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곳>의 유진은 선배 창석(연우진)의 소설 출간을 돕는 편집자다. 시종 시니컬함을 유지하면서도 과거의 상실을 거리낌 없이 창석에게 털어놓는 인물이다. <대자보>로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한 후,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기까지 배우 윤혜리가 달려온 시간에 관해 물었다.
반짝이는 사람 유진은 과거에 큰 상실을 경험했는데도 사람이 피폐하지 않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모습이 억척스럽지 않고 반짝이더라. 그런 지점에 매력을 느꼈다.
아이유 가수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특히 아이유는 내게 ‘테스형’ 같은 존재다. 지혜를 구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과 작품에서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니 너무 좋지 않나. (웃음) 출연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 김종관 감독님이 추천해준 책이다.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뛰어나 유진 연기의 디테일을 채우는 데에 도움이 됐다.
시니컬함 대본상에는 유진이 시니컬하다는 힌트가 없었다. 다만 아직 내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에 서툴다보니 내 성격이나 말투가 유진에게 많이 녹아들었다.
‘했더군요’라는 말투 유진이 사용하는 특유의 낯선 어미가 있다. 감독님은 바꿔도 된다고 하셨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싶어서 사전에 연습을 많이 했다.
솔직한 대화 오랜만에 만난 창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 건, 유진의 특성이라고 해석했다.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방식으로 나름의 친근감을 표한 거다.
창작의 즐거움 창석을 예전에 좋아했던 선배로 설정하고 연기했다. 과거여도 사랑의 감정이 섞였던 관계가 더 흥미롭지 않나. 연기에도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평소 시나리오에 없는 설정도 세밀하게 정해두는 편이고, 그런 과정을 즐긴다.
<대부>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대학에서도 음악을 전공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대신 그때 들은 영화과 수업이 재밌었다. 특강 때 조한철 배우가 <대부>를 틀어주며 “대사뿐만 아니라 제스처도 고급 연기 기술”이라고 얘기한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다.
K팝 전문 DJ 어릴 때부터 라디오 DJ가 꿈이었다. 나중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같은 전문 음악 DJ를 해보고 싶다. K팝 아티스트들의 역사도 공부 중이다.
박재범, 지코, 자이언티 나의 리더들. (웃음) 내게 힘을 주고 나를 지탱해주는 존재들이다. 오디션 때 자신감이 필요하면 지코, 엉뚱함이 필요하면 자이언티의 음악을 듣는다. 박재범은 음악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에디 레드메인 롤모델이다. 그런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셜록 홈즈 <BBC> 드라마 <셜록>의 셜록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머리가 그렇게 좋은데 태양계 시스템을 모르지 않나.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빈틈이 매력적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간호사 시즌1에서 흉부외과 간호사 소이현을 연기했다. 함께 일하는 김준완 교수(정경호)가 굉장히 까칠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는 애정을 깔고 대사를 했다. 이것 역시 내가 만든 설정이다. (웃음) 현재 시즌2 촬영 중이다.
31 올해 31살이 됐다. 내 삶의 재미만큼 누군가에 대한 책임감도 마땅히 껴안는 30대를 보내자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너무 심각해지진 않으려 한다. (웃음)
Filmography
영화 2021 <아무도 없는 곳> 2019 <기생충> 2018 <계절과 계절 사이> <아워 바디> <한낮의 피크닉> <우리 지금 만나>2017 <대자보>
드라마 2020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슬기로운 의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