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극장 재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 <버라이어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장기화에 따라 초반부터 우려됐던 미국 영화산업 내의 경제적 손실이 연쇄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11월로 개봉이 연기됐을 때만 해도 상반기는 힘들겠지만 하반기가 되면 블록버스터들이 개봉해 극장을 비롯한 영화산업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007 노 타임 투 다이>는 2021년 4월로, <블랙 위도우>는 2021년 10월로 각각 개봉을 연기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개봉 연기가 발표된 지난 10월 5일, 미국, 영국, 유럽에 리갈 시네마 극장 787개(미국 내 536개)를 보유한 시네월드 체인은 미국과 영국 내 리갈시네마 전 지점의 임시 폐업을 발표했다. 시네월드의 무키 그레이딩거 CEO는 팬데믹이 완화되어도 정상화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몰라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영화관이 영업을 다시 시작할 때의 손실이 폐업할 때보다 클 것이라는 계산이었으며, 영화관이 관객을 받을 수 있게 되더라도 새로운 개봉작이 없다면 지속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시네월드의 임시 폐업 결정으로 3만7482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2020년 10월 15일 기준, 미국 전역에서 실내 영화관의 영업이 허가되지 않은 주는 뉴멕시코주와 뉴욕주뿐이다. 다른 주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지역별로 영화관 운영을 허가해왔다. 영화관 영업이 재개됐다고는 하지만 입장객을 수용할 수 있는 전체 인원의 25~75% 등으로 제한을 두고 있어 영화관 수입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다. 캘리포니아주는 제한적으로 영화관 개관을 허용했지만 가장 많은 수의 극장이 자리하고 있는 LA카운티는 실내 영화관의 운영이 아직 허용되지 않았다.
미디어 분석가인 리치 그린필드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대도시인 뉴욕과 LA의 영화관이 운영되지 않는 이상, 블록버스터 개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 팬데믹이 시작되자 스튜디오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개봉하거나(<트롤: 월드투어> <뮬란>), 상황이 좋아지는 것을 기다리는 두 가지 선택을 내렸는데, 대부분의 스튜디오들은 블록버스터 개봉을 미루는 것을 결정했다. 극장과 스튜디오 사이의 수익배분율 50:50보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수익배분율이 높음에도 극장 개봉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정은 결과적으로 극장산업과 산업의 근로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상황을 목도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미국 내 많은 영화관들은 ‘시네마세이프’라는 코로나19에 맞춘 영화관 안전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관객과 극장의 직원들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수는 그러한 노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피아 코폴라, 리 대니얼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할리우드 감독들이 합심하여 백악관에 보낸 서신에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소 규모 극장의 69%는 문을 닫게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10월 23일을 시작으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들의 극장 개봉이 재개된다. 이십세기폭스의 <엠티 맨>(10월 23일),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프리키>(11월 13일), 소니의 <해피스트 시즌>(11월 25일), 파라마운트의 <커밍 2 아메리카>(12월 18일), 워너브러더스의 <원더우먼1984>(12월 25일) 등이 2020년의 라인업이다. 팬데믹 이후 디즈니의 첫 극장 개봉작은 2021년 3월 개봉하는 <라야 앤 더 라스트 드래곤>이 될 예정이다. 극장 운영이 정상화된 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입장료의 상승이다. 상승된 입장료에 대한 보상으로 영화관 부대시설 이용과 서비스에 있어서도 업그레이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