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생크 탈출><그린 마일>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만든 <마제스틱>(2001)은 전작의 인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휴먼 드라마다. 매카시 열풍 속에서 공산주의자 색출이 한창이던 1951년 미국 할리우드. 데뷔작이 극장에 걸린 전도유망한 시나리오 작가 피터(짐 캐리)는 대학시절 오로지 마음에 드는 `여자 때문에' 따라갔던 서클이 “공산주의 조직”이라는 혐의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피터는 황당한 마음에 술을 마시고 밤늦게 차를 달리다가 사고를 당한다. 그가 실신했다가, 기억을 상실한 채 눈을 뜬 곳은 로슨이라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 대부분의 마을 주민은 세계대전에서 자식들을 잃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피터는 9년전 전장에서 실종됐던 해리의 아들 루크로 오인받는다. 해리는 `루크'와 함께 마을의 유일한 영화관 `마제스틱'을 재건하지만 어느날 피터는 우연히 기억을 되찾게 된다. 따뜻한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던 평범한 영화는, 피터가 의회에서 공산주의자였음을 `고백'하고 사면받기로 하는 후반부에 들면서 개인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민주주의 문제 등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터지는 플래시와 근엄한 의원들 앞에서 피터는 로슨의 잃어버린 청년들을 생각하며,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헌법이 몇몇 소수에 의해 손쉽게 파기될 수 없는 소중한 계약임을 호소한다. 정치적 이해를 위해 개인의 삶을 무더기로 짓밟던 50년대 미국의 모습 위에 색깔론으로 얼룩진 우리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재즈와 냇 킹 콜의 노래가 흐르는 사운드트랙도 멋지다. 26일 개봉.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