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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어느 정도 채우다보니 어느덧 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이 현실로 와닿기 시작한다. 즈음해서, 텔레비전에서는 아파트 광고가 부쩍 늘었다. 원래 많았었는데 내가 무심해서 몰랐던 것이었나? “이 아파트를 장만하세요. 그럼 당신 남편이 일찍 들어옵니다. 그리고 가정은 행복해집니다”가 요즘의 아파트 광고의 주된 설정인 것 같다. 하다못해 “노주현은 죽었다”라는 카피로 시작하는 아파트 광고도 등장했다. 섬뜩했다. 그리고 좀 의아해졌다. 고단한 인생살이에 지쳐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노주현이 그 아파트를 사서 다시 살아났다는 것인지, 그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 죽었다는 것인지 좀 헷갈린다. 화면에는 일과 술과 기타 등등의 삶의 현장에 지치고 찌들려 초죽음이 된 노주현을 보여주는 컷과 그 아파트에서 화목하고 행복한 노주현을 보여주는 두 가지 컷이 교차되는데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그 아파트를 장만하느라 지쳐 쓰러져가는 노주현으로 보이더란 말이다. 그러니 어찌 섬뜩한 광고가 아닐 수 있으랴. “노주현
김형태의 오!컬트 <데블스 에드버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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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정치경제학 용어들을 접고 말하자면, 자본주의란 자본가가 노동자에게서 100원어치 노동력을 70원에 사서 30원을 공으로 먹는 착취체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개미처럼 일해도 베짱이 같은 자본가보다 한없이 가난해진다(이를테면 1980년 무렵 미국 경영진은 사무직 노동자보다 40배 많은 봉급을 받았는데 현재는 120배 많이 받는다). 게다가 자본주의에서는 연탄집게나 화장실 똥 막대기처럼 하찮은 것부터 사랑이나 구원처럼 고귀한 것까지, 인간의 삶과 관련한 모든 것이 상품의 형태로 교환되기에 두 계급의 삶의 질은 하늘과 땅처럼 벌어져만 간다. 자본가나 노동자나 다를 게 없는 사람인데 한쪽은 착취하고 다른 한쪽은 착취당하니 두 계급의 갈등은 당연하다.아무런 대책없이 착취에만 전념했던 초기 자본주의는 언제나 심각한 갈등상태에 있곤 했다. 자본은 그 갈등을 공적 폭력(군대와 경찰)과 사적 폭력(청부 폭력배)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이 갈등의 뿌리를 제거할 순 없었다. 노동자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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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고 독일의 패색이 짙어가던 무렵의 브레멘. 지하실로 대피해 밤을 지새우곤 했던 소년의 마음에는 막연한 의문이 피어올랐다.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할까. 사람들은 왜 서로 죽고 죽이는 걸까. 귀를 울리는 폭탄의 굉음은 전쟁을 공포의 기억으로 남겼고, 전후의 폐허에서 성장한 소년에게 오래도록 같은 질문을 되뇌게 했다. 자신의 세대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현재형”이었던 그 물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치 독일의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에 이른 그가 하르트무트 비톰스키다. 2002 인디다큐페스티발의 회고전에 초청돼 내한한 비톰스키는,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연로한 기색이라곤 없는 인상이었다. 든든한 풍채와 사려깊은 관찰의 태도를 잃지 않은 눈빛으로,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이라고 웃으며 자신의 영화여정을 들려줬다.42년생인 비톰스키는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브레멘 출신.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일 언어학과 연극을 전공한 뒤
다큐멘터리 감독 하르트무트 비톰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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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과 ‘유치함’은 등을 맞대고 있는 단어다. 순수함을 표방한 영화 <연애소설>은 그래서 유치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도 몰래 손이 올라가 간간이 낯을 긁적였던 건 그래서다. 처음 이한 감독에게서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김상헌(38)은 ‘스무살의 풋풋한 첫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결코 순진하지 않은, 비운의 감정마저 묻어나는 음악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루어질 수 없음’을 충실한 전제조건으로 다는 첫사랑 앞에서 슬쩍 비극적이 되는 건 필연이었다. 그러나 해피엔딩 아니면 처절한 비극으로 끝날 연애소설이 실은 동화였음을 그도 나중에 알았다.러시 필름을 본 순간, 그동안 구상했던 음악적 구조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을 느꼈다는 그는, 그제야 이한 감독이 원한 것이 사모곡이 아니라 동요였음을 눈치챘다. 필름 안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그걸 보여줬다. 스무살의 사랑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말투가, 행동이 꼭 열살배기들 같았다. 감독이 그것을 요구했단다. 서투를 것, 몹시 어설플
<연애소설> 음악감독 김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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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찌푸린 양미간이 심술맞아 보이고, 한일자를 그리며 앙다문 입술이 고집스러워 보이는 남자. 연녹색 눈동자의 표정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세상에 무서울 거 하나 없다는 듯 옹골차 보이지만, 때론 바람 한 줄기에 휘리릭 꺼져버릴 듯 불안하고 가녀리기도 하다. 안면 근육이 마비된 건 아닐까 의심스러워질 만하면, 왼쪽 입술이 위로 비스듬히 올라가며,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헷갈리는 미소가 흘러나온다. 소리내어 웃는 일은, 물론 없다. 지루할 만큼 진지하고 성실한, 매사 단호하지만 그만큼 상처받기도 쉬운, 무뚝뚝하고 냉소적인 인상의 이 남자. 바로 미국인이 사랑하는, 미국의 얼굴 해리슨 포드다.
