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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람차> 호리 하루나 -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8-08-30

“탈선이 아니라 열차에서 내린 거예요.” 자신의 인생이 기찻길을 벗어난 열차 같다고 푸념하는 <대관람차>의 우주(강두)에게, 하루나는 이렇게 말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열차에 몸을 싣기보다, 무엇을 타든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하루나는 마음의 상처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만큼의 단단함을 가진 여성이다. 그 여성을 연기하는 배우는 일본 독립영화계의 라이징 스타, 호리 하루나다. 단역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이 처음 경험한 상업영화라는 그녀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도전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신인배우다. 그녀가 <대관람차>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한국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한국엔 다섯번 정도 왔다. 처음 온 건 고등학생 때인데, 당시 우리 학교가 한일 교류를 맺고 있는 부천에서 5일간 홈스테이를 했다. <대관람차>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고등학생 시절 내게 홈스테이를 시켜줬던 한국 친구가 영화를 보러 와서 회포를 풀었다. (웃음)

-<대관람차>의 백재호 감독을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났다고.

=뉴커런츠 부문 상영작의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감독님은 <그들이 죽었다>라는 작품으로, 나는 <마지막 응원>이란 영화로 부산에 왔는데 언젠가 함께 영화를 해보자는 말을 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 감독님이 <대관람차>를 준비하러 오사카에 왔는데 내가 출연한 버거킹 CF를 봤다고 하더라. 감독님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로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언젠가 한국영화에 꼭 출연해보고 싶었기에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극중 이름이 본명과 같다. 영화 속 하루나와 실제 당신의 모습은 많이 닮았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있다.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망설이지 않고 저지르는 점이 닮았다. 반면 영화 속 하루나는 나보다 훨씬 자신의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하루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혹시 당시의 사고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이 있나.

=부천의 친구들이 내게 ’괜찮냐’고 묻고 많이들 걱정해줬다. 그때 많이 부끄러웠다. 같은 일본에 살면서도 제대로 아는 게 없어서다. 그래서 3·11대지진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후쿠시마에 갔다. 당시 목격했던 처참한 재해 상황에 대한 기억을 이번 영화를 연기할 때 많이 떠올렸다.

-<대관람차>는 음악영화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어떻게 연습했나.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지 기타를 만져본 적도 없다. 노래도 아마 출연진 중 내가 제일 못할 거다. (웃음) 실제로 뮤지션인 스노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분이 연주하는 모습을 슬로 버전, 보통 버전, 빠른 버전으로 찍어서 2주간 돌려보며 속성으로 연습했다. 하루나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연주할 때 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잠시 하루나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영화 속 하루나와 내가 완전히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대관람차>에서 극중 인물들은 모두 변화의 기점에서 있다.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

=중학생 때 연기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함께 참여했던 분이 나중에 감독이 되었는데,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무렵 트위터로 캐스팅 제안을 했다. 트위터를 개설한 지 단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라 신기했다. 그 작품이 나의 데뷔작인 <마지막 응원>이었는데 그 덕분에 부산에 초청되며 백재호 감독님을 알게 되었고 <대관람차>에 출연하게 되었다. 내게는 이 모든 과정이 변화의 기점이자 기적의 연속이었다.

-<어느 가족>에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아키(마쓰오카 마유)의 동료 하루미로 짧게 출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현장을 경험한 소감은.

=가장 좋아하는 감독님의 현장을 볼 수 있어서 자극이 되었다. 현장의 모든 배우가 그 캐릭터가 되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좀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좋은 배우와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영화 2018 <어느 가족> 2018 <대관람차> 2017 <킬러 튠 라디오> 2014 <마지막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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