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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9월, 사이렌이 울리고 화염에 휩싸인 하늘이 붉게 물든다.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하자 오미드의 엄마와 동생들은 피신하고 그의 형은 전장으로 뛰어든다. 할아버지와 함께 형의 무사생환을 기다리며 아바단에 남은 오미드. 날이 갈수록 도시는 폐허가 되고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 둘 쓰러져간다. 세피데 파시 감독의 <사이렌>은 1980년, 8년여 간 백만 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을 14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영화다. 애니메이션 장르를 경유해 전시 상황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은 피했지만,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재로 뒤바뀌는 전쟁의 참혹성은 여전히 관객에게 깊은 절망을 안긴다. “그럼에도 영화를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세피데 파시 감독은 자신의 첫 애니메이션 <사이렌>으로 2023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영화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장편영화 최고 오리지널음악상을 수상했다.
- 전쟁이 발발했을 때 당신은 이란에 거주하는 고등학생이었다.
#BIAF 3호 [인터뷰] ‘사이렌’ 세피데 파시 감독, 나의 예술은 결국 자유를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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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닥터 슬럼프>로 유명한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는 2000년, 만화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 <샌드랜드>라는 제목의 만화를 연재했다. 예기치 못한 재난과 인간의 실수로 사막화가 된 ‘샌드랜드’에서 인간과 몬스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환상의 샘’에 관한 단서를 찾은 인간 마을의 보안관 라오는 악마들에게 샘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악마계의 왕자 베르제브브와 그의 부하 중 한명인 시프가 동행을 결정하는데 빌런인 대장군 제우가 이를 못 마땅히 여긴다. 23년이 지난 현재,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가 창조해낸 <샌드랜드>의 세계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원작의 유머와 정의에 대한 고찰을 그대로 옮겨오면서도 영상이 표현할 수 있는 액션의 현실감은 극대화했다. 한국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샌드랜드>와 함께 요코시마 토시히사 감독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 원작 <
#BIAF 3호 [인터뷰] ‘샌드랜드’ 요코시마 토시히사 감독, 사막의 재앙에도 굴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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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클라나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등 연출하는 애니메이션마다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을 찾았다. 교토 애니메이션의 이사이기도 한 이시하라 타츠야는 2015년부터 타게다 아야노의 원작 만화 <울려라! 유포니엄>의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맡고 있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키타우지 고등학교의 취주악(관악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타악기를 합하여 대규모로 연주하는 음악) 연주 동아리 소속 유포니엄 연주가 오마에 쿠미코의 고등학교 생활 3년을 다룬 청춘물이다. 올해 BIAF에 초대된 <울려라! 유포니엄 앙상블 콘테스트>(이하 <앙상블 콘테스트>)는 <울려라! 유포니엄>의 다섯 번째 극장판 영화로, 주인공 쿠미코는 취주악부의 부장이 되어 첫 업무로 교내에서 열릴 ‘앙상블 콘테스
#BIAF 3호 [인터뷰] ‘울려라! 유포니엄 앙상블 콘테스트’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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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 나라 물의 나라>는 이와모토 나오가 쓴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금의 나라 알하미트와 물의 나라 바이카리는 평생 견원지간으로 살아왔다. 허구한 날 벌어지는 전쟁에 지친 이들은 알하미트의 미녀와 바이카리의 수재를 결혼시키는 것으로 반목을 일단락 한다. 하지만 두 나라는 계약이 무색한 기싸움을 벌이고, 이로 인해 알하미트의 공주 사라와 바이카리의 청년 나얀바야르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나게 된다. 올해 BIAF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서 세 차례 상영되는 <금의 나라 물의 나라>의 감독 와타나베 코토노를 만났다.
- 원작 만화의 팬이었다고 들었다.
= 이와모토 나오의 원작이 <이 만화가 대단하다!>의 2017년 베스트 여성작가 만화상을 수상할 정도로 발간 이래 연일 화제였다. 워낙 이와모토의 전작도 좋아했던 터라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작품을 구매해 읽었고 단번에 매료됐다. 이후 내가 속한 제작사인 매드하우스에 영화화 제안이 들어왔다.
