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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촬영)현장’이다. 전여빈은 현장에서 에너지의 총력을 소진하고 싶고, 현장에 출근한 사람들이 언제나 궁금하며, 현장에서 연기의 답을 찾는 배우다. <거미집>의 ‘미도’ 또한 그렇다.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인 미도는 김열 감독(송강호)의 재촬영 시나리오에 열광한 채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거미집’의 현장을 누빈다. 현장 체질인 배우가 현장 체질인 배역을 만났을 때 스크린 속에서 얼마나 생동할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도는 김열 감독을 포함한 등장인물 모두가 걸작이 탄생할지 의심하는 와중에 홀로 다 잘되리라 굳게 믿는다.
= - 미도는 김열의 예술 세계와 욕망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캐릭터다.
영화 촬영 현장은 영감과 창작의 동력인 주체와 그의 상상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조력하는 이들의 합으로 구성된다. 미도는 능동적인 예술가까진 아니어도 예술가가 세상에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힘을 보태는 사람이었을 거다. 그때 김열
[인터뷰] 물음표를 느낌표로, ‘거미집’ 전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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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는 본인과 본인이 연기한 <거미집>의 바람둥이 톱스타 배우 호세 사이의 싱크로율이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연히 호세의 사생활은 오정세의 삶과 1970년대와 2023년만큼 멀다. 오정세와 호세는 오직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는 점에서 10%만 통한다. 호세는 김열 감독(송강호)의 디렉션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현장에서 무수한 소동이 연발해도 모든 난리를 수습하는 와중에 연기도 절륜히 끝마친다. 오정세와 호세 사이를 잇던 1할의 공통점은 어느새 10할, 100할이 되고, 관객은 언제나 그랬듯 스크린 속 오정세의 연기를 진짜라 믿게 된다.
- 호세는 ‘거미집’에서도 호세를 연기한다. 실제로 제작자나 감독으로부터 “정세 역을 제안하고 싶다”는 캐스팅콜이 오면 어떨 것 같나.
= 장단점이 있지 않을까. 영화 안팎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작품의 전체 컨셉에 어울린다면 기꺼이 응할 수 있다. 실제의 인물을 픽션 속에 끌어들여 오는 영화가 있지 않나. 그런 영화라면
[인터뷰] 진심을 담아 자연스럽게, ‘거미집’ 오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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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은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과 함께한 다섯 번째 작품이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등 시네아스트들과 송강호가 동행한 궤적이 곧 21세기 한국영화의 개념과 성격을 정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그가 아예 70년대 영화감독 역할로 분한 <거미집>은 단지 그가 연기한 캐릭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승 신 감독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평론가들에게 싸구려 치정극이나 찍는다고 악평을 받던 김열 감독은 이틀만 시간을 내서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분명 걸작이 될 것이라는 광적인 믿음에 사로잡힌다.
- 김지운 감독과 인연을 맺은 지도 무려 25년이 흘렀다. 그는 어떤 연출자로 각인되어 있나.
= 장르의 변주를 통해 자기만의 영화 스타일을 구축해온 감독이다. 코미디든 공포든 드라마든 호쾌한 액션 활극이든 기존 장르를 새롭게 비틀며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점이 무척 놀랍다. 김지운 감독과 다섯 번째 작품을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
[인터뷰] 송강호라는 메타포, ‘거미집’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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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찍은 영화를 다시 촬영하기만 하면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탄생할 것 같은 직감이 번뜩일 때, 당신이 감독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직감에만 의존해 감독이 설득할 때, 당신이 배우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러모로 힘들어질 것이 뻔한데 감독의 비전에서 한 줄기 빛을 볼 때, 당신이 제작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위 질문들에 대한 갖가지 답을 <거미집>의 인간 군상이 제시한다. 1970년대, 독재정권의 검열 속에 영화를 만들던 김열 감독은 어느 날 촬영을 마친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꾸면 걸작이 완성되리란 확신에 사로잡힌다. 재촬영의 과정은 물론 순탄할 리 없지만 그럼에도 필름 머스트 고 온, 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거미집’을 찍는 한바탕 소동극을 담은 영화 <거미집>의 네 배우, 송강호,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을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거미집> 배우들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필름 머스트 고 온, ‘거미집’ 송강호,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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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불멍
물을 보면 외로워지고 불을 보면 누군가가 그리워진다지. 작은 모닥불을 피운 뒤 위스키 한잔, 시가 한 모금을 곁들이고 저녁 노을까지 더한다면 즐길 준비 끝!
지구온난화
요즘 기후 문제로 발생하는 사건, 사고가 우리 일상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무관심하게 무방비 상태로 시간만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끝없이 고민 중이다. 우선 올해 초엔 <손끝으로 줄이는 탄소발자국> 캠페인 영상에 내레이션으로 재능 기부를 했다.
