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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무해한 남자 대담에 부쳐
주성철 2018-05-18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에서 잔인무도한 남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손을 씻지 않는다. 표정부터 대사까지 굉장히 역겹게 처리됐다. 당시 그 장면에 대해 누군가 했던 얘기를 접하고는 데굴데굴 굴렀던 기억이 있다. ‘한국영화에서는 남자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손 씻는 것이, 오히려 그 남자의 비정상성을 보여주는 데 이용된다’는 요지의 얘기였다. 즉각적으로 <공공의 적>(2002)에서 돈 때문에 부모까지 살해한 사이코패스이자 펀드매니저인 규환(이성재)의 결벽증이 떠올랐다. 그러니 <효리네 민박2>의 박보검과 <윤식당2>의 박서준이 잘 씻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다. 그처럼 한국영화에서 ‘잘 씻고 깔끔 떠는’ 남자는 비정상적이거나 악한 남자인 경우가 많았다. 더럽고 무례하고 괴팍해도 클라이맥스에 가서야 기어이 그 ‘진심’을 드러내는, 더 나아가 ‘이런 나를 이해해줘’라며 관객에게 동정심을 강요하는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1156호에서 재밌게 읽으실 만한 기사는 이른바 ‘무해한 남자’ 대담이다. 최근 미디어에서 남자 연예인의 매력을 얘기할 때 종종 ‘무해하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정해인을 비롯해 박보검과 박서준에 이르기까지, 뭔가 지금 대중문화의 지형도 안에서 새로운 매력을 어필하고 있는, 지금 한국영화가 긴급 수혈해야 할 남성 캐릭터들에 대한 대담이다. 과거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에서 각각 최재성최민수와 비교해보다 여성 관객에게 어필했던 배우 박상원에 대한 얘기가 대담에 등장하는데, 듣고 보니 내가 동시대 대중문화에서 처음으로 그렇게 인지했던 남성 캐릭터가 바로 그였던 것 같다. 영화계로 보자면 긴 세월에 걸쳐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페어러브>(2009) 등에 출연한 안성기도 종종 그렇게 우리 앞에 나타났고, 박중훈의 뒤를 이어 충무로를 평정했던 한석규 또한 종종 그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지금 한국영화에 그런 남자들이 드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1994년 입대 전 남자배우 최초로 생리대 광고를 했던, 당시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였던 감우성도 이 명단에 더하고 싶다. 당시로서는 꽤 충격적인 뉴스였다. 그 뒤를 이어 생리대 광고를 했던 남자배우는 바로 고수다. 2001년 당시 모 스포츠신문의 ‘생리대 CF 거액계약 탤런트 고수, 성파괴 앞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하자면 “처음에 제안을 받고 망설였다. 하지만 내 팬들이 주로 여성인 만큼 그들을 이해하고픈 마음에서 승낙했다”는 게 <왓 위민 원트>스러운 그 기사의 요지였다. 같은 기사에서 전세계 각국 사회 여러 부문의 ‘성파괴’ 사례를 다뤘는데, “최근 유럽 마피아 조직에 2명의 여성 두목이 새롭게 등장”해 성파괴 풍조가 전세계적으로 퍼져가고 있다는 에피소드까지 다루고 있었다. 여러모로 세월이 무상한 회고담이다. 아무튼 흥미롭게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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