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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살과 모래>, 칸 최초 VR 설치 전시
김현수 2017-05-29

VR <살과 모래>를 체험하는 모습.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에마누엘 루베스키 촬영감독이 협업한 가상현실(VR) 영상 <살과 모래>(Carne y Arena)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공개됐다. 6분30초 분량의 인터랙티브 체험형 영상은 통제된 밀실에서 오큘러스 VR 헤드셋을 착용해야 관람이 가능한, 일종의 전시물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바벨>(2006)을 만들 때부터 이민자와 난민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를 고민해왔다. 최근 그는 ILM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를 작업하면서 드디어 VR 영상 작업을 할 수 있는 때가 왔음을 직감했고,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난민들을 표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만든 체험형 영상은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출신의 난민들이 산을 넘어 미국 국경을 통과하려다가 국경수비대에 붙잡히는 상황을 체험하게 한다. 오큘러스 VR 헤드셋을 통해 360도 영상을 보면 사막 한가운데에서 탈수 증상을 보이고 구두를 잃어버려 맨발로 서 있는 나의 시선으로 주변 사람들이 경찰에 체포되는 광경을 마주한다. 체포된 이민자나 난민들은 이틀 정도 ‘냉동고’라 불리는 공간에 감금되는데 헤드셋을 쓰고 밀실에 들어서면 바로 이런 체포 과정 전반을 경험하게 된다. 이냐리투 감독은 VR 개발 초창기에 유행했던, 시야를 현혹시키는 온갖 화려한 기법을 완전히 배제하고 새로운 3D 연출 문법, 나아가 VR의 효용 가치를 조용하게 되묻는 방식으로 이민자와 난민 문제를 VR에 접목했다. 그런데 그는 이번 작업을 온전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칸 이후 극장 상영이 아니라 박물관 전시 등의 일정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냐리투 감독의 <살과 모래>는 6월에는 밀라노의 프라다 재단에서, 7월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등 전세계 박물관을 돌아다닐 예정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번 작업을 통해 “영화문법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작업, 프레임과 테이크의 길이, 편집된 이미지의 병치에 관한 것이 아닌 새로운 도약을 경험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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