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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랑> 류선광 미술감독, “진짜를 구현하는 미술”

자연스럽게 예쁘다. <시인의 사랑>에서 두 가지 명제는 충돌하지 않는다. 대개 미술이 칭찬받는 영화들은 인위적으로 꾸민 세트나 촘촘한 장식 등으로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류선광 감독은 미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적인 미술을 구현하는 가장 단순한 방식이 있다. 주어진 조건하에서 가능한 한 사실을 재현하면 된다. 전구에 빛이 들어오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빛이 들어오게 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식보다 태도의 문제다. <시인의 사랑>은 저예산영화의 단점을 극복하려 하지 않았다. 단지 저예산이기에 가능했던 장점들을 살렸다. “상업영화는 의무적으로라도 보기 좋은 미술을 구현해야 할 때가 있다. 예산이 적은 영화는 있는 걸 그대로 살리려 노력한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더 리얼한 화면이 나오기도 한다.”

류선광 감독은 1998년 <카라> 미술팀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들였다. 애초에 특수효과 중 하나인 매트페인팅(실사 촬영이 어려운 영화 속의 특정 공간을 묘사하는 그림)을 배우러 입문했다가 의도치 않게 미술 파트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그게 도리어 폭넓은 기회를 제공했다. 조명, 연출, 미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경험을 쌓다보니 영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쌓인 것이다. 여러 작품을 거쳐 최근 TV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사실적인 미술로 새삼 주목받았지만 류선광 감독은 기본적으로 늘 하던 것을 했을 뿐이라 말한다. “영화와 드라마는 미술에 대한 접근이 처음부터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질적 차이를 거의 못 느낀다. 나는 내 일을 하러 온 사람이니 그 장점들을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 그게 드라마쪽에서는 관습을 파괴하는 일처럼 보이는 것도 같지만 오히려 판을 흔들고 바꾸는 작업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류선광 감독은 창조하고 꾸미는 게 미술작업의 2할이라면 관찰하고 구현하는 게 8할이라고 말한다. “현장에서 감독이나 촬영팀에서 ‘진짜 이래요?’ 라고 물으면 자극받는다. 예쁘게 채우는 게 아니라 진짜를 구현하는 미술을 잊지 않으려 한다.” 지금도 팀원이나 후배들에게 연출 공부를 하라고 하는 건 그 때문이다. 미술은 카메라와 분리된 작업이 아니기에 연출을 알면 현장의 움직임들이 보이고 그제야 미술의 역할도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는 결국 협업이다. 언젠가는 ILM(Industrial Light & Magic) 스튜디오와 같은 회사를 세워 여기저기 분산된 작업들을 통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현장을 포함해서 후반에서 완성도 있게 끌어가려면 소통의 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미술을 통해 선행을 베풀고 싶다. 누군가 영화 속 어떤 장면을 보고 희망을 얻거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면 그게 미술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행이 아닐까 한다.”

<철콘 근크리트>의 컨셉 아트북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엔 잡지 스크립이 익숙한 시절이었다. 발품 팔아 자료 찾으러 갔다가 발견한 책이 마쓰모토 다이요의 애니메이션 <철콘 근크리트>의 컨셉 아트북이다. 어마어마한 디테일이다. 작업에만 7년을 매달렸다는데 그 시간과 공이 묻어나 그림 한장도 허투루 볼 수가 없다.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일하기 싫을 때마다 꺼내 본다. 아직 이 정도로 못해봤는데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애니메이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이래저래 내게는 일종의 영양제이자 자극제인 셈이다.”

영화 2018 <로망> 미술 2017 <시인의 사랑> 미술 2013 <신촌 좀비 만화> 미술 2011 <영건 탐정사무소> 미술 2007 <싸움> 미술 2007 <황진이> 미술팀 2001 <두사부일체> 미술 2001 <라이방> 미술 드라마 2017 tvN <명불허전> 2017 tvN <비밀의 숲> 2016 tvN <내일 그대와> 2015 OCN <뱀파이어 탐정> 2015 tvN <오 나의 귀신님> 2014 tvN <일리 있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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