올 여름, 해리슨 포드는 꽉 찬 예순살이 됐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환갑을 맞은 동세대 액션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의 원기는 예전 같지 않지만, 해리슨 포드와 그의 추종자들은 지칠 줄 모른다. 해리슨 포드는 처음부터 그들과 길이 달랐다. 아놀드나 실베스터처럼 근육질 몸매와 괴력의 소
독불장군의 카리스마, 의 해리슨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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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풀 스러지고 가을 느낌이 바람 속에 막 스미기 시작하는 환절기, 꼭 그처럼 분위기가 달라진 전지현을 만났다. 지난해 <엽기적인 그녀> 이후 거의 1년 반 만에 으로 필름 카메라 앞에 설 준비를 하고 있는 전지현은, 마치 긴 방학을 마치고 첫 등교를 하는 학생 같은 개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긴 머리에 투명한 얼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는 여전하지만 군살이 확 빠져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몸매와 좋아진 말솜씨, 특히 아무렇지 않은 듯 내뱉는 속깊은 말들에서, 그녀가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아주 잘 나이를 먹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엽기적인 그녀> 때의 전지현이 풋풋한 여름 같았다면, 을 준비하는 전지현은 내밀한 가을풍을 지녔다고 할까. 어딘가 전지현에게서는 전에 없던 어른스러움이 내비쳤는데, 그건 신작 이 가진 분위기 탓인 듯도 했다. 은 스릴러다. 전지현이 연기할 여주인공 연은 어린 나이에 결혼한 주부. 혼령을 보는 증상에 시달리고, 또 과거 인간관
1년 반만에 <4인용 식탁> 준비 중인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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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김유진 감독이 4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10월 중순 강원도 바닷가에서 촬영을 시작할 김유진 감독의 신작은 강력계 형사들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는 <와일드 카드>(가제). 30대와 20대의 두 형사가, 지나가는 사람을 때려 기절시킨 뒤 금품을 빼앗는 ‘퍽치기’ 일당을 뒤쫓는 이야기다. “깡패영화가 인기를 얻어 고등학생들까지 깡패를 꿈꾸는 요즘, 정반대로 나가고 싶어서” 형사를 소재로 택했다는 김유진 감독은 <약속>의 파트너 이만희 작가와 함께 1년 넘게 꼼꼼한 취재와 인터뷰를 거쳐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은퇴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찍은 <약속>이 흥행에 크게 성공한 98년 이후, 각각 1년을 투자한 두개의 프로젝트가 모두 무산돼 긴 휴식을 가졌지만, 김유진 감독은 “항상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밤샘촬영에 대비해 쑥으로 만든 일종의 대용담배를 피우면서 한약까지 먹고 있는 김유진 감독. 그는
형사드라마 <와일드 카드> 만드는 <약속>의 김유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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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007 스무 번째 영화가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11월20일 영국에서 첫선을 보일 는 남북한 사이의 긴장관계를 소재로 삼았다고 해서 눈길을 받았던 영화. 물 위를 떠서 달리는 호버크래프트 추격신이 유명한 오프닝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전작들보다 훨씬 많은 제작비인 1억달러짜리 액션을 폭풍처럼 쏟아놓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전사의 후예> <멀홀랜드 폴스> 등을 연출한 뉴질랜드 출신 감독 리 타마호리는 “지금까지 007 시리즈는 사실적인 액션을 추구했기 때문에 스턴트에 크게 의존해왔다. 하지만 는 한번도 보지 못한, <매트릭스>처럼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한 화려한 액션 시퀀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아이슬란드와 홍콩, 쿠바 등에서 촬영된 의 시작은 한반도 비무장지대에서 일어난 충돌. 제임스 본드는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을 전쟁을 막기 위해 악당 구스타프 그레이브스와 그 오른팔과도 같은 동양인 심복 자오를 뒤쫓다
해외신작 <007 어나더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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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의 고구마섬. 자동차 경기장을 돌아 들어간 곳에는 한강주교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엑스트라만 300명. 옷과 가발, 창 등 소품들을 늘어놓는다면 길이만도 2km는 족히 된다. 신갈승마클럽에서 온 말 10마리가 어가행렬을 위해 준비 중이었다. 정조가 주로 사용했다는 주교는 강 위에 배를 일렬로 나열한 뒤 그 위에 몇 천장의 널빤지를 띄워 만드는 다리. 너비 5m, 길이 250m의 주교는 제작비 10억원, 제작기간 1년을 들여 나룻배 37척을 이어 만든 것이다. 영화 <청풍명월>은 17세기 인조반정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친구이면서도 서로에게 칼을 겨눌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두 검객이 주인공이다. 태평성대를 위해 건설된 조선시대 엘리트 무관양성소인 ‘청풍명월’은 영화에서 창조한 가상의 부대다. 이날 촬영은 반정군에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가행렬로 뛰어든 시영(김보경), 반정세력을 처치하는 자객이 된 지환(최민수)과 우정을 맹세한 친구였지만 자객이 되어 돌아온
