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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가화만사성
2002-04-30

시사실/ 단편2편

■ Story

시 공무원인 남편, 대학생 아들이 있는 안국지씨네 가족은 별로 대화도 없고 소통도 거의 하지 않는다. 안국지는 곗돈을 받은 날 가족에게 써봐야 소용없으니 쌍꺼풀 수술을 하라고 부추기는 친구들의 말에 수술을 받는다. 또 길거리에서 짐을 들어준 룸살롱 호스트와 여관까지 가지만 그냥 나오고 만다. 아들은 여자친구와 유럽 배낭여행을 가려 부모를 조르지만 승낙을 얻지 못한다. 뇌물을 받고 한 마을을 묘지 부지로 선정했던 아버지는 반대 시위를 벌이던 마을 주민들에게 얻어맞는다. 세 식구는 오늘도 식탁에 둘러앉지만 거리감은 여전하다.

■ Review <냉장고>가 가족의 화목을 회복하는 이야기인 데 반해 <가화만사성>은 가족의 소통부재를 그린다. ‘집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다 잘된다’는 뜻의 제목인 ‘가화만사성’은 역설적으로 주제를 암시하는 셈. 행복한 가족의 표상인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을 잡은 카메라는 곧 시선을 돌려 가족의 면면을 보여준다. ‘보통’ 가정주부인 안국지씨는 쌍꺼풀 수술을 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밥을 먹지만 가족에게는 다래끼가 났다고 말만 하면 된다. 남편이나 아들은 사실확인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소통이 되지 않고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없는 씁쓸한 가족 이야기”라는 영화의 주제는 나중에 쌍꺼풀을 발견한 남편이 “당신, 원래 쌍꺼풀 있었어?”라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결국 라디오 방송에 거짓엽서를 보내며 윤시내의 <난 열아홉살이에요>를 신청한 안국지씨의 분홍빛 환상에 누가 돌을 던지랴. <가화만사성>은 유교적 연대감이 무너진 한국사회 가족의 현 주소에 대한, 소박하지만 재치있는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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