 믿으려 하고. (중략).” 나는 그 대답이 진담이라고 생각한다) <오아시스>는 세상에 버려진 인간 홍종두를 따라서 세상에 문제를 일으키는 그 모습을 따라가다가 불현듯 이 장면에서부터 홍종두를 계몽시키는 데 바쳐지기 시작한다. 주어였던 홍종두가 목적어가 되는 순간 그의 의지는 사라지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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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홍종두는 환상에 응답하지 않는가?거기에 덧붙여 그 예외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고백. 신82 카센터에서 홍종두가 한공주에게 어젯밤 오아시스 양탄자에 관한 꿈 이야기를 해주고 난 다음 84신 청계고가도로 위에서 교통체증에 밀려 차가 멈춘다. 그러자 홍종두는 한공주를 데리고 나와서 껴안고 춤을 춘다. 그런데 이 장면은 공주의 얼굴에서 클로즈업되어 신85 공주 방에서 인도 여인과 소년, 그리고 코끼리가 나오는 환상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은 홍종두의 유일한 환상인지 아니면 한공주의 환상인지 불분명하다. 다만 영화적으로만 설명하면 공주의 클로즈업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그녀의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홍종두의 마술은 항상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만 이루어진다(신66에서 그녀 방에서 그림자를 없애는 것은 실패하지만. 신69에서 전화를 통해 부리는 마술은 성공한다). 한 가지 더. 홍종두의 마술은 무언가 나타나게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게 하는데 있다. 신86은 종두가 카센터로 혼자 돌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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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를 도망치고(신118),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자를 협박하고(신120), 한밤중에 가로수를 자른다(신127). 그 모든 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다. 여기 그 일련의 죄를 한공주는 그 결과 외에 알지 못한다. 오직 당신만이 그 일련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죄의식 없는 죄란 언제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다. 홍종두는 이 순간 성자가 된다. 우리는 그 성자의 내면화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좀더 정확하게 우리가 그 내면화의 과정 그 자체이다. 홍종두와 한공주는 그 과정을 지키기 위해, 동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좀더 단도직입적으로 세상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여튼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사고를 거부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을 괴롭히는 세상에서 희생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용서하고, 끝내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만들어낸다. 여기에는 유치하긴 하지만 홍종두와 한공주, 그리고 당신을 한편으로 하고 세상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이분법이 중요해진다.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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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로 일약 최고급의 감독 대열에 오른 샘 멘데스 감독의 후속작 <로드 투 퍼디션>은 갱스터 무비이다. <아메리칸 뷰티>는 할리우드치고는 비교적 진지하게 미국인의 삶을 바라본 역작이었다. 영국 태생이라서 그랬나, 그의 시선은 냉정하다. 샘 멘데스는 이 데뷔작으로 아카데미상을 탔다. 너무 미리 찾아온 명성을 등에 업고 만든 그의 두 번째 작품은 여전히 신인감독인 그에게는 과할 정도의 버젯과 캐스팅이다. 톰 행크스, 폴 뉴먼, 주드 로, 이렇게 세 명배우가 그의 영화를 위해 연기한다. 그가 이번에 마주한 시대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시대, 대공황의 시대이다. 감독은 청부살인업자인 아버지와 그의 아들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 최악의 시대를 거칠게 살아온 미국 사람들의 ‘거울’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감독은 오히려, 그 최악의 시대를 통해 미국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확인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또다시 냉정하다.음악은 <아메리칸
<로드 투 퍼디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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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머피의 법칙처럼 어릴 때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은 항상 밥 먹을 시간이나 이른 아침, 아니면 제사와 같은 큰일이 있을 때 방영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또 하나의 법칙을 더하자면, 그런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단편은 재방송을 안 하거나 아니면 또다시 보기 힘든 시간대에 방영되는 것이 보통이다. TV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이 정식비디오로 전편이 출시되는 경우가 채 10∼20%가 안 되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보니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나서 어린 시절 약 10년간 보아왔던 애니메이션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다시 찾아보는 데 다시 10년의 세월이 걸렸다.추억 속의 애니메이션을 모아가는 후반 10년 동안의 즐거움 중 하나는 자신이 보아왔던 작품 속에서 여러 번씩 중첩되어지는 이름을 접하면서 내가 좋아했던 작품들의 성장사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예로 들자면 어린 시절 푹 빠져 보던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추억의 기
꿈속의 애니,애니 안의 꿈 <천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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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서울만화모형공모전’의 결과 발표 및 시상식이 9월27일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렸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산업진흥재단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주관하는 이 공모전은 한국 만화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모형화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캐릭터 산업의 기반을 다진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 2회째를 맞은 올해 공모전에서는 총 48개 작품이 응모한 가운데, 임종열의 ‘임꺽정’(<임꺽정>, 이두호 원작)이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이재성의 ‘복면 엑스’(<스카이 레슬러>, 장태산 원작)와 원세희의 ‘레드 블러드-판테라’(<Red Blood>, 김태형 원작)가 금상을, 심명환의 ‘한비광’(<열혈강호>, 전극진·양재현 원작)과 정훈이 원작의 <영화 vs 만화>의 주인공 ‘남기남’과 월드컵을 소재로 한 박환웅의 ‘꿈은 이루어진다’ 등이 은상을 공동 수상했다. 수상작들은 9월27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2002 서울만화모형공모전’ 결과 발표 및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