<청풍명월> 제작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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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보고 그림을 듣고 제3회 장애인영화제10월 10-14일까지 서울아트센터에서 열려..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장애인영화제가 열린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모든 영화에 한글 자막이 제공되며, 개폐막작(<오아시스> <YMCA 야구단>)을 비롯한 일부 영화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도 준비되어 있다. 지체장애인을 위해서는 승강기와 극장 내 휠체어 공간, 자원봉사자가 지원된다. 영화제 홈페이지(www.pdff.or.kr)에 가면 좀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다.문의 : 02-871-4405~6* 한국의 단편영화: <수화> <Too Happy To Die> <그 해 아폴로 11호는 달에 갔을까?>* 한국의 단편영화: <이른 여름, 슈퍼맨><노을소리>사전제작지원작: <Subway Kids2002> <설문대할망 큰 솥에 빠져 죽다> <테레비>한국의 단편애니메이션:
10월 10-14일까지 제 3회 장애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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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강력부(노상균 부장검사)는 지난 7월이후 연예계 비리 수사를 통해 39명을 적발, 이 중 16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11명을 기소중지했다고 8일 밝혔다.검찰은 이로써 수사를 일단락짓고 기소중지로 수배된 미검자 검거에 주력키로 했다. 기소중지 대상에는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이수만씨와 GM기획 대주주 김광수씨, 프로덕션 운영자인 개그맨 서세원씨, 유명 PD 은모.배모씨 등 해외로 달아나거나 잠적한 관련자들이 포함됐다. 구속자들을 유형별로 보면 연예기획사로부터 소속 연예인의 방송출연 및 홍보 등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방송사 PD 등 7명, 스포츠지기자 3명,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기획사 임직원 5명, 연예인 단체장 1명 등이다. 검찰은 방송출연 등 청탁과 함께 5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PD와 스포츠지기자들을 입건하고 이들 중 금품수수 규모가 2천만원을 넘는 관련자들을 구속했다고 밝혔다.국내 첫 코스닥등록 기획사인 SM 대표 김경
검찰 수사결과 발표 - 이수만 서세원 기소중지, PD등 39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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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BS대하드라마<야인시대>의 등급표시가 매회 달라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지난 1일부터 드라마 등급제를 확대 시범 운용 중인 SBS는 <야인시대>의 1일 방영분(20회)에는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을 줬다가 7일 방송분(21회)은 한등급 올린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을 매긴 것. 따라서 이 드라마를 즐겨 보던 중고생들은 ‘한주 전까지만 해도 ‘15세’더니 갑자기 ‘19세’로 바뀐 이유가 뭐냐9며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SBS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SBS 심의팀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격투신이 너무 많아 이처럼 등급을 매겼다’면서 ‘등급제가 시범 운용 중인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자는 의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 낮에 방영될 21회 재방송은 재편집 과정을 거쳐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을 달고 방영될 예정이다.드라마는 매회 등급심의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매회마다 등급이 달라질 수 있어 청소년 및 어
SBS <야인시대> 등급표시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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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가 주춤하는 가운데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반전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영화 <델마와 루이스>로 유명한 영화배우 수전 새런든을 비롯한 수 백 명의 유명인사들은 지난 4일 자신들의 서명이 담긴 반전성명서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게재했다.「낫 인 아워 네임(Not In Our Name)」이란 제하의 이 성명서에는 팀 로빈슨, 대니 글로버, 마틴 쉰, 제시카 랭, 올리버 스톤, 로버트 알트먼, 제인 폰다 등 기라성같은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들 스타는 성명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이라크 강공책에 반대를 천명하고 시민 자유에 관한 기본 인권 위협과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정부의 처우에 대해 항의했다. 마틴 쉰 등은 지난 7일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반전 집회를 열어 부시 대통령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 의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자고 군중에게 호소했다. 특히 쉰은 NBC
할리우드스타들, 反戰 대열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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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의 여왕' 김정은이 액션멜로영화 <나비>(제작 태원 엔터테인먼트)에 3억원의 개런티로 캐스팅됐다.김정은이 받은 개런티 3억원은 두번째 출연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받은 액수보다 두배 이상 많은 금액. <가문의 영광>은 개봉 24일만에 전국 360만을 돌파하며 흥행 행진을 하고 있다.<흑수선>, <가문의 영광>의 비주얼 디렉터를 맡았던 김현성 감독의 데뷔작 <나비>는 80년대 삼청교육대를 배경으로 뒷골목 깡패 민재와 고급 술집 출신 여주인공 혜미의 사랑을 그린 영화. 김정은은 혜미역을 맡아 멜로연기에 도전한다.<나비>는 남자주인공 등을 캐스팅한 후 오는 10월말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김정은, 영화 <나비>에 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