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화. 미국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위대한 영화를 선정해 정리한 비평집의 제목은, 영화가 위대하다는 고백처럼도 들린다. 로저 에버트의 아내이자 웹사이트 발행인인 채즈 에버트의 말에 따르면 “영화의 첫 1세기 동안 탄생한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두루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에서 출발하라”.
로저 에버트에 대해서 알든 모르든, 좋아하든 아니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4권의 책 목차를 보고 그중 몇 편의 글을 읽으며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영화사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걸작들(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과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 같은 영화들 말이다)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겠으나, 영화 팬으로서 더 눈길을 두는 글은 줄스 다신의 <리피피>, 노먼 주이슨의 <문스트럭>,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컨버세이션>, 존 바담의 <토요일 밤의 열기>, 롭 라이너의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가 등장할 때다. 이게 다가 아니다. 언제까지고, 이 책이 보여주는 영화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평론가의 시선으로 읽어낸 영화임을 선명하게 깨닫게 되는 대목들 역시 있다. 소피아 코폴라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언급하면서 “밥은 여러 해가 지나면서 결혼 생활과 아이들이 ‘힘겹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한다. 처자식은 그런 존재들이다. 우리는 그렇다는 걸 안다”고 쓰는 식이다. 빌 머레이의 연기를 칭송하면서 “세상에 그녀(감독 소피아 코폴라)처럼 운 좋은 감독은 드물다”고 덧붙이는 것 역시.
2003년과 2006년에 출간된 <위대한 영화> 1, 2권에 이어 저자가 2010년에 낸 3권과 유작인 4권이 동시 출간되어 총 4권에 이르는 컬렉션이 완성되었다. 4권 말미에는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긴 해설, ‘위대한 영화는 무엇일까: 로저 에버트의 글에 덧붙여’가 실렸다.
<샤이닝>과 스탠리 큐브릭
이 영화(<샤이닝>)는 유령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고립된 환경에 놓이기만 하면 엄청난 규모로 확장될 채비를 마친 광기와 에너지에 대한 영화다. (중략) 큐브릭이 스캣맨 크로더스가 등장하는 어느 테이크를 160번을 반복해서 촬영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것은 ‘완벽주의’였을까, 아니면 배우들이 또 다른 미치광이인 감독에 의해 호텔에 갇혔다는 것을 믿게 만들기 위한 심리 게임이었을까?(3권 3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