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무슬림 소년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엄마, 누나와는 사이가 좋지 않고, 학교 수업엔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사춘기의 아메드가 몰두하는 것은 오직 ‘진정한 이슬람교도가 되는 것’으로, 이 때문에 그는 청결과 기도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또한 아메드는 이웃의 이슬람 지도자 이맘(오스만 모먼)의 영향을 받아 종교 극단주의에 점점 빠져든다. 한편 아메드의 돌봄 교실 선생님 이네스(메리엄 아카디우)는 노래로 아랍어를 가르치려 하고, 이를 알게 된 이맘은 예언자의 신성한 언어를 노래로 가르치는 것은 신성모독이라며 이네스를 배교자라고 비난한다. 이맘에게 세뇌당한 아메드는 이네스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된다. 아메드의 극단적 믿음이 점점 더 깊어지던 어느 날, 아메드는 이네스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녀를 찾아가지만 실패한다. 이후 소년 교정 시설에 들어가 농장에서 일손을 돕던 아메드는 또래 소녀 루이즈(빅토리아 블럭)를 만나 낯선 감정을 경험한다.
<소년 아메드>는 벨기에의 대표적인 시네아스트 다르덴 형제 감독의 신작이다. 2019년 제72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로, 벨기에에 살고 있는 무슬림 소년 아메드가 주인공이다. “주변을 돌아보고, 세계를 관찰하며, 현실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늘 생각해왔다”는 그들의 말처럼 그간 소매치기, 실업자, 이민자 등 우리 사회 주변부 인물들에 주목해온 다르덴 형제였기에, 새 영화에서 유럽 사회의 무슬림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일견 새로우면서도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다가온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방식에 대해 지역사회 내의 무슬림 학부모들이 모여 토론하는 장면은 무슬림 디아스포라의 현실적 고민을 드러내고, “신은 위대하다”라는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함께 자신만의 처단을 시도하는 13살 소년의 맹목적인 모습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만연한 광기 어린 테러의 공포와 충격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폭행 사건에 연루된 인물의 과거사나 사연보다는 사건 이후의 상황에 관심을 둔다. “우리는 어떻게 한 사람이 광기에 물들고 급 진화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단 개인이 자신의 광기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의 문제에 주목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아메드와 같은 이들을 대상으로 현대사회가 고안한 제도적 시스템(소년 교정 시설) 안에서 인물이 보여주는 언행에 주목한다. 그리고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언제나 그러하듯, 카메라는 건조하고 무정하게 인물을 포착한다. 카메라가 담아내는 것은 무표정의 가면으로 스스로를 숨기고 있는 아메드이지만, 관객은 굳어 있는 그의 표면 아래 내적 혼란이 어지러이 산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메드가 믿고 의지하던 이는 그를 냉정하게 거부하고, 엄마와의 대화는 무력감을 불러일으키며, 아메드는 때로 의심의 대상이 되고, 계획은 허무하게 무산되며, 또래 소녀 루이즈와의 만남은 낯선 감정과 새로운 질문을 유발한다. 그 과정에서 선과 악, 영웅과 악당, 정의와 불의의 경계는 흐트러지고, 아메드는 어떠한 믿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혼란의 시간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쉽지 않았지만 아메드와 같은 어린 급진주의자들이 느낄 법한 어둠과 외로움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소년 아메드>는 극단적 사상에 물들어 있는 오늘날 수많은 이들의 깊고 어두운 내면세계에 감독만의 방법으로 접근해본 결과다. 판단이나 대안보단 고민과 응시를 중심으로 한 접근법이다. 마지막 시퀀스의 작동 방식이 감독의 지난 영화의 되풀이라거나 다소 형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순간의 희미한 가능성을 헤아려보는 감독의 마지막 시선은 나름의 질문과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아메드를 연기한 이디르 벤 아디를 비롯해 메리엄 아카디우, 오스만 모먼, 클레어 보드손 등 출연진의 연기가 조화를 이룬다. 핸드헬드와 롱테이크 등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영화적 긴장감과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CHECK POINT
칸의 선택
<소년 아메드>는 2019년 제72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다.‘칸이 사랑하는 거장’으로 불리는 다르덴 형제 감독은 지금껏 칸 영화제에 8편의 영화로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디르 벤 아디
영화의 주역 이디르 벤 아디는 주인공 아메드 역할을 안정감있게 소화했다. 배우 경력이 전무한 그는 벨기에에서 2005년에 태어나고 자란,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비디오게임을 좋아하던 평범한 소년이었으나 종교적 광기에 휩싸여 범죄를 저지르는 아메드라는 인물을 눈빛과 표정, 말투와 몸짓을 두루 활용해 감명 깊게 표현했다.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21번 2악장이 흐른다.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21번은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828년에 작곡된 피아노소나타 3부작 중 마지막 곡으로, 2악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르덴 형제 감독의 전작 <자전거 탄 소년>(2011) 속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2악장만큼이나 여운을 남기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