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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확장하기④] 난민 이슈를 다룬 영화 15선 Ⅲ
김현수 2018-08-08

‘타자’에서 ‘우리’로

<칸다하르> Kandahar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 제작국가 이란 / 제작연도 2001년

한때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무장 정치단체 탈레반 정권으로 인해 거의 모든 여성들이 사회적 활동을 금지당하고 부르카 뒤에 존재를 숨기며 살아야 했다. <칸다하르>는 수많은 국민이 난민이 되어 유럽 전역을 떠돌게 만들었던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나파스(닐로우파 파지라) 역시 난민이 되어 조국을 탈출했다가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여동생의 편지를 받고 그녀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조국을 탈출했던 나파스가 다시 끔찍한 억압과 고통의 세계로 돌아가는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의 시선처럼 침착하고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 세계 속에는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고 위태롭게 버티고선 어리석은 남성들만 남아 있다. 부르카를 뒤집어쓴 여성들을 거느리듯 살아가는 남성들의 일상 장면 등 거의 모든 장면을 통해 무너진 사회체제와 왜곡된 종교적 신념을 고발한다. 그중 지뢰 때문에 팔다리를 잃은 남자들이 헬기에서 떨어지는 구호물자를 가로채기 위해 목발을 짚고 일제히 사막을 질주하는 장면은 섬뜩한 인상을 오래 남긴다.

<르 아브르> Le Havre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 제작국가 핀란드, 프랑스, 독일 / 제작연도 2011년

마음씨 착한 영화라는 건 바로 이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르 아브르>는 프랑스의 항구도시 르 아브르를 배경으로, 밀입국한 흑인 난민 소년이 엄마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 가난한 남자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 보헤미안이자 투쟁에 앞장섰던 작가 마르셀 막스(앙드레 윌름스)는 야망을 포기하고 항구도시에 머물면서 구두닦이를 하며 살고 있다. 그의 일상은 불법 난민 이드리사(브론딘 미구엘)를 발견하게 되면서 달라지는데, 이제 그는 마을 경감 모네(장 피에르 다루생)의 눈을 피해서 이드리사와 병든 아내를 모두 보살펴야 하는 엄청난 상황에 직면한다.

영화는 한편의 서정적인 소동극을 통해서 유럽 사회가 처한 난민, 이민자 문제를 비롯해 사회 최하위층에 속하는 못 가진 자들을 함께 보듬는 법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면의 감동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영화의 배경인 르 아브르는 19세기 인상주의 화풍이 태동한 도시인데 작고 아담한 도시의 풍광과 소년을 지켜주려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씨가 잘 어우러진다.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

감독 알폰소 쿠아론 / 제작국가 영국, 미국 / 제작연도 2006년

인류 최후의 피에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은 한 세계의 종말과 또 다른 세계의 탄생을 교차해 보여주는 영화다. 망해가는 세계는 인류가 불임 바이러스에 걸려 더이상 출산을 할 수 없게 된 2027년의 미래, 그중에서도 특히 영국 사회가 배경이다. 인류 최후의 아기가 청년이 되기도 전인 20살 생일을 앞두고 사망하자, 인류 멸망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온다. 물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지 모른다는 믿음이 생겨나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망해가는 세계의 변두리, 마구간의 말구유 같은 곳에서 벌어진다. 미래의 영국 사회, 나아가 전세계 국가가 이민자와 난민을 자국민과 구분해 배척하게 된다면? 아마도 <칠드런 오브 맨>의 사회처럼 될지도 모르며, 생명의 위계와 경중을 따지는 인류에 주어진 마지막 자비로 인해 결국 종말과 동시에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목도하게 될지 모른다. 다가올 뉴월드에는 난민같은 단어가 존재하지 않게 될까. 작가 필리스 도로시 제임스가 1992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터미널> The Terminal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제작국가 미국 / 제작연도 2004년

<터미널>은 하염없이 사랑을 찾아 전세계를 떠돌던 여자 아멜리아(캐서린 제타 존스)와 오직 기다려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남자 빅터(톰 행크스)가 기적적인 사랑을 꽃피우는 러브 스토리를 다룬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꼭 봐야 할 계절영화 리스트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의 난민 이슈를 생각하며 영화를 되새겨보자. 주인공 빅터가 처한 상황은 지금 이 시대의 난민들이 겪어야 할 아픔을 정확히 비유해서 보여준다. 조국의 분열과 내전으로 국적이 일시 소멸된 탓에 “쇼핑만 할 수 있다”는 JFK공항 승강장에 갇혀버린 남자는 기회의 땅 입구 앞에서 소외되고 잊혀져가는 사람들과 함께 배척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법을 설파하게 되는 것. 그의 안위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하는 공항 관리국장 프랭크(스탠리 투치)를 통해 편견에 사로잡혀 난민 이슈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영화는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18년 동안 발이 묶여 있었던 이란 태생의 난민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의 자서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더티 프리티 씽> Dirty Pretty Things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 / 제작국가 영국 / 제작연도 2002년

영국의 뒷골목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불법 체류자와 난민들의 이야기. 법의 테두리가 보호하지 못하는 그들에게는 도시국가의 문명인으로서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불법 체류자 오코예(추이텔 에지오포)는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밤낮으로 일을 하는데 머물 곳이 없으니 차라리 일을 하는게 마음 편해 보인다. 터키 출신으로 망명을 신청한 난민 세나이(오드리 토투)는 일하지 않는 조건으로 런던 체류가 가능한 상태지만 이민국 직원들을 피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신분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세나이는 어떤 일을 하든 음흉한 악덕업자들의 표적이 되고, 오코예는 자연스레 범죄에 노출되게 된다. 영화는 이들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장르적인 결말을 향해 사건과 사건을 꼬아놓는다. 한편의 근사하고 통쾌한 탈주극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들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을 현실을 생각하면 쓸쓸한 제목의 여운이 더욱 오래 남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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