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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풀 3D애니메이션이 밝아지고 화려해졌다. 어둠침침하고 쇳소리가 날 듯한 무채색이 주종을 이뤘던 초창기 작품들(특히 로봇이 나오는 작품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작품 속에서 ‘빛’의 효과를 자유롭게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기술이 높아졌다는 얘기로 풀이할 수 있겠다.<더 복서>(The Boxer)도 그런 경향을 담고 있다. 남녀 스프링 인형의 권투장면을 코믹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밝은 화면은 물론 입가에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막판 반전 에피소드까지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그 결과는 고무적이다.인천에 있는 투바애니메이션(대표 안성재·33)의 첫 작품인 <더 복서>는 지난 4월13일 폐막된 제7회 이탈리아 카툰스온더베이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인 혁신상(Special mention for Innovation)을 수상했다. 이 페스티벌에서 한국 작품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대회의 경우 아시아에서 유일한 수상작이라는
빛 속의 스파링,젊은 애니를 껴안다 ③ - 안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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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며, 인터넷에 연재된 만화나 기획, 교양만화가 만화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한권 혹은 여러 권의 재미있는 만화를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잡지 연재를 통해서다. 만화란 것이 생각보다 창작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사람의 절대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의심이 간다면 지금이라고 만화를 집어들어 한 페이지에, 한칸에 얼마나 많은 선들이 존재하는가를 확인해보라. 선 하나가 있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고, 페이지를 배분하고, 칸을 나누고, 숏과 앵글을 결정하고, 미장센을 배치하며, 이를 기반으로 콘티를 만들고 밑그림을 그린 다음에 펜선을 입히고, 톤을 붙이고, 마무리를 해야만 한 페이지의 원고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고가 다시 편집부의 손으로 넘어가 식자 작업을 하고, 디자인을 거쳐야만 만화책이 된다. 한권의 만화를 그리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작가에게 먼저 투자하라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잡지는 여전히 재
오래 살아남아다오,새로운 잡지 <오후>(O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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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 예비역이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중에 휴학했고, 3년 뒤에야 군제대한 남자 동기들과 함께 복학했다. 3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 돌이켜보아도 후회없을 만큼 그때는 끊임없이 일하고, 여행하고, 고민했던… 그런 시간을 보냈다. 겁도 없이 배낭하나 달랑 메고, 또 배낭만큼 무거웠던 고민을 등에 지고 호주 농장 곳곳에서 하루 일당을 차곡차곡 모으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내 전공이 관광경영이었건만) 유럽 문화 유산을 보면 전공쪽에 좀더 애정이 가려나… 아니었다.
귀국하여 다시 일년을 일했다. 더이상 복학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스트레스와 함께 끝내지 못한 방학숙제를 들고 개학을 하루 앞둔 초등학생처럼 하루하루 우울하게 보내던 때쯤이다. 그 우울증을 영화보기로 풀면서 <씨네21>을 뒤적거리던 어느 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영화의 눈물겨운 제작일지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약간 술렁거리
내가 원하는 게 이거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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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보험 수사관이었던 레너드는 아내가 강간,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겪고 충격을 받아 그 후유증으로 현재 시점으로부터 10분 전 정도까지만 기억할 수 있는 ‘단기기억상실증’ 환자가 된다. 그러나 그는 차라리 과거의 일들을 모두 완벽히 잊었으면 좋으련만 스스로에게 남겨두는 집요하고 꼼꼼한 메모를 통해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만은 잊지 않는다. 그는 남들이 ‘기억’하는 것처럼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을 해두고 사람들이 마음속 깊이 새기듯 자신에 몸에 문신을 새긴다. 현실은 흘러갔다. 진실은 잊혀졌다. 고통도 분노도 다 잊혀졌다. 남은 것은 기록일 뿐이고 그 기록을 확인하는 지금, 새로운 분노가 일어난다. 과거는 현실일까 가상현실일까. 과거에 대한 기록을 보고서 생겨나는 감정은 정당한 것일까. 10분 이상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보다 훨씬 오래 전의 사건을 기록을 통해 애써 기억하면서 정신적 고통과 복수심을 유지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과연 범인을 쫓는 것
