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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작은 희망
장영엽 2020-02-28

세계의 풍경이 디스토피아로 변하는 건 한순간이구나 싶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지난 1주간 영화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며 전례 없는 위기가 닥쳐왔음을 느낀다. 2월 마지막 주말 극장을 찾은 관객이 전국 70만명 이하로 급락한 한편, 주초의 일일 관객수는 7만명대를 기록했다. 이는 사실상 역대 최저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번주 국내뉴스 기사에서 자세히 소개했듯, <사냥의 시간> <이장> <> <후쿠오카> <결백>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페어웰> 등의 개봉예정작은 행사를 취소하고 극장 개봉을 연기했으며 한국영상자료원, 서울아트시네마, KT&G상상마당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이외의 주요 상영시설들은 임시 휴관을 결정했다. 그동안 여타의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극장만큼은 큰 차질 없이 운영되어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의 불황이 향후 충무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9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한국 영화산업의 전체 매출 가운데 극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이른다. 다시 말해 극장이 흔들리면 영화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당장은 알 수 없으나, 지금의 국면이 언젠가 마무리된다 해도 올해 상반기 극장 매출의 타격은 향후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영화 제작과 사업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머지않은 미래 극장가에서는 개봉을 미룬 영화들과 올해 안으로 개봉을 준비하던 영화들의 배급 전쟁이 예상된다. 가장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건 공동의 협업으로 완성된 영화라는 집단의 관람 문화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없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따로 또 같이 누리며 애정해왔던 극장에서의 체험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2020년 2월을 떠나보내는 지금, 깊은 상실감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을 꺼내보자면, 결국은 콘텐츠의 힘이 다시금 우리 모두를 극장으로 인도할 거라 믿는다. 5년 전인 2015년 5월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했음에도 여름 시장에서 <암살>과 <베테랑>이라는 두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듯,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지는 한국영화의 힘을 <씨네21>은 믿고 응원한다. 더불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영화계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심층 취재한 기획기사를 다음호부터 선보일 예정이니 주의 깊게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심란한 이야기를 한참 했지만, 독자 여러분에게 전할 반가운 소식도 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3명의 취재기자가 <씨네21>에 합류했다. 배동미, 조현나, 남선우 기자가 그들이다. 출근 첫주부터 다양한 지면의 기사를 마감한 신입·경력기자의 글솜씨는 이번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씨네21>에 새로운 팀이 신설되었다. 온라인·동영상 플랫폼과 SNS 계정을 전담하는 뉴미디어팀이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당시 칸국제영화제 라이브방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씨네21>의 취재 영역을 다방면으로 넓혀왔던 김현수 기자가 뉴미디어팀을 이끌 예정이다. 새로운 <씨네21>이 만들어나갈 변화를 응원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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