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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판빙빙과 이주영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녹야>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선보인 후 부산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소개됐다. 인천항 보안검색대에서 일하는 진샤(판빙빙)는 마약 밀매에 몸담은 초록 머리 여자(이주영)를 우연히 만난다. 모종의 이유로 함께 위험을 겪게 된 둘은 사려 깊은 애정을 피운다. <녹야>는 한국을 영화의 배경지로 삼는다. 한국의 이질적 공간성과 색다른 밤의 정경이 펼쳐진다.
- 한국에서 촬영한 계기는.
= 국적, 나이, 상황이 모두 다르고 서로를 전혀 모르는 두 여자가 만나는 상황을 그리고 싶었던 게 우선이다. 그럴 만한 장소로 한국 공항이나 항구의 보안검색대를 떠올렸다. 한국은 내가 사는 산둥 지역과 바다 하나만 두고 있을 만큼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지만, <취화선>을 본 이래 중국 다음으로 가장 친밀감을 느끼는 영화적 장소이기도 하다.
- 왜 서로를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어야 했나.
= 서로 모를
[인터뷰] 갈라 프레젠테이션 ‘녹야’ 한슈아이 감독, 폭발하는 호기심과 긴장감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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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 <소리굴다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화다. 이걸 영화라고 한정 짓는 건 이 범상치 않은 결과물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표면적으로는 2046년 근미래 배경의 SF 디스토피아물이다. 인류의 종말을 감지한 AI가 종말을 막을 수 있는 예술가들을 찾기 위해 여러 굴다리를 탐색한다는 설정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런데 굴다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따라가는 방식이 심상치 않다. 파도, 물, 혈액, 그림자 등 각종 이미지가 오버랩되고 CG가 범람하더니 어느새 판소리의 울림이 모든 공간을 덮는다. 밴드 아나킨 프로젝트의 음악과 함께하는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였다가, SF였다가, 실험적인 미디어 아트였다가, 음악과 파동 그 자체를 물리적으로 포착한 끝에 마침내 ‘소리굴다리’라는 형태로 공명된다. 영화제가 발굴과 만남의 장이라면 그 온전하고 순수한 결과물이 여기에 있다.
<소리굴다리>를 연출한 구파수 륜호이(본명 윤
[인터뷰]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소리굴다리’ 구파수 륜호이 감독, 마음의 형태를 조각한 끝에 마주한 공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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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카메라에 담고 보니 어느새 영화가 되어 있다. <지난 여름>은 제목 그대로 가뭄으로 시작해 장마로 이어졌던 지난여름을 되돌아본다. 벼를 심고 논에 물을 대고 나락이 익어가는 한 계절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동안 사건이라 부를 만한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설사 일어나더라도 도도히 흐르는 시간의 강물처럼 그저 지켜볼 따름이다. 어떨 땐 가뭄으로 비가 내리지 않다가 어느새 너무 많이 내려 범람하기도 한다. 사람이 날씨를 바꿀 수 없듯이 인물들이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조건에 맞춰 순응하고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도, 속이 답답해도, 죽음과 이별 앞에 마음이 미어져도 오늘 할 일을 하는 것. <지난 여름>은 시간 앞에 순리대로 존재하는 이들의 존재를 정중하고 맑은 시선으로 담아낸다. 스크린엔 어디에도 포섭되지 않은 영화의 시간이 흐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든 최승우 감독은 정규 과정으로 영화를 배워본 적이 없다.
[인터뷰]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지난 여름’ 최승우 감독, 시간을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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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동춘(박나은)은 궁금하다. 왜 수학과 영어와 페르시아어와 논술과 미술과 창의과학과 한국사를 배워야 하는지. 동춘에게 답을 준 건 엄마도 선생님도 아닌 막걸리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SF적인 상상력으로 사교육 문제를 풀어낸 귀엽고 기발하면서도 서늘한 영화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o난감> 각본을 쓰기도 한 김다민 감독은 왕성한 호기심과 친근한 상상력, 예리한 관찰력으로 개성 넘치면서도 탄탄한 첫 장편영화를 완성시켰다.
- 제목부터 소재까지 독특하다. 어떻게 시작된 상상력인지.
= 주민센터나 평생학습관에서 뭔가를 배우는 걸 좋아해서 자주 간다. 한번은 전통주 만들기 수업이 있었는데 막걸리를 집에서 숙성시키다보니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게 참 신기해 보였다. 센터를 가려면 매일 낮시간에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다보면 학생들이 부지런히 학원 버스를 타고 사라진다. 그렇게 매일 학원을 가야 하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인터뷰]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만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뻔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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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랑 감독의 장편 데뷔작 <딸에 대하여>는 실로 ‘영화적’이다.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빼어난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언어로 번역할 수 있을지에 대한 훌륭한 모범 사례라고 해도 좋겠다. 표면적으론 엄마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딸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지만 결국 그 과정을 통해 ‘엄마에 대해’ 알게 되는 거울 같은 영화다.
