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채프먼과 톰 크루즈(왼쪽부터). 사진제공 EVERETT
자유분방한 카메라워크 덕분에 ‘거리의 시인’(The poet of sidewalks)으로 불렸던 촬영감독 마이클 채프먼이 현지시각 9월 20일 울혈성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살. 마이클 채프먼의 배우자이자 영화감독 에이미 홀든 존스는 페이스북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소식을 알렸다. 1970년대 미국 뉴웨이브의 주요 인물 중 한명이었던 마이클 채프먼은 카메라워크와 속도 조절을 통한 특유의 리듬을 창조해내며 최고의 촬영감독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택시 드라이버>(1976), <라스트 왈츠>(1978), <분노의 주먹>(1980)에서 마이클 채프먼과 함께 작업했던 마틴 스코시즈 감독 역시 <인디와이어>와 인터뷰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택시 드라이버> 이후 마이클이 ‘거리의 시인’으로 알려졌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 말이 정확한 것 같다. 마이클의 카메라를 통해 이뤄지는 영화와의 관계는 친밀하고 신비스러웠다. 훌륭한 예술가였던 그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게 슬프다.”
1935년생인 마이클 채프먼은 대학 졸업과 함께 광고의 보조촬영으로 경력을 시작한다. 얼마 뒤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당대 최고의 촬영감독으로 손꼽히던 고든 윌리스 밑에서 함께하며 결정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대부>(1972)를 비롯해 고든 윌리스가 맡은 작품의 제1조수로 활약한 마이클 채프먼은 이윽고 1973년 할 애슈비 감독의 <마지막 지령>을 통해 촬영감독에 데뷔한다. 이후 <택시 드라이버>를 시작으로 마틴 스코시즈와 호흡을 맞춘 채프먼은 독특한 카메라워크로 명성을 얻었으며 1981년에 <분노의 주먹>으로 미국영화평론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사실 채프먼은 여러 스타일에 능수능란한 감독이었고 필립 코프먼, 마틴 리드, 로버트 타운, 이반 라이트먼 등 여러 감독과 작업하며 다채로운 색을 보여줬다. 1983년 톰 크루즈 주연의 스포츠영화 <야망>을 통해 연출 데뷔를 하기도 했다. 그 뒤로도 촬영감독으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발휘하여 2003년 미국영화감독협회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거리의 시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영화라는 이름의 시는 영원히 관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안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