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은 <인생> <형제> 등의 소설을 쓴 중국 작가 위화의 산문집이다. 위화가 1998년과 1999년에 쓴 산문, 그리고 1994년에 있었던 인터뷰를 묶은 이 책은 문학(가)에 대한 글, 문학과 음악을 비교하는 글, 음악(가)에 대한 글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에서는 문학의 ‘선율’과 음악의 ‘서술’이라는 표현을 써 재치 있게 문학과 음악의 교차점을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위화의 산문집 중 일부를 번역하고 새롭게 제목을 지었다. 문학동네에서 2016년에 나온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라는 책에 원서의 나머지 글이 실렸다.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에 대해 말할 때, 사실은 자신의 예술적 성장배경에 대해 고백하거나 관심사, 혹은 역할모델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일 때가 종종 있다. 윌리엄 포크너, 루쉰, 보르헤스를 말할 때 그의 문장은 뜨거워지고, <천일야화>와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서술의 공통된 특성을 짚을 때는 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신곡>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기다림은 항상 짧지만 ‘아무리 작은 나비라도 똑같이 평생을 산다’는 말처럼 충만하다”는 대목은 위대한 문학 속 기다림의 주제를 함축하는 근사한 문장이다.
위화가 사랑한 음악쪽 이야기 역시 매혹적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의 서술’이라는 챕터는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와 피터 제르킨의 피아노로 듣는 브람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연주 이야기로 시작한다. 브람스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첫 번째 소나타를 1862년부터 65년까지 썼고, 그로부터 21년 뒤에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두 번째 소나타를 썼다. 이 글은 브람스라는 한 예술가의 삶을 돌아보는 여정으로 되어 있는데, 급변하는 시대에 인정받았다가, 고루하다는 평가를 받다가, 재발견되는 동안 오로지 “같은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방향이 틀렸는지 의심조차 해본 적 없었”다고 한다. “누구도 그의 작품에서 그의 과거를 느낄 수 없다. 브람스의 작품과 작품 사이에는 하룻밤의 간격만 느껴질 뿐, 길고도 긴 21년은 느껴지지 않는다.” 음악적 구조와 해석을 소설쓰기에 도입하는 일이 가능할까? ‘음악이 내 글쓰기에 미친 영향’이 다루는 화두가 그것이다.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은 문학과 음악에 대한 위화의 애정과 해석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읽다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독서 목록과 청취 목록을 만들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