바이크
바이크에 몸을 싣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순간,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낀다. 친구들과 라이딩을 하며 오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즐거움을 느끼는 중.
청소
온갖 청소 용품으로 집 안 구석구석을 말끔히 청소한다. 깨끗해진 공간을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LIST] 김남길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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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돼지 삼겹살 한근 값이면 앞다리는 두근, 뒷다리는 세근을 살 수 있다. 나는 이를 ‘근의 공식’이라 부르며 고기가 당기는 날엔 중간값인 앞다리에서 만족감을 구하곤 한다. 다소 궁상맞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드라마에서 돼지 앞다리를 구워 먹는 장면을 KBS2 드라마 <순정복서>에서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모처럼 한우 갈비를 쏘겠다는 관장의 말에 환호했던 한국 최고의 밴텀급 복싱 챔피언 한아름(채원빈)과 동료 복서 박혜진(임영주)은 체육관 옥상에서 삼겹살도 아닌 앞다리를 사와 구우며 넉살 좋게 웃는다. 챔피언이 6개월마다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타이틀 방어전 비용 1억원을 마련하느라 후원사를 찾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관장과 대전료만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어 각종 아르바이트를 겸하는 선수들의 조촐한 회식 자리는 비인기 종목의 어려운 처지를 함께하는 복싱인들의 유대를 짐작할 만한 장면이었다.
이렇게 역경 속에서 도전하고 꿈꾸는 이들이 스포츠 드라마의 주인공일 법하지만 &l
[유선주의 드라마톡] '순정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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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드레드 피어스>
왓챠 ▶▶▶▷
영화는 총에 맞은 몬티(재커리 스콧)가 아내 밀드레드(조앤 크로퍼드)를 외치며 죽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경찰은 밀드레드, 그녀의 전남편 버트(브루스 베넷), 부동산 업자 월리(잭 카슨) 등 주변 인물들을 조사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밀드레드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지난 생애를 회고한다. 몬티를 살해한 것은 정말 밀드레드일까? 마이클 커티즈의 <밀드레드 피어스>는 어느 여성의 굴곡진 삶을 둘러싼 욕망과 희생에 관한 필름누아르이자 멜로드라마다. 이 영화로 제18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조앤 크로퍼드의 호연이 돋보인다.
<너를 정리하는 법>
넷플릭스 ▶▶▶
“미니멀리즘은 불교와 유사하죠. 집착을 버리는 거예요.” 스웨덴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온 진(추티몬 충차로엔수킹)은 자신의 집 1층을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작업실로 바꾸겠다는 결심을 한 뒤 각종 세간과 잡동사니를 처분하는 작업
[OTT 추천작] ‘밀드레드 피어스’ ‘너를 정리하는 법’ ‘스캔들 노트’ ‘인투 더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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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연출 황준혁, 박현석 / 각본 한정훈 / 촬영 오재호 / 출연 김남길, 서현, 유재명, 이현욱, 이호정 / 플레이지수 ▶▶▷
1920년대 간도, 조선 노비 출신 일본군 소위로 수차례 공을 세워왔던 이윤(김남길)은 모종의 사건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조국을 위해 ‘도적단’을 결성해 이끌기로 한다. 백발백중의 활솜씨와 뛰어난 검술을 자랑하는 의병장 출신 최충수(유재명)를 필두로 조선의 마지막 착호갑사이자 설악산 포수 출신의 명사수 강산군(김도윤), 남사당패 출신으로 민첩하기로는 그 누구도 따를 자가 없는 초랭이(이재균), 정체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지만 별칭 그대로 야수와도 같은 맹렬함을 지닌 금수(차엽) 등이 도적단이 되어 일본군에 맞선다. 한편 이윤의 첫사랑이자 조선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 중인 독립운동가 남희신(서현)은 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일본군 소좌 이광일(이현욱)을 속여 결혼을 약속하고, 독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은밀한 계획을 세운다.
