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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②] 11위 이후의 영화들 <파수꾼> <철의 꿈> <김군>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송경원 2020-03-12

멋진 영화가 너무 많다

<파수꾼>

때론 무엇을 선택했느냐보다 무엇이 선택받지 못했느냐가 진실을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때가 있다. 2010년대 한국영화를 정리하면서 10편의 영화로 압축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모한 짓이다. 이야기할 영화는 너무 많고, 영화는 본래 성적순 줄 세우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굳이 이 작업이 필요했던 것은 재발견을 위해서다. 어떤 영화들은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고, 지나고 나면 가치가 더욱 깊어지는 것들도 있다. 때문에 비록 10편 안에 들지 못했지만 반드시 기억되고 회자되어야 할 영화들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를 덧붙이려 한다.

그동안 <씨네21>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2010년대에도 해마다 한편씩 거르지 않고 그해의 베스트 목록에 올랐다. 2010년 <옥희의 영화>와 <하하하>, 2011년 <북촌방향>은 특히 2010년대의 문을 여는 영화로서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이후로도 2015년까지 홍상수 영화는 늘 그해의 베스트 1위에 오르는 위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 꾸준함이야말로 작가 홍상수의 힘이다. 하지만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 홍상수의 세계는 좀더 개인적인 내면으로 파고드는 것처럼 보이며 이에 따라 <씨네21>의 열띤 고백도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치열하게 각축을 벌인 영화 중 꼭 언급해야 할 작품은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2010)이다. 2019년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한국 독립영화의 부활을 알린 결실이라면 <파수꾼>은 2010년대 한국 독립영화의 흐름을 결정지은 시금석이라 할 만하다. <파수꾼> 이후 학교폭력의 상처, 청소년들의 방황으로 요약되는 영화들이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았다. 더불어 독립영화에서 빼어난 활약을 선보인 배우 혹은 감독들이 대중영화에서 주목받고 성장하는 방식도 하나의 패턴으로 정착된다. 2020년의 시작을 앞두고 2010년의 <파수꾼>을 되돌아보면 새삼 한국 독립영화가 얼마나 치열하게 생존했고 얼마나 멀리까지 걸어와 시대와 호흡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독립영화가 산업적으로 주춤하고 마치 예산이 적은 대중 상업영화인 양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을 때, 대안처럼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 다큐멘터리들이다. 흥행과 별개로 한국 다큐멘터리영화들은 다양한 소재와 시의성 있는 탐색, 그리고 감독 개개인의 색깔이 살아 있는 결과물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비록 시의성과 파급력을 고려하여 <두 개의 문>(2012)을 10위 안에 선정하긴 했지만 그 밖에도 기억해야 할 다큐멘터리들이 적지 않다. 박경근 감독의 <철의 꿈>(2013), 정윤석 감독의 <논픽션 다이어리>(2013)와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7), 강상우 감독의 <김군>(2018) 등은 반드시 기억되고 재발견되어야 할 영화들이다.

그 밖에도 역사를 현재화시키는 로컬 시네마의 가치를 증명한 오멸 감독의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2010년대 또 한명의 중요한 시네아스트 장률 감독의 <풍경>(2013), <경주>(2013),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 대중영화로서 빼어난 완성도를 선보이며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킨 장준환 감독의 <1987>(2017)과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2017), 여성영화, 여성서사의 전조를 알린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2014), 한국 장편 창작애니메이션 역사에 잊지 못할 획을 그은 오성윤 감독의 <마당을 나온 암탉>(2011) 등 미처 언급하지 못한 명작들이 즐비하다.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는 사실상 단절의 역사였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이 영화들과 함께한 10년의 무게를 이어받아 2020년의 문을 여는 중이다. 동시에 한해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만 평균 130편 남짓, 10년의 세월 동안 쌓인 방대한 작품들의 보물창고는 여전히 당신의 방문을 기다린다.

<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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