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되는 현장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10명 내외의 손님만이 대기 끝에 스토어에 입장할 수 있었다.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진열대 아래로 수십권의 <씨네21> 과월호들이 상자에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지웅 프로파간다 실장은 진열대의 잡지가 판매될 때마다 다른 표지의 <씨네21>로 빈칸을 메웠다.
영화 포스터에서 굿즈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으로 관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는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마다 컨셉무비숍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를 운영한다. 5월 30일에는 창간 25주년을 맞은 <씨네21> 특집이 열렸다. 이날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펼쳐진 시네마 스토어에는 프로파간다의 수많은 굿즈를 비롯해 <씨네21> 과월호는 물론 <씨네21>에서 내놓았던 공중전화카드, 배지, 문구세트 등 추억의 굿즈들도 마련되었다. 과월호는 모두 5천원 균일가에 판매되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보고 한석규 배우의 팬이 되었다는 최지원씨는 한참 뒤진 끝에 한석규 배우의 표지를 발견했다. 이 순간을 위해 오전 8시부터 프로파간다 문 앞에서 기다렸단다.
<해피 투게더>에 나온 이구아수폭포 램프는 모든 방문객의 걸음을 한번씩 멈추게 했다. 실제 영화에 쓰인 램프로, 정태진 모인그룹 대표의 소장품이라고.
무려 오픈 5시간 전인 오전 6시50분부터 기다렸다는 익명의 1번 손님이 <화양연화>로 한국을 찾은 양조위와 장만옥이 표지를 장식한 과월호를, 오전 8시부터 기다렸다는 최지원씨가 한석규 배우 표지가 실린 과월호를 구입했듯, 인기를 끈 잡지는 단연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의 것들이다. 최지웅 프로파간다 실장은 “1990년대 잡지를 굿즈처럼 구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최근 각각 드라마 <하이에나>와 <부부의 세계>로 젊은 팬층이 커진 배우 김혜수와 김희애 팬들의 문의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인물보다는 작품에 꽂힌 이들도 있었다. 주로 <파이란>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멜로 명작들이 팬들의 마음에 오래 박혀 있었다. 이보미씨는 올해 초부터 <파이란>과 관련된 모든 것을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며 <파이란>에 출연한 공형진 배우의 인터뷰가 담긴 과월호를 구입했다. 이 밖에도 집에 장식해두기 딱이라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표지를 구매한 손님, 데뷔 초의 전지현 배우가 너무 예쁘다며 한참을 진열대 앞에 서 있던 손님 등 이날 하루 총 300명이 스토어를 다녀갔다. 프로파간다 직원들이 손수 번호표를 넘기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한 후 10명씩 손님을 입장시킨 결과라는 점에서 더 뜻깊은 숫자다. 질서를 지키며 영화를 향한 사랑을 보낸 방문객들처럼, <씨네21>도 계속해서 영화와 영화인, 그리고 그 팬들의 곁에 있어야겠다.
러시아어 알파벳으로 변주를 준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의 라이트박스.
스토어 한편에서는 장국영의 콘서트 실황과 그의 출연작들이 상영되었다. 그 뒤로 <씨네21>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차승원 배우가 <영웅본색>을 오마주했던 표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