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동독의 피터(프리드리히 무케) 가족은 자유를 찾아 서독으로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의 계획은 다름 아닌 열기구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 피터 가족은 재봉틀을 이용해 열기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비밀경찰의 엄중한 경계를 피해 겨우 시도한 첫 번째 탈출은 미처 대비하지 못한 구름과 습기 등의 문제로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밀경찰은 피터 가족이 남기고 간 탈출 시도의 흔적을 따라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더욱 냉혹해진 국가보안부의 감시 속에서 피터 가족은 같은 목표를 가진 이웃 귄터(다피트 크로스) 가족과 힘을 합쳐 다시 열기구를 제작한다.
<벌룬>은 냉전기 동독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76년부터 1988년까지 약 3만8천명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탈출하려다 실패했으며 그중 462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오프닝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었던 당대 시민들의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화는 이같은 시대적 긴장과 불안을 침착하게 묘사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국내 관객도 적당히 몰입할 수 있는 차분한 톤의 영화이지만 착실함 이상의 영화적 매력을 기대하는 이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다. 동일한 실화를 기반으로 할리우드의 델버트 만 감독이 <심야의 탈출>(1981)을 만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