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정의는 스무살이 됐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동생 말순이 손을 잡고 홍길동을 쫓아다니던 동이가 어느덧 이만큼 자랐다. 독립영화 <소녀의 세계>와 <히치하이크>에서 보여줬던 풋풋한 미소와 예리한 눈빛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역배우 경력 10년. 신인 아닌 신인 노정의가 10대의 마지막 영화로 <내가 죽던 날>을 만났다. 김혜수, 이정은과 함께 주연을 맡은 <내가 죽던 날>은 자살로 추정되는 세진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노정의가 연기하는 세진은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돼 외딴 섬에서 생활하며 경찰의 보호를 받는 10대 소녀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애틋한 세진과 달리 현실의 노정의는 연기가 마냥 좋은 싱그러운 스무살이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롱 패딩을 입고 나타나 “며칠 전에 과 패딩을 받았다”며 웃던 노정의는 “연기력과 인성, 모두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내가 죽던 날>에 욕심이 났던 이유는 뭔가.
=김혜수 선배님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주변 아역 친구들도 모두 하고 싶어 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1차 오디션은 마음을 비우고 봤다. 1차 합격 소식을 듣고 난 뒤 욕심이 생겼다. 또 10대 소녀의 이야기가 중심인 작품이 별로 없는데 <내가 죽던 날>은 세진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어서 좋았다.
-김혜수, 이정은 배우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
=감독님과 사무실에서 대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이정은 선배님이 오셔서 그때 처음 뵀다. <기생충>이 개봉했을 때라 연예인 보는 느낌이었다. 선배님과 가볍게 대사를 맞춰보는데 그 자리에서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났다. 대사 한마디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어떻게 상대방의 감정을 그렇게 훅 끌어당겨 몰입하게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놀라웠다. 김혜수 선배님은 최종 오디션 때 처음 뵀고, 이후 전체 대본 리딩 때 다시 만났다. 정말 멋있었다. 선배님이 리딩하는 순간 ‘아,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내가 죽던 날>의 세진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잃고 외딴 섬마을에서 홀로 지내게 된다. 세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나.
=세진은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잃는다. 가족도 잃고 의지했던 주변 사람도 잃고. 그 상실감에 집중하면서, 상실로 인한 상처를 잘 표현하려 했다. 세진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꼭 사람을 잃지 않더라도 상실감은 느낄 수 있으니까.
-세진은 절벽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다. 세진이 돼 절벽에 섰을 때의 마음은 어땠나.
=쓸쓸했다. 세진이 오죽했으면 거기까지 갔을까 싶었다. 그런데 세진이한테 절벽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세진은 해질녘의 아름다운 노을을 본다. 나 역시 평소에 바다나 한강을 생각 없이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세진이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혼자라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그런 풍경을 보며 풀지 않았을까? 세진은 삶을 포기하려고 절벽에 간 걸 수도 있고, 살려고 간 걸 수도 있다.
-올해 스무살이 됐다. 맨 처음 뭘 해보고 싶었나.
=친구들과 해외여행 가기. 그리고 기차여행 하기.
-데뷔한 뒤 공백 없이 쭉 연기했다.
=좋아하니까 가능했던 일이다. 어린 마음에 친구들과 놀고 싶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연기하는 게 더 좋았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가 옆에서 잘 돌봐준 까닭에 사춘기도 요란하지 않게 보냈고, 일찍부터 연기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대학을 배경으로 한 청춘 드라마 <디어엠>을 촬영 중이다.
=또래 배우와 편하게 즐기며 연기하고 있다. 쉬는 시간에도 다 같이 쉴 새 없이 대화하고, 카톡방에서도 쉴 새 없이 대화하고. <디어엠>에선 대학 응원단의 센터이자, 털털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를 연기한다. 보는 사람들의 연애 세포를 자극하는 역할이다.
영화 2020 <내가 죽던 날> 2018 <소녀의 세계> 2017 <히치하이크> 2016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2015 <더 폰>
드라마 2020 <18 어게인> 2019 <위대한 쇼> 2019 <킬잇> 2017 <오하라> 2014 <피노키오> 2012 <마의> 2011 <총각네 야채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