#BIAF 2호 [인터뷰] ‘금의 나라 물의 나라’ 와타나베 코토노 감독, 애니메이션 특유의 위화감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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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애니메이션의 혁명.” <마크로스> 시리즈의 시작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가 받았던 평가다. <마크로스> 시리즈는 40년 넘게 일본 리얼로봇 SF 애니메이션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디테일이 남다른 전투기 디자인과 창공을 가르며 펼쳐지는 전투기 액션은 물론, 매 시리즈마다 여성 주인공의 감미로운 노래와 삼각관계 로맨스를 넘치지 않게 탑재한 <마크로스> 시리즈는 여전히 신규 팬들을 유입하며 비상 중이다. 이 시리즈가 지금껏 사랑받을 수 있는 데엔 총감독 카와모리 쇼지의 영향이 지대하다. 작품 속 등장하는 항공기체의 디자인부터 액션 시퀀스 및 라이브 콘서트 시퀀스의 연출 그리고 애타는 멜로 플롯까지, <마크로스> 시리즈엔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2023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은 그를 마스터 클래스의 연사로 초빙했다. 올해 BIAF는 ‘마크로스 – 노래, 사랑, 메카의 복합예술’ 섹션을
#BIAF 2호 [인터뷰] ‘마크로스’ 카와모리 쇼지 감독, 정밀한 취재가 낳은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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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만난 지현과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자신이 임대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지현의 어머니와 친구들로부터 차별을 받는다. 전작 <수라>로 제44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졸업작품 특별상을, 같은 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서 본상-우수상을 수상한 정해지 감독이 신작 단편 애니메이션 <길 건너에서 만나요>와 함께 BIAF를 찾았다. 그는 더 예리해진 시선으로 현실을 파고들면서, 아이들에게까지 가난의 죄의식을 지운 사회에게 과연 이것이 최선인지 되묻는다.
-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을 표현하는 방식이 무척 현실적이다.
= 실제 나의 동네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평생 임대 아파트와 브랜드 아파트가 마주보고 있는데 이를 기점으로 학교도 나뉘어져 있다. 당시에 학교 선생님들이 어느 아파트에 거주하느냐로 차별을 많이 하셨다. 중학생 때 사춘기를 겪었는데, 내가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
#BIAF 2호 [인터뷰] ‘길 건너에서 만나요’ 정해지 감독, 차별을 가로지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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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바다를 여행할 계획을 세운 마이클(에런 맥그리거)은 부모님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고 몰래 반려견 스텔라를 배에 태운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스텔라를 구하려던 마이클은 파도에 휩쓸려 조난당하고 만다. 외딴 섬에서 눈을 뜬 마이클 앞에 수십 년 간 섬에서 홀로 생활해온 켄즈케(와타나베 켄)가 나타난다. <켄즈케 왕국>은 영화 <워 호스>의 원작자로 알려진 작가 마이클 모퍼고의 동명 소설에서 출발한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6월 열린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된 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관객들을 만난다. 닐 보일 감독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90) 제작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애니메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CF, 뮤직비디오 등의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했으나 애정을 간직한 채 36년간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다. 오랫동안 협업해온 커크 핸드리 감독과 함께 그는 8년
BIAF #2호 [인터뷰] '켄즈케 왕국' 닐 보일 감독, 언어를 넘어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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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쟁, 한국 단편 섹션 등의 상영작 외에도 올해 BIAF에서 열리는 세개의 특별전을 통해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첫째로 ‘마크로스 - 노래, 사랑, 메카의 복합예술’전에선 일본 <마크로스> 시리즈의 극장판이 상영된다. <마크로스>는 SF 세계관, 화려한 액션, 미래형 아이돌의 존재가 융합된 독특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물로 1982년 TV에서 방영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시작으로 40년 간 역사를 지속해왔다. 이번 영화제에선 <마크로스 플러스 –MOVIE EDITION->과 함께 한국 프리미어로 <마크로스 프론티어>의 전편 <극장판 마크로스 프론티어: 거짓의 가희>, 후편 <극장판 마크로스 프론티어: 이별의 날개>를 선보인다. 수작업 셀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마크로스 플러스 –MOVIE EDITION->은 <카우보이 비밥>의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 간노 요코 음악감독이 참여했
BIAF #2호 [기획] 추억 속 영화, 화제의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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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루>로 <물안에서>에 이어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승윤은 홍상수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야무진 안내자였다. “톤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처음부터 편안한 느낌”이 들었던 현장, 촬영 당일에 주어지는 대본을 읽으면서도 “대사가 착 감기는 맛”을 느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는 이 모든 게 신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장면을 찍을지 알 수 없어 긴장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현장이 잘 맞아서 재밌었다.” 그는 <우리의 하루>에서 홍의주 시인(기주봉)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졸업 작품으로 준비 중인 영화과 4학년생 김기주를 연기했다. 이번 영화는 아웃포커싱으로 촬영됐던 <물안에서>와 달리 이목구비가 확실히 보이는 작품이었지만 달라진 촬영법에 영향을 받진 않았다. 늘 그래왔듯 “감각적인 것에 의지하며 솔직해지자”라는 자세로 임했다. 큰 질문을 던지는 배우 지망생 재원(하성국)에게 시인이 현명한 답을 줄 때마다 “
[WHO ARE YOU] ‘우리의 하루’ 김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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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것을 갈망하고 있다.” 김형서에게 연기란 진짜 자신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가수 비비로서 만드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활동도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화란>의 하얀을 보고 있자면 그의 목표가 얼마나 확고하게 진척되고 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방황하는 연규를 보듬고 같이 웃어주는 하얀의 굳셈과 미소가 너무도 자연스러워 진짜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현장에서 여러 연기 노하우를 빨아들이고 있다”라는 당찬 자신감, “연기를 보람차고 행복하게 이어가고 싶다”란 솔직한 마음가짐도 표했다. 투명한 진실을 찾는 이의 뚜렷한 궤적이 흥미롭다.