-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 처음 출간되었을 때부터 주변에서 한번 읽어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고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참이 지나 <딸에 대하여>의 영화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워낙 잘 짜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거꾸로 영화화했을 때 얼마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무엇보다 문학적인 언어로 표현된 이야기 속에 영화로만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이 필요했고 마침내 발견해 용기를 냈다.
- 소설에 비해 이야기와 사건은 간소화된 대신 상황과 정황은 더
[인터뷰]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딸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 딸, 엄마, 당신, 우리 모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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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다영(박서윤)은 남자 친구인 병훈(최민재)과 저수지에서 여름의 한때를 보낸 후 이별한다. 다영은 여름방학 동안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연애사의 조각을 적어 방학 숙제로 제출하고, 담임 선생님은 다영을 호출해 진실을 추궁한다. 숨겨졌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며 마지막으로 향할수록 다영과 병훈이 미숙한 어린 연인이 아니라 그저 우리와 조금은 다른 사람임을 먼저 깨달아야 할 수도 있다. 예측 불가함이라는 큰 힘과 담백하고 단순한 결의 대사로 섬세한 힘을 발하는 영화다.
- 총 6편의 단편 중 <갈 곳 없는>(2018)과 <졍서, 졍서>(2022)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다. 첫 장편인 <그 여름날의 거짓말>에도 소년, 소녀가 등장한다. 이 시절에 대한 애착이 각별한가.
= 돌이켜보니 그렇다. 나는 그 시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어릴 때 쌓였던 것들을 지금 영화로 푸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제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볼 때 어떤 시선을 가져
[인터뷰] 뉴 커런츠 ‘그 여름날의 거짓말’ 손현록 감독, 여름방학 같기도, 대서사시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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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을 터덜터덜 걷던 사회복지사 백진현 대리(윤혁진)는 맞은편 교가 아래에 들고양이처럼 엉거주춤 웅크려 앉은 사회복무요원 임영진(안은수)과 마주친다. 같은 장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였던 두 인물의 접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두 청년은 조금씩 숨겨진 사정과 속내를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진현과 사회복무요원인 영진의 이야기다. 각본을 쓰고 연출하게 된 과정을 들려달라.
= 2018년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느꼈던 제도의 아이러니를 수필처럼 적어두었다. 그러다 다음해 경상남도 창원의 교량 안에서 3년간 노숙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뉴스로 접했다. 이 사건이 내가 품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출구 같은 역할을 했다. 영화를 쓰면서 내 경험을 영화에 많이 가져왔다.
- 현대미술을 공부했다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마흔살에 영화감독이 되어
[인터뷰] 뉴 커런츠 ‘부모 바보’ 이종수 감독,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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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염증을 느낀 20대 청년 계나(고아성)가 뉴질랜드로 터전을 옮긴다. 계나가 겪는 한국의 익숙한 폐단과 뉴질랜드의 생경한 활기는 곧장 관객의 피부에 닿을 만큼 생생하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이 싫어서>는 2016년 부산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에 선정되고 8년이 흐른 뒤 개막작으로 부산을 찾았다.
- 원작을 영화화한 계기는 무엇인가.
= 한국 사회를 향한 계나의 피로감에 공감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가 한국 사회의 커다란 변곡점이었다고 느낀다. 큰 재난을 마주한 사람들이 본인의 사회적 위치, 정체성 그리고 산적한 사회적 문제를 생각하며 각성한 시점이었다. 나도 비슷했다. 원작을 접한 2015년에 한창 두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아이에게 어떤 것을 남겨줄 수 있을지, 지금 내가 발 디디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 이런 고민과 계나의 이야기가 많이 연결된다고 느꼈다.
- 초기 단편 <
[인터뷰]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장건재 감독, “이동의 감각을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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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인상 수상한 배우 주윤발
제28회 부산영화제는 영원한 따거(큰형) 주윤발의 감사 인사로 문을 열었다. 1973년 <투태인>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뒤 올해로 데뷔 50년을 맞이한 배우 주윤발은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며 부산을 찾았다. “50년은 확실히 긴 세월이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또 어제 같기도 하다”며 소회를 이어간 주윤발은 여러 행사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남겼다. 10월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규제가 많아 제작자들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의 엄격한 검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한편 재산 기부에 대한 질문에 여유 있는 농담과 함께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왔기 때문에 갈 때 아무것도 안 갖고 가도 상관없다. 내게 필요한 것은 점심·저녁 먹을 흰 쌀밥 두 그릇뿐”이라며 진심을 전했다. 주윤발은 “나는 슈퍼스타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라며 아침 조깅을 하는 등 소탈한 행보를 이어갔지만 그럴수록 더욱 빛나는 별
[기획] 슈퍼스타 혹은 보통 사람, 주윤발부터 한효주까지, 눈길 끈 이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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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6일부터 9일까지 부산 남포동에선 커뮤니티비프 행사가 열렸다. 총 60편의 상영작을 트는 만큼 하나의 또 다른 영화제라 해도 무방하다. 6회째를 맞은 올해 커뮤니티비프의 백미는 10월8일 저녁이었다. <기생충> 마스터톡엔 봉준호 감독이 화상으로 함께했고, 개봉 20주년을 맞은 <장화, 홍련>의 리퀘스트시네마 행사엔 김지운 감독과 임수정 배우가 자리했다.