망각은 진통제,기록은 고통유지장치 <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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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성적 존재라고 하지만 그건 희망 사항일 뿐이다. 사람이 이성적 존재라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겠는가. 아니 차라리 이성적 존재가 아닌 게 나을지도 모른다. 사방에 이성적 존재라면 정말 재미없는 세상일지도 모르니까. 사람이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는 증거를 멀리서 심각한 데서 찾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 별거 아닌 일에 열받고 발끈하고 그것 때문에 인간관계 망가지는 것만 봐도 이성적 존재가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누구를 처음 만났을 때나 누구의 글을 읽었을 때, 그에 대한 호감과 불쾌감은 그에 대한 이성적 판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 때문에, 또는 어떤 단어 하나 때문에 그가 보기 싫을 수도 있고, 바로 그것 때문에 그가 엄청 좋아질 수도 있다. 이것이 일관성 있게 적용되면 일종의 취향이겠는데 이 취향을 사람들은 억지로 이성적인 것이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다리를 달달 떨면서 말을 하는 사람과는 그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향기로운 단어를 쓰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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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라는 이가 광주 망월동에 갔다가 한총련 학생들 때문에 한 시간쯤 늦어졌다고 난동이라느니 대통령 못해먹겠다느니 소란을 떠는 광경을 보며 십수년 전 이 즈음이 떠올랐다. 88년 5월, 갓 제대한 나는 이성욱(지난해 가버린 문학평론가. 형은 그렇게 싱겁게 갈 거면서 그렇게 공부했소)과 망월동에 가서 인사했다. 무사히 제대했습니다. 바로 살도록 님들이 도와주세요.그리고 보길도에서 사흘 지냈다. 버너가 고장났지만 서울서 온 여성노동자 일행에게 얻어먹게 되어 오히려 배불리 지냈다. 그 여성들 가운데 하나가 내게 물었다. 사회에 대해 알고 싶은데 읽을 만한 책을 하나 권해주세요. 나는 갖고 있던 루이제 린저의 <북한기행>을 주었다.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이성욱이 마땅치 않은 얼굴이 되어 자리를 떴다.여행에서 돌아와 서울영상집단에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이성욱이 왜 그랬는지 알았다.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한국의 운동권은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
엔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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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 오를 대로 올라서 액땜이라도 하는 걸까? 할리 베리가 또 다쳤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마티외 카소비츠가 연출을 맡은 초자연적 스릴러영화 <고티카>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페넬로페 크루즈 등과 함께 출연 중인 할리 베리가 캐나다 세트 촬영 중 오른쪽 팔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할리 베리는 그녀의 출세작 에서도 헬리콥터 폭발장면 촬영 중 눈을 다친 적이 있다. 다행히 이번 사고 역시 큰 후유증을 남길 만한 사고는 아니라고 한다. 할리 베리는 이 영화에서 범죄심리학자로 등장한다.
[사람들] 왜 자꾸 다치는 거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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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에서 날아오는 소식을 접하면서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아마도 지난해를 기억하기 때문일 겁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나란히 레드 카펫을 밟았던 2002년은 분명 한국영화의 행복했던 한해로 기억될 만했으니까요. 그러나 데뷔작으로 너무나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했던 박진표 감독은 아마도 빨리 이 모든 관심과 흥분이 잦아들길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뒤로 1년, 지난해 12월에 조용히 개봉을 마치고 두 번째 작품준비에 여념이 없는 박 감독은 등급이니 뭐니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작품에만 신경쓸 수 있는 요즘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합니다.지난달, 언제나처럼 운동화 한 켤레에 큰 배낭을 짊어지고 내려간 부산에서 그는 바닷바람을 쐬며 두 번째 작품의 워밍업을 끝냈습니다. 요즘 한참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는 <브라보 내 인생>(가제)은 지방 소도시 노총각과 다방 아가씨의 사랑 이야기라고 합니다. “드
걱정도 팔자십니다,박진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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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의 ‘장화’ 임수정이 멜로영화 <…ing>의 여주인공 민아 역에 캐스팅됐다. 엄마와 둘이 사는 내성적인 로맨티스트 민아는, 엉뚱하고 능청맞은 남자친구를 통해 사랑을 겪으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캐릭터. 2002년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당돌한 대통령의 딸로 데뷔해, 6월 개봉할 김지운 감독의 호러영화 <장화, 홍련>에서는 언니 수미 역으로 사춘기 소녀 특유의 음울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줄 임수정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야 하는 연기가 어렵겠지만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며 <…ing>의 민아 역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사람들] 나두 러브러브 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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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부터는 집행위원장도 한다!” 연기도, 제작도, 정치활동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한국 영화계 및 문화계 마당발의 소임을 다하는 명계남씨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광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임명됐다. 영화제쪽은 지난해 6억원의 예산에서 올해 12억원으로 덩치를 불린 계기에 걸맞게 새로운 도약의 마음으로 명계남씨를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명계남씨는 평소 똑 부러지고, 시원시원한 성격답게 광주영화제를 통해 광주 호남지역의 문화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기운찬 소감을 밝혔다. 지금까지 광주국제영화제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이다. 뭐, 지금까지 그가 해온 셀 수 없이 많은 업적(?)들을 보면 역시 믿음 갈 만한 말이다. 이 밖에도 영화제쪽은 부집행위원장에 영화감독 이현승, 집행위원에 문성근, 장미희씨를 선임했다. 프로그래머는 1회부터 임재철씨가 맡아아고 있다.
