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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자원이 부족할수록 창의력은 두드러진다” - <에이리언: 커버넌트> 리들리 스콧 감독
안현진(LA 통신원) 2017-05-17

리들리 스콧 감독과 만난 때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둔 2월이었다. 기다리던 기자들은 자연스럽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누군가가 이렇게 물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일이 없지?” 또 누군가가 답했다. “스콧 정도면 뭐든 원하는 걸 할 수 있어. 트로피가 필요 없다고.” 실제로 만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원하는 것을 영화로 만드는 게 가장 쉬운 일이라고 말하는 정정한 노인이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뒤를 이을 다음 영화의 각본을 이미 쓰고 있다는 그와 그날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진행한 인터뷰임을 밝혀둔다.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에일리언을 창조하는 과정은 어땠나.

=완전히 흥미로웠다. 나는 <프로메테우스>를 통해서 에일리언이 단순히 컴백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에이리언> 이후 만들어진 영화들에서 지나치게 소비한 나머지 에일리언이 고리타분해졌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첫 영화의 에일리언은 다른 영화들과 비교할 수 없이 무서웠다. 이전까지 없었던 공포였다. 하지만 그 뒤에 제작된 영화들에서 에일리언이 고무가 아닌 디지털로 만들어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마치 스티븐(스필버그)이 만든 <죠스>(1975)가 속편에서 충격적이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에이리언>이 무서웠던 건 존 허트(잠시 말을 멈추고는, 그의 명복을 빈다)가 죽는 장면 때문이다. 우리의 몸에서 뭔가 튀어나와서 죽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그리고 <에이리언>은 여러 면에서 독특하고 복잡한 영화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B무비를 A무비를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던져진 질문들은 충분하다. 그 많은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예고편의 분위기는 <에이리언>을 생각나게 한다. 오리지널과 유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의도인가.

=물론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오리지널과는 아주 다르다. 더 큰 개념에 대해서 미시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요즘 관객을 무섭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것, 진짜로 겁에 질리게 하는 건 쉽지 않다. 코미디언들은 펄쩍 뛰겠지만 사람들을 웃게 하는 건 쉽다. 하지만 사람들을 무섭게하는 건 어렵다. 어둠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실제적인 두려움을 만드는 것과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두려움에는 차이가 있다. 당신이 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궁금하다.

=맞다. 가능하면 사람에게 고무옷을 입히는 방법을 선호한다. 1979년에는 디지털을 영화에서 사용하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페인팅하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자원이 부족할수록 창의력은 두드러진다. <에이리언>을 만들 때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휴머노이드가 에일리언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을 찍을 때, 어떻게 해야 관객이 느낄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에 문득 방법이 떠올랐다. 제작팀에 스포이트와 우유를 달라고 했다. 하얀 피가 흐르는 장면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인간이 지구를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는 일에 관심이 많은 건 왜인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션>(2015)을 만들때 그런 생각에 더욱 가까워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자문을 구했는데, 실제로 하고 있는 실험이 많았다.

-만약 <에이리언>을 만드는 리들리 스콧을 촬영한 영상이 있고, <에이리언:커버넌트>를 만드는 리들리 스콧을 촬영한 영상이 있다면, 그 두 영상 속 리들리 스콧의 연출 스타일이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대로 촬영했고 감독은 그 뒤에 있었다. 하지만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세트에 두고 촬영했고 조명을 조절해서 배우들이 카메라를 찾기 어렵게 했다. 그리고 배우들은 그런 스타일을 좋아했다. 한번에 사용되는 카메라 수가 가장 적을 때가 4대였다.

-자라면서 본 공포영화 중에서 <에이리언>처럼 무서운 영화가 있었나.

=어렸을 때 공포영화를 보러가는 걸 부모님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외설영화라도 되는 것처럼 보지 못하게 했다. SF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나중에 그레고리 펙이 출연한 <그날이 오면>(1959)을 봤다. 가상의 핵전쟁 이후에 대한 SF영화인데 자라면서 본 영화 중에서 가장 훌륭한 SF영화이며 공포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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