- <화란>을 비롯해 한국형 누아르인 <최악의 악>에서도 얼굴을 비추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정규 앨범의 제목도 《Lowlife Princess: Noir》다. 누아르와 연이 깊다.
= 마스크와 기존에 보여줬던 이미지 때문이지 않을까. 생생하고 날것에 가까운 느낌을 줄곧
[인터뷰] 그녀, 누아르, ‘화란’ 김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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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신인의 발견’이라는 표현은 게으르다. 2018년 <휴가> 이후 무수한 독립영화에서 색을 다듬어온 홍사빈은 이미 준비된 배우다. 어쩌면 <화란>은 꽃망울을 터트리는 계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다. 연기에 대한 쏟아지는 칭찬에도 불구하고 홍사빈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을 단속하며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약을 준비 중이다. <화란> 개봉 후 한결 가벼워진 그의 표정 속에는 계절을 지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성숙한 기운이 어려 있는 것 같다. 이 동물적인 감각의 배우는 폭발적인 성장이나 외적인 성과보다 중요한 건 꾹꾹 눌러 자신을 단단하게 다지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 칸영화제 이후 빠르게 영화가 개봉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 촬영부터 5월의 칸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와 개봉까지 꼬박 1년 넘게 <화란>과 함께했다. 칸 공개 이후 개봉까지 빠르게 이어진 덕분에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 다
[인터뷰] 힘을 빼면 보이는 것들, ‘화란’ 홍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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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송중기는 데뷔 15년차 배우가 됐다. “평소엔 15년이라는 숫자에 무감각한 편이지만, 요새는 감독이나 촬영감독이 나보다 어린 경우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15년간 다져온 톱배우이자 스타로서의 영향력을 흥미롭게 발휘하는 배우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화란>의 강렬한 시나리오에 매료되어 노 개런티로 출연을 감행한 송중기는 제작자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리며 상대적으로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신인감독의 영화에 힘을 보탰다. 송중기가 연기한 명안시의 범죄 조직 중간 보스 치건은 자신처럼 아버지로부터 오랜 가정 폭력을 당해온 소년 연규(홍사빈)에게 마음을 쓰지만, 그의 행동은 오히려 연규를 수렁에 빠뜨리고 만다.
- 송중기가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화란>의 시나리오가 그토록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 뒷부분이 궁금해서 후루룩 30~40분 만에 시나리오를 다 봤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다음날 한번
[인터뷰] 그의 스탠더드, ‘화란’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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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가 있다. 치건(송중기)은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하는 연규(홍사빈)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유독 마음을 쓴다. 하지만 치건의 존재는 오히려 연규를 더한 수렁에 빠뜨린다. 연규가 그토록 갈망했던 네덜란드, 더 나은 세계로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에겐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이복동생 하얀(김형서)이 있다. <화란>은 극 중 캐릭터의 관계가 실제 배우들의 그것과 닮아 있어 더욱 시너지를 낸 작품이기도 하다. 첫 주연작의 무게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작품에 몸을 내던진 홍사빈, 현실의 후배 배우에게 가진 호감을 기반으로 치건이 연규에게 갖는 마음을 연기했다는 송중기, 하얀 이상으로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며 본격적인 영화 현장에 처음 도전한 김형서를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 배우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폭력의 서사시를 쓰다, ‘화란’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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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 <더 웨일>
사회가 만든 편견을 깨트리게 도와주고, 모든 사람이 마음속에 간직한 각기 다른 형태의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영화다. 모두 한번쯤 꼭 봤으면!
tvN <놀라운 토요일>
TV프로그램을 본다는 느낌보다 같이 노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즉흥적으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유쾌한 에너지가 너무 좋다. 문제를 맞히는 게 정말 중요한가? 그냥 그 신나고 즐거운 게 좋은 거지.
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
일본 드라마로 주인공이 다시 태어나며 삶을 반복하는 이야기다.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서사 속에서 인간에게 왜 우정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유난스럽게 ‘친구 최고!’를 외치기보다 우정이 어떻게 인간의 연대를 의미하는지, 우리 삶이 그것으로 어떻게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를 보
[LIST] 은희경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