넷플릭스의 새 시
[OTT 리뷰] ‘도적: 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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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어릴 때부터 변희봉 선생님의 팬이었다. 변희봉 선생님은 당시 사극과 현대물을 가리지 않고 많은 드라마에서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조연으로 나왔다.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배우였다. <수사반장>에서 사이비 종교 교주, 이른바 ‘할렐루야 교주’로 나왔을 때나 점쟁이로 나온 일일 사극 <안국동 아씨> 등, <조선왕조 오백년–설중매> 편에서 유자광으로 나오면서 유명해지시기 훨씬 이전부터 나는 변희봉 선생님의 광팬이었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시나리오를 쓸 때 반년 넘게 잘 풀리지 않아 고전을 거듭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변희봉 선생님이 연기한 경비 아저씨 캐릭터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 지하실 공간과 경비원 캐릭터가 만들어지면서 이야기가 급속도로 구조를 찾게 되고, 어릴 적부터 내가 너무 좋아하던 변희봉 선생님을 아파트 경비원으로 모시면 어떨까 하는 발상을 하면서 시나리오가 풀리게 된 것이다. 변희봉 선생님, 경비원 캐릭터 덕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기억하는 배우 변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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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희봉이 9월18일 별세했다. 향년 81살.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완치 판정을 받았던 췌장암이 재발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많은 영화인들이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변희봉은 1965년 MBC 성우 공채 2기로 데뷔했다. 배우로서 처음 주목받은 계기는 <조선왕조 오백년–설중매>. 조선 초기 문제적 인물이었던 유자광을 안방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시킨 그는 “이 손 안에 있소이다” 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키며 그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인기상까지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변희봉이 MBC의 공무원처럼 무수한 작품에 얼굴을 비추던 시절부터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포함해 봉준호 감독은 무려 네 작품을 변희봉과 함께했고,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속 이름을 ‘희봉’이라 지을 만큼 각별한 존경심을 품었다. 봉준호 감독과의 협업 이후 충무로는 변희봉
[추모] 열정이 꽃피운 연기, 배우 변희봉 (1942. 6. 8 ~ 202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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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개최영화제연대(가칭, 이하 영화제연대)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2024년 영화제 지원예산 삭감 철회를 지지하는 2차 연명을 9월21일 발표했다. 지난 9월13일 1차 공동성명을 낸 데 이어 부산·전주·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한 영화제 총 56개, 단체 117곳, 개인 2249명(영화인 1114명, 관객 1135명)의 참여로 2차 연명을 마감했다. 9월 국회에 제출된 2024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영진위 예산에서 영화와 관객을 매개하는 국내외영화제육성지원사업 예산이 올해의 절반 수준인 약 28억원으로 삭감, 국내·국제 영화제를 통합해 기존 40개 지원에서 20여개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변화가 영화창작, 영화배급, 영화문화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화됐다.
영화제연대는 공동성명을 통해 “2024년 영진위 영화제 지원 예산 50% 삭감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라며 “지원 예산을 복원하고 영화제와 영화문
2024 문체부 예산안에 반발 거세져, 영화제 연대의 3차 연명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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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이 토크룸에서 개봉작 감독, 배우들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토크룸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 라이브 방송입니다. 생방송이 끝난 뒤에도 <씨네21> X 계정(@cine21_editor)과 유튜브 채널(@cine21tv)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폭로>하기까지
홍용호 감독은 눈길 가는 이력의 소유자다. 현직 변호사인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공부한 후 <증인> <침묵> 등 법정 신이 중요한 작품의 각색에 참여했고,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린 데뷔작 <폭로>를 내놓았다. 한 법조인에 관한 짧은 기사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는 그는 영화의 도입부를 깔끔히 요약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처음 만났을 때, 의뢰인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거기서 출발하는 영화입니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피고가 된 윤아 역은 유다인 배우가
[토크룸] ‘폭로’ 토크룸 라이브,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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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글이 안 써진다. 소질이 없는 걸까, 적성에 안 맞는 걸까. 가슴으로 써야지 하다가도 마감이 다가오면 어느새 가슴이 아니라 손가락이 자동기술하고 있다. 다른 작가들은 어떨까. 마감과의 씨름은 글 쓰는 자들의 숙명이지 싶어 올해 산문집을 출간한 세명의 작가들- <또 못 버린 물건들>의 은희경, <이적의 단어들>의 이적,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의 박상영- 에게도 질문을 던져보았다. “글이 안 써질 때 나를 책상 앞에 앉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요?” 1995년에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을 발표하고 지난해 100쇄를 찍은 베테랑 소설가 은희경은 “안되는데 붙잡고 있지는 않는다”면서 환경을 바꾸고 몸을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상영 작가의 대답도 끄덕끄덕 공감하기 충분했다. 나를 충격에 빠뜨린 대답의 주인공은 이적이다. 과거 <씨네21>에 ‘이적표현물’을 연재하기도 했던 뮤지션 이적은 글이 안 써질 때가 “없다”
[이주현 편집장] 나만 좋자고 이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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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예산 편성 결과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의 예산이 아예 사라졌다.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 8억원,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 4억원이 하루아침에 0원이 된 것이다. 충격적인 사태를 맞이한 각 지역의 독립영화협회를 대표하는 지역영화 네트워크에서는 9월12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의 요구는 두 가지다. “1. 영진위 지역영화 관련 사업을 원상 복구하라. 2. 일방적인 사업 폐지와 예산 삭감을 철회하고 지역 영화문화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라.” <씨네21>에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목소리를 듣고자 강원, 대구, 인천, 전북 네 지역의 독립영화협회 대표를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사안은 단지 지역영화에 대한 예산이 사라진 것을 넘어 지역 그리고 영화문화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단적으로 드러낸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와중에 8월 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도
[인터뷰] 지역영화 활성화 사업의 성과를 보라, 지역 독립영화협회 대표 4인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