[사람들] 광주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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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호홍… 행님들 와 연락도 없이 오셨능교.” 김유진 감독의 <와일드카드>를 본 사람이라면, 간드러지게 애교를 떨며 두 형사를 맞이하는 안마시술소 사장 도상춘을 잊지 못할 것이다. 형사들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에 투입돼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도상춘은 가끔 얄밉지만 미워할 순 없는, 그렇게 정이 가는 존재다. 영화관을 나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저 양반 대체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거냐”는 질문을 던지게 한 이 ‘충무로의 뉴페이스’는 대학로의 흥행배우이자 연출가이며 극단 이랑씨어터 대표이기도 한 이도경(50)이다.
대학로 연기생활 26년째를 맞는 이도경은 1992년 <불 좀 꺼주세요>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고, 97년부터는 현재까지 상영 중인 <용띠 위에 개띠>로 흥행행진을 잇고 있다. 그동안 “극단 대표가 오디션 보러가는 게 좀 그래서”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던 그는 <불 좀…>과 <용띠…>의 각본을
<와일드카드> 배우 이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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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가 똑똑하고 끈질긴 여전사였다는 것에 토를 달기 어려우나 그는 늘 공포감을 달고 지냈다. <터미네이터>의 린다 해밀턴은 근육질의 터프함까지 갖췄으나 그 역시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에 비하면 캐리 앤 모스의 트리니티는 너무나 ‘쿨’한 파이터다. 네오와 모피어스에 대한 신뢰, 게릴라라는 초라한 처지에 아랑곳하지 않는 의지는 굳게 다문 입과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증명된다. <매트릭스>와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통틀어 딱 한번 흔들렸던 것 같다. <매트릭스> 오프닝 시퀀스에서 요원을 피해 건물 창으로 날아든 다음, 총을 겨누며 잠시 꿈쩍도 안 한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일어나자고 혼잣말로 용기를 내더니 그제야 트리니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가 처음부터 돌처럼 단단했을 리 없다. 캐나다 밴쿠버의 소녀 시절, 그는 평범한 옷을 입지 않으려고 ‘투쟁’하기 일쑤였다. “늘 드레스를 입었다. 심지어
쿨한 여전사 재장전,<매트릭스2>의 캐리 앤 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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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릿빛을 오버한 오동나무색 피부와 헝클어진 머리와 콧수염, 턱수염과 정우성. 여전히 멋들어지고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는 지금 저 속에 다른 생각과 말을 품은 채 이 자리에 와 있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발표한 신작 프로젝트에 정우성의 캐스팅 소식이 이어지면서 장안 구석구석이 떠들어온, 영화 <똥개> 때문이다.
그는 요즘 밀양에서 경상도사투리를 억세게 써가며 촬영 중이다. 촬영분량이 5% 정도 남은 이 영화에서 정우성의 역할은 경찰인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백수 청년 철민. 이 친구는 늘 아버지와 티격태격하고, 자기가 정의라고 믿는 일에 대해선 무모할 만큼 대담하게 덤벼들어 사고를 자초한다. 외양이 때깔난다거나 일부러 폼을 재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그런지, 정우성이 철민을 맡기로 했다는 사실이 공식적인 매체물결을 타자마자 많은 언론들은 ‘<똥개>의 정우성, 완전히 망가진다’는 식의 헤드라인으로 정우성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의 목소
탈출하라, 자유라는 이름의 감옥을, <똥개>의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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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웍(회장 김영훈)은 28일 영화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15일 영화제작사 기획시대(대표 유인택), 에그필름(대표 지영준)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웍은 지난해 대성그룹에서 갈라진 소그룹으로 대구도시가스, 서울에너지환경 주식회사, 경북도시가스 등 에너지업종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 CATV 경기방송을 비롯, 정보통신, 금융 분야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진행중이다.이 회사는 에그필름의 영화 <올드보이>와 기획시대의 <아빠하고 나하고>에 3억원씩 투자한 상태며 두 영화사와 함께 최근 총 120억원의 영화 투자펀드 조성을 마쳤다.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웍의 김영훈 회장은 2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산업에) 거품이 빠진 지금을 투자 적기로 판단했다"며 "산업자본을 투입해 우리 영화의 세계화를 이루겠다"고 각오를 밝혔다.그는 이어 "동북아 중심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대성그룹, 영화산업 진출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