“한국영화계에 미술 프로덕션, 미술감독이란 개념을 제대로 정립한 작품.” 김지운 감독이 스스로 소개한 <장화, 홍련>의 의미다. 수미(임수정), 수연(문근영) 자매의 기억을 생생하게 환기하기 위해서 명징한 상징으로 축조된 미술 세트와 오브제들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강렬하다.
“세트장에서도, 숙소에서도 하염없이 계속 울었어요.” 촬영 당시 신인으로서 너무 무거운 짐을 졌던 임수정 배우의 소회다. 그때의 감정 역시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앤티크한 벽지와 가구 속에 수미의 의상을 입고
[기획] <기생충> 마스터톡부터 <장화, 홍련> 리퀘스트시네마까지, 커뮤니티비프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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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는 21세기를 짊어지는 거장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시 부산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다. 10월10일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영 및 스페셜 토크는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도쿄 근방의 한 산골을 배경으로 삼는다. 글램핑장 건설을 위해 찾아온 도시 남녀가 마을 주민과 겪는 일련의 소동극이다. 일견 소품처럼 보이는 이야기다. 그러나 긴 대화로 직조하는 세계의 견고함, 그 세계를 단번에 뒤엎는 충격의 파장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선두에 설 만하다. 관객들의 절절한 사랑 고백에 감독은 작품의 러닝타임보다 긴 토크로 화답했다. 그 일부를 요약해 전한다.
- 영화의 기획 배경은.
= 애초 라이브 공연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감독이었던 에이코 이시바시의
[기획] 카메라는 누군가의 시선을 대신할 수 없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마구치 류스케 스페셜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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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10월의 초입은 매년 날씨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낮엔 여름 같은 햇볕이 내리쬐다가도 밤의 야외극장은 바닷바람 탓인지 불현듯 쌀쌀하다. 매년 <씨네21>이 부산에서 만나는 사람, 순간들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영화인들과의 첫 만남, 그리고 재회는 매번 예상 못한 감흥으로 찾아온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씨네21>이 만나고 온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부산과 꾸준히 연을 맺어온 <녹야>의 한슈아이 감독, <강변의 착오>의 웨이슈준 감독, <간니발>의 배우 야기라 유야는 올해도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 심지어 한국을 처음 방문한 <끝없는 일요일>의 알랭 파로니 감독은 한국 관객들과의 후일을 약속했다. 7인의 한국 감독과도 만남을 청했다.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의 장건재 감독, 발굴의 미덕을 보여주는 뉴 커런츠 섹션의 <부모 바보&
[특집] 제 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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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영화감독 외에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다는 김창훈 감독은 한때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다. 장편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방법을 궁리하다 모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화란>은 당시 김창훈 감독이 경험했던, 환경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과 악순환을 녹여낸 시나리오였다. 의붓아버지로부터 오랜 가정 폭력을 당해온 소년 연규(홍사빈)는 명안시의 범죄 조직에서 중간 보스를 맡고 있는 치건(송중기)을 만나면서 그 역시 폭력성을 학습하게 된다.
-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가 <화란> 시나리오를 눈여겨봤고, 이후 송중기가 관심을 보이면서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었다. 주인공 연규 역에 과감하게 신인 홍사빈을 캐스팅한 점도 눈에 띈다.
= 코로나19 때였다. 한재덕 대표님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진짜로 하고 싶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l
[인터뷰] ‘화란’ 김창훈 감독, 파국의 삶에 한 줄기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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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라는 시그니처 사운드가 영화계로까지 퍼졌다. 10여년간 힙합 음악계의 정상을 지키던 그레이와 <발레리나> 음악감독이란 직함의 싱크로율은 그 결과로 증명됐다. ‘젊고 세련된 감각’이라는 다소 추상적 표현이지만, <발레리나>의 음악과 영상미가 만족시켜준 오감의 말초적 쾌감을 부정하긴 어렵다. 보통의 음악 앨범 작업량까지 웃돌았던 그의 헌신은 15개의 트랙이 꽉 들어찬 O.S.T 앨범의 풍만함에서도 느껴진다.
- <발레리나>에 참여한 계기는.
= 내 음악을 선보인 지 10년쯤 됐다. 새로운 시도로서 영화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몇년 전부터 해왔고, 지난해쯤엔 의지가 더 강해져서 회사 대표에게 직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마침 그 한달 뒤쯤 <발레리나> 영화음악 작업 제안이 들어왔다. 무조건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발레리나>측에서 음악을 제안한 이유는.
= 나도 그게 가장 궁금했다. 이충현 감독님의 전
[인터뷰] ‘발레리나’ 그레이 음악감독, 피를 부르는 춤의 선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